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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natural life

제주에 살레와수다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한 5가족의 특별한 이야기

기획·강현숙 한여진 기자 | 사진·문형일 현일수 기자

입력 2013.05.16 13:37:00

도시에 사는 이들은 한 번쯤 제주도에 내려가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특별한 꿈을 이뤄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꾸리고 있는 이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지금 제주에서 행복한가요?
제주에 살레와수다


intro. 여행작가 이혜필이 제주에서 보내온 편지
은퇴 후 정착 위해 제주에 집 지은 박종만 이경숙 부부를 만나다


제주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벗이 늘었다. 처음 친구가 됐던 할망(내가 절친한 벗인 화가 김미열을 부르는 애칭이다)을 통해 다른 지인이 생기고 그것이 또 다른 연결고리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웃의 폭이 넓어졌다. 얼마 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대한항공 박종만(57) 기장과 부인 이경숙(57) 씨도 이런 연유로 나의 제주 지인 그룹에 합류했다. 지난해 처음 대면했을 때 이들은 제주 서켠의 저지리 마을에 집을 지을 것이라는 계획을 들려줬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집이 완성되고, 서울에서 짐을 옮겨와 새로 마련한 터에 입주했다는 소식이 바람결에 흘러왔다.
“머위도 심었어요?”
“심었어요. 근데 비실비실해요.”
“흙을 갈아서 그런 거예요. 뿌리내릴 동안은 몸살을 앓거든요. 꾸준히 물 주고 시간 좀 지나면 자리 잡을 거예요.”
“아침마다 물 주면서 ‘오늘도 기운 빠지지 말고 잘 자라라’ 주문을 외우는데…”
저지리 박 기장 집에 들어서자마자 할망과 경숙 씨는 얼마 전 할망의 집에서 옮겨 심은 머위의 안부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허브차를 마시며 머위를 이용한 레시피를 주고받느라 여념이 없다. 전원생활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여린 풀 따위를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사이의 대화 주제로 삼는 것. 요즘 경숙 씨의 관심은 온통 아직 손길이 많이 필요한 새집 단장에 가 있는 듯했다.
“장날만 되면 나가서 오늘은 무슨 나무가 나와 있나 기웃거리게 돼요. 눈에 꽃하고 나무밖에 안 보인다니까요. 채소도 이것저것 다 심고 싶은데 밭이 작아서 늘릴까 싶기도 하고…. 옆집 사람이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오늘은 또 못 보던 것이 생겼네요 해요.”
혼자 하기에 버거운 일은 남겨두었다 이 집의 공식 머슴(?)인 박 기장이 제주 집에 오는 날 하게 한다지만, 성격 급한 그가 참지 못하고 혼자 다 해치우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도 앞마당에 깔려고 실어온 디딤돌 20여 개의 자리를 잡고 까는 일을 혼자 다 해버렸다.
대화를 하는 도중 브로콜리무침, 두부부침, 파김치가 있는 소박한 밥상이 차려졌다. 깻가루를 푸짐하게 뿌려 버무린 브로콜리무침은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고 딱 적당한 식감이 입을 즐겁게 했다. 전에는 비빔국수를 뚝딱 만들어 여러 손님을 대접하더니, 화려한 찬 없이도 입에 착 감기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이 집 안주인 손맛도 어지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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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만·이경숙 부부의 집은 제주도 향취가 풍겨나는 돌담과 디딤돌, 소박하게 지은 집이 멋스럽게 조화를 이뤘다.



열심히 일한 부부에게 주어진 선물, 저지리 집
식사를 하며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저지리 집은 어떻게 지었는지 물었다. 십년감수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는 ‘내 집 짓기’에 대한 답이 어디 그리 떡하니 쉽게 나올 것이던가. 이 집 역시 그러했다. 지금 이들이 120% 만족한다고 말하는 이 집을 지니기까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진주 출신인 경숙 씨는 늘 전원생활을 동경해왔다. 아침에 눈 뜨면 창밖으로 시원한 텃밭이 보이고 거기서 가꾼 상추며 고추 같은 것으로 아침상을 차리는 풍경이 나이 들수록 깊어지는 그의 로망이었다. 충주 출신 박 기장은 어려서 시골 생활을 해보아 그것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열정이 많아 이것저것 해보겠다며 덤볐다가 금세 싫증을 내고 그만두는 아내의 성정으로 보아 이 또한 잠시 그러다 말겠거니 여겼다. 그런데 경숙 씨는 그렇지 않았다. 한번 배워보겠다고 나섰다가 5년 넘도록 열심히 실력을 다지고 있는 한국무용과 함께 전원생활의 꿈은 사그라들 줄 모르고 점점 더 뜨거워졌다. 그러다 박 기장 친구들 내외가 의기투합해 은퇴 후 함께 모여 살 동호인 주택을 짓기로 하면서 그 꿈에 불이 붙었다.
“1년 반 동안 서울 근교에 안 가본 곳이 없었어요. 하다못해 강화도 민통선 안에까지 들어갔다 왔다니까요.”
이 친구들 그룹은 강원도, 경기도 등 서울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은 곳 중심으로 집 지을 터를 물색하고 다녔다. 그런데 이곳저곳 좋은 곳은 많았지만 모두의 뜻이 들어맞기는 쉽지 않았다.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다 보니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경숙 씨는 그 그룹으로부터의 이탈을 선언하고 독자적으로 집터를 보게 됐다. 그룹에서 벗어난 부부는 영역을 넓혀 남쪽으로 내려와 집터를 보기 시작했다. 하동, 섬진강 주변, 남해 등지로 자신들의 전문(?) 분야인 항공 사진을 검토하며 꼼꼼히 연구했다. 그러다 경숙 씨는 이런 곳으로 이주하면 나중에 남편이 외로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상도 쪽은 부인의 친정 동네니까 아무래도 남편에게는 불편하겠고, 둘 중 하나가 행복하지 않다면 답이 아니다 싶었다.
그러던 중 부동산 관련 일을 하던 동생 친구가 제주도 땅을 권했을 때 그는 ‘아, 괜찮겠다’ 했다. 내외에게 공평할 뿐 아니라 바다가 있고 올레길이 있고 골프장도 많아 노년의 삶을 보내기엔 딱이다 싶었다. 하지만 이들 부부가 만족할만한 전원주택을 지니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멀었다. 신뢰했던 부동산 업자에게 속아 주택 부지로는 적합하지 않은 땅을 몇 번이나 사들이는 난관을 겪은 것이다. 경관이 수려한 땅이라고 해서 샀더니 언덕 너머에 공동묘지가 있고, 바닷가의 그림 같은 땅은 집을 지을 수조차 없는 곳이었다. 부부는 제주도 땅 사라는 권유를 받았다면, 절대로 기획부동산 업자의 말을 믿지 말고 직접 내려와서 제대로 살핀 다음 땅을 사라고 조언한다.
땅을 사려다 된통 당한 부부는 이번에는 집을 사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농가 주택이나 바닷가의 텃밭 딸린 집이 있다면 재깍 찾아가 보았다. 경숙 씨는 ‘제주에서 살기 위한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열심히 정보를 수집했다. 무용 수업 등으로 바쁜 경숙 씨를 대신해 주로 박 기장이 비행 없는 날이면 수시로 제주를 들락거렸다. 박 기장의 오랜 친구가 집을 지어 살고 있는 한림 부근이 주된 목적지였고, 한 번은 명월리의 한 주택을 계약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아무래도 마름모꼴 집 모양이 마음에 걸려서 계약을 포기하고 터덜터덜 걸어오던 박 기장에게 부인이 저지리 쪽으로 가보라는 지령을 내렸다. 어떤 사람이 그쪽도 살기 좋다는 글을 카페에 올린 것을 보고서였다.
예술인 마을을 지나 슬슬 걸어 올라오던 박 기장은 지금의 집터를 보게 됐다. 당시 제주시에서 20필지로 분양한 저지리 전원마을 부지에는 목조주택 한 채와 자그마한 벽돌집 한 채만 들어서 있고 나머지는 비어 있는 상태였다. 기웃거리며 집을 들여다보는데 목조주택에서 한 사람이 나와 차 한잔 하고 가라고 그를 불러들였다. 바로 그 집 주인이 지금의 저지리 집을 설계하고 시공까지 맡아준 건설업자 유범식 대표였다. 인연이 되려면 이렇게, 쉽게 되나 보다. 서울로 올라간 박 기장은 아내에게 그 집이 괜찮더라고 말했고, 두 사람은 함께 저지리를 찾았다.
“차를 타고 이 동네로 스윽 들어오는데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이 사람한테 말했죠. 여기다, 바로 여기야.”
성격 급한 경숙 씨,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렸고 이번에는 정답이었다. 그 뒤로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시에서 땅을 구입하고, 기상대에 문의해 강수량을 체크한 다음 시공 일정을 잡고 두 달 뒤 설계 작업에 들어갔다. 그들은 몇 번의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받은 이웃집 유 사장에게 설계와 시공의 전 과정을 의뢰했고, 이들은 보기 드물게 아귀가 잘 맞는 건축주-건축업자의 조합을 마지막까지 견지했다.



제주에 살레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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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안주인 경숙 씨의 취미는 막걸리 빚기. 햇살 좋은 날 데크의 나무 테이블에 앉아 부부가 막걸리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3 제주도 특유의 돌담을 곡선 형태로 쌓아 올려 곡선미가 아름답다.
4 대문에서 현관을 연결하는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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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컬러 벽과 내추럴한 원목 느낌의 바닥을 깔고 벽난로를 설치해 따뜻하고 정감 있게 꾸민 실내. 중간에 놓인 벽난로가 운치 있어 보인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 아까워 손주 키워주겠다 약속
저지오름을 향해 가는 말을 형상화한 설계 밑그림에서부터 전적으로 유 대표의 리드에 동조해 따르다 보니 모든 공정이 트러블 없이 척척 진행됐다. 부부가 강조한 부분은 벽난로가 중심이 되는 실내 공간과 수납공간이 충분한 실용적인 집이었는데 유 대표가 이를 잘 반영해주었다. 특히 저지오름을 바라보며 차 한잔 할 수 있는 창가의 턱을 이용한 미니 바 공간은 모두 만족해하는 이 집만의 특별한 코너가 됐다. 115.5㎡(35평) 정도의 오픈형 실내에 16.5㎡ (5평)가량의 서비스 공간인 다락. 그다지 넓지 않은 집이지만 여기에는 부부가 원했던 모든 것이 모두 담겨 있다.
박 기장은 비행 스케줄이 끝날 즈음이면 빨리 저지리 집으로 가고 싶어 안달을 한다. 이 집에 오면 어김없이 ‘머슴’으로 신분이 바뀌어 땅 파기며 장작 패기 같은 막일을 해야 하지만, 그 또한 자연과 함께하는 기분 좋은 노동이라 늘 웃는상인 그의 얼굴은 변함이 없다. 서울과 제주로 떨어져 있는 날에도 이들은 끊임없이 카카오톡으로 마당은 어떻게 꾸밀지,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의견을 주고받는다. ‘마이’ ‘수기’라는 서로의 애칭 부르기가 환갑을 앞둔 이들에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결혼 생활을 32년 했으니 지루할 만도 하죠. 그런데 이런 전환점이 주어졌으니 얼마나 좋아요. 모든 게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에요.”
경숙 씨는 요새 만나는 젊은이들에게 ‘빨리 결혼하고 빨리 (이런저런 의무로부터) 손 터는 게 노후 생활에 좋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얼마 전 서울에서 광고회사 다니는 미혼의 아들한테 한 가지 실수를 했다고 털어놓는다.
“예전엔 아들에게 아이를 낳더라도 절대로 손주는 맡길 생각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지난번에 만약 아이를 낳으면 초등학교까지는 여기서 내가 키워줄게 그랬다니까요. 이 좋은 환경이 너무 아깝잖아요.”
아무래도 경숙 씨는 제주에, 그리고 전원생활에 톡톡히 빠져든 것 같다. 얼마 전에는 함께 동호인 주택을 꿈꾸던 친구들이 저지리 집에 놀러와 며칠간 재미있게 지내다 갔다. 그리고 그에게 ‘저질리안’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렇게 성공적인 배신을 ‘저지른’ 그에게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붙여준 별명인데 마침 그가 사는 곳이 저지리라 환상적으로 운율이 딱 들어맞는 이름이 됐다.
다시 태어나도 조종사 일을 하겠다고 말하는 남편과 다시 태어나도 이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아내, 이런 확신 하나쯤 인생에서 가져야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부부가 일구어갈 제주에서의 전원생활은 쾌청한 날의 비행처럼 앞으로도 쭉 푸르를 것 같다.

제주에 살레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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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지오름을 바라보며 차 한잔 할 수 있는 창가 턱을 이용한 미니 바는 이 집의 특별한 코너.
2 소녀처럼 사랑스럽고 활달한 이경숙 씨가 사랑하는 주방. 음식 솜씨 뛰어난 그가 직접 빚은 막걸리는 그 맛이 일품이다.
3 16,5㎡(5평) 정도의 서비스 공간인 다락은 박 기장의 휴식 공간으로 창을 많이 내 햇살이 한가득 들어온다.
4 코너 벽 아래에는 키 낮은 테이블을 놓고 유채꽃을 장식했다.

이혜필 씨는…
여행작가로 ‘그 도시가 내 삶에 들어왔다, 교토’ ‘제주에서 행복해졌다’를 썼다. 제주에 정착해서 살기 위해 집을 짓고 있는 중이다.

글·이혜필 여행작가

case 1. 게스트하우스 함피디네 돌집 운영하는 함주현·최정은 부부
“제주도 돌집에서 제주 자연 만끽하며 살아요”

서울에서 방송 PD로, 다시 공무원으로 직업을 바꿔 일하던 남편과 방송 PD 출신 아내는 쳇바퀴 돌 듯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일상과 변함없는 하루하루에 답답함을 느꼈다. 남들에게는 안정적인 삶처럼 보였지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 부부는 제주도에 내려와 제2의 삶을 꾸리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함피디네 돌집’을 운영하는 함주현(37)·최정은(33) 부부가 그 주인공.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자리한 그들의 돌집에 가면 세 살배기 딸아이 선율이의 웃음이 넘쳐난다.
부부가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는 무척 단순하다. 둘 다 추위를 많이 타 제주도에서 살면 따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결혼 초반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를 했는데 그때 받은 제주도의 좋은 기운도 정착지로 정하는 데 한몫했다. 제주도에 정착하기로 한 뒤 먼저 한 일은 땅 구입. 부동산을 통해 땅을 알아보다 맘에 드는 땅을 발견하자마자 내려와 2시간 만에 땅을 샀다. 남들은 수십 군데 땅을 보고 이리저리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부는 운 좋게 딱 한 번 만에 마음에 쏙 드는 땅을 찾았다. 3년 전 구입할 당시에는 시세가 지금처럼 오르지 않아 비용 부담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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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주도 전통 돌집 형태로 눈길을 끄는 게스트하우스 전경. 제주도 특유의 돌담이 집을 따스하게 감싸고 있다.
2 제주도 생활 3년 차에 접어든 함주현·최정은 부부와 귀염둥이 선율이.

제주도 전통 돌집 형태 살린 아름다운 인테리어가 매력
부부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안거리(안채), 밖거리(바깥채) 등 세 채의 돌집이 ㄷ자 형태로 돼 있고 마당에 잔디가 깔려 있다. 제주도 특유의 돌담이 집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고 유채꽃·민들레 등 다양한 꽃이 향기를 뿜어낸다. 카페처럼 꾸민 돌집 창에서 보면 바로 눈앞에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진다.
제주도 전통 농가 주택인 돌집을 보고 한눈에 반한 부부는 최대한 돌집의 형태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공사를 위해 동네 인테리어 업자부터 목수까지 10여 명이나 만나 상담했지만 생각이 통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제주시에 사는 시공업자는 돌집에 깊은 애정을 담아 부부의 맘에 쏙 드는 집을 만들어줬다.
제주도 전통 돌집의 형태는 그대로 살리되, 실내는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여행객들이 편하게 묵을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꾸몄다. 짙은 원목 바닥을 깔고, 원목 테이블과 장식장 등 가구는 모두 원목을 선택해 내추럴한 느낌을 더했다. 이 집의 백미는 각기 다른 제주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창으로, 집 안 곳곳에 다양한 크기의 창을 내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집 안에서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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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집 3개가 ㄷ자 형태로 돼 있으며 중간에 네모반듯한 잔디가 깔려 있다. 잔디 위로 따사로운 햇살이 한가득 들어와 일광욕 즐기기에 제격!
2 집 뒷마당에는 형형색색의 꽃을 심어 작은 화원을 꾸며놓았다.
3 노란 유채꽃이 가득한 집은 선율이에게 자연 학습장이다.
4 카페처럼 꾸민 돌집 밖에는 원목으로 테라스를 만들고 의자와 테이블을 놓았다. 의자에 앉으면 돌담 너머로 예쁜 빛깔의 제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1백 년 세월을 간직한 돌집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
제주도에 터를 잡은 지 햇수로 3년. 백일이 지나자마자 제주도에 내려온 선율이는 제주도의 흙을 밟고 바람을 맞으며 제주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강하게 자라고 있다. 도심 아이들이 일명 ‘학원 뺑뺑이’를 다니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습이 싫었던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런 의미에서 제주는 선율이에게 최상의 환경이자 자연 학습장이다. 아기 때 흙을 먹고 장염에 걸린 것을 제외하고는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이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신기하게도 선율이는 육지에 가면 감기에 걸려 고생하지만, 제주에 오면 감기가 뚝 떨어진다. 집 밖에 나가면 그림 같은 바다가 펼쳐지고, 온갖 꽃과 식물이 친구처럼 인사하는 제주에서 선율이는 맑은 심성과 풍부한 감성을 가진 아이로 자라고 있다. 특히 돌집은 동네 꼬맹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돌집에 놀러 오는 언니 오빠와 함께 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성도 키워진다.
함씨 부부는 제주의 삶 역시 일상에 안주하다 보면 공간만 달라졌을 뿐 도심의 삶과 달라질 게 없다고 말한다. 일 외에 제주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을 하거나, 자신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일에 관심을 쏟아야 활력 있는 삶을 꾸릴 수 있다는 것. 함씨 역시 게스트하우스 일을 하며 틈틈이 제주도 해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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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집 마당은 선율이의 전용 운동장이다. 틈날 때마다 엄마 아빠와 야구를 하고 장난감 말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2 돌집 문을 열면 커다란 창을 통해 싱그러운 제주 바다가 바로 보인다.
3 아름다운 풍광의 제주는 아이를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선율이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고 밝게 자라고 있다.
4 돌집의 마스코트인 선율이. 여름이면 햇볕에 까맣게 그을려 ‘깜장콩’이라 불린다.
5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한 투숙객들이 간단히 요기를 하거나 부부가 휴식을 취하는 카페 공간. 한쪽 벽에 원목으로 책장을 짜넣고, 중간에 다양한 컬러가 섞인 원목 테이블을 놓아 내추럴하게 꾸몄다.
6 심플하게 꾸민 실내. 작은 창을 통해 돌담과 유채꽃 등 제주 특유의 풍경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7 돌집 안에는 다양한 크기의 창이 있어 계절 변화에 따라 그림처럼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을 볼 수 있다.

case 2.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 제주에 정착한 이래홍·김진희 부부
“아이에게 제주 자연을 선물했어요”

제주도 서남단에 위치한 모슬포는 제주에서 가장 큰 항구로 한라산이 한눈에 보이고, 어디에서나 푸른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제주도 이주 3년 차 이래홍(36)·김진희(34) 부부는 모슬포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다섯 살배기 아들 로운이와 함께 행복한 제주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결혼하고 제주에 오기 전까지 주말부부로 살았어요. 저는 경기도 이천, 남편은 고양시에 회사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맞벌이를 해야 해 로운이는 강원도 강릉에 있는 언니가 돌봐줬고요. 더 이상은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제주 이주를 결심했답니다.”
부부는 제주에 대한 큰 환상 없이 제주행을 결정했다. 남들이 말하는 ‘꿈과 희망, 자유의 섬 제주’가 아니라 단지 세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곳이었던 것. 김씨는 서울살이를 하면서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제주로 여행을 왔는데, 오면 항상 좋은 기운이 느껴졌던 기억이 있어 제주를 선택했다. 남편은 제주에 여행 한 번 와본 적 없었지만 아내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 아내가 제주 이주를 결심하자마자 남편은 제주에 취업할 회사를 알아보고 입사했다. 아내는 그동안 정착할 장소를 물색했다. 6개월 만에 서귀포 모슬포에 위치한 작은 농가를 구하고 두 달간 공사를 마친 후 재작년 여름에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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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운이는 푸른 잔디가 깔린 마당에서 뛰어놀 때가 가장 신난다.
2 제주의 거센 비바람으로부터 집을 지켜주는 돌담은 로운이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다.
3 낡고 오래된 시골집을 리모델링해 만든 로운이네 집. 바깥채는 로운이네 세 식구가 살고, 안채는 게스트하우스로, 우사는 카페로 만들었다. 푸른 잔디밭은 로운이의 놀이터이자 이 집을 찾는 여행자들의 쉼터다.

가족이 함께해 더욱 즐거운 제주살이
제주살이 3년째인 부부는 제주가 좋은 이유로 ‘가족과 함께할 수 있어서’를 꼽았다. 아침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마당에서 아이와 함께 뛰어놀고, 저녁이 되면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서로 조잘거리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이 제주가 좋은 이유다. 서울에서는 월급을 모아 아파트를 사고 큰 자동차로 바꾸고 아이에게 좋은 장난감을 사주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과 아내로 남편으로, 엄마로 아빠로 보내는 행복을 알게 됐다. 주말부부로 지내면서 ‘행복한 내일을 위해 참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는데, 그 내일이 바로 지금인 것. 물론 제주 생활에 행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크면서 교육 문제가 신경 쓰이고, 부부의 선택으로 인해 아이가 누릴 수 있는 것을 못 누리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남들보다 뒤처진 삶을 살고 있진 않은지 고민될 때도 있다. 하지만 제주 자연 속에서 남다른 감성을 갖게 된 아이를 보고 있으면 뿌듯한 기분이 든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느끼며 자란 아이는 남들과 다른 눈과 마음을 가졌다. 반달을 보고는 “엄마 달님이 찢어졌어” 하며 반창고를 붙여주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는 마당의 흙은 달콤할 것 같다”며 맛보기도 한다. 이런 아이의 표현을 모아 5월 한 달간 산방산에 위치한 레이지박스 카페(064-792-1254)에서 캘리그래피 전시를 열 계획이다. 부부는 하루가 다르게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제주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부부도 아이처럼 마음으로 제주를 보고 느끼며 ‘놀멍, 쉬멍’ 제주 생활을 즐길 예정이다.

제주에 살레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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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이들을 위한 쉼터. 햇살 좋은 날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 절로 행복해진다. 돌집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해 제주 느낌이 물씬 난다.
2 집 뒤의 산방산은 구름 낀 날에는 아이스크림 컵 같고,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날에는 말 엉덩이 같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처럼 보인다. 변화무쌍한 제주의 날씨만큼 집 주변 풍경은 매일 다른 얼굴을 만들어낸다.
3 5 아내는 집 한 칸을 꾸며 게스트하우스 ‘루시드봉봉’을 운영하고 있다. 가구는 친구가 서울에서 원목으로 만들어 보내준 것.
6 7 요즘 로운이의 저녁 일과는 지난 주말 엄마 아빠와 함께 심은 꽃에 물을 주는 것. 꽃에 물을 주면 꽃이 ‘안녕, 고마워’ 하고 방긋 웃는다고 말하는 로운이.

★ 제주 아이 이로운의 반짝반짝 빛나는 말말말

반달에게 반창고 붙여주던 날
어느 날 밤하늘을 보던 녀석이. 마구 웁니다.
“엄마! 달이 찢어져서 너무 아프겠어요.”
보름달에 익숙한 녀석은 그날 밤 아빠 품에 안겨 엉엉 울다가
결국 반창고를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향해 살짜쿵 붙여주었습니다.
다섯 살 아이만 할 수 있는 상상!
녀석의 특권 아닐까요?

마당은 무슨 맛일까?
깔끔쟁이 녀석이 하루는 마당에 있는 흙을 먹고 있기에 흙을 왜 먹느냐며
혼냈더니 녀석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엄마! 나는 마당이 어떤 맛인지 궁금해요!
내가 매일 아빠랑 자전거 타고 달리기해서 흙이 사탕처럼 달콤할 것 같아요.”
순간 녀석에게 어찌나 미안한지.
흙이 아닌 마당이 어떤 맛인지 궁금한 녀석.
녀석에게 마당을 밟으며 자랄 수 있는 집을 선물한 것이 제주 이주의 큰 수확이 아닌가 싶어요.

부화의 재해석
녀석의 통통한 종아리를 보며 장난기가 발동해
“우리 로운이 종아리에 알이 생겼네? 엄마가 풀어줘야겠다.”
순간 녀석이 정색하며 말합니다.
“안 돼요! 그러면 제 종아리에서 새끼가 태어나요.
나는 아직 어린이인데 새끼 태어나면 돌봐줄 수 없어요!”
아빠가 설명해준 ‘부화’,
통통한 녀석의 종아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줬네요.

형제섬의 재발견
집 근처 사계 바다에서 유명한 형제섬을 보던 녀석이 말합니다.
“엄마! 형제섬이 산방산이랑 단산이랑 친구처럼 같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제법 그럴싸합니다.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
제주에서 몇 개월 동안 함께 지내던 동생이 서울로 가던 날 아침.
정든 이모와 이별해야 하는 녀석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아
“로운아, 이모가 우리 집 또 놀러 올 거야. 슬퍼하지 마.”
“엄마! 나는 괜찮아요. 왜냐면 이모랑 약속했어요.
우리 집 돌담에 후~ 불면 날아가는 꽃 있잖아요.
그 꽃이 다시 필 때 이모가 오기로 했어요.
아빠가 약속은 지키는 거라 했으니 이모는 꽃과 함께 올 거예요.”
후~ 불면 날아가는 꽃은 바로 민들레입니다.
녀석은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다섯 살짜리 녀석이 참으로 대견스러운 아침입니다.

복잡한 시제
아침에 일어나면 녀석은 큰 소리로 외칩니다.
“잘 잤다! 내일이다!”
“로운아, 내일이 아니고 오늘이야.”
“아니에요. 아빠가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라고 했어요.”
“그럼 오늘은 언제야?”
“오늘이요? 그건 어제인데? 이상하다?”
한참을 생각하던 녀석이 씨익 웃으며 말합니다.
“엄마! 어른이 되면 오늘이 와요. 왜냐면 잠이 너무 많아서 오늘이 오기 전에 코오 잠들어요.”
억지스럽게 알려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녀석에게 내일은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 같은 마법의 약이거든요.


제주에 살레와수다


1 로운이의 가장 친한 친구는 엄마와 아빠다. 엄마 아빠는 로운이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남다른 로운이의 반짝이는 생각과 감성에 놀라기도 하고, 로운이에게 세상의 이치를 배우기도 한다.
2 엄마 아빠랑 마당에서 뛰어놀다 갑자기 시무룩해진 로운이. 엄마와 아빠는 그런 로운이를 다그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제주에서 살면서 가장 큰 변화는 아이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case 3. 레스토랑 샐러드앤미미 오너셰프 정희경 씨
“청정 자연 제주에서 건강요리 만들어요”

유기농과 친환경으로 재배한 채소를 이용해 요리를 만든 서울 청담동의 슬로푸드 레스토랑 ‘샐러드앤미미’가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로 자리를 옮겼다. 1년 4개월 전 제주에 내려온 오너셰프 정희경 대표는 뉴욕과 홍콩에서 영화와 드라마 기획자로 일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오랜 외국 생활로 인해 2005년 처음 제주를 방문했던 그는 제주 감귤 창고의 색다른 매력에 푹 빠졌다. 빈티지하면서 예쁜 감귤 창고를 보고 이곳에서 어떤 것이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을 통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유수암리에 자리한 감귤 창고를 알게 됐고, 외관은 살리되 내부를 싹 개조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던 가구를 그대로 가져와 빈티지함과 모던함이 조화를 이루도록 실내를 꾸몄다. 카페 문을 열고 나가면 감귤나무는 물론 푸르른 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서울에서 살 때는 공기가 안 좋거나 각박하다는 생각이 드는 등 문득문득 답답한 기분이 들었는데, 제주에서는 공기가 싱그럽고 경치가 아름다워 기분까지 좋아진다.

제주에 살레와수다


제주에 살레와수다


1 샐러드앤미미의 마스코트인 풍산개 미경이와 함께한 정희경 대표.
2 감귤 농장에 둘러싸인 빈티지한 분위기의 레스토랑 모습.

청정 자연이 선사하는 건강한 즐거움
제주는 청정 자연답게 신선한 재료가 넘쳐난다. 서울에서는 채소는 물론 쌀과 밀가루 등 거의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 사용했고 그에 맞는 가격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제주는 워낙 청정 지역이라 유기농 재료 사용이 장점이 되지 않았다. 시행착오 끝에 가격을 30% 정도 내리고, 농약과 직접 닿는 채소·과일·버섯 등은 유기농을 쓰고 쌀과 밀가루는 일반 제품을 사용해 요리한다.
“제주산 풍부한 먹거리 덕분에 요리 재료도 서울과 달라졌어요. 흙돼지고기, 딱새우, 감귤 등 제주의 향취가 풍기는 재료를 사용해 요리에 제주가 담기도록 애쓰지요. 특히 싱싱한 채소가 가득한 샐러드피자는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랍니다.”
정 대표는 요즘 핑크빛 미래를 기대하며 제주에 내려오려는 사람들에게 환상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제주의 자연은 아름답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제주에서의 삶이 반드시 아름답지만은 않기 때문. 그 역시 처음 1년간은 어려움이 많았고 이 과정에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제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갖고 충분히 공부한 뒤 내려와야 실패 확률이 적다. 예를 들어 제주는 월세 개념이 아닌 연세 개념이다. 매달 임대료를 지불하는 게 아니라, 1년 단위로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며 보증금도 있다. 이런 제주 특유의 상황을 알고, 어떻게 살고 제주에서 무엇을 하고 살지 충분히 고민한 뒤 내려와야 행복한 제주살이가 될 수 있는 것.
정 대표는 제주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뜬구름 잡는 청사진이 아닌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멘토가 되면서, 샐러드앤미미가 제주 동서남북에 하나씩 자리 잡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제주에 살레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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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귤 창고 내부를 개조해 빈티지하면서 모던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으로 꾸몄다. 가구는 청담동 ‘샐러드앤미미’에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2 샐러드앤미미의 대표 메뉴인 샐러드피자. 샐러드를 맛있게 먹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다 개발한 메뉴로 직접 만든 치즈를 사용한다.
3 제주 감귤로 만든 감귤차는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부 미용에도 그만이다.
4 레스토랑에 앉아 창밖을 보면 푸른 자연과 제주 특유의 돌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5 유기농과 친환경으로 재배한 채소를 기본으로 슬로푸드 요리를 만드는 샐러드앤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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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키를 훌쩍 넘는 나무와 높은 하늘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 모습.



case 4. 제주 맛에 반한 최소피아 씨
”제주 제철 재료로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이 발로 밟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제주의 길 위에서 어떤 이는 삶의 의미를 깨닫고 어떤 이는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최소피아(63) 씨는 제주의 길 위에서 위안을 받고 제주에 정착한 지 10년 됐다. 10년 전 미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와 여행을 온 제주도에서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을 느끼고, 바로 그날 서귀포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집을 구입했다. 마당에 잡초가 무성하고 건물만 덩그러니 있던 곳을 10년 동안 나무와 꽃을 심고 잔디를 가꿔 드라마 속 별장처럼 꾸몄다. 그는 요즘 제주 제철 재료로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집을 가꾸고 나니 제주 음식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식재료 맛을 그대로 살려 담백한 맛이 나는 제주 음식은 처음에는 심심한 듯하지만 먹을수록 깊은 맛이 나요. 요즘 최고의 즐거움은 얼마 전 제주로 이사 온 아들 내외, 손자와 마당에 둘러앉아 제가 만든 음식을 함께 먹는 거예요. 제철을 만난 고사리로 피클을 담그고,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인 제주 배추로는 샐러드를 만들고, 흑돼지로는 수육을, 제주에서만 잡히는 황게로 장을 담가 상을 차려면 제주 맛과 향이 가득한 상차림이 완성되죠.”
제주 전통 음식은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린 자연식이 주를 이룬다. 제주 여자들은 밭일이나 물질을 해야 해서 음식에는 신경 쓸 여유 없이 빠르게 음식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리 방법이 단순해진 것. 최씨는 “제주의 채소와 해산물 등 식재료가 신선하고 맛있기 때문에 손을 많이 대지 않아도 깊은 맛이 난다”며 “자연의 맛을 살린 제주 음식은 그야말로 건강식”이라 말한다.
사계절 내내 바다에서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이 나고 밭에는 아삭한 채소가 가득하지만, 봄이야말로 제주의 먹거리가 풍성한 때다. 제주의 참맛을 알게 된 뒤 제주에 대한 사랑이 더욱 커졌다는 그는 무심한 듯, 꾸미지 않은 듯 멋이 나는 제주의 먹거리는 제주 자연과 제주 사람들과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제주에 살레와수다


제주에 살레와수다


1 차를 즐겨 마시는 최소피아 씨는 집 마당 한쪽에 차밭을 가꾸고 찻잎을 직접 덖어 차를 만든다.
2 마당 그네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며느리 송은아(33) 씨와 손자 민준(3)이.
3 지인들을 초대해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 즐겁다는 그는 다이닝룸에 12인용 식탁을 마련했다.
4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날이나, 빗방울이 나뭇잎에 똑똑 떨어지는 날이나,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이나 일 년 3백65일 거실 창으로 보이는 모습은 모두 그림이다.
5 음식을 차리면 식탁이 되고, 책을 읽으며 서재가 되고, 음악을 들으면 카페가 되기도 하는 멀티플레이어 평상.

Jeju recipes
배추샐러드

제주에 살레와수다


준비재료
알배추 3통, 빨강 파프리카 ⅓개, 드레싱(토마토 5개, 파인애플 1개, 식초 2큰술, 레몬즙 1큰술, 설탕·소금 약간씩)
만들기
1 배추는 잎을 떼어내 큼직하게 자르고 파프리카는 채썬다.
2 그릇에 배추와 파프리카를 담고 분량의 재료를 믹서에 갈아 만든 드레싱을 뿌린다.








고사리피클

제주에 살레와수다


준비재료
고사리 100g, 절임물(간장·설탕·식초·매실청 1큰씩, 레몬즙 1작은술)
만들기
1 고사리는 끓는 물에 삶아 2시간 정도 건조한다.
2 소독한 밀폐용기에 고사리와 절임물 재료를 넣어 4일 정도 숙성한 뒤 먹는다.







쑥전

제주에 살레와수다


준비재료쑥·부침가루 100g씩, 마른 치자·달걀 1개씩, 물 ½컵, 소금 약간, 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쑥은 뜨거운 물에 살짝 넣었다 빼 믹서에 간다.
2 마른 치자는 껍질을 까서 알맹이만 물에 우린다.
3 부침가루와 쑥, 달걀, 치자물, 소금을 섞어 반죽한다.
4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한 숟가락씩 떠 넣어 노릇하게 부친다.



돼지고기수육

제주에 살레와수다


준비재료흑돼지고기 오겹살 300g, 간장 2컵, 물엿 1컵, 통후추 3~4알, 청주 ½컵, 다시마(10×10cm) 1장, 표고버섯 3개, 물 6컵, 양파 2½개, 배추잎 5~6장, 부추 약간, 드레싱(매실청·간장·식초·설탕 1큰술씩)
만들기
1 흑돼지고기는 찬물에 2시간 정도 담가 핏물을 뺀다.
2 냄비에 간장, 물엿, 통후추, 청주, 다시마, 표고버섯을 넣고 약한 불에서 5시간 정도 끓인 뒤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건진다.
3 ②에 돼지고기를 넣고 센 불에서 끓이다 끓기 시작하면 20분 정도 끓인 다음 불을 끄고 뚜껑을 닫은 채로 3시간 정도 식힌다.
4 양파와 배춧잎은 채썰고, 부추는 5cm 길이로 자른다.
5 돼지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채소를 곁들이고 드레싱을 수육과 채소에 뿌린다.

왕벚꽃차

제주에 살레와수다


준비재료왕벚꽃·꿀 100g씩
만들기
1 벚꽃을 따서 물에 씻는다.
2 소독한 밀폐용기에 벚꽃과 꿀을 켜켜이 넣는다. 일주일 동안 숙성시켜 따뜻한 물에 타 마신다.







솔잎차

제주에 살레와수다


준비재료솔순· 유기농 흑설탕 적당량씩
만들기
솔순과 유기농 흑설탕을 1대1 분량으로 밀폐용기에 켜켜이 담는다. 1년 동안 숙성시켜 따뜻한 물에 타 마신다.









한라봉주스

제주에 살레와수다


준비재료한라봉 1개, 꿀 약간
만들기
한라봉 알맹이만 믹서에 갈아 체에 내린 뒤 꿀을 섞는다.










황게장

제주에 살레와수다


준비재료황게 3마리, 물 3컵, 간장 1컵, 맛술·매실청 ½컵씩, 설탕 3큰술, 레몬 슬라이스 ½개 분량, 청양고추·홍고추 3개씩
만들기
1 황게는 솔로 깨끗이 씻는다.
2 소독한 밀폐용기에 황게와 나머지 재료를 넣고 냉장고에서 3일 동안 숙성시켜 먹는다.






여성동아 2013년 5월 5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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