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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결정전 7연속 우승, 신치용 감독 고백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어준 비밀’

글·김민주 자유기고가|사진·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시스 제공

입력 2014.05.15 17:16:00

배구는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사람은 안다.
최근 2013~2014 NH농협 V리그 남자 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 7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대한민국 배구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는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수장, 신치용 감독. 그의 리더십이 궁금하다.
챔피언결정전 7연속 우승, 신치용 감독 고백
삼성화재는 지난 4월 3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V리그 통산 8회 및 7년 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7연패는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기록이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주장인 고희진 선수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만 했다”며 모든 공을 신치용(59) 감독에게 돌렸다.

‘배구의 신’ ‘코트 위의 제갈공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1995년 삼성화재 창단 사령탑을 맡은 이래 줄곧 정상을 지키고 있는 신치용 감독. 그의 리더십의 비결은 무엇일까.

4월 중순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신치용 감독은 사진 촬영과 인터뷰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고 말했다. 그는 7연패 기록이 자랑거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지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업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 첫 번째 이유이고, 다음 시즌에 대한 고민 때문에 축배를 오래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신 감독에게서 권위와 자만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승한 날은 물론 엄청 기쁘죠. 하지만 선수들에게도 우승의 감격은 그날 하루로 끝내자고 말해요. 시즌을 마치고 3~4주간 휴가를 가는데, 무작정 놀며 심신을 망가뜨리지 말고 다음 시즌을 위해 준비된 자세로 돌아오라고 당부하죠. 순간의 기분에 도취돼 흐트러지는 건 프로의 자세가 아니거든요.”

뿐만이 아니다. 신 감독은 숙소 생활을 할 때면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조절을 위해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체중 변화가 컨디션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창단 이후 지금까지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선수들 몸무게를 체크한다. 이 때문에 삼성화재 선수들은 저녁 9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피자, 치킨, 라면 등 패스트푸드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몰래 이런 간식을 먹지 않았나 확인하기 위해 이른 아침 숙소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한다. 여기에 저녁 10시 30분이면 휴대전화까지 모두 반납하도록 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다음 날 훈련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화재는 고교 팀 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신 감독은 이런 원칙들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팀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경기는 훈련이 바탕이 돼야 하고, 훈련은 건전한 생활이 바탕이 돼야 하고, 건전한 생활은 반듯한 마음가짐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제 좌우명이 ‘신한불란(信汗不亂), 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입니다. 선수들 모두 기본적으로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노력을 함께 이뤄내는 팀워크가 바로 우승의 중요한 열쇠죠.”

신 감독은 선수들의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운동만 하느라 세상 물정에 어두운 선수들이 투자 유혹에 흔들려 낭패를 보고 선수 생활까지 타격을 입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다른 곳에 한눈팔지 말고, 차곡차곡 은행에 예금하도록 권하고 훈련에 100% 몸과 마음을 집중할 것을 당부한다. 생활 습관, 체력 및 컨디션, 사생활 관리까지 모든 부분을 총체적으로 체크하기 때문에 선수들로부터 가끔 “우리 감독님은 배구보다 인생 얘기를 더 많이 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고.

“리더는 정말 외로운 자리죠”

신 감독이 생각하는 리더십은 명쾌하다. 그가 “초등학교 도덕책에도 다 나와 있는 내용”이라며 꼽는 덕목은 바로 ‘솔선수범’.

“제가 엄청 부지런합니다. 술을 무척 좋아하는 애주가인데요, 밤 12시까지 마시고 들어가도 새벽 5시에는 꼭 일어나요. 그리고 6시 30분까지 체육관에 나가죠. 솔직히 저도 술 먹고 잠들면 피곤해서 일어나기 싫어요. 하지만 제가 앞장서서 해야 선수들에게 당당할 수 있어요.”

챔피언결정전 7연속 우승, 신치용 감독 고백

1 2013~2014 V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선수들이 신치용 감독을 헹가래를 치고 있다. 2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지한 레오와 함께. 삼성화재는 이로써 7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신 감독이 선수들에게 뭔가 새롭고 엄청난 것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었던 쓰라린 경험들을 후배와 제자들에게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을 뿐이다. 지금까지 늘 승승장구만 해왔을 것 같은 그에게도 실수와 실패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되돌아서 생각하면 ‘실수였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 실수가 실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신 감독이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지키는 몇 가지 원칙들이 더 있다. 선수가 감독의 집에 방문해 사적으로 만나는 것을 철저히 차단시켰고, 선수의 부모를 따로 만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선수들이 밥을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식사 자리도 함께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늘 혼자 밥을 먹어야 했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외롭지 않느냐고요? 사실 엄청 외로워요. 하지만 리더는 외로움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혼자 있는 동안 선수나 팀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부족한 건 없는지 등을 머릿속으로 계속 체크하죠. 지도자는 외로워도 팀은 화목해야 하니까요.”

신 감독이 삼성화재에서 보낸 시간은 20년이다. 단일 팀의 감독으로 최장 기록이다. 그가 긴 시간 동안 이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신 감독은 성지공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한국전력에 입단해 1983년부터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만 40세 되던 해, 삼성화재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별로 없던 그를 감독으로 전격 발탁했다. 배구계는 물론 본인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나를 믿고 감독을 맡겨준 사람들을 절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그 책임감 하나로 20년을 버텨올 수 있었죠. 덕분에 돈도 벌고, 지도자로 유명해졌으니까 정말 감사한 일이죠.”

“사위와 한솥밥, 불편하지 않느냐고요?”

신 감독의 가족은 누구나 다 알 만한 스포츠인들로 구성돼 있다. 아내는 국가대표 농구 선수이자 감독이었던 전미애(54), 둘째 딸은 얼짱으로 유명했던 전직 농구 선수인 신혜인(29), 둘째 사위는 현재 신 감독과 같은 팀에서 활약 중인 박철우(29) 선수다. 첫째딸인 신혜림 씨만 운동과 거리를 두고 살고 있다.

신 감독은 혜인 씨가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이 남다르게 좋았다고 회상했다. 매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어떤 운동이든 시켜야겠다고 맘먹고 있었는데, 농구 선수 출신인 엄마를 따라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구를 시작하게 됐다. 2005년 부정맥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프로 무대를 떠났던 혜인 씨는 2011년 9월 박철우 선수와 결혼하면서 다시 화제의 중심에 등장했다. 신 감독은 처음에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다고 한다.

“둘이 만나는 건 알고 있었어요. 혜인이가 수술 이후 재활 치료 받으면서 친해졌나 봐요. 그러려니 했는데, 어느 날 아내와 큰딸이 ‘두 사람 서로 좋아하는 것 같으니 허락해 주자’고 이야기하더군요. 당시 박철우는 라이벌 팀인 현대캐피탈에서 뛰던 선수라 내키지 않았어요. 혜인이에게 꼭 결혼을 해야겠다면 교사 자격증을 따라고 조건을 걸었죠. ‘상황에 따라서는 남편 대신 네가 밥벌이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면서요. 현재 혜인이는 성균관대 교육대학 마지막 학기를 다니면서 모교인 숙명여고에서 교생 실습을 하고 있어요.”

한때 박철우 선수는 예비 장인과 라이벌 팀에서 뛴다는 이유로 ‘로미오’에 비유되기도 했지만 결혼 직전인 2010년 FA(자유계약) 선수가 되면서 삼성화재로 이적했다. 박철우가 자유계약 시장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신 감독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신 감독은 당시 박철우의 삼성행이 반갑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사람들은 제가 박철우를 데리고 온 줄 아는데, 저와 상관없이 구단에서 결정한 일이에요. 구단에서는 이미 박철우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부터 탐을 내고 있었죠. ‘이번만큼은 무조건 영입을 하겠다’는 입장이었어요. 박철우만 한 공격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 우리 팀에 와서는 근성과 집중력,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저한테 많이 혼났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많이 좋아졌죠. 이젠 몸 관리 잘해서 선수 생활을 가능하면 오래 하라고 조언하고 있어요.”

챔피언결정전 7연속 우승, 신치용 감독 고백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신치용 감독은 올해 휴가에는 모처럼 아내와 여행을 갈까 생각 중이라고. 작은 사진은 딸 신혜인 씨와 삼성화재에서 뛰고 있는 사위 박철우 선수 부부.

장인과 사위가 같은 팀에서 뛴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신 감독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은 그냥 일로만 하면 된다’는 것! 팀워크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신 감독은 사위라고 해서 봐주는 법이 없다. 다른 선수들이 오해할 만한 상황은 애초에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철저하게 지키는 중이다. 훈련장은 물론 집에서도 ‘장인어른’이라는 호칭은 절대 불가다. 집에서 편하게 부르기 시작하면 밖에서도 실수할 수 있는 게 그 이유. 또한 집에서는 배구 이야기를 하지 않고, 체육관에서는 집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신 감독의 이 같은 철칙 덕분에 집 방향이 같아도 출퇴근을 함께 해본 적이 없다. 감독의 이런 성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팀원들은 오히려 감독에게 혼나는 박철우 선수를 측은하게 생각한다는 후문이다.

“남편으로는 0점, 감독으로는 100점”

팀의 안정을 위해 사위를 남 대하듯 하지만, 그래도 아이까지 낳고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 딸과 사위가 내심 대견하다. 특히 이제 막 돌이 지난 손녀딸 소율 양의 재롱은 요즘 신 감독 웃음의 원천이다. 주위에서 그를 ‘손녀바보’라고 부를 정도다.

“제가 집에서 손녀딸 데리고 노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당신은 혜림이, 혜인이 어릴 때는 한번 안아보지도 않더니 이제야 철이 드나 봐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집에 들어가는 날이 기껏해야 1년에 두세 달에 불과해 아내 혼자서 딸들을 키우다시피 했죠. 손녀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그도 달라지기로 했다. 지난 30년 동안 아내가 자신을 묵묵히 뒷바라지해줬던 것처럼, 이제는 자신이 아내를 챙기기로 한 것. 얼마 전에는 허리가 아프다는 말에 곧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가 시술을 받도록 조치했다. 그동안 아내가 허리가 아파서 힘들어하는 것도 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후회가 밀려들었다고. 퇴근할 때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먹고 싶은 건 없느냐” “밥하지 말고 외식하자”는 말도 자주 한다. 이 같은 남편의 변화에 아내는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당신 좀 이상해졌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좋아하긴 해요. 이젠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다니고 싶어요. 여행 이야기에 아내가 ‘이젠 나이 들어서 놀러 못 다녀요’라고 말하는데, 좀 서글프더라고요. 이번 휴가 때는 함께 부산이라도 한번 다녀오려고요.”

어느 날 아내가 딸들에게 “아버지를 점수로 매기면 몇 점이냐”고 물었다. 엄마의 질문에 두 딸은 “우리 아버지 정도면 자랑스럽잖아. 좋은 점수지!”라고 답했다. 이에 아내는 “아빠로서는 모르겠지만, 남편으로서는 0점이야. 대신 감독으로는 100점이지”라고 말하더란다. 오로지 배구와 선수들밖에 모르는 탓이다. 신 감독은 아내의 이 같은 ‘점수 놀이’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어쨌든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 감독으로서의 100점은 기분 좋은 평가였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다시 태어나도 지도자로 살고 싶은가요?”라고.

“절대 안 합니다. 사실 저는 승패가 너무 싫어요. 선수로 활동한 시기를 빼고도 30년 넘게 승패의 갈림길에 서 있잖아요. 내가 지는 것도 싫고, 내가 이겨서 상대방이 실망하는 모습 보는 것도 미안해요. 감독은 책임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냉정하게 승부사가 될 수 있었던 거죠. 다시 태어나면 평범하게 교사를 하거나 가족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올해로 삼성에서의 감독 생활이 20년째다. 만약 감독을 그만두게 되면, 배구의 행정 쪽에서 일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배구 유소년을 육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기도 하다. 또한 산속이나 섬에서 자유롭게 자연인으로 살아보고 싶은 욕망도 있다. 하지만 혼자 편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한평생 별 사고나 큰 실패 없이 영광스러운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후배나 제자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참 깨끗한 인생이었다’고 평가해주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마무리, 그것이 지금 제가 가진 꿈입니다.”

여성동아 2014년 5월 6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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