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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self remodeling

8천만원으로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

스타일리스트 오미숙의 충남 서천 집에 가다

기획·한여진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입력 2013.11.29 10:15:00

평생 ‘마당 있는 집’을 꿈꾸던 서울 여자, 오미숙 씨가 충남 서천의 허름한 농가를 구입해 꿈을 이뤘다. 리모델링을 직접 진두지휘해 완성한 그의 세컨드 하우스는 방학이면 놀러 가던 시골 할머니 집과 많이 닮았다.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이 있는 따뜻하고 정겨운 그의 집을 찾았다.
8천만원으로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오미숙 씨가 충남 서천의 농가를 구입해 세컨드 하우스로 만들었다. 시골의 마당 있는 집이 로망이었던 그는 강원도, 경상도, 경기도 등 전국 방방곡곡의 집을 장장 3년에 걸쳐 알아본 끝에 충남 서천의 마당이 예쁜 농가를 구입하고 직접 리모델링해 지난여름부터 이곳에서 세컨드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어릴 때 할머니 댁에서 지내던 기억이 나이 들수록 아련하게 그리워지더라고요. 뒤돌아볼 틈도 없이 바쁘게 사는 게 미덕인 줄 알다가 한 템포 쉬어가자고 마음먹고, 바라던 마당 있는 집을 찾기 시작했답니다. 보는 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수중의 돈은 적어 딱 맞아떨어지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3년 넘게 강원도, 경상도, 경기도 등을 다니며 이상과 현실의 타협점을 찾았죠. 그 결과물이 이 집이랍니다.”

숲길을 따라 내려오면 뒤로는 대나무 숲이, 앞으로는 넓은 밭과 작은 개울이 흘러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집이 오씨의 세컨드 하우스다. 10여 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빈집이었지만 정남향 집과 푸른 대나무 숲, 동네 분위기가 좋아 처음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오래된 서까래와 툇마루가 그대로 남아 있는‘신식’한옥집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까래와 기둥을 살려서 손질하면 옛날 할머니 집같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아파트나 주택 인테리어 리모델링은 해봤어도 농가 리모델링은 처음이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말이 리모델링이지 뼈대만 놔두고 거의 집을 다시 지은 셈이거든요. 상하수도, 방수 시설, 정화조 등 기본 시설 공사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필요한 것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성격상 대충 넘어갈 수 없어 하나둘 손을 대기 시작하니 예산보다 몇 배 비용이 들어갔답니다.”

그가 예상했던 공사 비용은 1천5백만원이었지만 결과는 5천만원이 훌쩍 넘었다. 그래도 집값 2천5백만원을 포함, 8천여 만원으로 마당 있는 집을 마련했으니 대만족. 할머니네 한옥처럼 국화가 가득 핀 마당도 있고, 장작 타는 소리를 타닥타닥 내는 아궁이도 있다. 창호지 문 너머로 어슴푸레 새벽빛이 스며드는 안방과 좋아하는 바느질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작업실도 있다. 마당에서는 펌프에서 물이 콸콸 나오고, 하루 종일 햇빛이 쏟아지는 툇마루도 있다. 이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할머니 댁 추억을 풀어내듯 공간 하나하나에 추억과 이야기를 담아낼 계획이다.



농가 리모델링 A to Z

10년 동안 비어 있던 집이라 난방, 수도, 창호, 지붕, 전기 등 어디 하나 쓸 만한 것이 없었다. 돈 들어갈 곳이 하나둘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줄이기 위해 직접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특히 전기, 수도, 난방 등 기본 설비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주변에 적당한 시공팀이 없어 서울에서 함께 일하던 스태프들을 불러 공사를 진행했다. 철거를 시작으로 설비, 미장, 목공, 지붕 작업, 실내외 단장하는 데 한 달 반이 걸렸다.

흰색으로 칠한 높은 담이 예쁘긴 했지만 대나무 언덕에 둘러싸인 집 전경과 대청마루에 앉아 탁 트인 전경을 구경하고 싶어 담장을 허물었다. 집은 대청마루가 딸린 안방과 주방, 주방 옆으로 건넌방이 있는 본채, 작은방과 화장실이 있는 바깥채, 바깥채 맞은편에는 우사로 쓰던 창고가 있는 ㄷ자 구조다. 본채는 뼈대를 그대로 살리고 주방을 입식으로 바꿨다. 바깥채에는 샤워실이 있는 입식 화장실을 만들고, 창고는 방으로 개조했다. 옛 기억을 하나씩 되살리며 만들어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넉넉함과 운치가 살아 있는 고운 집 한 채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8천만원으로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
8천만원으로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
8천만원으로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
1 2 공사 전 집의 모습. 오랫동안 비워두어 여기저기 벗겨지고 무너졌지만 하얀 담장과 오래된 서까래, 기둥이 눈길을 끈다.

3 공사는 담장 철거부터 시작했다.

4 창고 천장 대들보는 서까래까지 모두 드러내고 페인트를 칠해 마무리했다.

5 벽은 황토 벽이 부식돼 가루가 날리고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었다. 지저분한 벽을 털어낸 뒤 핸디코트로 평평하게 만들고, 시멘트를 바른 뒤 화이트 페인트로 칠했다.

6 방문은 창호지를 발랐다. 햇살 좋은 날 문틀에 맞춰 창호지를 재단한 뒤 풀칠을 해 방문에 붙여 바싹 말리면 된다.

8천만원으로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


8천만원으로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
8천만원으로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
1 옛날 집의 정취를 내고 싶어 빈티지 매장에서 사온 펌프로 수돗가를 만들고 함석 통을 두었다. 펌프 안에 수도꼭지가 숨어 있는 ‘가짜’ 펌프지만 시골집 분위기 내는 데 한몫한다.

2 창고를 개조해 방으로 만들고 바느질하는 작업실로 사용 중이다. 작은 창문과 국화가 어우러져 정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3 오미숙 씨는 공사가 마무리되자마자 시골집 구입 요령부터 좌충우돌 공사 이야기, 집을 꾸미는 요령 등을 담아 책으로 발간했다.

4 논밭 사이로 난 신작로를 따라가면 비밀의 숲 같은 대나무 숲길이 나온다. 그 대나무 숲길 너머 그의 집이 있다.

5 오미숙 씨는 요즘 시골집 꾸미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할머니가 쓰시던 촌스러운 수가 놓인 커튼도, 유럽에서 물 건너온 화려한 테이블웨어도, 시골집은 무엇이든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넉넉하게 받아들인다. 마치 모든 것을 받아주던 할머니의 가슴처럼.

6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뒤뜰에는 데크를 깔아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었다. 차를 마시거나 지인들이 놀러 왔을 때 바비큐 파티를 열기 딱이다.

8천만원으로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
▲부엌은 나무 창문을 모두 떼어내고 여닫이 유리창으로 바꿔 달아 해질 무렵까지 햇살이 들어온다. 나무 기둥과 앤티크 식탁, 의자가 어우러져 한옥인 듯 북유럽의 시골집인 듯 오묘한 분위기가 난다. 나무 기둥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 유리를 짜 맞춰 넣은 창이 부엌 인테리어의 백미다.

8천만원으로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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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엌 바닥을 아궁이 높이로 돋워 입식으로 만들었다. 무너진 아궁이는 다시 쌓고 타일로 장식해 사용하고 있다. 아궁이에서 장작불이 활활 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기분이다.

2 어릴 적 어머니가 사용하던 느낌의 찬장을 부뚜막에 두고, 벽에 소반을 걸어 친정엄마의 부엌처럼 꾸몄다. 찬장 안에는 그동안 하나 둘씩 모은 빈티지 그릇과 소품을 정리해뒀다.

3 일자형 싱크대를 두고 옛날 창살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상부장 대신 선반을 달아 그릇을 조르르 올려놓았다. 천장에 레일 조명을 달아 모던한 분위기를 더했다.

4 부엌과 뒤뜰을 연결하는 문은 안쪽에 유리문을 덧달았다. 유리문을 통해 공간이 연결돼 보이고, 겨울에는 보온 효과도 있다. 유리문을 통해 보이는 아기자기한 뒤뜰 모습이 부엌을 한층 내추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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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집의 문과 창문은 똑같은 사이즈가 하나도 없다. 바닥과 벽, 천장의 수평, 수직도 잘 맞지 않는다. 기둥이나 서까래도 나무를 직선으로 다듬지 않고 원래 나무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 유니크한 느낌이 난다. 안방은 벽 한쪽을 허물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창을 만들었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창을 만들어 재미를 더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2 할머니는 벽장에 사탕과 과자를 넣어두고 손주들이 오면 하나씩 꺼내주시곤 했다. 안방에 원래 있던 벽장을 단장해 할머니의 벽장처럼 만들었다. 이곳에 바느질용품과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를 수납했다.

3 안방은 티크 장롱과 커다란 좌탁으로 빈티지하게 꾸몄다. 자개가 붙어 있는 티크 장롱은 원래 이 집에 있던 것. 그늘에 말리고 쓸고 닦아 재활용했다. 좌탁은 오래된 대청마루 나무를 구해 만든 것이라 고풍스러운 느낌이 난다.

4 친정어머니는 수놓은 옷 커버에 아버지의 양복을 보관하셨다. 댕댕 소리가 정겨운 괘종시계 옆에 알록달록 꽃수가 예쁜 옷 커버를 세팅했다.

5 건넌방은 부엌에서 불을 때는 안방과 달리 들어가는 입구에 아궁이가 있다. 구들장은 천천히 데워지고 오래가는 편이라 한겨울에도 밤새 따뜻하다.

6 창문에는 커튼 대신 수 놓은 테이블 매트를 걸어두었다. 집 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바느질 소품은 시간 날 때마다 그가 틈틈이 만든 것. 바느질은 큰 솜씨 없어도 끈기만 있으면 만들 수 있어 누구나 도전하기 좋은 취미거리다.

7 작은방은 친정어머니를 위한 공간이다. 아궁이에 군불을 때면 아랫목이 노래질 정도로 밤새 지글지글 끓는다. 어머니가 원하시던 대로 꽃무늬 벽지를 바르고 작은 앉은뱅이 책상만 두어 편안하게 꾸몄다. 이 방에는 창문 대신 책상 뒤에 뒤뜰과 연결되는 문이 나 있다. 문을 통해 보이는 작은 오솔길 풍경도 운치 있다.

8천만원으로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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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깥채 방은 매트리스와 협탁용 트렁크, 커튼과 패브릭 소품으로 로맨틱하게 꾸몄다. 하얀 커튼과 붉은 침구, 반짝이는 앤티크 트렁크가 어우러져 단칸방에 꾸민 신혼방 같다.

2 최근에 지어진 바깥채는 방과 화장실로 이뤄져 있다. 화장실과 방 사이에 나무로 만든 벤치를 두어 여유가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었다.

3 화장실은 손님들이 왔을 때 편안히 사용할 수 있도록 샤워기 두 개를 설치했다. 바닥은 블루 그레이 타일을 붙여 안정감을 더하고, 벽은 화이트와 블루, 패턴 타일을 붙여 이국적으로 꾸몄다. 집 전체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옛날 문짝을 잘라 만든 거울과 고재 선반을 달아 전통적인 느낌을 더했다.

4 화장실 한쪽에는 샤워하면서 옷을 벗고 갈아입기 편하도록 작은 서랍장과 옷걸이용 사다리를 두었다.

5 7 창고를 개조해 만든 방은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본채보다 서까래 상태가 좋아 서까래를 모두 드러내고 남쪽에 작은 창을 내 아늑한 공간을 만들었다. 빈티지 재봉틀과 틈틈이 만든 소품을 세팅했다.

6 천장의 샹들리에와 하루 종일 햇살이 들어오는 남향 창, 나무 소재 수납장 등이 어우러져 아늑해 보인다.

8 작업실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벽에는 폭이 좁은 고재로 만든 선반을 달았다. 고재 폭과 노루발 사이즈가 맞지 않아 노루발 사이에 쏙 끼워 두었다. 선반에는 테이블 매트와 직접 짠 니트 가방을 장식했다.

9 철거하면서 나온 방문 손잡이를 나무에 박아 만든 다용도 걸이에 크로셰 원단을 붙여 만든 조명을 올려 멋진 오브제를 완성했다.

여성동아 2013년 12월 6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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