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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With Specialist | 정신과 의사 김현철의 현몽우답

세상이 물에 잠기고 황금 덩어리로 변한 꿈을 꿨어요

글·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 사진·REX 제공

2014. 04. 04

‘개꿈은 없다’ 팟캐스트 강연으로 유명한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를 만난 ‘여성동아’ 2월호 인터뷰가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정신과 의사 김현철의 현몽우답(現夢祐遝 : 꿈을 꾸고 답을 얻다)’을 통해 독자들의 꿈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는 칼럼을 마련했다. 현재의 고민과 불안의 열쇠를 쥐고 있는 꿈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된다면 고단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기회가 될 것이다. 꿈의 내용을 이메일(chinchin@donga.com)로 보내면 김현철 선생의 속시원한 꿈 해석을 받을 수 있다. -편집자 주

Case 1 가수 정인이 꾼, 세상이 물에 잠겨버리는 꿈

세상이 물에 잠기고 황금 덩어리로 변한 꿈을 꿨어요
현몽 꿈에서 저는 산에 살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났는지 갑자기 하늘에서 총알인지 폭탄인지가 떨어지기 시작했죠.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며 겨우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데, 갑자기 물이 들어찼고 순간 급류에 몸이 휩쓸렸습니다. ‘아, 이제 정말 끝이구나. 죽는구나’라고 느꼈을 때, 신에게 기도를 했습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이제는 정말 죽겠구나 하며 포기할 무렵에 어느 할머니가 저를 구해주셨어요. 할머니가 지내던 곳은 산중의 산,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세상이 모두 물에 잠겨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꿈에서도 이것은 다시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라며, 새로 생명을 부여받은 것과 같다며 감격했습니다. 한참 만에 물이 잠잠해지자 저는 세상에 나가서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우답 가수 정인 씨가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로 보내준 꿈 내용입니다. 정인 씨는 지리산 정상에서 조정치 씨와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죠. 그녀에게 산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꿈인 것 같습니다.

산은 의식 세계를 뜻합니다. 프로이트는 의식을 가리켜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지요. 빙산 밑에는 물이 있지요? 물은 무의식을 상징합니다. 총탄이나 폭격은 공통적으로 분노를 뜻합니다. 자칫 분노에 휩싸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심리적인 안정을 꾀하려 하나 이번에는 급류가 등장합니다. 급류 또한 감정의 급류를 뜻하고, 분노라는 감정에 휩싸일까 봐 무척 겁이 났던 겁니다.



분노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정인 씨의 무의식은 심혼(心魂)의 힘을 빌렸습니다. 할머니는 영적 초월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무의식에 깔려 있는 ‘마고할미’와 만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마고할미란 태초에 이 세상의 지형을 형성시키는 대지모신(大地母神) 성격의 여성 거인입니다. 마고가 긴 손톱으로 말의 가려운 데를 긁는다는 뜻으로, 바라던 일이 뜻대로 잘됨을 이르는 말 마고소양(麻姑搔痒)에서 어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소 괴팍하게 묘사되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창조신입니다.

민족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지역적 변이형으로 파악되는 개양할미가 전북 부안군의 수성당에서 어민들의 수호신으로 여덟 딸과 함께 모셔지고 있으며, 제주도의 설문대할망이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당개 포구의 해신당에서 당신으로 섬겨지고, 일부 ‘산신굿’의 무가에 설문대할망에 대한 사설을 담고 있어 신앙시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인 씨를 분노에서 구출해낸 건 다름 아닌 초월적인 영혼, 예술가적인 창조성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타인에 비해 세상의 집착에서 보다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예술가들만의 축복이라 하겠습니다.

세상이 물에 잠기고 황금 덩어리로 변한 꿈을 꿨어요
Case 2 장롱 속 귀금속들이 모두 황금 덩어리로!

세상이 물에 잠기고 황금 덩어리로 변한 꿈을 꿨어요
현몽 주말에 가족과 백두대간협곡열차 여행을 다녀와서 천근만근의 몸으로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새벽에 꾼 꿈이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꿈에서 신랑은 가게가 잘 안돼 적자로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당장의 생활비며 아이 학원비, 가게 월세를 낼 길이 없어 실의에 빠진 모습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결혼할 때 받은 패물과 계 타서 사놓은 반지, 목걸이 등 가지고 있는 금붙이들을 모두 팔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장롱을 열고 귀금속 상자를 여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반지와 목걸이, 열쇠가 모두 황금 덩어리로 변해 있었거든요. “와~~” 하면서 놀랐는데, 순간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이 꿈은 도대체 무엇을 암시하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참고로 남편이 결혼 전부터 운영하던 가게는 결혼한 뒤에도 현상 유지만 하고 있습니다.

우답 부군의 가게 경영에 대한 걱정이 여과 없이 꿈에 나타났습니다. 일상에서 가게에 보탬이 되고자 마음을 많이 쓰셨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한탄도 하셨던 것 같습니다. 도움의 한계에 부딪혀 무력감을 느껴왔던 동시에 부군에 대한, 결혼 자체에 대한 한탄이 무의식에 깔려 있다 보니 이 둘 사이의 감정이 마찰을 일으켜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꿈은 무력감과 원망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된 불안을 단지 한 컷에 함축시킵니다. 먼저, 갖고 있던 패물이 황금 덩어리로 변해버림으로써 바로 부자가 돼버립니다. 무력감이 한순간에 해소가 됐습니다. 하지만 곧 꿈속에서 기절해버리고 맙니다. 직면해야 될 부분이지만 아직은 감당해낼 힘이 없다는 뜻입니다. 황금 덩어리로 변해서 남편에게 도움을 줘야 하나 이 또한 처음부터 내 것이기 때문에 다소 억울한 감정을 보기 싫은 것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더 많습니다. 경제 원칙에 얽매여 정말 아름다운 순간들을 잃어버리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물에 잠기고 황금 덩어리로 변한 꿈을 꿨어요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대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공감과 성장’을 운영하며 MBC 라디오 ‘두 시의 데이트 박경림 입니다’와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꿈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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