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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사 이원희, 국민연금공단으로 간 까닭

글·김명희 기자|사진·조세일 프리랜서

2014. 03. 14

개인연금과 보험으로 중무장한 사람도 노후 앞에서는 두려움에 떤다. 개인이 100% 해결할 수 없는 노후 문제, 마지막 퍼즐은 사회 안전망이다. 결혼·출산·육아·취업, 그리고 사회 통합 같은 문제들이 우리의 노후를 좌우할 중요한 키워드라는 이야기.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에서 최근 국민연금공단으로 자리를 옮긴 이원희 기획이사로부터 그 마지막 퍼즐에 관해 들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사 이원희, 국민연금공단으로 간 까닭
아이를 키우는 주부라면 ‘마더하세요’라는 TV 캠페인 광고를 눈여겨본 적이 있을 것이다. ‘퇴근 후 한잔’ 대신 아이들과 놀아주고, 주말엔 낚시 대신 아이들과 여행을 가는 아빠. ‘김 과장, 박 대리, 선배님’일 때는 알 수 없는, 아빠일 때만 누릴 수 있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광고를 보며 ‘딱 내가 그리던 가정의 모습’이라며 반가워했던 주부가 한둘이 아니다. 이 광고는 이원희(58) 당시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이 진두지휘해 제작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기획이사는 공단 업무 전반의 기획과 조정 및 인재 경영과 홍보 등을 총괄한다.

워킹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모든 고난은 지나간다

이원희 이사는 한양대 간호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보건대학원 석사를 거쳐 한양대 대학원 간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보건복지부 특별채용으로 공직에 입문해 가족건강과장, 국립인천공항 검역소장, 인구아동정책관 등을 두루 거치는 동안 대한민국의 변화무쌍한 인구 고민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가 공직에 들어갔던 때는 인구 과밀화 우려로 산아제한을 하던 시기. 그 후 자녀 수보다 모자 건강, 교육을 통한 인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던 시기를 지나,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아이들은 국가의 성장 동력이며, 세대와 세대는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며 다음 세대를 양육하고 이전 세대의 노후를 보살핀다. 출산율이 하락하면 이런 순환 구조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원희 이사는 “사실 출산율 하락은 대다수의 나라들이 선진국으로 가면서 겪은 과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X자 모양으로 아주 빠른 속도로 교차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저출산의 원인에는 가임 여성의 수가 줄고 있고, 젊은 세대가 취업 등의 이유로 결혼을 포기하거나 출산을 기피하는 등의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 이사는 여기에 직장 중심, 즉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술 마시는 문화도 한몫 한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의 삶이 가족 중심으로 바뀌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봐요. 우리나라 남성들은 낮에는 일하느라, 저녁에는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며 술 마시느라, 주말에는 단합대회 차원에서 등산하고 골프 치느라 가족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없잖아요. 어쩌다 시간이 나도 가족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고요. 여성은 여성대로 집안일과 육아를 모두 떠안아야 하니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거죠.”

이런 분위기는 비단 저출산뿐 아니라 노후 문제와도 깊숙이 연결된다.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은 세계적으로 고위험군에 속해요. 직장에만 올인하다가 퇴직하면 모든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게 돼요. 취미도 특기도 없고, 처음엔 등산을 다니지만 그것도 몇 달이죠. 손이 많이 가는 우리나라 음식은 직접 차려 먹기 힘드니 아내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했는데 인생 막바지에 답 안 나오는 이 상황은 뭔가’ 하는 억울한 마음이 들죠.”

이원희 이사는 우리나라 남성들이 시간의 자기 결정권을 좀 더 가지게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루 24시간 중 일정 정도는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계발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양육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포함이 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뭔가를 키우는 걸 좋아해요. 개나 고양이, 물고기, 식물, 나아가 직장 후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보람을 느끼잖아요. 그러니 하물며 자녀가 커가는 것을 보는 것은 얼마나 큰 즐거움이겠어요. 아빠의 제자리 찾기는 세대 간 보험의 역할도 해요. 어릴 때 부모와 가깝게 지낸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부모를 따뜻하게 챙기거든요. 또 아빠는 자녀의 도덕성과 인간성에 영향을 미쳐서 아빠와 친하게 지낸 아이는 멋진 성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요.”

가정에서 부부의 역할, 가사 분담에 관해 이론적으로는 훤하지만 그도 현실에 적용하지는 못했다. 그의 남편은 대학교수이자 흉부외과 전문의. 평일에도 밤 11시 이전에 퇴근하는 날이 없었고, 집에서 잠을 자다가도 응급 환자가 생기면 총알 같이 뛰어나가야 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원망이 하늘을 찌르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양육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고 한다.

사실상 남편의 부재 속에서 다섯 살 터울의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에 종갓집 맏며느리이기도 한 그가 겪은 고충은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한다. 친정어머니는 막내딸인 그가 결혼하자마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직장 다니는 건 자유지만 아이는 못 봐준다”고 선을 그었다. 그가 기댈 곳은 도우미뿐이었다. 도우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한밤중에 아이 맡길 곳을 찾아 헤매야 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사 이원희, 국민연금공단으로 간 까닭
“지금도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남은 장면이 있어요. 보름달이 휘영청 뜬 밤에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아이를 들쳐 업고, 한 손에는 서류 가방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기저귀 가방 들고 아이 맡길 곳을 찾아다니는데 얼마나 서럽던지…. 다음 날 회사를 당장 그만둬야겠다고 맘먹었죠.”

사표를 내려면 일단 출근부터 해야 했다. 그런데 회사에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전날의 고생은 까맣게 잊고 업무에 열중하게 되더란다.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을 제대로 겪은 그가 후배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모든 어려움은 지나가리라는 것.

“어려운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다 감당할 만했어요. 하지만 무조건 참으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보육 정책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다른 분야의 발전 속도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죠. 정부의 20개 가까운 부처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즉 원하는 시기에 결혼하고, 원하는 수만큼의 자녀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으니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당수의 워킹맘이 그렇듯 그도 ‘월급 받아서 도우미에게 다 갖다 바치다시피 하면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일을 하나’ 싶은 적도 있었다. 하루 평균 14~16시간을 일하고 주말은 없을 때가 더 많았으며 어느 때는 5년 동안 여름휴가를 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공공 분야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현하는 데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내에서 인구가정정책과, 의료급여과, 정신보건팀, 모자보건과 등을 거쳐 국립인천공항 검역소장을 역임하며 신종플루·조류독감 등 감염성질환의 국내 유입을 막고, 입양 절차에 있어서 아동의 권익을 보호하고, 청소년 산모를 위한 의료 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등 그가 공직에서 해온 일을 살펴보면 ‘생명’이라는 키워드로 수렴된다.

“돌아보면 생명을 살리는 일을 계획하고 지원하는 게 제게 지워진 사명이었던 것 같아요. 자살예방종합계획, 불법낙태방지종합계획, 국가알코올종합계획…. 밤을 새워가며 정책을 만들 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어요. 편했던 시기에는 별로 남는 게 없는데, 힘든 일을 하고 나서는 꼭 열매가 있더군요.”

각종 종합계획을 선물 꾸러미처럼 만들어냈던 그가 공직에서 마지막으로 했던 일이 바로 노후 지원 설계 법안 초안 작성이다. 여기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퇴직에 대비, 그들이 스스로 인생 후반기를 준비해 자립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과 여건을 만드는 것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제 그 일의 연장선상에서, 저출산·고령화 시대 국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국민연금의 곳간지기가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온 국민이 미래 위해 한 통장에 저축하는 것

국민연금은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노후를 위해 한 통장에 장기적으로 저축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5.1%로 OECD 최고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탄탄하면 그만큼 풍요로운 노년을 보낼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운용 규모는 4백24조원 정도로, 세계 4위. 하지만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 연금이 고갈되거나,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국민연금은 선진국의 연금과 비교해도 재정적으로 건실한 편이고, 5년마다 수지 개선을 통해 보험료와 연금 개시 연령, 연금액 등을 재조정하기 때문에 고갈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국가가 지급 보장을 하기 때문에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걱정하시는 분들을 위해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을 명문화한 국민연금 개정안이 지금 국회에 상정돼 있고요.”

이 이사가 지금껏 매달렸던 저출산 문제는 국민연금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래 세대가 기성 세대의 노후를 책임지기 위해 엄청난 짐을 져야 한다. 저출산은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에 국민연금도 2008년 1월 1일 이후에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하는 경우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12~50개월까지 추가로 인정해주는 ‘출산 크레디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원희 이사는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고 국민연금공단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국민연금 임의 가입을 신청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행복한 노후 생활과 국민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노하우를 부탁했다.

“한 사람의 연금만으로는 부부가 노후에 경제적으로 적정 생활을 하는 데 부족하므로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연금은 납부한 보험료와 기간 등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되므로 가능한 한 빨리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금전적인 부분 외에도 일, 여가, 친구들까지 챙겨가며 준비한다면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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