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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세요”

‘ADHD에서 우리 아이 구하기’ 나선 김경림 씨

글·진혜린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13.06.03 17:05:00

초등학교 1학년 때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은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처방받은 약을 단 한 알도 복용하지 않은 채 중학생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주변 사람들에게 ‘생각이 깊고 어른스러운 아이’라는 칭찬을 듣는다.
그렇다면 ADHD가 자연 치료된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ADHD가 아니었던 것일까?
어쩌면 ADHD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상처 주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세요”


활동량이 많은 아이나 행동발달이 느린 아이, 혹은 엉뚱한 행동을 많이 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은 바로 ADHD다. 그 말은 교사의 ‘의심’만으로도 공포 그 자체다. 그만큼 지금까지 ADHD를 심각한 정신적 장애로 인식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교사의 통솔을 따르지 않고, 수업 시간에 산만하며, 엉뚱한 행동을 하는 아이의 경우 ADHD를 의심받는다. 하지만 단순한 말썽꾸러기로만 치부하고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낮은 자존감, 게임 중독, 학교 적응 실패, 우울증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가지게 되며 성인이 돼서도 알코올 중독이나 도박 같은 충동 조절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알려져왔다. 그래서 부모가 혼자 전전긍긍하기보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옳은 대처 방법이라고 권장됐다. 그런데 최근 ‘ADHD는 없다’라는 책을 낸 김경림 씨(46)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ADHD 진단은 주관적이다
“ADHD 검사를 받는다고 병원에 가보면 혈액 검사나 뇌 CT 촬영 등은 하지 않아요. 의사가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부모가 답변을 하는데 그 검사지의 결과를 통해 아이의 ADHD 여부가 판가름 나죠. 그런데 어떤 부모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대답할 수 있고 어떤 부모는 관대한 기준으로 대답할 수도 있어요. 만약 그 기준을 낮춰본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아예 없앤다면요? ADHD의 용어 자체가 그만큼 모호한 거죠.”
김경림 씨 또한 자신의 아들이 ADHD로 의심받고 진단을 받아 처방받은 일련의 과정에서 ADHD에 대해 그동안 모르던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ADHD 검사를 한다고 하면 객관적인 검사 도구가 있거나 의사와 아이의 긴밀한 상담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주관적인 판단으로 ADHD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더 이상 아이의 성격이나 교육 방법, 생활 환경 등과는 상관없는 신체적인 문제, 혹은 유전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하나의 ‘병’으로 분류되죠. 어느 병원에서도 신체적 검사를 하지 않으면서 신체적인 문제로 결론을 내는 거죠.”
병원에서 부모에게 건네는 질문은 ‘정신 장애의 진단과 통계 편람’이 제시하는 ADHD 진단 기준을 토대로 한다. 그 질문지는 18개 항목에 ‘전혀, 가끔, 자주, 매우 자주’를 표시하게 되는데 자주와 매우 자주가 많을수록 ADHD일 확률이 높다는 식이다. 하지만 빈도의 기준은 어디에 둬야 할까? 예를 들어 ‘공부나 숙제 등 정신적인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일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항목에서 평소 “공부나 숙제 같은 것은 신경 쓰지 마”라고 하는 부모라면 어떨까? 반대로 1학년 아이에게 선행학습으로 3, 4학년 과정을 진행하고 있을 때, 아이가 공부를 회피한다면 그것을 매우 자주라고 체크해야 할까?
그런데 부모들은 이 같은 진단을 의외로 더 쉽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은 모든 원인을 아이에게 떠넘기기 위한 것이죠. 학교에서는 아이를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는 교사가 부모에게 원인을 떠넘기고, 부모는 공부 못하는 아이를 둔 엄마로서 무능력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거죠. 아이가 이렇게 된 것은 ‘다 엄마 탓이다’가 아니라 아이가 선천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부모로선 더 마음 편하기 때문이에요.”

ADHD 치료제는 없다
선천적으로 혹은 신체적으로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 ADHD 진단을 받아들이면 아이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칠 중대한 사안을 묵인해야 한다. 바로 ADHD 약물치료제 복용이다.
“ADHD 약이라고 처방해준 것은 ‘원인을 치료하는 약’이 아닌 ‘증상을 조절하는 약’이에요.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 아이의 행동을 조절해준다는 거죠. 그래서 학교 가기 전 시간에 맞춰 먹여야 해요. 그걸 중학생이 될 때까지 5, 6년을 먹여야 하는 거죠. 치료제가 아니면 굳이 약을 먹을 필요가 없는 거 아니냐고 하니, 의사는 ‘학교 가려면 먹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요. 그러면서 약을 먹이면 모든 생물적 욕구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식욕이 저하되고 무기력해지고, 우울감이 올 수 있으며 잠을 잘 못 잘 수 있다고 했어요. 불면증이 심해지거나 메스꺼움 증세가 있을 수도 있고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니까 약효가 떨어진 저녁 시간에 많이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요.”

김경림 씨는 처방받은 약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다. 당시엔 ‘엄마로서 절대 아이에게 이런 몹쓸 약을 먹일 수 없다!’’라는 감정적인 선택이었지만 아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책을 찾아보고 정보를 모으면서 ADHD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약의 성분을 찬찬히 살펴보면, 여덟 살짜리 아이에게 도저히 먹일 수 없는 약이더라고요.”
김경림 씨의 설명에 따르면 ADHD에 처방되는 약은 일시적인 각성 효과를 내는 각성제라고 했다. 이 약들의 부작용은 다른 의약품에서도 발견되는 ‘염려’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약들이 중독 위험이 높은 마약으로 분류된 약이라고 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DHD에 처방되는 ‘메틸페니데이트’는 향정신성 의약품. ‘암페타민’ 또한 코카인과 같은 등급으로 분류되는 마약류. 물론 의학적으로 사용이 허가된 약물이지만 ‘암페타민’의 경우, 마약수사국에서 나눈 5개의 마약 등급을 기준으로 필로폰에 이은 2등급에 해당된다. 암페타민을 공정을 달리해 만들면 엑스터시가 된다. 의사들은 적정 용량을 잘 지키면 중독되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김경림 씨는 오히려 적정 용량이라면 코카인이나 아편도 아이들에게 몇 년 동안 복용시켜도 괜찮다는 거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성분을 생각한다면 증상의 정도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ADHD 약을 먹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약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거나 타인에게 끼치는 위험이 엄청나다면 먹여서라도 방지해야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우리 사회가 학교생활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마약 투여를 용인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가치 기준이 학교생활을 목숨과 같은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ADHD 어떻게 해결할까?
실제 많은 아이들은 ADHD의 경계선을 넘나든다.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며, 가끔은 엉뚱한 행동으로 교사를 당황하게 한다. 하지만 김경림 씨는 복합적인 ADHD, 즉 주의력 결핍과 과잉 행동 외의 다른 증상을 가진 아이들과 ADHD 증상만 가진 아이들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 중에는 ‘적대적 반항 장애’ ‘품행 장애’ ‘불안·우울 장애’를 겪는 아이들도 있는데, 단순한 ADHD와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시스템 안에서 아이 한 명 한 명의 내면을 들여다봐주지 못하겠죠. 많은 아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교사의 눈에는 그런 게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고요. 그렇다고 그 아이를 비정상적인 아이라고 판단하는 것에 큰 문제가 있다고 봐요. 어떤 교사는 아예 아이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더라고요.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닌데도 수업 진행에 차질이 있다고 해서 아이의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그냥 ‘문제 있는 아이’로 인식하고 배제하는 거죠. 교사의 이 같은 행동은 결국 같은 반 친구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거든요. 교사와 친구들에게 왕따가 되는 거예요.”
처음에는 김경림 씨 또한 아이를 바꿔보려고 했다. 아이는 수업 시간에 창밖만 보고, 수업에 맞는 책을 찾지도 않으며 수업 시간에 활동을 끝마치지 못했다. 이를 환경적인 변화와 함께 집에서 교육시키고 훈육시키는 과정을 통해 무엇인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아이는 더욱 주눅이 들고 자신감을 잃어갔다. 더욱이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은 뿌리 깊은 패배감과 피해의식으로 돌아왔다. 그 후 김경림 씨가 선택한 것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었다고. 그것은 학교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 자신이라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제가 부모로서 선택한 것은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는 거였어요. 아이에게 문제가 없기 때문에 반대로 그 아이를 양육한 저와 아이를 억압하는 학교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거죠. 모든 아이들이 다 똑같아야 한다는 것, 모든 아이들이 교사의 지시를 있는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을 부정한 거죠. 학교생활을 위해 아이의 존재감을 부정하고 마약을 먹여야 하는 거라면 저는 과감히 학교생활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거기에 따른 부작용은 엄청났다. 아이는 교사를 더욱 미워했고, 학교생활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하지만 적어도 엄마만큼은 아이의 편이 돼주고 싶다고 했다. 교사의 어려움을 이해는 했지만 무조건 내 자식이니까 내 자식이 옳다는 게 아니라, 다수의 아이들이 갖는 특징 속으로 자신의 아이를 구겨 넣고 실제 아이의 모습이 ‘틀린 것’으로 결론짓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그러했다면 당장은 학교생활에 적응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지속될 거라고 보장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곪은 곳은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니까.

“상처 주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세요”


“저는 아이의 육아와 교육을 여성이 담당하는 구조에서 ADHD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ADHD가 남자아이들인 거죠. 여성의 눈으로 봤을 때 남자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사실은 산만한 행동이 아닌데 여성의 잣대로 산만하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여성의 차분한 시점으로 교육받으면서 분출해야 하는 본능을 많이 억압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도 힘들고 교사도 힘들고 엄마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2, 3년만 잘 버티면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학교생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교사에게 혼나고 오는 날이면 ‘선생님한테 네가 대들면 안 된다. 억울한 일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라. 엄마가 해결해주겠다’는 식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우리 아이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아이의 의사도 당당히 대변해주었다. 모든 것은 아이의 자존감을 지켜 주기 위한 것이었고, 아이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따’ 문제만큼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결국 ADHD를 의심받은 지 2년 만에 김경림 씨는 아들을 대안학교로 전학시켰다. 그런데 전학 간 학교에서 아무도 아이를 ADHD로 의심하지 않았다. 그후 아이는 공부도 하지 않고 놀기만 했다고 한다. 가끔 친구들끼리 싸우기는 했어도, 일반 학교에서처럼 ‘동물 학대하듯 잔인한 왕따’의 모습은 아니었단다. 그렇게 3년을 내리 놀던 아이는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보통 ADHD나 왕따 문제로 대안학교를 찾는 아이들이 다시 일반 학교로 옮겨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인식됐다. 하지만 5학년때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한 아이는 자진해서 일반 학교로의 전학을 선언했다.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전학을 앞둔 몇 개월 전부터 아침부터 오후까지 학교 시간표와 비슷하게 일과표를 정하고 스스로 공부를 했다. 아이는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줬던 학교로 다시 돌아가 중학교에 진학하고, 지금은 그 누구도 ‘ADHD였을 것’이라는 의심조차 받지 않는 의젓한 학생으로 생활하고 있다.
“저희는 결국 대안학교를 선택했지만 대안학교만이 해결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진 않아요. 부모가 아이를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느냐, ‘그럴 수도 있다’라고 보느냐는 알파와 오메가 차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에게 부모는 우주나 다름없거든요.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냐 하는 것이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똑같아지는 거죠. 부모가 아이를 고치려고 하면 아이는 자신을 ‘문제 덩어리’로 인식하겠죠. 아이를 그런 부정적인 시각과 행동을 억제하는 약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처 주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세요”


여성동아 2013년 6월 5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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