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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황정순 씨 둘러싼 유족 분쟁

“정신병원에 납치·감금 VS. 치매 환자 속여 양녀로 입적”

글·김유림 기자 | 사진·박해윤 지호영 기자

입력 2014.04.15 14:30:00

지난 2월 중순 원로배우 황정순 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과 함께 ‘국민 어머니’ 이미지 뒤에 가려져 있던 고인의 복잡한 가족사가 드러났다.
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진 양자, 양녀 간의 분쟁을 취재했다.
故 황정순 씨 둘러싼 유족 분쟁

황정순의 조카손녀 부부가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3년 전부터 생활한 경기도 안양 집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故 황정순 씨 둘러싼 유족 분쟁
2월 17일 ‘국민 어머니’ 황정순(88) 씨(이하 존칭 생략)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원로 영화인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했다. 1940년 동양극단 전속 극단인 청춘좌에 입단해 연기생활을 시작한 황정순은 1941년 허영 감독의 ‘그대와 나’로 데뷔한 이래 4백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의 대표 어머니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뜻밖의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3월 3일 첫 방송된 MBC 다큐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을 통해 그의 호적에 입적돼 있는 두 명의 양자가 유산을 둘러싸고 다툼 중이라는 사실이 보도된 것.

방송에 따르면 2011년 황정순의 딸로 입적된 조카손녀 A씨는 황정순이 사망하기 전인 2012년 고인의 의붓아들을 ‘불법 납치 및 감금·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고 한다. 방송에서 A씨는 ‘황 선생의 의붓아들은 A의 입적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거짓으로 치매병력을 꾸며 고인을 강제적으로 정신과 병동에 납치,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황정순의 친필 유언장을 고인의 육성과 함께 방송에 공개했다. 유서에서 황정순은 “많은 지원을 했지만 너희들(의붓아들)은 늙은 나를 전혀 돌보지 않고 평생 용돈 한번 준 적이 없다. 지금까지 나를 희생해 너희들을 뒷바라지한 걸로도 충분하니 내 재산은 한 푼도 상속할 수 없다. 고작 1년에 두세 번 식사 대접한 게 전부이니 배신감과 함께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한편 의붓아들 측이 제시한 영상 속 황정순은 “외조카손녀가 딸로 올라가 있다”는 말에 “난 처음 본다”고 답했고, “삼청동 집도 주기로 했다는데”라는 질문에는 “무슨 소리냐. 이게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했다.

故 황정순 씨 둘러싼 유족 분쟁

황정순 씨가 유산으로 남긴 85억원 상당의 서울 삼청동 주택.

고 황정순 슬하에는 양자로 입적한 세 명의 상속자가 있다. 조카손녀 A씨, 의붓손자 B씨(의붓아들의 아들), A씨의 동생이다. 원칙적으로는 세 명에게 모두 유산이 상속되지만 유서에 따르면 의붓손자 측은 유산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A씨와 B씨 측은 유서의 진위여부를 따지고 있다. 의붓손자 측은 황정순이 과거부터 치매를 앓아왔기 때문에 유서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며 조카손녀 측은 고인은 돌아가시기 불과 몇 달 전까지도 치매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향후 소송에 대비해 유언장이 작성된 날짜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 현재 밝혀진 황정순의 재산은 서울 삼청동 집과 선산 등을 포함해 1백억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집은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삼청동 대로변에 위치해 있으며 평당 1억원을 호가한다.

방송에서는 미처 다 밝히지 못한 양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먼저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조카손녀 A씨 측을 찾아갔다. A씨는 어린 시절부터 황정순의 집에 같이 살면서 40년 가까이 고인의 매니저 역할을 해왔다. 인터뷰는 고인이 돌아가시기 3년 전부터 거주했던 안양의 한 아파트에서 이뤄졌다. 고인은 2010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 A씨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으며 인터뷰에는 A씨와 A씨의 남편이 동석했다. 한편 B씨 측은 정식 인터뷰는 거부하되 A씨 측 주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게재하도록 했다.



故 황정순 씨 둘러싼 유족 분쟁
쟁점 1 | 호적에 세 명의 양자가 입적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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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손녀 A씨 측이 황정순이 과거 의붓손자를 파양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서류.

조카손녀 A씨 측에 따르면 황정순의 호적에 세 명의 양자가 입적된 데는 사연이 있다고 한다. 황정순은 1961년 세 명의 자식이 딸린 남자와 결혼했다. 당시 황정순은 초혼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자식이 없다. 남편은 결혼하고 16년 뒤 세상을 떠났고, 그로부터 9년 뒤인 1986년 황정순은 친정으로 복적 신고를 한 뒤 같은 해 세대주로 독립돼 나왔다. 이로써 황정순은 세 명의 의붓자식들과는 호적상으로 완전히 남남이 됐다. 그 과정에 대해 A씨는 “할머니의 유언에 적혀있는 대로 할머니가 자식과의 인연을 끊을 정도로 젊은 시절부터 의붓자식들에게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던 명백한 사건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995년 의붓손자 B씨가 황 선생의 호적에 양자로 입적됐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터무니 없는 말로 할머니를 속여 의붓손자 B씨를 양자로 입적했다”고 주장한다.

A씨는 “B씨가 할머니 호적에 올라가고 3~4년 뒤 쯤 종로구청으로부터 전화를 한통 받았다. 당시 할머니가 평화통일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종로구청과 긴밀한 관계였는데, 할머니가 자식이 없다는 걸 알고 있던 구청직원이 할머니 호적에 B씨가 올라가 있는 걸 확인하고 다급히 전화를 한 거였다”고 말했다.

그제야 자신의 호적에 B씨가 아들로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안 황정순은 종친회를 통해 변호사를 선임해 파양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당시 변호사에게 착수금으로 3백37만원을 지불했다는 A씨는 파양청구 서류(사진 1)도 보여줬다. 하지만 파양절차는 매우 까다로웠고 결국 황정순은 자신의 불행한 가족사가 알려지는 것을 수치스러워하며 파양 절차를 접었다고 한다. 대신 B씨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호적에 입적됐고 파양되기를 원하며 차후 모든 민법상의 대리인은 조카손녀 A씨로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만들어 공증을 받아두었다.(사진 2) 이후 황정순은 A씨를 양녀로 올리겠다고 했으나 A씨가 “평생을 할머니라 불렀는데 어떻게 딸이 되나. 마치 할머니 재산을 보고 그러는 것 같지 않냐”며 거부하자 대신 A씨의 동생을 호적에 올렸고, 2010년 서울 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A씨가 B씨 측과 갈등을 빚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2011년 결국 A씨도 양녀로 입적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차후 유산은 유언장에 기록돼 있는 대로 장학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B씨 측은 “할머니가 호적상 자식들과의 관계를 끊은 것을 후회를 하고 다시 나를 양자로 입적한 걸로 안다. 그렇지 않다면 평생 내 아버지를 비롯해 우리 가족과 관계를 이어올 이유가 없지 않나. 설, 추석, 할아버지 제사 때 등 적어도 1년에 8~9번 할머니를 모시고 식사대접을 했으며 어릴 때 나는 매주 일요일마다 삼청동 할머니 집에 가 할머니를 모시고 교회에 가고, 맛있는 것도 사먹는 등 손자 노릇을 했다.(사진 3) 군복무 중 할머니가 면회도 왔었다. 2007년 제작된 할머니의 회고록 ‘위대한 여배우 황정순’에도 자식들이 효도를 잘한다고 기록돼 있다”고 주장했다.

故 황정순 씨 둘러싼 유족 분쟁
쟁점 2 | 치매다 VS.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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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황정순이 사망하기 1년 전까지도 정상적인 외부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했다고 주장한다.

A씨 측은 2010년 황정순이 강남성모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긴 했지만 B씨 측의 주장처럼 사람을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2010년 할머니가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B씨 가족들과 언쟁이 있었다. 내 동생이 호적에 올라간 걸 알고 할머니가 치매 상태에서 동생을 호적에 올렸다고 주장하기 위해 할머니가 치매를 앓았다는 것으로 몰아가려고 해서 ‘그래봤자 소용없다. 2006년에 할머니가 이미 유언장을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더니 그때부터 할머니가 2005년부터 치매를 앓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몇 개월 전까지도 지팡이 없이 거동이 가능했고 돌아가신 이유는 폐렴이지 치매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돌아가실 무렵에는 정신이 혼미하셨던 게 맞지만 B씨 측 주장처럼 오래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나와 의사소통을 했다. 간병인도 봐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정순이 사망하기 1년 전까지 영화평론가 시상식 및 대한민국예술원 총회, 서울예술대학 공로상 시상식 등에 참석한 사진을 이를 뒷받침할 증거로 보여줬다.

B씨 측은 이에 대해 “2010년 성모병원에 처음 입원하실 때도 할머니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당시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몇 년 전부터 할머니가 사람을 의심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 새벽에 경찰서에 전화해서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하기도 하고… 할머니 프라이버시를 생각해 더 심한 건 얘기할 수 없지만 분명 온전한 정신은 아니셨다. 하지만 할머니 상태가 안 좋으신 것 같다고 하면 A씨는 ‘오늘만 컨디션이 안 좋다’고 우겼다. 돌아가실 때 치매 진단을 받으셨는데, 치매가 하루아침에 심해지는 게 아니지 않나. 적어도 10년 이상 전부터 치매가 진행됐다고 예측할 수 있다. 치매에 걸린 분을 회유해 유언장을 만든 것이라면 당연히 법적 효력을 인정받아서는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쟁점 3 | 납치·감금이다 VS. 아니다

2012년 9월 9일 이번 분쟁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 측 주장에 따르면 이날 황정순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낮잠을 자던 중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사설 정신병원 관계자들에 의해 구급차에 실려 갔다고 한다. 그 자리에는 B씨의 아버지 즉 황정순의 의붓아들과 며느리, 의붓딸도 함께 있었다고. A씨는 “주무시던 할머니를 그대로 이동 침대에 실어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시켰다”고 주장했다. 정신과 폐쇄병동은 보호자 2명 이상의 비자발적입원동의서가 필요한데 입원한 다음날 A씨와 B씨가 나란히 서류에 사인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끝까지 동의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게 가장 후회된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인을 안 해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다 네 책임’이라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사인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틀 뒤 황정순이 2005년부터 치매를 앓아왔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다. 당시 기사에는 황정순의 의붓며느리가 인터뷰한 것으로 돼 있다. 결국 A씨는 황정순을 대신해 B씨 측을 납치 및 감금 혐의, 그리고 언론 허위제보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이 사건은 2014년 3월 3일 서초경찰서에서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3월 6일 검찰이 재수사를 요구하며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다시 내려 보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B씨 측은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앞으로 진행되는 보강 수사 결과도 처음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고 밝혔다.

쟁점 4 | 강아지 안락사,

할머니 뜻이다 VS. 불법이다


황정순은 20년 넘게 강아지를 자식처럼 키웠다고 한다. ‘리얼스토리 눈’ 첫 회에서도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강아지 두 마리가 삼청동 빈 집에 쓸쓸히 남겨져 있는 모습이 방영됐다. 하지만 일주일 뒤 후속편에서는 강아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A씨가 안락사시킨 것. 방송이 나가자 동물사랑실천협회는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처음 할머니가 안양으로 이사 올 때 강아지들도 데리고 왔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가 많아 다시 삼청동에 데려다 놓았다. 결코 방치하지 않았다. 3일에 한번 꼭 밥을 주러갔다. 안락사는 할머니의 유언을 받든 것뿐이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당신이 죽으면 강아지들도 안락사시켜 달라고 누누이 말했다. 강아지 키운 지 22, 23년 됐는데 ‘어디 가도 환영받지 못할 게 뻔하고 천덕꾸러기 취급 받느니 하늘나라에서 나와 함께 뛰어놀게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할머니와 몇 십 년 동안 알고 지낸 동물병원 원장님께 조언을 구해 안락사시켰으며 나중에 땅에 잘 묻어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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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4년 4월 6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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