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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대부, 왕관의 무게를 견디다! 이현도&딘딘

“이제 감독으로 놀겠다”

글·진혜린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14.04.15 15:19:00

이현도가 기획사를 설립하고 제작자로의 출발을 알렸다. Mnet ‘쇼미더머니2’에서 ‘D.O 크루’로 사제지간의 인연을 쌓은 딘딘이 그 첫 주자다. 가수에서 프로듀서로, 이미 힙합대부의 명성에 오른 그가 제작자로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프롤로그 : 그래도, 이현도

힙합대부, 왕관의 무게를 견디다! 이현도&딘딘
서울 용산 기찻길 옆에 자리한 스튜디오에서 최대한 ‘이현도다운’ 포즈를 부탁해 사진을 찍었는데, 촬영이 끝날 때 즈음엔 그 ‘이현도다움’의 실체가 아리송해졌다. 1993년 故 김성재와 함께 듀스로 데뷔해 한국 힙합의 새 장을 연 이현도(42)는 그동안 다혈질에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20년 동안 하나의 이미지를 고수해 왔다는 게 놀라울 만큼, 직접 만난 그는 우리가 알던 이현도와는 달랐다.

꼭 기사에 쓰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니, 그와 나눈 첫 번째 대화를 기록한다.

“여기, 주스 좀 드세요.”

“아니오. 괜찮습니다. 전 듀스였습니다.”



기존의 이미지 탓에 거리감마저 느껴졌던 그가 방어할 틈 없이 훅 치고 들어왔다. 나를 돌아보라고, 굴레를 벗어던지라고 세상을 향해 소리치던, 카리스마와 오라를 고스란히 어깨 위에 올려놓은 채 ‘주’와 ‘듀’사이 만큼의 썰렁함을 시전하는 그를 보며 말문이 막혔는데, 정작 그는 태연했다. “그런 농담 어디 가서 절대 하지 마세요”라고 했고 그는 예의 어깨를 으쓱이며 “벌써 아는 사람은 다 알아요”라고 한다. 그래도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했더니 “영광은 굴비죠.”

알고 보니 그가 개그 유전자를 지녔으며 썰렁한 농담의 달인이었다고, 그래서 예전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런 그마저 폼 나더라고 포장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스스로에게 굴레를 씌울 수밖에 없었던, 전설 속 독야청청했던 모습 또한 이현도였으며 지금의 코믹한 모습 또한 이현도의 일부분이라는 걸 알게 됐을 뿐이다.

그는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그렇게(재미있게) 안 보이려고 노력 했어요”라고 했고 “사납고 에너지가 넘쳐야 했어. 못생겼으니까, 체형도 별로고, 내 안에 뭐가 있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독하게 마음먹고 한 거지만 이 악무는 순간순간이 힘들었지”라고 라임 들어맞는 랩처럼 읊조린다.

“저 스스로는 알잖아요. 변하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는 걸. 하지만 그때는 싫은 게 싫고 좋은 게 좋다는 식이었는데 단편적인 모습, 무서운 모습만 알고 유치한 농담, 우스운 소리 잘 하는 건 사람들이 모르더라고요. 원래 제가 개그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이제는 불혹이 넘어서 덜 빡빡하게 생각하게 된 것도 있긴 해요.”

흥미진진한 캐릭터로 보건대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tvN ‘SNL 코리아’나 jtbc ‘마녀사냥’에 나가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이 나이에 혼자 사는 연예인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감추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궁상맞은 모습이 있을 텐데 방송에는 더 궁상맞게 나와야 하는 그런 게 있잖아요. 어느 정도의 연출이 필요하니까. 그런 것들이 멋있는 음악을 하는 상황에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아요. 내키면 재미있는 것, 하고 싶으면 할 수도 있지만 그 한 번에 소모되고 싶지는 않거든요. 반전 매력? 확실한 건 항상 선글라스를 쓰고 지팡이 휘두르며 황금 의자에 앉아 밥을 먹지는 않는다는 거죠(웃음).”

이제 몰랐던 이현도를 다시 알았으니, 이현도를 새로 써 내려가야겠다. 그것이 이제부터 우리가 만날 그의 모습임은 분명하니까.

힙합대부 : 딘딘의 아빠가 된 사연은 ?

힙합대부, 왕관의 무게를 견디다! 이현도&딘딘
그가 지난해 Mnet의 ‘쇼미더머니2’에 출연했을 때, 의아해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힙합 대가들이 각자 팀을 만들어 배틀을 벌이는 구조로, 매 회마다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크루뿐 아니라 수장까지 심사위원들에게 난도질당한다.

이현도는 이미 듀스에서 솔로로, 더 나아가 프로듀서로서 대한민국 힙합계의 최고봉에 올랐다. 그런 그를 다시 평가한다는 건, 그에게는 밑지는 장사가 될 확률이 높았다. 실로 첫 회부터 패배의 쓴잔을 마신 그의 당황한 표정이 클로즈업 됐을 때 “도대체 거기는 왜 나갔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방송은 저에게 말 안 듣는 여자친구 같았죠. 방송을 오랜만에 해서 적응이 안 된 것도 있지만 편집 때문에 상당히 속을 썩였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슬기롭게 잘 해나가자’ ‘ 스스로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결국에는 ‘내 한 몸 바쳐주마’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참고로 이현도는 총 3장의 듀스 앨범 전곡과 자신의 솔로앨범(비정규 앨범 포함 7장) 전곡의 작사·작곡·편곡을 한 궁극의 뮤지션이다. 故 김성재의 ‘말하자면’이나 룰라의 ‘3! 4!’, 유승준의 ‘열정’ ‘비전’ ‘연가’, 렉시의 ‘Let me dance’ 지누션의 ‘말해줘’ 등이 그의 손을 거쳐 대박을 터트렸다. 힙합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뉴잭스윙’ 장르를 도입한 주인공으로 지금까지도 음악계 후배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혹자는 이현도가 없었다면 지금의 YG사단도 불가능했을 거라 말한다. 양현석이 프로듀서로 처음 데뷔시킨 킵식스가 부진을 면치 못할 때 지누션의 ‘말해줘’를 만든 게 이현도였으니까.

이현도는 그렇게 이미 오래전부터 제작자로서의 꿈을 키워왔다. 가수로서, 작곡가로서, 또 프로듀서로서 할 수 있는 것과 제작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엄연히 달랐다. 하지만 프로듀서로서의 성공이 곧 제작자로서의 성공을 담보해 주진 않는다. 지누션 이후 양현석과는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고, 2001년 야심차게 선보인 댄스그룹 D.BACE도 빛을 보지 못했다.

“물론 투자도 받았지만 개인 돈을 쏟아 부었죠(웃음). ‘힘든 상황에 있는 재능있는 아이들을 키워나가겠다’ 그런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마음과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저 또한 솔로 활동을 하던 때라 제 위치도 애매했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열심히 한만큼 시장구조가 따라주지 않아서 ‘내 길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어요.”

2004년 마지막 솔로앨범 활동을 끝내고, D.BACE도 초야에 묻힐 즈음 그의 발길은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화성학과 작곡법 공부를 했고, 가수 이현도가 아닌 ‘개인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다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몰랐단다.

힙합대부, 왕관의 무게를 견디다! 이현도&딘딘
“길 가다가 누가 인사를 하면, 가수 이현도를 알아봐서 인사를 한 게 아니라 원래 저를 아는 사람이라서 인사하는 줄 알았을 만큼 그냥 제 자신으로 처음 살아봤어요.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유명했고, 남들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살다가, 연예인이 돼서 살다보니 소박한 기쁨을 몰랐더라고요. 자동차 운전면허도 미국에서 땄어요. 예전에는 몰래 여자친구를 만나도 매니저가 따라가야 했죠. 그땐 그게 당연하게 생각됐는데, 개인적인 삶을 살면서 사고와 인식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운동과 학업 등 일상의 여유로움에 익숙해졌을 때도 음악 작업은 꾸준히 해 왔다. 1년에 한 곡씩 인연이 이어졌고 그러던 2011년 힙합가수 주석의 앨범 작업을 돕기 위해 한국에 들렀다가 문뜩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막연히 무대가 그립다거나, 노래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건 이미 듀스 때부터 싫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 내 자리가 여기구나’ 싶더라고요. 8개월을 미국과 한국 집, 양쪽 집세를 내다가 아예 미국 쪽을 정리하고 들어왔어요. ‘본격적으로 해야겠다. 나중에는 돈 모아서 회사를 차릴 수도 있겠지만 일단 현역으로서 창작이 좋을 때, 지금할 거 지금하자’ 그런 생각이 들었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 그곳에서 만난 것이 ‘쇼미더머니2’, 혹은 딘딘(23·본명 임철)이다.

“예나 지금이나 3점 슛의 최고는 이충희죠. 하지만 선수보다 감독으로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시기가 오잖아요. 홍명보 감독도 그렇고요. 프로듀서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여름 안에서’라는 시즌 송을 갖게 된 것을 돌이켜 보면 꼭 깊이 있는 노래만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게 가장 어렵고요. 프로듀서로서 1차 시기는 지나간 것 같고, 새로운 음악, 새로운 시기를 만들어야 커서 더 훌륭한 프로듀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커서’라는 말에 힘을 줬다. 클대로 큰 뮤지션이 더 큰 꿈을 꾸는 것.

“D.O 크루가 추려질 때, 대부분 기획사를 두고 클럽에서 공연 좀 해본 친구들이 많았어요. 프로그램을 통틀어 완전 아마추어는 딘딘 뿐이었죠. 다듬어지지 않은 게 좋았고, 번뜩이는 점도 많았고, 또 열심히 준비하는 점도 좋아 보였죠. 프로그램 할 땐 ‘영원히 같이 하자’ 그런 건 없었는데 이 친구가 먼저 ‘저는 형한테 가야 할 것 같아요’하더라고요. ‘못 할 건 뭐 있냐’ 싶어서 시작한 거죠. 순수하고 당돌한 녀석이에요.”

햇병아리 : 딘딘의 힙합신

“다들 현도 형이랑 작업하면 무섭지 않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무섭다는 걸 못 느꼈거든요. 말 많고 철없는 느낌?(웃음) 저에게는 ‘제2의 아빠’ 같은 분인데, 친하면서도 지킬 건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막연히 랩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누나가 유학하고 있는 캐나다로 떠났다가 군대부터 마치자는 생각에 귀국했고, 제대한 후 처음 찾아간 곳이 ‘쇼미더머니2’였거든요.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가사 쓰고 랩하다가 현도 형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딘딘)

‘쇼미더머니2’ 결승전까지 올랐던 딘딘은 최근 걸스데이 민아와 ‘손만 잡을게’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실험대에 올라섰다.

“특별한 성공 모델을 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아티스트가 가진 장점을 찾는 것이 제 역할이죠. 만약 지드래곤을 똑같이 따라 해서 그만큼 성공한다면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드래곤이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지금까지의 흐름을 읽어 내면서 딘딘이 가야 할 길을 찾고 있는 거죠.”(이현도)

제작자로서의 이현도는 어떨까? 딘딘은 의외로 기본에 충실한 그의 작업 스타일에 놀랐다고 했다.

“한번은 형이 저더러 좋아하는 음악 50곡을 뽑아 오라더라고요. 속으로는 ‘그걸 설마 다 듣겠어?’라고 생각했죠. 저라면 안 들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걸 다 듣고, 제가 원하는 그림이 무엇인지 딱 만들어서 들려주는 거예요. 제가 포기해야 할 부분이 뭔지,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부분이 뭔지를 알 수 있었죠.” (딘딘)

딘딘의 말을 듣던 이현도는 “그 어쩔 수 없는 부분을 대중이 좋아한다니까!”라고 외친다. 제작자로 나섰으니 성공 전략이 있을 것 같았다.

“정교하게 하는 음악 작업 말고는 계획표를 세워서 사는 타입이 아니라 일상생활이 허술해요. 창작 의욕이라는 게,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의지가 있으니까 그건 걱정이 없는데, 이제 다시 시작하는 시점에서 하나하나 쌓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이현도)

에필로그 : 저작권료 물려줄 아이 낳고 싶다

이현도에게 건넨 첫 번째 질문은 “여자친구 앞에서 어떤 모습이냐?”였고 마지막 질문은 “결혼 생각은 없냐?”였다. 전자에는 “확실히 다른 사람 앞에서와는 다르지 않겠냐. 실없는 말도 더 하고, 허튼 소리도 많이 한다”고 말했고 후자에는 “안 할 생각은 아니다. 자식에게 저작권료는 물려줘야 하지 않겠나. 자식 초등학교 입학식에 휠체어를 타고 가는 한이 있더라도 꼭 낳을 거다”고 했다. 인터넷 용어로 ‘웃프다(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 많던 팬들 다 어디로 가고, 아직 혼자일까? 여전히 듀스를 추억하는 팬들은 많다. 7월에 듀스 2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듀스 20주년 헌정 앨범을 만들고 있는데(후배 가수들이 부른 듀스 음원이 인터넷 음원 사이트에 공개 돼 있다) 이걸 묶어서 CD를 낼 예정이에요. 처음에는 음원으로만 만들고 CD 판매는 하지 말자는 말도 나왔어요. 그런데 헌정 앨범이니까 살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에 조금 찍기로 했어요. 가끔 ‘오빠, 앨범 좀 내세요’하는데, 그럴 때마다 ‘앨범 낼 테니까, 네가 다 사’ 그렇게 말하기도 해요(웃음). 자기들만 서른 살 넘은 줄 알고들 말이야! 결혼하고 아기 낳으면 앨범 사서 들으면 안 되나?(웃음) 이제는 팬들이 다 친구 같아요. 축구(그는 연예인 축구단에서 활동 중이다) 할 때 와서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도 하고, 사촌 동생 같죠. 뭐.”

여성동아 2014년 4월 6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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