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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알면 돈 되는 똑똑한 보험 이야기

“어려울 때일수록 보험 들어라. 기본은 실손보험과 종신보험”

글·홍수용 동아일보 기자 | 사진·REX 제공

2013. 12. 03

“보험? 엄마 친구한테 들었지.” “많으면 좋은 거 아냐?” “보험사가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데?” 수입의 상당액을 보험사에 갖다 바치면서도 정작 어떨 때 얼마나 보장받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보험 가입의 ABC, 보험금 제대로 받는 법, 그리고 현명하게 이별하는 노하우까지 당신이 보험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면 돈 되는 똑똑한 보험 이야기
7년 전 논란이 됐던 보험광고 한 편. 남편을 잃은 젊은 주부가 세차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말이 흘러나온다. “10억을 받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는 거라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주었습니다. 남편의 라이프플래너였던 이 사람. 이젠 우리 가족의 라이프플래너입니다.” 장면이 바뀌어 어린 딸은 그네를 타며 즐거워하고 라이프플래너와 주부는 마당 테이블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다.

광고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남편을 잃은 아내와 보험설계사 사이의 불륜이 연상된다며 불쾌해했다. ‘내가 죽으면 그만이지 보험을 왜 들어’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자극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가장이 갑자기 사망하거나 큰 병에 걸렸을 때 보험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다. 광고에 나온 ‘10억 보험금’은 실제 사례다. 의사였던 고객이 월 2백3만원을 내는 종신보험에 가입한 다음 날 심근경색으로 사망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것이다. 월 2백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허망하게 가장을 잃은 가족에게 보험이 힘이 돼줄 수 있다는 보험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10억원은 어렵지만 1억~2억원 정도의 비상금을 만들어둬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보험은 꼭 필요하다.

실손의료보험과 종신보험부터 들라

보험이 너무 많다. 저마다 장점을 내세우지만 내게 필요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복잡하게 생각지 말고 2가지만 생각하자. 실손의료보험과 종신보험. 보험의 기본에 가장 충실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돈을 불리는 목적을 가진 투자형 보험은 굳이 들지 않아도 된다. 단, 연금저축보험은 불안한 노후를 대비하는 취지의 상품이므로 가입을 고려해야 하지만 추후 연금 상품을 설명할 때 자세히 다루겠다.

실손의료보험은 사소한 질환부터 성인병까지 통원비와 입원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보험에 든 사람이 다치거나 질병으로 치료를 받을 때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사가 보상하는 것이다. 과거에 실손보험은 질병과 상해 치료비뿐 아니라 입원일당, 진단비 등을 한꺼번에 보장하는 특약형 상품이었다. 자기가 내야 하는 부담금의 90%까지 보장해준다. 요즘에는 이런 일체형 보험뿐 아니라 상해와 질병에 따른 입원비와 통원치료비만 보장하는 단독형 상품도 있다. 보장 범위를 본인 부담금의 80%와 90% 중 선택할 수 있다. 단독형은 특약형에 비해 보장 범위가 좁은 대신 보험료가 싸다.



다음으로 들어야 할 보험은 종신보험. ‘내가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 때문에 종신보험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보험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당신이 사망한 뒤 남은 가족은 교육비와 생활비, 빚 청산에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것이다. 그래서 종신보험이 필요하다. 또한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반드시 사망하지 않더라도 생계유지 활동을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의 장해를 당하거나 심각한 질병에 걸리는 때도 ‘경제적 사망’으로 간주해 보험금을 준다. 종신보험에 특약을 더해두면 간병비나 입원비 같은 비용을 보상받을 수도 있다.

보험 가입은 건강검진센터 고르듯 하라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비용을 대는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때 고민에 빠진다. 어떤 병원에서 받는 게 유리할까? ‘다들 이름도 복잡한 질병 검사를 수십 가지씩 해준다는데, 에잇 아무데서나 하지’ 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복잡한 일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 병원에서 안 해주는 검사가 뭘까?’를 물어보라. 아니면 하나만 콕 짚어 ‘뇌 MRI를 해주나?’ 하고 물어보라. 양질의 검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보험을 잘 고르려면 어떤 위험을 보장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내가 피하고 싶은 위험을 이 보험이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가? 이걸 따지는 게 기본이다. 돌발사고에 의한 상해, 질병에 의한 조기 사망, 의술의 발달에 따른 장기 생존 등 살아가면서 맞닥뜨릴 각종 위험에 대비하려면 관련 보험이 어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험이 무얼 보장하는지는 굳이 알고자 애쓰지 않아도 된다. 보험사나 보험설계사가 설명하지 못해 안달이니까. 가만히 있어도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설명해준다. 하지만 내가 들었거나 들려고 하는 보험이 모든 위험을 대비하지는 못한다. 보장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는 건 쉽지 않다. 보험사는 오히려 얼버무리려 하는 경향이 있다. 자사 보험의 약점을 누가 부각하려 하겠는가. 그래도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약관에는 나와 있다.

치명적질병(CI)보험이란 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실손의료보험을 보완하는 장치로 CI보험에 가입하면 실손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질병에 걸렸을 때 보상받을 수 있다. 많은 경우 간경화는 실손보험의 기본 보장 항목에 들어 있지 않지만 CI보험으로 보완할 수 있다. 우선 치명적질병보험이라는 명칭에서 ‘치명적’이란 말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만 보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생명을 덜 위협하는 질병은 보장 대상이 아니란 뜻이다. CI보험에서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질병 중 대표적인 것이 뇌졸중이다. 흔히 중풍으로 불리는 이 질병을 CI보험에선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A사의 약관을 뜯어봤다. ‘거미막하출혈, 뇌내출혈, 뇌경색의 발생으로 뇌혈액 순환의 급격한 차단이 생겨서 그 결과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언어장해, 운동실조, 마비)이 나타나는 질병으로, 신경학적 증후로 장해등급 분류표상에서 정한 수시 간호를 평생토록 받아야 할 때이며, 일과성 허혈발작, 가역적 허혈성 신경학적 결손, 외상, 뇌종양, 합병증에 의한 외출혈 및 안동맥의 폐색은 제외한다.’

약관대로라면 A사 CI보험의 보장 대상은 거미막하출혈과 뇌 안쪽에서 피가 나는 뇌내출혈,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때문에 혈액 순환이 갑자기 중단돼 영원히 말을 못 하게 되거나 움직이지 못하고 마비되는 경우가 해당된다. 다시 말해 뇌졸중에 걸려 CI보험의 보장을 받으려면 △3가지 질병(거미막하출혈, 뇌내출혈, 뇌경색)이 원인이어야 하고 △영구적으로 △말을 못 하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암을 치명적 질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CI보험에선 많은 암을 치명적이지 않다고 본다. 크기가 1.5㎜ 이하인 악성 흑색종(피부나 점막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 초기 전립선암, 피부암, 전이된 암, 상피내암, 양성 종양 등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암들이 CI보험에선 중대하지 않은 암으로 보장이 안 된다.

이처럼 CI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질병에 대한 보장을 받으려면 일반 질병보험이나 민영의료보험의 보장 내역을 꼼꼼히 살펴 해당 질병을 보장하는 상품을 골라 가입해야 한다.

알면 돈 되는 똑똑한 보험 이야기


보험금 제대로 받으려면 가입할 때 잘하라

알면 돈 되는 똑똑한 보험 이야기
사고가 났을 때 보험금 지급 여부를 놓고 소비자와 보험사 간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들을 보면 많은 경우 가입 당시 서류 작성에 문제가 있었다. 보험 가입 때 제대로 가입해야 나중에 보험금 수령 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보험 계약 때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고지(告知) 의무다.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는 말이다. 반드시 알려야 하는 것은 5년 내 질병을 앓은 사실이다. 이걸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책임이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 본인이 고지 의무를 다했어도 설계사가 중간에 전달을 못 했다면 보험금 수령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험에 들 때는 공신력 있는 자료를 우선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험설계사의 말과 상품 설명서의 내용이 다르다면 서면으로 위험이나 수익에 대한 보장 내용을 쓴 뒤 서명을 받아둬야 한다. 이런 건 사실 공식적인 서류는 아니어서 ‘이면계약’으로 볼 수 있지만 나중에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된다.

설계사가 저축성 상품을 권하면서 만기 때 수익률이 얼마 정도 된다고 구두로 약속하거나 유배당 보험 상품을 권하면서 확정 배당금으로 얼마를 지급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수익률이나 배당금은 유동적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 청약서는 반드시 자필로 서명해야 한다. 아내가 남편을 가입자로 해서 보험에 드는 등 다른 사람 명의로 보험 계약을 하면서 대충 서명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보험료만 꼬박꼬박 내고 나중에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자필로 서명을 하지 않았다면 청약일로부터 3일이 지나기 전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알면 돈 되는 똑똑한 보험 이야기
홍수용 씨는…

15년 동안 은행·증권·부동산·보험 등 경제 분야를 두루 취재했다. 주요 이슈를 남들보다 먼저 써 상도 받았지만 복잡한 경제 문제를 이야기하듯 쉽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독자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빚을 갚으려고 ‘나는 죽을 때까지 월급 받으며 살고 싶다’(레인메이커)라는 책을 최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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