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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김태희 사랑에 살다

글·구희언 기자 | 사진·SBS, MBC, 스토리티비 제공

입력 2013.04.16 09:36:00

새해를 후끈하게 달군 가수 비와의 열애설 이후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김태희가 기자들 앞에 섰다.
한국 드라마에서 사골처럼 우려먹은 장희빈을 연기하는 속내와 남자 친구 이야기까지 직접 들었다.
당당한 김태희 사랑에 살다


김지미, 남정임, 윤여정,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이소연…. 이들의 공통점은 드라마에서 ‘장희빈’을 연기한 배우라는 점이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어 한다는 장희빈 역에 김태희(33)가 아홉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4월 8일 SBS에서 방송되는 월화드라마 ‘장옥정’을 통해서다.
그간 여러 작품에서 희대의 악녀로 묘사된 장희빈은 악행을 저지르다 사약을 받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런 캐릭터를 소화하려면 깊이 있는 내면 연기와 사람을 홀릴 매력은 필수다. 사극에 처음 도전하는 그가 장희빈을 연기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한 것도 사실. 그 와중에 올해 초 가수 비(31·본명 정지훈)와의 열애설까지 터졌다. 김태희는 열애설이 불거지자 “호감을 가지고 상대방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소속사를 통해 열애 사실을 ‘쿨’하게 인정했다.

사극 겁냈지만 술술 읽히는 대본에 출연 결정
3월 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드라마 제작사 측에서 “드라마에 관한 질문만 해주길 부탁한다”고 했지만, 어렵게 만난 그에게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어떤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김태희는 줄곧 야외 촬영을 하다가 세트 촬영을 마치고 한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그는 “어제 나름대로 일찍 잠들었는데 새벽부터 촬영을 해서 긴장된다”라며 “숙빈 최씨 역의 한승연 씨, 인현왕후 역의 홍수현 씨와 마주하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했다.
김태희가 연기할 희빈 장씨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 예정이다. 드라마 ‘장옥정’은 최정미 작가의 소설 ‘장희빈, 사랑에 살다’를 바탕으로 한 작품. 장옥정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사료는 인현왕후의 삶을 그린 ‘인현왕후전’이 전부다. 언제나 역사는 승자의 기록. 숙적이었던 인현왕후의 시점에서 쓰였기에 조선 최고의 요부로 각인된 장희빈의 억울했을지도 모를 처지를 생각하며 쓴 이야기가 드라마의 큰 줄기다. 왕실의 옷과 이불을 만드는 침방 나인으로 궁 생활을 시작한 장옥정이 디자이너를 꿈꿨다는 설정도 독특하지만, 무엇보다 김태희 역시 서울대에서 의류학을 전공하지 않았던가.
“캐릭터를 소설로 먼저 접했어요. 대선배들이 연기한 장희빈은 표독스러운 악녀 이미지가 강했는데, 소설 속 옥정이는 한 여자로서 처절하게 한 남자를 사랑하는 인물이더라고요. 이번 드라마는 멜로가 주를 이룰 것 같아요. 어머니가 노비이다 보니 천민으로 살 수밖에 없는 신분의 굴레 속에서도 열정과 희망을 잃지 않고 의상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워 나가고 옷을 만들며 희열을 느끼는 모습, 이순이라는 남자를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고 목숨까지 바칠 정도의 순수함과 용기를 가진 여성이에요. 인간미와 진정성 있는 새로운 장희빈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드라마는 김태희의 정식 사극 첫 도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사극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는 그가 사극에 도전한 이유는 뭘까.
“기존의 사극을 끝까지 관심 있게 본 적이 없어요. 제게 사극은 낯선 장르였죠. 예전에도 사극 출연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아서 ‘아직 사극을 찍기에는 해석력이나 이해도가 떨어지나 보다’라는 생각에 포기했어요. 대본을 읽으며 몰입이 잘된 작품은 이게 처음이었죠. 대본이 4부까지 나와 있었는데 술술 단시간에 끝까지 읽히는 게 신기했어요. 이번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작품 출연을 결정한 이후로 ‘여인천하’ ‘대장금’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등 인기 사극을 매일 두 편씩 꾸준히 봤다고 한다.

당당한 김태희 사랑에 살다

김태희가 단한복 박선이 원장의 지도로 바느질을 연습하고 있다.



“기존 사극을 보면서 몸가짐이나 말투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했어요. 사극 말투의 수위 조절이 큰 관건이었어요. 옛날 대하 사극은 경어체를 강하게 쓰지만, 최근의 퓨전 사극에서는 현대어에 가까운 말투도 쓰잖아요. 그걸 절충해서 옥정이에게 맞는 적당한 톤을 찾으려고 고민했어요.”
선대 장희빈을 맡은 여배우와의 비교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부담되죠. 그분들이 연기한 장희빈과 같은 캐릭터라면 감히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을 거예요. 기존의 장희빈을 떠나 장옥정이라는 한 여성의 삶을 그리는 데 충분히 공감이 가고, 노비로 비록 몸은 묶여 있지만 영혼은 자유로운 야성미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었죠. 이런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시청자에게도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고, 선배들과의 비교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웃음).”
서울대 의류학과 99학번인 김태희는 “학교에 다니다 연예계에 데뷔해서 전공에 몰두하지는 못했지만, 졸업작품전 하면서 옷도 만들고 패션쇼 했던 게 연기하며 도움이 되더라”라고 했다. 의상 디자이너를 꿈꾸는 장옥정이 바느질하고 디자인을 그리고 옷을 만드는 것도 재학 시절 해본 작업이라 익숙했다고.



당당한 김태희 사랑에 살다


2000년 CF를 통해 데뷔했으니 올해로 연예계 데뷔 13년 차인 김태희. 배우 인생에서 절정은 언제였을까.
“적은 나이도 아니고, 이 정도면 참 무르익어서 절정기를 이미 넘어섰어야 하는데(웃음). 아직 연기 인생에 절정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번 작품이 부담도 되고 욕심도 나요. 이전 작품과는 또 다른 자세로 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더 발전하고 싶고, 무르익고 싶어요.”
장희빈의 숙적 인현왕후 역에는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경혜공주로 안정적인 사극 연기를 보여준 홍수현이 낙점됐다. 둘은 연하의 남자 유아인을 놓고 사랑 싸움을 벌인다. 홍수현은 “김태희 씨의 열정적인 연기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김태희는 “홍수현 씨가 워낙 사극을 많이 했고 안정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 같이 한다는 소식에 안심됐다”고.
“오늘 첫 등장 장면을 찍는데 감독님이 홍수현 씨더러 ‘네가 등뼈가 돼야 하는 장면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 저는 옆에서 갈비뼈가 돼 연기할 수 있으니 의지가 되고요. 저보다 한 살 어리지만 사극 선배이기도 하니 친구처럼 말 놓으라고 했거든요. 편안하게 연기하고 있어요.”
상대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은 그보다 여섯 살 연하다.
“영화 ‘완득이’에 나오는 유아인 씨를 보고 큰 인상과 감명을 받았어요. 연기도 물론 잘하지만 인터뷰나 글을 봐도 개념 있고 생각 깊은 배우라는 생각에 주의 깊게 봐왔어요. 그래서 유아인 씨가 상대역으로 결정됐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고요. 그전까지는 항상 저보다 나이 많거나 선배인 연기자와 파트너를 하다 보니까 여섯 살 연하의 유아인 씨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부담이 되지만, 잘해야죠. 느낌이 좋아요.”
드라마 속 장옥정은 어머니가 노비였기에 온 가족이 늘 쫓겨 다니고, 꿈을 펼치고자 해도 한계에 부딪힌다. 자칫하면 비뚤어질 수도 있는 힘든 상황에서도 단단하고 강한 내면을 가졌기에 울분을 옷 만드는 일을 통해 승화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도 사치고,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다. 신분의 굴레 때문에 남들 앞에서 사랑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은 여배우라는 직업과도 닮았다. 장옥정의 사랑과 김태희의 사랑은 어떻게 다를까.

남자 친구 비,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줘
“옥정이는 천출이라는 타고난 신분 때문에 그 시절 모든 여인이 거의 그랬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권리조차 없어요.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연민을 많이 느꼈고, 신분이 그렇다 보니까 일이나 사랑에서 어떤 욕심을 갖고 자기 의지대로 펼쳐 나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그 안에서 상처도 많이 받고 좌절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모습들이 옥정이라는 캐릭터에 굉장히 연민을 가지게끔 해요. 지금은 신분 제도도 없고,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사랑을 찾아서 충분히 용기를 낼 수 있는 환경이잖아요. 옥정이는 그럼에도 결국 운명처럼 이순과 깊은 사랑에 빠지면서 그걸 정말 소중히 여기고 지키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거든요. 그런 부분은 옥정이처럼 살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비와의 열애 사실을 인정한 이후 현재까지도 조심스러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김태희. 군대에 있는 남자 친구는 어떤 식으로 응원해줬을까.
“아시다시피 시작하는 단계고, 정말 두 달 전에 보도자료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알아가는 단계에서 크게 변화된 부분이 없다 보니까 지금 이순과의 사랑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 촬영과 방송을 앞두고 일이 벌어져서 혹시나 폐를 끼치거나 누가 될까 정말 드라마 제작팀에 너무나 죄송스러웠고 고민도 많았어요. 그런 부분에서 (남자 친구가) ‘잘될 거다,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 있을 거다’라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줬죠.”
여배우라서 받는 스포트라이트는 양날의 검이다. 부와 명예의 이면에는 사생활의 노출과 스트레스가 따라온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여배우로서 가지는 장점을 많이 생각하려 하고, 잠을 자거나 운동하면서 몸을 풀고 연예인 되기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지낸다”고 했다.
“데뷔 초와 달리 최근에는 김태희로 사는 것보다 드라마 속 인물로 사는 게 더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아요. 이번 작품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고요. 한 여인의 삶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고, 옥정이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연기하고, 옥정이로 살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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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3년 4월 5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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