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노인의 성과 사랑을 그린 영화 ‘죽어도 좋아’가 화제가 됐다. 흔히 ‘그 나이에 하고 싶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그 나이가 되면 신체적, 환경적, 재정적 제약으로 다양한 사회 활동의 범위가 축소돼 상대적으로 성생활에 관심이 커지고, 자식들은 품을 떠나 부부만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성생활의 기회가 더 많아진다. 실제 60대 이후 성관계 빈도가 40~50대와 동일하거나 더 많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배우자가 건강해서 성관계가 지속되면 행복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무절제한 성생활이나 성매매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어느 날 70대의 단아하고 조신한 몸가짐의 할머니가 찾아와 성병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3개월 후 병이 재발했다며 다시 찾아왔다. 처음 치료할 때 할아버지도 함께 약을 먹어야 한다고 처방했는데 이상하다 싶어 캐물었다. 할머니는 처음에 성병으로 병원을 찾아온 것만으로도 창피해서 약만 받아가겠다고 하시더니 털썩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꺼냈다.
“창피해서 이런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젊었을 때 밖으로 나가 돌던 영감, 풍 맞고 쓰러져서 3년간 병수발을 들었거든. 좀 나아져 문지방 기어 나갈 만하니깐 그새 어디서 여자를 만나 병을 얻어온 거야. 그때 내가 치료를 받았는데 아직도 그 버릇을 못 버리고 또 나가니….”
말로만 듣던 ‘문지방 넘을 힘만 있어도 바람 피운다’는 바로 그 경우였다. 또 이런 중년 여성 환자를 만난 적도 있다.
“젊었을 때 자식들을 다 집에서 낳았더니 ‘아래’가 많이 늘어나 남편이 좁혀 오라 해서 이쁜이수술을 받았는데, 이젠 너무 좁고 쪼그라들어서 들어가기 힘들다고 도로 넓혀오라네.”
이런 푸념을 들으며 확장 보수 공사를 해드린 지 두 달 뒤, 그분이 캔맥주 한 상자를 들고 찾아와 “고마워요. 영감 때문에 내가 별 주책을 다 떠네” 하면서도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지 않았다. 이렇게 넓으면 좁히고, 좁으면 넓히면서까지 적극적인 부부 생활을 하는 노년은 드물다. 박수를 치고 싶다.
한 번은 폐경 후 호르몬 치료를 받던 50대 초반의 몽골 출신 여성 환자가 다시 찾아왔다. 작년에 받은 검사 결과지와 함께 메모지 한 장을 내밀며, 검사를 추가하고 싶다고 했다. 왜 추가하려는지 물었더니, 이혼 후 12세 연하의 남자친구와 사귀는데 플레이보이라서 자꾸 밖에서 병을 옮아온다는 것이다. 그동안 치료받은 성병이 임질, 클라미디아, 트리코모나스 등 무려 5가지나 됐다. 적극적인 성생활도 좋지만 이쯤 되면 걱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노년의 성, 준비하면 행복하다
폐경 후 여성 환자에게 신신당부하는 것이 있다. 갑자기 성관계를 하면 심한 통증과 함께 분비물이 나올 수 있으니, 예방 차원에서 평소 호르몬 질정이나 크림을 사용해 질벽이 위축되지 않게 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성관계 횟수에 대해 ‘연중 행사’ ‘세금 낼 때만’ ‘분기별’이라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고, 자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수고를 해야 하느냐며 시큰둥하다.
그런 중년 여성들에게 나는 이런 조언을 한다.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성욕의 차이가 크지 않고 오히려 자양강장제나 발기부전 치료제 등 몸에 좋다는 건 다 먹어서 어떻게든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그런데 여자가 이에 호응하지 않으면 남자는 바깥에서 그 욕구를 해소하려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리미리 준비해서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라는 말이다.
기대수명 1백 세를 바라보는 시대다. 평균 폐경 연령이 50세라 할 때 평생 생리하며 가임기로 사는 시간보다 폐경 뒤 호르몬의 지배를 떠나 사는 시간이 더 길다. 임신의 불안에서 해방돼 오히려 자유롭게 성생활이 가능해지는, 어찌 보면 참으로 좋은 시기다. 이때 배우자와 행복하게 지내려면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자세한 방법이 궁금한 분은 가까운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하시길….
이용주 아란태산부인과 소아과의원 원장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 15년째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직장맘이다. 지금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밤낮으로 새 생명을 받으며, 올바른 산부인과 지식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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