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적어도 영국 사람들은 그렇게 믿는 듯하다. 한 나라 왕실의 출산 소식에 전 세계가 들썩였다. 주인공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영국 윌리엄(31)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31) 왕세손비. 왕세손비의 출산 3주 전부터 병원 앞은 전 세계 취재진과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7월 22일(현지 시각) 영국 왕실은 이날 오후 4시 24분경 왕세손비가 런던 세인트 메리 병원 린도윙에서 남편이 곁을 지키는 가운데 몸무게 3.79kg의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고 발표했다. 결혼한 지 2년 3개월 만이었다. ‘로열 베이비’ 조지 알렉산더 루이스에게는 ‘케임브리지 조지 왕자’라는 칭호가 붙었다.
로열 베이비의 탄생에 왕실 기마포병대는 축포를 쏘았고, 사람들은 밤새 거리와 술집에서 축하연을 벌였다. 런던 시내 뉴스 전광판에는 ‘It’s a boy!’라고 속보가 떴다. 영국의 대중지 ‘더 선(The Sun)’은 7월 23일자 제호를 ‘더 선(The Son)’으로 바꿔 달았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왕위 계승 서열 3위로 뛰어올랐다. 현 영국 왕조인 윈저 왕조의 7번째 국왕에 즉위하면 영국 및 영연방과 약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에 이르는 왕실 재산을 물려받을 전망이다.
‘베이비노믹스’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로열 베이비가 4천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있다는 것. 영국 소비연구센터(CRR)는 6월 로열 베이비의 탄생으로 2억4천3백만 파운드(약 4천1백55억원)의 소비 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컨설팅 업체 브랜드 파이낸스는 로열 베이비의 탄생으로 원래 1천7백만 파운드(약 2백90억원)였던 영국 왕실의 브랜드 가치를 1천8백만 파운드(약 3백7억원)로 높이 평가했다. 아이의 탄생으로 하루 만에 1백만 파운드(약 17억원)가량 뛴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로열 베이비가 가져올 경기 부양 효과는 8억 달러(약 9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ABC 뉴스는 로열 베이비 탄생 이후 서구권에 일시적인 베이비붐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임부복부터 유아 용품 불티나게 팔려
출산 약 한 달 전인 6월 15일 버킹엄 궁전에서 포착된 케이트 미들턴의 모습.
한편 왕세손비가 아이를 낳은 분만실의 하루 숙박비는 1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익스프레스’는 부부가 묵은 런던 세인트 메리 병원 린도윙의 숙박 비용이 1박당 6천2백65 파운드(약 1천70만원)라고 보도했다. 하룻밤이 늘어날 때마다 2천2백파운드(약 3백80만원)가 추가된다. 린도윙은 세인트 메리 병원의 별관으로 개인 병실이 갖춰져 있다. 가장 저렴한 방의 숙박비가 1박에 4천9백65파운드(약 8백50만원). 미들턴 왕세손비가 묵은 곳은 방 2개로 이뤄진 개인 전용 스위트라고. 산과 전문의 상담 비용이나 마취, 수혈 비용은 별도로 청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윌리엄 왕세손을 처음으로 궁이 아닌 이곳에서 낳았고, 윌리엄 왕세손의 동생 해리 왕자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미들턴 왕세손비는 분만 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부모가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기분일 것이다. 정말 감동적이고 특별하다”며 왕실 전통과 달리 양육을 유모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모유 수유를 하며 키우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는 임부복은 펑퍼짐하고 맵시가 없다는 편견을 깨고, 몸매를 살려주는 원피스와 코트를 활용해 우아함을 강조했다. 대중적인 브랜드의 저렴한 제품을 선호해 호평받기도 했다. 그가 공식 석상에서 입은 임부복의 매출은 영국 데븐햄즈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500%나 증가했다고. 아이를 공개한 날 입은 하늘색 바탕에 흰색 도트 무늬 원피스는 과거 다이애나 비가 입은 원피스와 비슷한 느낌으로 가격은 38파운드(약 6만5천원)에 불과했다.
분만 하루 만에 부종 하나 없이 날씬한 몸매로 아이를 안고 나온 그의 모습도 화제가 됐다. 서양 여성은 체질과 환경적 차이 때문에 한국 여성에 비해 산후통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 후에도 산후조리원 같은 곳에서 산모와 아이가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서양에서는 산모가 해산 후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다면 당일이나 이튿날 바로 퇴원한다. 서양 여성들은 체질적으로 지방이 많아 추위에 강하고 체력도 좋은 데다, 골반도 동양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넓어 여러모로 출산에 유리하다. 반대로 신생아의 평균 체중은 한국 신생아보다 적어 수월한 출산에 한몫하고 있다.
한편 이번에 태어난 왕자가 실제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올해 64세인 찰스 왕세자가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왕위 계승을 기다리고 있고, 윌리엄 왕세손이 50대 후반쯤 왕위에 오른다면 이번에 태어난 왕자에게 기회가 오는 건 더 이후의 일이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61년간 권좌를 지킨 엘리자베스 2세(87) 여왕이 양위할 때가 됐다는 여론도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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