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아이 낳으러만 오나요](https://dimg.donga.com/egc/CDB/WOMAN/Article/20/13/07/04/201307040500010_1.jpg)
몇 년 전 노인의 성과 사랑을 그린 영화 ‘죽어도 좋아’가 화제가 됐다. 흔히 ‘그 나이에 하고 싶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그 나이가 되면 신체적, 환경적, 재정적 제약으로 다양한 사회 활동의 범위가 축소돼 상대적으로 성생활에 관심이 커지고, 자식들은 품을 떠나 부부만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성생활의 기회가 더 많아진다. 실제 60대 이후 성관계 빈도가 40~50대와 동일하거나 더 많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배우자가 건강해서 성관계가 지속되면 행복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무절제한 성생활이나 성매매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어느 날 70대의 단아하고 조신한 몸가짐의 할머니가 찾아와 성병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3개월 후 병이 재발했다며 다시 찾아왔다. 처음 치료할 때 할아버지도 함께 약을 먹어야 한다고 처방했는데 이상하다 싶어 캐물었다. 할머니는 처음에 성병으로 병원을 찾아온 것만으로도 창피해서 약만 받아가겠다고 하시더니 털썩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꺼냈다.
“창피해서 이런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젊었을 때 밖으로 나가 돌던 영감, 풍 맞고 쓰러져서 3년간 병수발을 들었거든. 좀 나아져 문지방 기어 나갈 만하니깐 그새 어디서 여자를 만나 병을 얻어온 거야. 그때 내가 치료를 받았는데 아직도 그 버릇을 못 버리고 또 나가니….”
말로만 듣던 ‘문지방 넘을 힘만 있어도 바람 피운다’는 바로 그 경우였다. 또 이런 중년 여성 환자를 만난 적도 있다.
“젊었을 때 자식들을 다 집에서 낳았더니 ‘아래’가 많이 늘어나 남편이 좁혀 오라 해서 이쁜이수술을 받았는데, 이젠 너무 좁고 쪼그라들어서 들어가기 힘들다고 도로 넓혀오라네.”
이런 푸념을 들으며 확장 보수 공사를 해드린 지 두 달 뒤, 그분이 캔맥주 한 상자를 들고 찾아와 “고마워요. 영감 때문에 내가 별 주책을 다 떠네” 하면서도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지 않았다. 이렇게 넓으면 좁히고, 좁으면 넓히면서까지 적극적인 부부 생활을 하는 노년은 드물다. 박수를 치고 싶다.
한 번은 폐경 후 호르몬 치료를 받던 50대 초반의 몽골 출신 여성 환자가 다시 찾아왔다. 작년에 받은 검사 결과지와 함께 메모지 한 장을 내밀며, 검사를 추가하고 싶다고 했다. 왜 추가하려는지 물었더니, 이혼 후 12세 연하의 남자친구와 사귀는데 플레이보이라서 자꾸 밖에서 병을 옮아온다는 것이다. 그동안 치료받은 성병이 임질, 클라미디아, 트리코모나스 등 무려 5가지나 됐다. 적극적인 성생활도 좋지만 이쯤 되면 걱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노년의 성, 준비하면 행복하다
폐경 후 여성 환자에게 신신당부하는 것이 있다. 갑자기 성관계를 하면 심한 통증과 함께 분비물이 나올 수 있으니, 예방 차원에서 평소 호르몬 질정이나 크림을 사용해 질벽이 위축되지 않게 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성관계 횟수에 대해 ‘연중 행사’ ‘세금 낼 때만’ ‘분기별’이라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고, 자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수고를 해야 하느냐며 시큰둥하다.
그런 중년 여성들에게 나는 이런 조언을 한다.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성욕의 차이가 크지 않고 오히려 자양강장제나 발기부전 치료제 등 몸에 좋다는 건 다 먹어서 어떻게든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그런데 여자가 이에 호응하지 않으면 남자는 바깥에서 그 욕구를 해소하려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리미리 준비해서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라는 말이다.
기대수명 1백 세를 바라보는 시대다. 평균 폐경 연령이 50세라 할 때 평생 생리하며 가임기로 사는 시간보다 폐경 뒤 호르몬의 지배를 떠나 사는 시간이 더 길다. 임신의 불안에서 해방돼 오히려 자유롭게 성생활이 가능해지는, 어찌 보면 참으로 좋은 시기다. 이때 배우자와 행복하게 지내려면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자세한 방법이 궁금한 분은 가까운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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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아란태산부인과 소아과의원 원장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 15년째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직장맘이다. 지금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밤낮으로 새 생명을 받으며, 올바른 산부인과 지식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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