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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수만 SM 수장, 서울대생들에게 던진 4가지 키워드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3. 04. 15

애플의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축사는 ‘항상 갈망하고 항상 무모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문구와 함께 이 시대 젊은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전 세계에 한류 붐을 일으킨 문화 대통령 이수만은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어떤 화두를 제시했을까. 그가 서울대 입학식에서 축사를 하는 현장에 동행했다.

이수만 SM 수장, 서울대생들에게 던진 4가지 키워드


축사자로서 스티브 잡스와 이수만(61) SM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이수만은 SM의 실질적인 수장이지만 2010년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현재 공식적인 직함은 프로듀서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잡스가 스탠퍼드대 캠퍼스에 발을 들인 적이 없는 반면 이수만 프로듀서는 서울대를 졸업했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농기계학과 71학번이다.
깔끔한 슈트 차림의 이 프로듀서가 서울대 관악캠퍼스 체육관 연단에 서자 학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서울대 나왔어?” “정말 71학번 맞아? 훨씬 젊어 보이는데…”라는 소리도 들렸다. 서울대 체육관을 꽉 채운 6천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 속에서 SM 연예인들이 축하 무대라도 펼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읽은 이수만 프로듀서는 “오늘 소녀시대나 동방신기는 오지 않는다”며 재빨리 선수를 쳤다. 대신 “SM 연예인들이 서울대 신입생들에게 보내는 축하 메시지를 담은 QR코드를 준비했는데 축사가 끝나면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학생석에서 다시 환호성이 들려왔다.
연예인 출신이 서울대 입학식 축사자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동방신기, 보아, 소녀시대 등 숱한 스타들을 키워낸 이수만 프로듀서가 있다. 그가 수천억원대의 주식과 부동산을 소유했다는 사실보다 더 놀라운 건 그가 키워낸 스타들 덕분에 판·검사나 의사보다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프로듀서는 열정 하나로 시작해 세계를 한류로 물들인 자신의 경험을 축사에 담았다.

첫 번째 키워드 >> 자부심
이수만 프로듀서는 “K팝 신드롬,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으로 말머리를 열었다. 이어서 그는 “이제 세계 대중음악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가수들이 발표한 음악이 글로벌 채널을 통해 순식간에 퍼지고 또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변화된 한국 대중문화의 힘은 국가 브랜드 이미지까지 높여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가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는 모든 국민, 모든 산업 종사자들이 의지할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언덕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미제(미국산 물건) 혹은 일제(일본산 물건)’란 것만으로도 최고의 상품으로 취급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 팬들이 태극기에 환호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으로 성장했다는 뜻이죠. 이처럼 문화와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 결합해 일을 하면서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와 인지도, 더 나아가 이미지를 점점 더 좋게 상승시킨다면 한국 브랜드는 전 세계 최고의 명품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저는 항상 ‘컬처 퍼스트, 이코노미 넥스트(Cu
lture First, Economy Next)’라고 말합니다. 문화가 성장하면 경제도 함께 성장하고, 그로 인해 보다 강력한 한국 브랜드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제 한국이라는 이름도 강력한 백그라운드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코리아 브랜드’를 어떻게 융성시킬지 답을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미래 후손들의 자부심, 교만이 아닌 자부심을 위해서 말입니다.”

이수만 SM 수장, 서울대생들에게 던진 4가지 키워드

1 입학식 축사를 하기 위해 서울대를 찾은 이수만 프로듀서. 오른쪽은 오연천 서울대 총장. 2 학생들이 그의 축사를 경청하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 >> 도전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풀어내면서 이 프로듀서는 처음으로 자신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발을 디딘 이유를 공개했다. 1969년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 공연을 보면서 큰 자극을 받았고, ‘해외 가수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큰 인기를 얻는데 왜 우리는 해외에서 그렇게 되지 못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는 것.
“그 당시 수많은 소녀 팬들이 열정적으로 환호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 이후 홍콩가수 진추하가 부른 ‘원 서머 나이트(One Summer Night)’, 필리핀의 프레디 아길라가 부른 ‘아낙’, 나아가 일본 노래와 가수들까지 큰 인기를 얻은 것이 저에게 큰 자극이 됐습니다. 당시 제 오기는 SM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졌죠.”

그리고 2000년 H.O.T. 베이징 단독 콘서트의 성공은 한류라는 신드롬의 시작이 됐다. 이후 아시아 지역에 한류 붐이 확산돼 2011년 파리에서의 SM타운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K팝이 전 세계의 주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 프로듀서는 학생들에게 ‘학교 다니는 동안 어떤 꿈을 가지고, 무슨 일에 도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볼 것을 권했다.
“미켈란젤로는 ‘우리의 가장 큰 적은 목표가 너무 높아서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가 너무 낮아서 쉽게 이루어버리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혹시 여러분에게 서울대라는 목표가 너무 낮은 것은 아닙니까. 이제 내 진정한 목표로 향하는 첫발을 디딘 것일 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몇 년 후, 몇십 년 후 세계적인 이슈가 되거나 국부 창출로 이어지는 엄청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키워드 >> 자기 책임
이 프로듀서는 성공적이고 가치 있는 삶을 “자신이 선택한 일을 즐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면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경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열정을 지닌 사람에게 성공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그는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를 예로 들었다.
“얼마 전 티파니 양이 한 수상 소감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행복한 일을 하면서 상을 받게 돼 더 행복하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정답입니다. 티파니는 오직 음악을 하기 위해, 가수가 되기 위해, 미국에서 혈혈단신으로 한국에 왔고 오랜 연습 끝에 소녀시대 멤버가 됐으며, 데뷔에 만족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기에 최고의 여성그룹 멤버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열정을 갖고 노력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자기 책임입니다.”



네 번째 키워드 >> 사회적 책임
그는 마지막으로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키워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책임이란 약자를 돕고 기부하는 행위를 넘어서, 자신의 분야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궁극적으로는 인류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SM이 1997년 처음 해외에 진출할 때를 떠올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영국·미국의 사례를 통해 경제가 발전하면 그 사회의 문화도 세계로 뻗어나간다고 믿었지만 그 자신은 문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로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꿈을 꿨다는 것. “나 혼자 꿈을 꾸면 한낱 꿈이지만 우리 모두가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 이 프로듀서가 1997년 해외 진출을 계획하며 했던 말이다. 이때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현재의 SM 제국, 그리고 한류 붐의 밑그림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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