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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강성연이 더 빛나는 이유

글·구희언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13.07.16 16:58:00

17년 차 배우 강성연이 뮤지컬을 통해 연기 활동을 재개했다.
결혼 후 첫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던 그는 결혼 생활을 화제에 올릴 땐 만면에 가득 미소를 지었다.
결혼 후 강성연이 더 빛나는 이유


지난해 재즈 피아니스트 김가온과 결혼 후 잠시 연기 활동을 쉬었던 배우 강성연(37)이 올여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신고식을 치른다는 소식이 들렸다. 7월 24일 막을 올리는 창작 뮤지컬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하 ‘밥퍼’)을 통해서다. 2012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로, ‘밥퍼’ 목사로 불리는 최일도 목사와 그 아내인 김연수 시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그는 믿음과 사랑으로 남편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는 ‘김연수’ 역을 맡았다.
“작품을 고를 때 캐릭터에 몰입해서 선택하는 경우가 있고, 작품이 매력적이라 참여한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서 하는 경우도 있죠. 영화 ‘왕의 남자’가 후자였어요. 분량이나 역할 다 따졌으면 못했을 작품이에요. ‘이런 대본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아무 조건 없이 덥석 하겠다고 했는데, 뮤지컬 ‘밥퍼’도 그랬어요. 소박하지만 영양 가득한 밥상 같은 작품 자체의 매력에 끌렸죠.”

화려하지 않지만 진정성 있는 작품에 끌려
데뷔 초부터 꾸준히 뮤지컬계의 러브콜을 받아온 그였지만 뮤지컬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도 출연 제의가 있었지만 스케줄 문제로 아쉽게 거절했기에 이번엔 주저 없이 결정했다. 그는 뮤지컬 ‘밥퍼’가 뜨끈한 국밥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데뷔 초에는 1년에도 드라마를 여러 편 해서 일정에 치여 뮤지컬을 할 엄두가 안 났고, 더블 캐스팅이 흔하지 않던 때라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외곬 기질이 있거든요. 좋은 작품 많이 놓쳤죠(웃음). 결혼하고 나서도 쉬면 안 되니까 작품을 해야지 하고 생각은 해도 타성에 젖기는 싫었고, 아무 활동도 안 하자니 내면의 끼는 분출되고…. 주변에서 ‘너는 무대에서 한 번 다 쏟아내고 와야 할 것 같다’고 했는데 이 작품을 만났어요. 그전까지는 무대와 연이 닿지 않았는데 참 신기하죠.”
올해로 연기 경력 17년 차인 그는 막장 드라마에 대한 생각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세상 살면서 말이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아요. 작품에서라도 말이 되는 역을 하고 싶은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상황도 말이 안 되지만 급하게 찍어야 하니까, 어떨 때는 다음 날 자고 일어나면 어제랑 전혀 다른 캐릭터가 돼 있기도 했어요. 이 작품은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그래서 더 특별해요. ‘왕의 남자’도 처음에는 극장도 잡지 못하고 다들 ‘이걸 누가 봐’라고 했지만 결국 진심은 통했고, 큰 선물을 받았잖아요. ‘밥퍼’를 통해 진솔하고 따뜻한 에너지를 받고 있어요. 결과가 어찌됐든 인생에서 일정 부분 갈증을 해소해줄 작품 같아요.”
극 중 김연수는 최일도에 대한 사랑과 하느님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
“모든 사랑에는 고난이 있게 마련이지만 최일도 목사님과 김연수 시인의 사랑은 더 드라마틱하더라고요. 최일도가 위험에 빠졌을 때 김연수가 ‘그 사람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그게 주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그와 함께 당신을 세상에 알리겠습니다’라고 기도하는 장면이 있어요. 남편과 작품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도 그런 상황이면 김연수와 똑같은 기도를 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김연수는 사랑의 대상이 남자라는 것만 다를 뿐, 신을 섬긴다는 목적은 같아요. 남편도 만약 인생을 흔드는 여인을 만난다면 그 사랑의 빛으로 하느님을 알리는 것도 예뻐 보일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실제 최일도·김연수 부부는 대책 없이 퍼주는 남편과 깐깐한 시어머니 때문에 이혼 위기까지 겪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난해 1월 결혼한 강성연의 부부 생활과 시댁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시아버님이 목사이신데, 아닌 것을 보고도 바로 꾸짖는 게 아니라 시간을 주고 스스로 깨닫고 뉘우치도록 기다려주시더라고요. 시부모님 두 분 모두 그렇게 만드는 힘을 가진 분들이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덩달아 남편까지 존경하게 된 건 물론이고요.”
그는 “남편과 낭독 책을 내면서 함께 활동하는 영역이 생겨서 행복하다”고 했다. EBS 라디오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와 ‘詩 콘서트’를 진행하는 강성연은 지난해 겨울 남편 김가온과 태교 책 ‘꽃의 숨소리’(꽃숨)를 냈다. ‘꽃의 숨소리’는 강성연이 라디오를 진행하며 엄선한 작품과 자작 에세이를 비롯해 직접 낭독한 그림책과 남편의 피아노 연주곡이 담긴 CD 2장으로 구성돼 있다. 본문에 나온 사진은 남편이 직접 찍었다. 책을 내고 부부가 함께 무대에 서는 일도 늘었다.
“서로의 일이 동떨어지지 않아서 일과 결혼생활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저는 제가 힘들다고 하면 옆에서 ‘누가 그랬어’라고 방청객처럼 시끄럽게 표현을 많이 해주는 존재가 필요해요. 무조건 내 편을 들어줘야 되는데 남편이 그걸 잘해요. 원래 안 그런 사람이었는데 변해가더라고요.”
연애 시절 남편은 태어나서 사랑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 같았다고.
“어떤 타이밍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더라고요. 반지를 준 여자도 제가 처음이래요. 빈말이 아니고 정말 그랬을 것 같은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매사 심각하고 고뇌에 찬 사람은 아니에요. 연주할 때만 심각하고 다른 때는 자유롭고 긍정이 넘치는 사람이거든요. ‘대체 걱정이 뭐야’ 하고 물으면 ‘너 만나기 전엔 걱정이 없었다’라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그냥 제가 걱정이래요. 어디로 튈지 모르고, 길도 못 찾고, 세상 물정도 모른다고(웃음).”
자석의 양극처럼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기에 그만큼 잘 맞는 것은 아닐까.
“남편은 한 번 외출하면 최소 두 번은 다시 돌아와요. 뭔가 놓고 간 게 있어요. 처음에는 돌아온 남편에게 ‘무슨 일이야’ 했는데 이제는 ‘한 번 또 오겠지’ 생각해요. 정리해놔도 반나절이면 어지러져서 어쩔 땐 치우면서도 허무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사랑하니까 치워주고 싶죠. 항상 챙겨야 할 아들 같은 사람이에요. 남들은 저더러 청소가 취미인 여자라고 하는데, 오죽하면 시아버님이 그이 작업실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셔서 ‘이걸 성연이가 다 치운다’라며 방송에서 말씀하신 적도 있어요.”

결혼 후 강성연이 더 빛나는 이유


결혼 후 강성연이 더 빛나는 이유

배우 강성연과 재즈 피아니스트 김가온 부부.





원래 산을 좋아하지 않던 그가 등산에 취미를 붙인 것도 ‘등산 마니아’인 남편 덕이다. 남편은 등산뿐 아니라 오지 여행도 즐길 정도로 익스트림한 삶을 추구한다고. 결혼기념일을 맞아 올해 1월 6일에는 부부가 함께 한라산 등반에 나섰다.
“내가 그동안 어디 올랐더라. 도봉산, 청계산, 치악산…. ‘악’자 들어가는 산은 힘들더라고요. 연기할 때도 촬영지가 산이면 힘들어 했어요. 한번은 정동진 갔다가 주문진 해수욕장에서 산책만 하자고 해 따라나섰는데, 남편이 제 슬리퍼를 보더니 ‘컨디션 안 좋으니까 운동화로 갈아 신자’고 해요.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웃음). 가도 가도 느낌이 이상한 게 점점 돌이 보이고 경사가 높아지더라고요. 그날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공연 앞두고 컨디션 조절 때문에 안 될 것 같다’고 하고 겨우 중간에 돌아왔어요. 안 그랬으면 끝까지 올라갔겠죠. 결혼 전에 생각한 여행은 휴양지에서 즐기는 것이었는데, 그게 신혼여행부터 깨지기 시작했죠. 올여름에도 아마 험한 데 가지 않을까 싶어요.”

남편은 나와 너무나 다른 사람, 그래서 잘 맞아

그는 자신의 책에 ‘결혼이라는 약속의 울타리를 치고 다름을 조율하기로 한다’라고 썼다. 각자의 ‘다름’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물었다.
“거기에 ‘서로 다른 음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우리의 화음이 정말 좋다’라고도 썼죠. 처음에는 불협화음이 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잠시 멈추거나 계속 섞어보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상대방이 최고와 최악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때 그걸 버틸 수 있다면 쭉 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잘 싸우지는 않지만 치열하게 싸우면 감정적이고 흥분도 잘해서 늘 제가 져요. 남편은 차분하게 강의하듯 말해서 저만 모노드라마를 찍죠. 그러다 어느 순간 이게 우리의 ‘최선의 소리’ 같다는 지점이 저절로 찾아졌어요. 산을 타면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싸우게 되는데, 왜 많은 사람이 거기 중독되고 산 속에서 나를 발견한다고 말하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올라가는 도중에는 싸우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늘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해요.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언제 정상에 서서 구름을 발 아래 둘 수 있겠어요.”
결혼 2년 차 부부의 자녀 계획이 궁금해졌다. 결혼식 기자회견 당시 김가온 씨는 “결혼 후 재즈 피아노 트리오를 구성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남편이 아이를 좋아하거든요.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거면 많이 낳고 싶죠. 남편이 평소에 뭐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아닌데, 올해 초엔 ‘아이를 갖고 싶으니 작품을 쉬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이번 작품도 밤을 새우며 고되게 작업해야 하거나 지방으로 다녀야 했다면 남편도 적극적으로 하라고 밀지 않았을 거예요.”
‘꽃의 숨소리’에는 이런 구절도 나온다. ‘네가 힘차게 세상 속으로 나아갈 때 너의 뒤에서뿐 아니라 너의 옆에서 친구처럼 함께 달려주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그는 “쉼표 하나하나 거의 안 고치고 직접 쓴 책”이라며 “평범한 엄마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제 어머니는 늘 지켜보고 끌어주시고, 안 되면 되게 하는 분이셨어요. 어느 순간 머리가 굵어지면서부터 그게 성가시게 느껴졌죠. 그런데 나 잘났다고 쌩쌩 달리다 넘어져서 뒤를 돌아보곤 약해진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어요. 어릴 적에는 어머니가 ‘신’처럼 느껴졌었거든요. 제 자식에게는 처음처럼 나중에도 근사한 어머니로 남고 싶어요. 신처럼 대단한 모습이 아니라, 아이가 저를 보고 ‘우리 엄마 평범하네’라고 할지라도, 몇십 년 후에도 평범한 모습 그대로였으면 좋겠다고 기도하죠.”
그는 탈북 미녀들과 함께 하는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MC로도 활약한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2011년 채널A 개국 초 방송을 시작해 벌써 80회 가까이 방영된 인기 프로그램이다. 그는 “사실 첫 방송을 마치고는 그만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가 전혀 몰랐던 세상과 감당할 수 없는 슬픔, 분노를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게스트도 말하다가 통곡하고, 그 상태로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집에 가는 거예요. 이렇게 하다간 못 버틸 것 같아서 못 하겠다 했더니 작가가 한 달만 해보고 결정하라더군요. 한 달 하니까 마음속에서 뭔가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그만둘 수 없겠더라고요. 남희석 씨도 많은 프로그램을 했지만 이렇게 가슴 다 내놓고 하는 프로그램은 처음이래요. 지금은 세상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고,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져도 일단 한 번 들어나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가족의 소중함도 깨달았고요. 힘들지만 감사하면서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결혼 후 강성연이 더 빛나는 이유


진행자로서 탁월한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연기하는 강성연도 기다려지는 게 사실이다. 그는 “지금은 인생의 1번이 가정”이라며 드라마 복귀는 조금 더 훗날의 일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가수 보보로 활동하던 강성연의 노래를 다시 듣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 남편과 함께 음반을 기획 중이라는 그는, “글 쓰는 게 취미라 가사는 많이 써두었는데 정작 남편이 멜로디를 주지 않는다”며 웃었다.
“남편은 제 가사가 너무 오글거리고 깊대요(웃음). 여행 갔을 때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는 ‘텐트 안으로 바다를 훔쳐옵니다’라고 썼는데, 좋다고 자기 페이스북에 올려놓고는 나중에 ‘내 스타일이 아냐’ 하더라고요. 그렇게 순간의 느낌을 흘려보내지 않고 공유하죠. 그전에는 내면을 감췄는데, 보여야 할 때는 용기 있게 보여줘요. 아마도 멜로디는 이번 여름에 오지 여행 가서 쓸 생각인가 봐요.”
그는 “만약 남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부러지거나 깨졌을 것”이라며 “그를 통해 세상에 새롭게 눈뜨고 있다”고 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일을 겪으면 포기하고 싶어지는데, 그 순간 지는 것 같아요.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끈을 탁 놓아버리라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많은 분이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끝까지 끈을 놓지 않고 버티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신기루가 펼쳐지는 게 인생 같아요. 제가 그런 경험을 두 번 했는데, 데뷔하자마자 큰 사랑을 받고 굴곡 없이 연예계 생활을 한 게 첫 번째라면, 두 번째는 결혼이었어요. 만약 제가 힘들 때 완전히 끈을 놔버렸다면 이 사람이란 ‘빛’을 감지할 수 없었겠죠.”

여성동아 2013년 7월 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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