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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편이 제일 문제다

글·구희언 기자 | 사진·조영철 문형일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4.01.15 09:50:00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세 친구’ ‘남자 셋 여자 셋’을 연출한 김성덕 PD는 남녀 심리 파악의 귀재다. 그가 ‘네 남자친구가 제일 문제다’라는 문제적 제목의 책을 내면서 그러더라. “헐크가 다른 남자에게 화내는 건 괜찮지만 자기 여자한테까지 성질을 부리면 그 영화는 안 된다. 밖에서는 기죽어 지내다가 집에 와서 아내에게는 고자세로 돌변하는 남자는 문제 있다. 하지만 밖에서 잘나가도 집에 와서 아내에게 바보 되는 남자는 문제없다”라고. 야생스럽게 살아온 남자가 들려주는 남자의 속내. 조심하라 남자들이여, 남자의 적은 남자였다.
네 남편이 제일 문제다
남자들의 ‘배신자’가 되면서 이 책을 낸 이유는. 바야흐로 여성 시대다. 남편 넥타이를 사는 것도 아내고, 그게 좋은지 평가하는 것도 회사 여직원이다. 남자 직원이 그러면 재수 없다(웃음). 뭔가를 사는 것도 평가하는 것도 여자요, 남자는 그저 맬 뿐이다. 요즘 여자들이 왜 이렇게 기가 세고 남자를 구박하는가 싶었는데, 한 사회학자가 말하길 조선왕조 500년간 홀대받은 걸 복수 중인 거라고 하더라.

지금 기획 중인 프로그램도 여자 시청자가 타깃이라던데. ‘남자 셋 여자 셋’을 연출했더니 왜 그렇게 애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냐고 하기에 ‘세 친구’와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을 만들었다. 2014년 기획 프로그램은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드라메디(드라마+코미디)다. 30대 노처녀와 돌싱의 ‘내 짝 찾아 삼만리’를 그릴 예정이다.

모든 것을 남녀 문제로 환원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거국적인 테마인 나라가 어떻고 정치가 어떻고보다는 개인사, 그중에서도 평민의 삶에 관심이 많다. 드라마는 극한적 인간을 그리고 시트콤은 생활적 인간을 그린다. 결국 생활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시작도 끝도 남녀더라. 아침을 침대에서 시작하고 침대에서 끝난다. 침대에서 어떤 기분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부부의 행복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본능적인 문제인 셈인데, 코미디도 본능적이라는 점이 닮아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카이스트에서 예술 석사와 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이번 책도 카이스트 석사 논문을 바탕으로 했는데, 혹시 ‘석사’학위 수집 중인가.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웃음). 외국에는 시트콤 공학이라고, 변화하는 시트콤의 패턴을 공부하며 연수를 받는 과정이 있다. 이야기의 공법을 배우고 싶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하며 축약법을 배웠다. 영화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못 만들었을 정도로 축약법을 많이 쓴 프로그램이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파볼 생각으로 카이스트에서 과학저널리즘과 미래학을 공부한 게 도움이 엄청나게 됐다. 어차피 학위 따러 간 게 아니라 물리나 생물은 안 하고 내 공부만 하겠다고 했다. 원래 논문 제목은 ‘연애는 미치도록, 결혼은 과학적으로’였는데, 출판사와 작당해서 연애에 특화된 제목으로 정했다.

주변인의 연애 상담을 많이 해준다고. 방송국에 있으면 주로 보는 게 여자 작가, 탤런트, PD인데 감성 노동자들이라 감정 기복이 심하다. 냉철하지 못하거나, 혹은 너무 똑똑해서 남자에게 많이 당하는 편이다. 회의할 때 ‘저 작가가 지금 생리하고 있구나’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상대의 뇌 속까지 까놓고 얘기하기 때문에 서로의 연애 스타일도 잘 안다. 아이디어가 엉망일 때 물어보면 남자 문제일 경우가 잦았다.



연애 조언은 돌직구 스타일인가. 빨리 데리고 가서 자든지 당장 차라고 돌직구를 날린다. 연애하는 사람들은 자기 틀에 갇혀 있어서 조언해도 사실 70~80%는 안 듣는다. 그래서 “녹음하거나 적어”라고 말하곤 한다. “나중에 이대로 안 하면 후회할 거다”라면서. 그러면 얼마 안 있어 그대로 일어난다. 나는 남자가 어떤지 알고 싶으면 같이 자보라고 하는데, 함께 자는 것은 결국 온몸으로 상대와 부딪히는 것이기에 가장 빨리 밑바닥까지 상대방을 아는 방법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남자와 자는 걸 두려워한다. 남자랑 자면 손해 보는 느낌이라나. 그런 여자들에게는 “그러면 네가 위에서 하라”고 말한다.

어떤 남자친구인가. 여성 시대인 줄 아니까 여자친구 눈치를 본다.

온라인에서 ‘낮져밤이’(낮에는 져주고 밤에는 이기는 연애 스타일)라는 말이 화제던데. 그건 남자의 로망일 뿐이다. 마음만 초전박살 내겠다지, 남자는 침대에선 다 지게 돼 있다. 나폴레옹도 졌지 않나. 침대에서는 져야 한다. 요즘에는 낮에도 지니까 문제지만(웃음).

남성 시대가 그립진 않나. 그립다. 하지만 빨리 시대에 순응하는 편이다.

남성 시대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없을까. 안 돌아온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인간 세상은 원래 모계사회다. 남자는 여자를 웃겨주려는 광대이고, 여자는 음흉한 전략가다.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남자는 술 마시러 고급 살롱에 가서도 아가씨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여자들은 왜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걸까. 나쁜 남자에 대한 호감은 주로 연애할 때 나온다. TV를 환상 박스라고 하는데, 드라마에서 강동원 같은 사람이 길거리를 지나다 마음에 든 여자를 낚아채서 키스하면 멋있을진대 현실에선 성추행이다(웃음). 연애는 감정 게임이라 자연스레 나쁜 남자 쪽으로 빠진다. 연애는 하루하루 이벤트의 연속인데, 착한 남자는 그런 이벤트에 약하다. 대신 결혼하면 무던하게 잘 산다.

남자가 보기에 ‘진국’인 남자가 여자들에게 안 먹히는 이유도 그 때문인가. ‘진국’들은 결혼정보회사나 맞선업체를 통해 상대를 만나는 게 편하다. 알아서 연애하라고 하면, 연애라는 게 입에 ‘빠다’ 바르고 거짓말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잘 못하지 않나. 사실 결혼정보회사처럼 데이터를 가지고 각자에게 맞는 사람을 추천해주는 건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각자의 부모와 집안을 두 사람의 가치관보다 먼저 보니 5억원으로 기준을 잡다 4억9000만원짜리 괜찮은 남자를 놓친다. 이건 결혼정보회사에서도 절대 극복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20대 중반까지의 젊은 여자들은 진국을 잘 못 알아보고 놓치는 경우가 많다. 20대 후반부터는 진짜 흙 속 진주를 찾아야 한다.

‘오빠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로 대변되는 여자어, 남자들은 왜 이해 못 할까. 나도 남자라 잘 모른다. 진짜 모르겠다. 가장 스트레스 안 받는 방법은 남자를 애로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이거 뭐야, 저거 뭐야” 마구 물어도 애라서 그러려니 하지 않나. 남녀는 과학적으로 뇌와 언어 구조가 너무 다르다. 영어는 배워서 통역할 수 있지만 남자어, 여자어는 통역이 안 된다. 아내들이 열 받는 것 중 하나가 남편이 친구랑 늦게까지 술 마시고 왔는데, 무슨 얘기 했냐고 물어보면 ‘“별거 없었다”고 하는 거다. 여자 입장에서는 장난치나 싶고, 뭔가 숨기나 싶어 의심하는데 사실 진짜로 기억이 안 나는 거다. 가끔은 4~5시간씩 술 마시고 와서도 걔가 뭐하는 친구였나 기억이 안 날 때도 있다. 옆집에서 이사를 왔다고 가정하면 여자는 그집 사람과 5분 얘기하고도 남편과는 1시간 이야기한다. 남편 입장에서는 그 정도로 얘기를 많이 했나 싶은데, 여자는 말을 쪼개서 입체적으로 만든다. 남자는 그걸 신기하게 본다. 거기서 끝낸다. 인정한다. 그렇기에 말싸움하면 여자가 이길 수밖에 없는데, 남자가 가만히 입 다물고 있으면 왜 말 안 하느냐고 한다. 진짜 말할 게 없어서 그러는데.

네 남편이 제일 문제다
쇼핑하기 싫어하는 남자와 상생의 길을 찾는 법은. 남자는 사냥감 한 마리에 집중한다. 여자는 들판에서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열매도 보며 주변을 살핀다. 사슴은 오늘 안 잡으면 끝나지만, 열매는 바로 딸지 좀 더 놔뒀다가 익으면 먹을지 고민한다. 백화점에서도 채렵 시대부터 내려온 본능이 나온다. 남자는 직진해서 원하는 것만 산다. 여자는 물건들 위치 파악부터 하고, 사지 않을 거라도 입어보고 구경한다. 남자는 미친다. ‘뭘 저렇게 많이 구경해?’ ‘사지도 않을 건데 왜 입어봐. 사달라는 건가?’ 하며 허세와 사치로 몬다. 해결책은 일반적인 쇼핑은 남편과, 스타킹·액세서리·화장품 등 디테일한 쇼핑은 엄마나 동생 또는 친구와 하라는 것이다. 남자도 먹거리나 생필품 등 기본적인 쇼핑은 길게는 2시간까지도 한다. 이 방법의 제일 좋은 점은 자신이 사고 싶은 걸 마음대로 사도 된다는 것이다. 남자는 100만원을 주고 사도 5만원 주고 샀다고 하면 모른다. 코트 사서 걸어놓고 “작년에 산 거야” 라고 해도 모른다.

그걸 용케 알아채는 남자도 있다. 우리끼리는 그걸 사이코라고 한다(웃음). 어디나 희귀종은 있지 않나.

배우자의 ‘바람’을 어떻게 생각하나. ‘바람’과 ‘바람기’를 헷갈리면 안 된다. 여자들이 골병드는 건 바람과 바람기를 헷갈리기 때문이다. 예쁜 여자에게 눈이 돌아가는 바람기는 어느 남자에게나 있다. 그건 할 수 없다. 인정해야 한다. 내 나름의 방법은 아는 사람인 척 노골적으로 본다는 거다(웃음). 이 같은 바람기 때문에 기분 나쁘거나 질투가 나서 티격태격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람기와 달리 바람은 절대 여자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불행히도 남자가 들켰을 때는 이미 100번은 바람피운 것이다. 99번은 여자가 절대 모른다. 이렇게 들켰거나 바람의 흔적이 보인다면 반드시 족쳐야 한다. “한 번만 더 바람피우면 끝이야”가 아니라 까놓고 얘기해야 한다. 남자의 사과나 반성을 떠나 용서할 수 있느냐, 헤어질 것이냐는 자신의 기준이다.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으면 넘어가고, 계속 생각나면 그 결혼 생활은 지속하기 어렵다.

바람을 예방할 방법은 없나. 그래서 내가 자꾸 연애할 때 함께 자보라고 하는 거다. 남자는 자신과 잔 여자의 절반은 자기 여자라고 생각한다. 연애든 결혼이든 남자의 1번 습성은 숨기는 것이다. 남자는 자기 여자라 생각하고 안심하는 순간 본성을 드러낸다. 연애할 때는 정말 깊이 사귀어보고, 같이 자보고, 술을 취할 때까지 마셔봐야 그 남자의 내장까지 알 수 있다.

네 남편이 제일 문제다
부부 간 휴대전화를 보는 걸 어떻게 생각하나. 절대 안 된다. 최저 인격권이라는 게 있는데, 제일 마지막이 ‘거짓말 할 수 있는 권리’다. 휴대전화를 열어보겠다는 건 서로 뇌를 읽겠다는 건데,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한번 열어보면 계속 그렇게 하게 된다. 여자들이 우스개로 “내 것은 열어봐도 돼”라고 하는데 그것도 서로에게 별로다.

술, 도박, 게임에 빠진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도박과 주사, 도벽, 폭력 이런 건 버릇이 아니라 병이다. 병 걸린 사람과 왜 결혼하나. 그에게 필요한 건 간호사의 보살핌이지 아내의 사랑이 아니다. 연애할 때 발견하면 ‘삼진아웃’도 아니고 그냥 끝내야 한다. 경험상 이런 건 안 고쳐진다.

문제는 결혼한 사람들이겠지. 암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 헤어질 각오로 작정하고 잡아서 고쳐야 한다.

내 남자에게 문제가 있는지 체크하고 싶은데 조언을 달라. 일단 성적인 부분이 통하는지가 있는데 그건 본능적인 문제고 내 책의 두 번째, 세 번째 챕터가 그에 대한 내용을 다룬 것이다. 점수를 매겨보면 반만 맞추기도 어렵다. 60~70점 맞으면 다행이고, 30~40점 맞으면 도망갈 준비를 하라고 하는데(웃음). 3대 재앙(술·도박·폭력)을 가진 남자라면 체크리스트고 뭐고 끝내야 한다.

‘좋은 남자’란 어떤 남자일까. 굉장히 위험한 말이다. 주변에 보면 좋은 남자랑 좋은 여자가 만났는데 이혼하기도 하고, 나쁜 놈과 나쁜 년이 만났는데 잘 살기도 한다. ‘좋은 남자’보다 자신에게 ‘맞는 남자’라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결혼은 자신의 발에 맞고 편한 신발을 찾는 과정이다. 입어보고 신어보면 스스로를 알지 않나. ‘내게 잘 맞는 남자’가 최고의 남자인 셈이다.

남자에게 ‘맞는 여자’란 예쁜 여잔가. 그렇다. 하지만 늘 나는 “예쁜 여자를 만나면 예쁜 값을 치르리라…”고 말한다. 그 값을 치를 각오가 돼 있다면 예쁜 여자를 만나면 되고, 그보단 푸근하고 자신과 맞는 여자가 좋다면 미모를 양보하는 거지. 사실 남자는 여자라면 다 마음에 들어 한다.

사랑받는 아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는 엄마가 되지 말고 여자가 될 것. 남자는 여자와 결혼했고 아이는 사랑해서 나온 결과물이지, 아이를 키우고 싶어 결혼한 건 아니다. 남자는 언제까지나 여자랑 사랑하면서 살고 싶어한다. 그런데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어느새 엄마가 돼버린다. 여자가 여자임을 잊는 건 치명적이다. 그러면 결혼 빙하기로 가게 된다. 얼어버리는 건 깨지는 것보다 더 무섭다. 화장술이나 다이어트가 아니라 여성성, 여자임을 잊지 말고 살라는 것이다. 둘째는 남편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라는 것. 지는 아내가 아니라 져주는 아내가 되라는 것이다. 남편은 큰 걸 져주고, 쪼잔하다 싶은 작은 건 아내가 져주면 된다. 결혼 빙하기에 들어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깨진 건 붙여보려 노력이나 할 수 있지만, 꽁꽁 얼어버리면 답이 없다.

장소협찬·앤트러사이트 커피로스터(02-322-0009)

참고도서·네 남자친구가 제일 문제다(과학동아북스)

여성동아 2014년 1월 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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