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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구 기자의 캐치 업

모나미 153 리미티드

탄생 50주년 맞은 국민 볼펜의 화려한 반란

글·구희언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모나미 제공

입력 2014.03.04 09:19:00

대한민국 최초의 유성 볼펜 모나미 153. 최근 탄생 50주년을 맞아 원래 가격의 70배에 달하는 한정판으로 선보인 ‘국민 볼펜’이 발매 이틀 만에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다. 없어서 못 판다는 모나미 153 한정판의 인기 비결은 뭘까.
모나미 153 리미티드
‘국민 여동생’ ‘국민 요정’ 이전에 ‘국민 볼펜’이 있었다. 사무실, 도서관, 집 구석 어딘가, 누군가의 책상에 한두 자루씩 굴러다니던 모나미 153 볼펜 말이다. 1963년 창업자 송삼석 회장이 일본 최대 문구 업체 우치다요코의 직원이 쓰던 볼펜에서 영감을 얻어 기술을 전수받아 만든 모나미 153은 잉크를 찍어 쓰는 펜밖에 없던 한국 시장에 나타난 최초의 유성 볼펜이었다.

153이라는 이름에는 여러 유래가 있다. 1) 판매 당시 가격이 15원이었고 모나미의 3번째 제품이어서, 2) 요한복음 21장에서 베드로가 예수의 지시로 낚은 물고기가 153마리인 데서, 3) 제품이 나온 해 끝자리(3)와 월일(5월 1일)을 거꾸로 적은 것 등인데 셋 다 맞는 말이다.

모나미 153의 50년간 누적 판매량은 총 36억 자루로 늘어놓으면 지구 12바퀴를 휘감을 수 있을 정도(486,000km)로 어마어마하다. ‘볼펜의 정석’ 같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하얗고 매끈한 보디, 3백원으로 끝없이 쓸 수 있다는 가격 대비 놀라운 성능은 말할 것도 없다. 한때 잉크 뭉침 현상이 있어 ‘똥’ 펜으로 불리던 흑역사도 지운 지 오래. 그런 모나미 153이 강철 심장으로 새 생명을 얻은 아이언맨처럼 메탈을 입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판매 50주년을 기념해 ‘모나미 153 리미티드 1.0 블랙’을 1만 개 한정으로 제작한 것.

많은 필기구 업체에서 스페셜 에디션, 혹은 한정판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펜을 출시했지만 모나미 153 한정판의 인기는 유난히 뜨거웠다. 핫트랙스나 알파문구를 들를 때마다 한 움큼씩 펜을 쥐고 나오는 기자에게도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인 것은 물론. 그러나 구입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판매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몰린 탓에 온라인 쇼핑몰 서버가 터져나가며 난항을 예고했고, 그나마 열린 다른 쇼핑몰에서는 물량을 맞추지 못한 판매자가 일일이 전화를 걸어 구매취소를 부탁했다. 한 문구점 주인은 “우린 구경도 못 했는데 문의전화만 엄청나게 받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발매 이틀 만에 매진된 볼펜은 현재 중고 장터에서 30만원 이상 웃돈을 주고 거래되고 있다.

이번에 모나미가 프리미엄 제품을 만든 이유는 계약서 서명 등 중요 업무용 펜이 대부분 외국산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국산 펜도 특별한 자리에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개발진의 의지. 고급 화장품이나 가방 한정판에는 눈길 한 번 안 주던 숨은 컬렉터들이 볼펜 하나에 혈안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모나미 153 가격의 수십 배에 달하는 가격(2만원)이지만 다른 제품군의 한정판보다 저렴하다는 것이 첫째 이유요, 볼펜의 시작을 모나미 153과 함께한 이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아이템이라는 것이 둘째 이유다. 황동 보디에 니켈과 크롬 도금을 해 은은한 광이 나고, 독일제 고급 심을 넣어 무게감과 중후함을 갖춘 이번 한정판은 가장 서민적인 물건이 어디까지 고급스러워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송하경 모나미 대표는 “리미티드 에디션이 발매와 동시에 폭발적 반응을 얻어 모나미 153에 대한 국민적 사랑을 재확인했다. 앞으로 모나미 153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로 성원에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아쉬운 이들을 위한 추가 생산 계획은 없을까. 본사로 요청이 쇄도했지만 아쉽게도 최초 기획한 한정판의 취지와 소장 가치를 유지하려 추가 생산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여성동아 2014년 3월 6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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