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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40, WHO IS SHE?

마흔, 미래를 꿈꾸다

글·김지은 프리랜서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14.03.12 10:42:00

40대를 시작하는 그녀들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마흔이란 무엇인가요’.
그녀들이 대답했다. ‘꿈을 꾸는 나이’라고.
이진희(성악가, 신안산대학교 성악과 교수)

“나눔의 기쁨, 배움의 깊이를 알아가는 나이”


BIG 40, WHO IS SHE?
인터뷰 요청을 받고서야 ‘아, 내가 벌써 40대가 되었구나’ 느꼈다. 나이를 까마득히 잊고 살았는데 생각해보니 마흔의 나에게는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지난해 나는 교수 임용을 받았다. 우연인지 남편도 비슷한 시기에 교수가 되었다. 아주 오래전 남편과 꿈꾸듯 ‘나중에 꼭 둘 다 교수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자’고 말하곤 했는데 그 꿈이 현실이 돼버린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신기했다.

처음엔 교수가 하는 일은 ‘잘 가르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해를 지나고 보니 교수는 ‘열심히 배우는 사람’이었다. 때로 나보다 학생들이 더 많이, 나에게 감동과 가르침을 주곤 하기 때문이다.



마흔이 되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내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라는 것이었다. 최근 내 음악 인생 최고의 관객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제자들과 함께 재능 기부를 위해 찾아간 안산평화의집 장애우들, 지적 장애를 가진 그들은 우리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함께 노래해주었다. 그들에게 감동받은 것은 오히려 우리였다.

성악가가 되고픈 욕심 하나로 갓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무작정 이탈리아로 떠났던 나는 수많은 성악 영재들 사이에서 남들보다 몇 배의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에게 있는 재능이 나에겐 없을 것만 같은 불안과 초조가 나를 내 꿈에서 밀어낼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국립음악원에 맨 꼴찌로 입학했던 내가 수석졸업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내 노래를 들은 심사위원의 한 마디가 잊히지 않는다. ‘너보다 노래를 잘 하는 학생들은 많지만, 너의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의 이야기는 내 음악 인생에 큰 힘이 되었다.

그 뒤로 나는 국내외에서 수많은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한 해 한 해 그 경험들이 쌓이며 나는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를 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올해도 나와 나의 제자들은 인근에 있는 여러 복지 단체들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이런 깨달음와 실천, 나이 마흔이기에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송미영(서양화가, 그림콘서트 진행자)

“어른들을 꿈꾸게 하는 그림 콘서트”


BIG 40, WHO IS SHE?
어렸을 땐 하늘에 별이 많았다. 별을 바라보며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그랬는데 어느 날부터 진짜 하늘의 별이 사라지고, 마음의 여유까지도 덩달아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그래서, 별을 그려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화가라는 직업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참 작았다. 사람들이 그림을 보다 친근하게 느끼고 다가가게 하려면 열심히 그리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작년부터 시작한 것이 ‘송미영의 그림콘서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콘서트다. 딱 마흔을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마흔이란 나이는 그런 시기인 듯하다.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얻게 됐기 때문에 안주하거나 도망가거나 그도 아니면 포기하기 쉬운, 그래서 뭔가 ‘결판’을 내는 나이.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40대야 말로 그간의 노력을 거름 삼아 진취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나이다.

그림콘서트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겁고 감동적이다. 미술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었다며 흡족해 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나의 ‘결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른도, 마흔도, 쉰도 똑같을 것이다. 마흔은 그 뜨거운 인생의 한복판이다.

박달님(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 가야금수석,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교수)

“인생을 즐기는 여유를 알게 되다”


BIG 40, WHO IS SHE?
20대의 나는 치열했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없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면 되는 줄 알고 살았다.

13세에 가야금을 시작한 후로 줄곧 가야금만 바라보고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2001년, 20대의 어린 나이로 장관상을 수상할 만큼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나의 소명을 깨달은 것은 최근 나이 마흔에 이르러서다. 교수가 되고, 후학들을 만나면서야 비로소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한 거다.

마흔이란 나이가 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소통’과 ‘나눔’을 ‘실천’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저 앞에 난 길만 바라보던 때와는 달리 주변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분야가 다른 이들과도 열린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대함도 배운 것 같다. 나는 선생이 아닌 스승이 되고 싶다. 내가 아는 것을 전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 국악계를 이끌어 갈 후학들을 길러내는 것, 마흔에 나는 그 꿈의 출발선에 섰다.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로부터 ‘잘한다’는 말 대신 뚝배기에 구수하게 익어가는 된장찌개같다는 칭찬을 받고 싶다. 마흔, 다시 꿈을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윤선경(헤어 디자이너, 이희 헤어메이크업 이사)

“인생의 2막, 노후를 준비하다”


BIG 40, WHO IS SHE?
나에게는 어릴 때부터 10년 후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버릇이 있었다. 스무 살에는 서른을 준비하고, 서른에는 마흔을 고민했다. 그런데 막상 마흔이 되고 나니 쉰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50, 60, 70, 80…. 나의 노년을 한꺼번에 준비할 수 있는 체력과 경제력이 필요한 시기가 된 느낌이다. 마흔은 거창한 말로 포장하기 어려운, 현실적 중압감이 갑자기 커지는 나이인 듯하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맞는 것일까 싶은 불안하고 고단한 마음으로 보냈던 20대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전투적으로 돌진했던 30대. 그에 비해 40대는 이제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미래를 바라보면서 마흔이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하기에 절대로 늦은 나이가 아님을 깨닫는다. 22년째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고객들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려고 커트 교육을 받으러 다닌다. 배움이 즐겁다는 게 젊은 시절과는 다른 점인 것 같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 늘 대단한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쉰이 되는 해에 함께 터키와 체코, 스위스를 한 달씩 도는

3개월 자유여행을 약속했다. 그때를 위해 꾸준히 체력관리를 하고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나의 10년 목표다. 나와의 작은 약속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나이가 마흔이다.

장희주(구두 디자이너, 더스티 모브 대표)

“인생의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BIG 40, WHO IS SHE?
십 년 전, 막 서른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내 나이 마흔엔 인생의 대단한 무언가를 이뤘을 거라 상상했었다. 그런데 이제 막 마흔의 문턱을 넘고 보니 마흔은 이룬 것보다 이뤄야할 것이 더 많은 나이인 듯하다.

내 꿈은 여전히 구두 디자이너다. 학창 시절, ‘구두 디자이너’란 직업조차 생소하던 그때부터 그랬고, 유명 구두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일하던 삼십대에도 내 꿈은 여전히 구두 디자이너였으며, 내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론칭한 지금도 그 꿈에는 변함이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20대의 나는 구두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삼십대의 나는 언젠가 내 이름으로 브랜드를 가진 구두 디자이너가 될 날을 꿈 꿨으며 지금의 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구두 디자이너가 되고자 발로 뛰고 또 뛴다. 내 나이 마흔, 브랜드 론칭 3년차다. 첫해는 그냥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들었고 두 번째 해에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3년째 접어들면서 매출이 쑥쑥 늘고 있다. 이제는 해외에서의 러브콜도 종종 받고 이석태, 최복호 등 국내 유수의 디자이너들이 매해 자신의 컬렉션 무대에 선보일 구두 제작을 나에게 의뢰하곤 한다.

마흔, 여전히 시작하는 사람의 설렘을 느낄 수 있는 나이다.

여성동아 2014년 3월 6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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