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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사랑방처럼 의사는 친구처럼”

양·한방 통합 치료 김철수 원장의 동네 병원 예찬론

글·김현미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3.11.05 13:41:00

김철수 원장의 킴스패밀리의원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앞 상가 건물에서 25년째 붙박이다.
병원 이전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번번이 그의 결심을 무너뜨리는 것은 단골 환자들이었다.
25년째 한자리를 지키다 보니 병원을 제 집처럼 들락거리는 환자가 하루에만 1백여 명. 배 아프고 열이 난다며 엄마 손잡고 왔던 코흘리개가 어느새 자기 아이를 안고 올 만큼 세월이 흘러버렸다.
동네 병원 김 원장은 그렇게 송파구의 터줏대감이 됐다.
“병원은 사랑방처럼 의사는 친구처럼”


허리가 기역 자로 굽은 80대 초반의 꼬부랑 할머니는 단골 환자였다. “아이고,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늘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할머니는 누군가를 데리고 와서 “우리 노인정 할머니인데, 여기 의사 선생님이 명의라고 했더니 따라왔어”라고 하거나, 가끔 혼자 와서 이렇게 떼를 쓰기도 했다. “우리 노인정에 다리 아픈 할아버지가 있는데, 너무 아파서 올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래서 내가 대신 약을 타다 주려고 왔어.” 그런 할머니가 한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궁금하던 터에 한참 후 병원에 온 손녀에게 할머니 근황을 물었더니 넘어져서 입원했다가 퇴원 후 사흘 만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의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김 원장은 자신의 증조할머니 같던 그 꼬부랑 할머니가 세상을 모나지 않게 사셨으니 눈을 감는 순간에도 편안하게 가셨으리라 믿는다.

사랑방 손님들의 “원장님, 안녕”
병원이 안방처럼 편하다는 여성 환자는 언제나 “원장님, 안녕!” 하며 찾아온다. 그렇게 친구처럼 인사하는 사람은 그 환자뿐이어서 김철수(58) 원장은 고개를 들지 않고도 누군지 안다. 멀리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운동 하러 가기 전에 “원장님, 안녕!” 하고 찾아오는 그 환자를 보면 의사로서 흐뭇하다. 병원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나 거리끼는 마음이 있다면 병을 묵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방 같은 동네 병원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수시로 전화를 걸어 건강 상담을 하는 부부도 있다. 어디를 가든 몸에 조금만 이상이 있으면 전화를 걸어 의논한다. 다리를 삐었는데 어떻게 응급처치를 해야 할지, 계속 설사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묻는다. 얼마 전에는 부부 동반으로 외국에 나갔다 아내가 발을 접질려 걸을 수 없다며 국제전화를 걸어왔다. 한국이라면 당장 찾아오겠지만 외국이니 전화로 물을 수밖에 없을 터. 김 원장은 간단한 응급처지 요령을 알려주었다. 부부는 늘 그런 식으로 전화 상담을 하고 병이 나은 뒤에는 “김 원장 덕에 나았다”며 치켜세운다.
그러나 김 원장은 안다. 평소 주치의나 다름없이 그 부부의 건강 상태를 꾸준히 살펴왔기에 환자는 언제든 전화 상담이 가능하고 의사는 그때그때 적절한 처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는 한국에서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면, 동네 병·의원의 단골 의사를 주치의처럼 활용하라고 권한다. 주치의가 있으면 개인이나 가족의 건강에 대해 언제든지 상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 나와 가족의 건강 상태를 아주 잘 아는 의사에게 평생 건강관리를 받으며 최신 건강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더불어 동반자 같은 친구도 될 수 있는 것이 주치의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병원은 사랑방처럼 의사는 친구처럼”

친남매처럼 닮은 김철수 원장과 아내 최명애 씨.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다.



김철수 원장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과 1기로 전문의 과정을 마쳤다. 그가 당시만 해도 생소한 가정의학과를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졸업 후 고향인 경북 청도로 가서 개원을 할 계획이었다. 시골 의사는 감기부터 팔이 부러지는 외상, 고혈압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 분초를 다투는 분만과 맹장 수술까지 뭐든 할 줄 알아야 한다. 마침 세브란스병원에 가정의학과가 생겨 그는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여러 임상 과목을 두루 섭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문의 과정을 끝내고 군의관으로 근무하는 사이 음대생이었던 아내(최명애)를 만나 결혼하고 두 아들까지 얻고 나니 서울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서울에서 개원을 했다.
“첫날 환자가 74명이었어요. 차츰차츰 늘기 시작하더니 금세 하루 진료 환자 수가 3백 명이 넘더군요. 하루 종일 진료를 하면 머리가 과열돼 누워도 잠이 안 와요. 새벽 5시까지 눈이 말똥말똥하고, 잠깐 잠이 들었나 싶으면 다시 깨서 또 출근해 환자를 봤죠. 그렇게 5~6년쯤 일하니까 환자와 눈을 마주치면 현기증이 났어요. 의사가 시선을 자꾸 딴 데로 돌리니까 환자는 또 얼마나 불안했겠어요. 그러던 어느 날 차를 몰고 출근하는데 하늘이 핑 돌더군요.”
간신히 병원에 도착해 진찰을 해보니 당 수치가 꽤 높게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진료가 시작되면 물 마실 틈도 없이 바빠 수분 부족으로 요로결석이 생겼고, 등 쪽의 갈비뼈와 척추가 만나는 늑골 척추각의 통증이 너무 심해 만지기만 해도 비명이 터져나왔다. 결국 수술을 받았다. ‘의사들의 말을 잘 들으면 장수하고, 의사들의 행동을 따라 하면 일찍 죽는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조건 쉬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아내에게 당분간 병원 운영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아내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금세 지겨워질 테니 차라리 쉬면서 한의학 공부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는 1995년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과에 편입했다. 가정의학과 한의학의 결합은 절묘한 선택이었다.



“질병의 예방과 건강 유지 등 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가정의학과의 목표라면, 한의학은 사람이 가진 원기를 이용해 병을 약화시키고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죠. 이 둘을 결합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진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동안 오전에는 한의대생으로, 오후에는 개원의로 환자를 보는 이중생활을 했지만 공부가 재미있다 보니 힘든 줄도 몰랐다. 2000년 드디어 한의사 면허를 따고, 그는 국내에 2백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의사·한의사 복수 면허 의사가 됐다.

양의학과 한의학이 만났을 때

“병원은 사랑방처럼 의사는 친구처럼”


보통 의사들은 한의학에 대해 의구심과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김 원장은 한의학 하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외가에서 송아지를 타다 떨어져 팔이 부러졌다. 곧장 읍내 병원으로 가 깁스를 하고 한 달 뒤 풀었는데 팔이 일자로 굳은 듯 움직이질 않았다. 물리치료나 재활 치료의 개념도 없던 시절, 아들은 팔을 못 쓰게 될까 봐 잔뜩 주눅이 들었는데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침을 맞으면 된다며 한의원으로 데리고 갔다. 담배쌈지에서 꺼낸 작은 침, 그 침을 맞으니 신기하게도 팔이 자유롭게 움직였다. 김 원장은 “당시 부러진 팔을 고친 것은 양의학이고, 굳은 팔을 풀어준 것은 한의학”이라며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양의학적 인식의 저편에 한의학적 인식 또는 종교적·유심적 인식까지도 열어두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의학은 유추해서 미병(未病)을 치료하는 의학입니다. 미병이라는 것은 아직 병이 아니라는 것인데, 혈압기나 화학적 검사 방법이 없던 시절에는 고혈압, 고지혈증도 미병이었죠. 그것이 이미 병이 된 상태(已病), 즉 풍이 오면(뇌출혈·뇌경색)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그 전에 미병을 유추해서 이병을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현대 의학이 발달해도 ‘인식의 저편’은 있어요.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또 한의학을 통해 병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배가 아프면 당장 자극적인 것을 먹지 말라고 합니다. 자극적인 음식이라고 하면 맵고 짠 것부터 떠올리지만 한의학적으로는 다른 처방을 내리죠. 몸살 기운과 함께 배가 아프면 우리말로 배 감기, 배 몸살이라고 해요. 의학 용어로 바이러스성 위장장애인데 미국 사람들은 쉽게 ‘Stomach Flu’, 즉 배 독감에 걸렸다고 표현해요. 한의학에서는 식적유상한(食積類傷寒)이라 해서 차가운 기운이 직접 배로 들어가 음식이 몸에 쌓였다고 합니다. 알고 보면 다 같은 말이에요. 차가운 기운이 배로 들어가 병이 생겼다면 배를 따뜻하게 하는 게 우선이에요. 제일 먼저 차갑게 먹지 말고, 그다음 많이 먹지 말고, 그다음 자극적인 것을 먹지 말라는 순서가 되는 거죠.”
그러나 그는 최근 펴낸 책 ‘동네 병원 의사 김철수’(가교출판)에서 뼈아픈 오진 경험도 털어놓았다. 한 여학생이 배가 아프다고 해서 진찰을 하니 특징적인 압통 없이 몸살 기운과 복통, 설사가 함께 나타나 바이러스성 위장관염으로 보고 약을 처방했다. 하지만 그날 밤 통증을 이기지 못한 환자가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맹장이 터져 여학생의 어머니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 원장은 “맹장은 의사에게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병”이란다.

감기 몸살, 신이 내린 선물인 이유
세상에서 제일 흔한 병 감기에 대한 이해와 처방도 한의학과 양의학이 조금씩 다르다. 감기는 갑자기 찬 기운을 맞거나, 지속적인 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바이러스나 세균이 호흡기에 잠입해 생기는 병이다. ‘감기는 약을 먹으면 6일, 안 먹으면 일주일이 걸린다’는 말이 있듯이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한 감기는 일정 기간에 걸쳐 자연 치유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들은 충분한 휴식 자체가 쉽지 않아 열이 나면 해열제부터 찾는다. 과연 옳은 일일까.
“감기는 처음 3일은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심하게 앓고(양병), 뒤의 3일은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몸이 나른해지는(음병) 3양 3음을 거쳐 6일이면 한 바퀴 돌아 낫는다고 봅니다. 즉, 감기에 걸리면 첫날은 가벼운 열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주로 추운 경우가 많고, 둘째 날은 열이 많이 나고 몸살이 심해지며, 셋째 날은 발열과 오한이 겹치다 3일이 지나면 증세가 약해지면서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소화불량, 피로감 등이 3일 정도 지속되다 낫는 거죠. 그래서 경험적으로 보면 금요일에 온 환자가 그다음 목요일쯤 다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아요. 독감에 걸리면 대체로 2주일 만에 낫고, 이때 낫지 않으면 두 바퀴를 돌아 한 달 또는 두 달이 더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감기 초기 단계에서는 해열제를 쓰기보다 몸을 따뜻하게 해서 교감신경이 더 활성화되지 않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특히 등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아요.”

등의 상부 흉추 근방은 추위를 가장 먼저 느끼는 곳으로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중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등 따시고 배부르면’에서 ‘등’이 감기 퇴치의 기본이라고 한다.
“감기는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합동군사훈련이라고 보면 돼요. 전쟁이 없으면 군인은 해이해지기 쉬우니까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잖아요. 감기에 걸렸다는 것은 그동안 무리했으니 쉬어야 한다는 신호이자,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점검하고 활성화하는 기회인 거죠. 그래서 감기를 한 번씩 독하게 앓는 것도 괜찮아요.”
마지막으로 김 원장이 강조한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다.
“옛날에는 만석꾼이 빨리 죽었어요. 무공해에 유기농 음식을 먹고 미네랄 풍부한 지하수만 마셨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긴장이 없어서 그래요. 현대인이 오래 사는 것은 적당한 긴장 덕분이죠. 그러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고 오래가면 교감신경 과흥분으로 베타아밀로이드가 증가할 수 있어요. 이것이 뇌세포를 파괴해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를 기가 체한 상태(기체)라 해요. 기체가 있으면 습이 발생하고, 습이 오래되면 담으로 바뀌고, 담은 열을 발생시키고, 열은 풍을 일으키죠. 이는 뇌혈관에 문제가 생겨 뇌세포가 망가지는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 됩니다. 간혹 대학 교수도 하고 누구보다 똑똑하게 열심히 살던 사람이 갑자기 치매로 무너지는 경우가 있어요. 혈관성 치매가 잠복해 있다 어느 날 뇌세포가 죽어버린 것이죠. 너무 치열하게, 처절하게 살다 보면 뇌세포가 죽어버려요. 용쓰지 말고 사세요.”

● 양·한방 의사 김철수의 건강 100세 10계명
1 잠을 푹 자라 “죽으면 실컷 잘 텐데”라며 잠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식한 말이다. 자는 동안 면역력과 자생력이 강화된다. 자는 것도 살아 있는 것이다.
2 건강한 식사법을 실천하라 세 끼 챙겨 먹고 소식하되 가능한 한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매일 똑같은 음식만 먹으면 민감성 또는 알레르기성 체질이 될 수 있다.
3 느리게 생각하고 느리게 살아라 성질이 급한 사람은 화를 다스리지 못해 남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그 화로 자신의 장기를 태워버린다.
4 상대방을 배려하라 인간은 함께 있어야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너그러움을 베풀고 배려하는 습관이 곧 행복이다.
5 끊임없이 도전하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우울증에도 걸리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6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하라 몸이 추우면 기초 체온이 떨어진다. 기초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제일 먼저 감기에 걸리기 쉽다. 마음이 추워도 병이 난다. 마음이 춥다는 것은 여유가 없고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많다는 것이다.
7 병을 약으로만 해결하지 마라 우리 몸에 하루 1백만 개의 암세포가 생기지만 암에 쉽게 걸리지 않는 것은 ‘내 몸 안의 의사’라고 불리는 자연 치유력 덕분이다. 위벽은 5일마다, 지방 조직은 3주마다, 피부는 5주마다, 뼈는 3개월마다 새로운 조직으로 교체된다.
8 자신을 진실하게 믿어라 병이 들었어도 자신을 신뢰할 줄 아는 사람은 쉽게 털고 일어난다. 그러러면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태인지 볼 수 있어야 한다.
9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라 내면에 집중하는 것, 나를 바로 바라보는 것, 그래서 자신이 힘들어할 때 스스로 괜찮다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하는 방법이다.
10 감사하고 사랑하라 자연에 감사하고 이웃과 가족을 사랑하며 매사 즐겁게 살 줄 안다는 것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을 아는 것과 같다.

참고도서·동네 병원 의사 김철수(가교출판)

여성동아 2013년 11월 5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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