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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의 은밀한 사생활

헤어 숍, 스파… 화려한 생활 이면

글·진혜린|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jtbc 제공

입력 2014.05.16 13:52:00

‘밀회’에서 상류층 사모님들을 화려함과 우아함이란 가면을 쓰고, 천박하고 야욕에 불타는 한편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형상화한다. 그럴 법한 이야기와 설마 하는 이야기가 교차하며 어느 것이 현실인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밀회’ 속 사모님들의 사생활 중, 부잣집 사모님의 진짜 모습은?
하루의 시작은 헤어 숍

사모님의 은밀한 사생활
한성숙(심혜진)과 서영우(김혜은)는 하루의 아침을 헤어 숍에서 시작한다. 두 사람이 찾는 곳은 헤어와 메이크업은 물론 발 마사지나 보디 스파 관리까지 함께 받을 수 있는 토털 케어 숍.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마련된 VIP룸과 고객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한 두피 마사지 서비스 등은 탐나는 대목.

지금까지 실제 상류층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고 알려진 호텔 헤어 숍은 ‘밀회’처럼 VIP룸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 호텔 투숙객과 호텔 회원을 대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 규모 또한 아담한 편. 일반 고객 또한 이용이 가능하지만 회원에 한해 추가 할인이나 쿠폰 발행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호텔 회원권은 수천만원을 훌쩍 뛰어 넘을 뿐 아니라,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B호텔의 경우 회원권이 1억3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호텔 헤어 숍을 매일 찾는 고객의 대부분이 이 회원권을 소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이용 가격은 강남의 고급 헤어 숍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밀회’에 등장하는 VIP룸은 서울 강남 일대에 위치한 헤어 숍에서 착안한 듯 보인다. 청담동 일대에 위치한 대부분의 고급 헤어 숍이 일반 고객과는 별도로 VIP를 위한 개인 룸을 마련해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피부 마사지 등의 토탈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도 많다. 극중에서 오혜원(김희애)이 자주 받는 두피 마사지는 단골 VIP 손님들을 위한 기본 서비스.

늦은 오후의 스파



“점심 약속 있고, 오후엔 진 회장 댁 컬렉션 자랑질 하는 거 봐주러 가. 그리고 스파 받고 집에 일찍 들어올 거야.”

한성숙이 남편에게 하루 계획을 읊는 대사다. 한성숙이 고급 보디 마사지를 받으며 오혜원에게 업무 보고를 듣기도 하고, 서영우가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는 은밀한 곳은 스파.

극중에서 이 장면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SK-Ⅱ 부티크 스파에서 촬영됐다. 이곳은 모든 고객이 싱글 룸에서 개인 서비스를 받는다. 기본 프로그램은 얼굴과 어깨까지 80분간 서비스를 받는 피테라부터 3시간 동안 온몸 관리를 받는 LXP까지 다양하다. 금액은 1회 15만원대부터 50만원대까지. 3개월, 6개월, 1년 단위의 회원권도 판매하고 있다. 연간 회원권은 2천만원이 넘는다. 회원권 기간 동안 매일 스파를 받을 수 있지만 프로그램에 따라 횟수가 정해져 있다. 건물 내 위치한 VIP룸은 총 4개. 일반 룸 12개가 들어가는 면적에 싱글 VIP룸 2개와 커플 VIP룸 2개가 들어서 있어 여유롭고 편안하게 스파를 받을 수 있다. 드라마에서처럼 마사지 중 고객의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 관광객을 제외하면 보통 혼자 방문하며, 커플 룸은 부부 외에 모녀가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옷 사려면 퍼스널 쇼퍼 예약 필수

오혜원의 남편 강준형(박혁권)은 이선재(유아인)의 허름한 옷차림을 보고 옷을 사주려고 한다. 이때 등장하는 게 바로 퍼스널 쇼퍼다. 강준형은 오혜원에게 “퍼스널 쇼퍼 예약해줘”라고 했고, 두 사람은 작은 룸에서 이미 준비된 여러 벌의 옷을 이선재에게 입어보게 한다.

이들이 활용한 퍼스널 쇼퍼는 말 그대로 개인을 위한 맞춤형 쇼핑을 도와주는 사람을 뜻한다.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작품 속 부연 설명은 없었지만 실제 국내에서 퍼스널 쇼퍼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백화점이 유일하다. 대부분 백화점 내에 VIP 고객을 위한 1대 1 맞춤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 VIP 고객의 예약을 받고 고객의 직업이나 성향, 선호 브랜드, 스타일 등을 파악해 이에 해당하는 상품을 골라 퍼스널 쇼퍼 룸에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강남의 한 백화점에는 외부에서 퍼스널 쇼퍼 룸으로 이동하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대형 VIP룸에서 의류나 가방 등 일반 쇼핑 품목 외에도, 미술 원화 등 고가의 상품을 판매한다고 알려져 있다. VIP 고객이 따로 예약하면 지인들끼리의 작은 파티도 가능하다.

사교계의 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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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에서 등장하는 ‘마작’은 상류층의 위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체다. 1회부터 화려한 방에 모여 고상하고 우아하게 마작을 즐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극이 전개되면서 서필원 회장의 부인인 한성숙과 의붓딸인 서영우가 천박한 욕을 하며 머리채를 부여잡고 싸우는가 하면, 서영우가 오혜원에게 마작 패를 던지는 등, 상류층들의 위선과 모순을 드러내는 용도로 쓰이기 때문.

실제 ‘마작’이 상류층의 주요 게임 문화일까. 1940년대까지는 신여성과 상류층이 주로 즐겼으며, 마작을 즐길 때 나오는 참새 소리(패가 부딪히는 소리) 속에는 상류층의 고급 정보가 흘러 다니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1960년대부터는 국내에서 대중화돼 인천 등 대도시는 물론 시골에서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마작 이용자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인천에 위치한 국내최초의 마작 가게가 경영난 끝에 문을 닫기도 했다.

사모님의 은밀한 사생활
천박과 우아, 순수를 넘나드는 말말말…


“쌍X아. 뭐? 다시 말해봐. 이 돌대가리 잡고 물 내려버릴거야!”

‘밀회’ 정성주 작가는 과감했다. 화류계 출신의 재단 이사장, 한성숙의 입에 거친 욕설을 담아낸 것. 서영우가 한성숙을 ‘한 마담’이라고 부르며 내연관계를 들먹이자 한성숙이 참지 못하고 직설적인 단어를 뱉어낸다. 이는 한성숙이 서영우의 머리채를 잡고 변기에 얼굴을 집어넣는 수준 이하의 몸싸움으로 이어지며 이들이 갖고 있는 이중성과 밑바닥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거, 특급 칭찬이야. 나 너 지금 무섭게 혼내준 거야.”

오혜원은 선재의 피아노 연주를 처음 듣고, 평가를 원하는 그에게 “이거, 특급 칭찬이야”라며 볼을 꼬집는다. 혼내는 것도 남달랐다. 선재가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털어 놓으며 “선생님이 신경 쓸 것 같다”고 말하자 “내가 왜? 뭐 땜에?”라고 다그쳤고, 선재는 준형과 혜원의 관계에서 느꼈던 질투심을 드러냈다. 그러자 혜원은 느닷없이 선재에게 키스를 했고 이어 “됐니? 한 번 더 해줘? 까불지 마라. 응? 나 지금 너 아주 무섭게 혼내준 거야. 주제넘게 굴지 말고 반성해!”라고 말한다. 이는 어쩌면 혜원이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며 교사와 연인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설정일지도 모른다. 키스가 스승이 제자를 혼내는 도구로 표현된 것이 두 사람의 관계가 갖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아슬아슬하다.

“백퍼 진심이에요. 대박이에요. 쫄지 않는 거요. 겁나 섹시해요.”

극중 이선재의 나이는 스무 살. 청소년들의 은어를 사용하는 게 어색하지 않을 나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이를 강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것도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백퍼 진심이에요”라는 말하고 혜원에게 자신을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쫄지 않겠다”고 하거나 혜원이 자신과 여자친구 사이를 질투한 게 “대박이다”며 좋아하기도 하고, 자신과 함께 밤을 보내려 찾아온 혜원에게 “겁나 섹시하다”고 말하는 장면은 이선재의 순수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혹시 언짢은 상상하는 거 아니지? 조르주 상드와 쇼팽…그 케이스 아니지?”

‘밀회’는 복선을 위해 혹은 그들의 관계가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고 있다는 조짐을 예술가들의 사랑을 통해 간접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민 학장(김창완)이 강준형에게 선재의 레슨을 혜원에게 전담시키자고 말하며 혜원과 선재의 관계를 조르주 상드와 쇼팽에 빗댄 것. 조르주 상드는 쇼팽의 여섯 살 연상의 연인으로 쇼팽을 만나기 전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던 돌싱. 쇼팽을 만나 사랑에 빠졌으나 아들과 쇼팽과의 불화로 헤어진 여인이다. 이 둘의 사랑은 ‘모성적인 연애’로 불렸고, 이것이 ‘밀회’의 오혜원과 이선재의 관계와 일맥상통한다. 더욱이 조르주 상드와 쇼팽의 사랑이 해피엔딩이 아니었다는 점은, 극의 복선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여성동아 2014년 5월 6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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