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IFC몰에서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
불황이라지만 여전히 주말이면 쇼핑몰과 백화점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예전과 조금 달라진 점은 한참 둘러보고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서도 물건을 집어 들지 않고 자리를 뜨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 이 같은 모습은 대형 서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 전자제품을 사러 가면 판매원으로부터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물정 모르고 갔다가는 바가지요금에 당하기 일쑤라 쇼핑 전 온라인 최저가 검색은 필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쇼핑도 온라인이 대세가 됐다. 통계청의 ‘2012년 전자상거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쇼핑 거래액은 32조3천4백70억원으로 전년보다 11.3% 증가했다. 상품별로는 여행 및 예약 서비스가 5조3천8백1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의류와 생활·자동차용품, 전자기기가 그 뒤를 이었다.
쇼루밍은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쇼핑몰의 전시장(showroom)으로 변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구경은 오프라인에서 하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우회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하나쯤 들고 다니며 그 자리에서 할인 쿠폰을 내려받아 모바일 결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오프라인 매장도 변화하지 않으면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반품 센터나 드라이브 스루 센터를 만드는 등 반격에 나섰다. 대형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지난해 매장 제품 가격을 온라인 최저가격에 제공하는 최저가 보상제를 도입했다. 월마트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는 나중에 매장에서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모바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책을 수령하는 교보문고의 ‘교보 바로드림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교보문고 측의 2012년 결산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서점 오픈 당시 5백만원에 불과하던 월 매출이 1년 사이 13억원으로 26배 성장했다. 사용자도 4.5배 늘었다. 알라딘 중고 서점의 오프라인 매장 진출도 온라인과의 연계를 노린 것이다. 중고 서적을 직접 살펴볼 수 있고 매장에서 매입까지 도맡아서 처리해 소비자의 발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4월 9일 한국트렌드연구소는 ‘쇼루밍으로 인한 유통업계의 지각변동’ 세미나에서 유통업계의 변화 추이를 예측했다. 연구소 측은 앞으로 모바일 디바이스의 진화에 따라 어디서든 가격을 비교하고 제품 정보를 제공하며 결제와 쇼핑 등을 둘러싼 제반 과정을 간편하게 해주는 온·오프라인 접속 서비스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쇼핑으로 삶의 활력을 얻으려는 소비자의 아날로그적 체험 욕구와, 디지털 체험 환경의 확산으로 쇼핑 과정 자체를 멀티미디어적 체험의 장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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