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여진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입력 2014.02.28 11:22:00
‘엄마’란 단어에서는 정겹고 포근하며 애틋한 느낌과 함께 녹록지 않은 삶의 여정도 배어난다. 여자도 번듯한 직업이 찍힌 명함이 있어야 어깨 펴고 살 수 있는 시대, ‘나는 엄마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여자가 있다. 엄마로 살아온 30여 년을 행복으로 가득 채운 정경희의 행복 다이어리.

“집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집을 보기 좋게 치장하는 것보다 따뜻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오가고, 서로를 위하다 보면 절로 온기나 나오는 것 같아요.”
그는 이사를 하면서 제일 먼저 마당에 단풍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훗날 손자 손녀가 태어나면 그네를 매달 나무인데, 그 나무를 볼 때마다 가족들은 그네는 어떤 디자인으로 만들지, 어떤 소재가 좋을지 의견을 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가 모여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따뜻한 공간을 만든다.
“나이 들기 전에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스물은 서른의 마음을 읽을 수 없고, 서른에는 마흔을 알 수 없지요. 그런 게 ‘나이 밥’이에요. 엄마도 나이 밥을 먹어야 무르익지요. 어떻게 하면 남편과 아이들이 행복해하는지를 아는 데 저도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그는 ‘좋은 엄마보다 행복한 엄마가 되자’는 마음으로 노력하며 살았다. 엄마가 행복해야 남편과 아이들도 행복하니까. 그의 행복 중 하나는 바느질이다. 그의 집에는 그가 만든 바느질·뜨개질 작품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고운 색실로 한 땀씩 수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의 주인공을 수놓아 방에 걸어두면서 자연스럽게 바늘과 친구가 됐다. 요즘 그는 프랑스 꽃수에 푹 빠져 지낸다. 천을 캔버스 삼아 꽃수를 놓다 보면 삐뚤어지기도 하고 매끈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조금 서툴러도 그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기에 그 어떤 꽃보다 고와 보인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서른 해 가까이 엄마로 살면서 생채기도 나고 좌충우돌했지만 소소한 행복을 하나씩 만들어가며, 행복 가득한 집을 완성했다. 꽃향기 가득한 그의 작품처럼.


2 남편이 만든 원목 장식장에 유럽 여행을 하면서 하나 둘씩 구입한 테이블웨어를 진열했다. 장식장 위에놓인 세라믹 오브제와 액자는 프랑스와 영국에서 구입한 것.
3 계단에 길게 내려뜨린 패브릭은 큰딸이 고3이던 해에 만들었다. 자투리 천을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연결해 그 자체가 작품이다.
4 2층 창가는 그가 만든 베개, 방석과 인형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 그만의 전시장을 만들었다.

주방은 원목 가구를 놓은 뒤 코펜하겐 리미티드 에디션 접시로 벽을 장식해 유럽의 가정집처럼 꾸몄다. 빈티지 패브릭을 레이어드해 테이블보와 매트로 연출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2 손바느질을 하고 있으면 고단한 일상도, 번잡한 마음도 잊게 된다. 수놓는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3 아들과 함께 만든 달력. 화이트 스케치북에 숫자를 쓰고 나뭇가지와 실로 하트 모양 오브제를 만들어 달았다.
4 나뭇가지를 원형으로 만들고 가운데의 코스터를 실로 연결한 정경희표 오브제.
5 마당에는 봄이 되면 진달래가 피고, 여름에는 장미가 담장을 수놓고, 가을에는 국화가 가득찬다. 하지만, 아직은 꽃이 피기 이른 봄. 아쉬운 마음을 작은 꽃 화분 몇 개로 달래고 있다.
정경희가 만든 패브릭 소품 7가지

2 데이지 수가 앙증맞은 반짇고리.
3 빈티지 느낌 물씬 나는 타원형 브로치.
4 빨간 리본으로 포인트 준 꽃다발 핀 쿠션.
5 프랑스 자수를 배울 수 있는 패브릭 교재.
6 꽃을 모티프로 만든 브로치.
7 단추와 리본으로 로맨틱하게 만든 하트 오너먼트.
여성동아 2014년 3월 6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