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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화려한 이력 뒤 워킹맘의 고백

‘군복무자 예우’ 직격 발언

글·구희언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3.03.26 11:13:00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이 이끄는 내각의 여성가족부 장관이 된 것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화려한 이력 뒤 워킹맘의 고백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여성 리더가 이끄는 국가에서 여성가족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중책을 조윤선(47)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맡겼다. 조 장관은 제18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대변인, 박근혜 당선인 대변인, 중앙선대위 대변인 등을 역임한 박 대통령의 ‘입’이다. 이번 정부 내각의 최연소 장관이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내각의 2명뿐인 여성 장관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이 이끄는 내각의 여성가족부 장관이 돼 참으로 영광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워요. 왜 여성가족부가 꼭 있어야 하고, 왜 여성 장관이 더 많아져야 하는지 증명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서 조 장관의 마음도 바쁘다. 3월 11일 임명장을 받자마자 이튿날인 12일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미혼모 시설 애란원을 찾았다. 34명의 미혼모와 아동이 생활하는 이곳에서 시설을 꼼꼼히 살피고 지원 상황을 점검한 그는 “나이는 어리지만 아이를 스스로 키우겠다는 자활 의지가 강한 어머니들을 보면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미혼모들의 고충도 직접 들었다.
“세상의 편견을 이겨내고 자활 의지도 강한 어머니들이라 표정이 밝았어요. 다만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조금 더 노력해서 돈을 더 벌면 그 순간 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다른 미혼모에게 ‘그냥 수급자로 살아가라’고 조언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문제는 정책이었던 거죠. 비슷한 환경에 처한 분들에게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는 분들이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은 건 국민의 처지에서 ‘왜 이걸 이렇게 처리할까’ 싶은 정책을 얼른 찾아서 고쳐놓는 거예요.”
조 장관은 임명장을 받기 전인 3월 8일 제29회 한국여성대회에 참가해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의 소감을 듣다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분인데, 그분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다 우울하거나 정신적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하는 모습과 표정을 보면서 가슴이 찡했어요. 그분이 쓴 책을 사서 읽으며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왜 이런 일을 당하면서 밖으로 알리거나 구원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이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참 멀리 있구나 싶었죠. 결국 홍보와 교육이 부족했다는 것인데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여러 구제책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어야겠죠.”
말뿐만이 아니었다. 조 장관은 18일 (재)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법률·의료·심리·상담 등 분야별 자문단인 ‘성폭력피해 아동·장애인 진술전문가 슈퍼바이저’ 10명을 위촉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에 위촉된 슈퍼바이저는 변호사, 의사, 교수, 장애인상담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돼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을 맡으면서 정계에 첫발을 내딛은 조 장관. 그가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도 그맘때였다. 조 장관은 박 대통령과 한 달 동안 전국으로 이 후보의 지원유세를 같이 다녔다.
“그때 그분을 보며 애국심이 굉장히 투철한 분이라고 생각했죠. 당을 떠나온 뒤로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연하장을 주고받고, 종종 식사를 하는 사이였어요. 2007년 대선 직전 경선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쓴 책을 보내드리면서 ‘승복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많은 국민이 그 모습을 기억할 거다’라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나요.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때 비례대표로 가면서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또 뵐 수 있었죠. 그러다 지난해 4·11 총선을 치를 때 전화를 걸어와 선대위 대변인을 해달라고 말씀하셔서 본격적으로 함께 일하게 됐어요.”

여성가족부는 남자에게도 필요한 부서

▼ 가까이에서 본 박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요.
“성품이 따뜻한 분이에요. 대선 때 버스로 이동하면서 식사를 제때 못하니까 사람들이 떡이나 김밥을 넣어주시는데, 당시 한 개에 1만원 할 정도로 비싼 한라봉을 누가 자리에 하나씩 놔줬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그냥 받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어머나, 이렇게 귀한 걸 어느 분이 주셨느냐’ 물으며 정말 귀한 걸 받는 표정으로 감사해하는데, 그 모습이 짧은 순간이지만 잊히지 않고 선명하게 기억나요.”
▼ 여성가족부 장관이지만 여성 관련 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맞아요. 빈틈을 메울 수 있게 내외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겠죠. 그림을 지우고 다시 그리는 것보다 새로 그리는 게 쉽다는 말처럼 백지 상태에서 균형 있게 좌표를 잘 잡아가면서 부처를 운영할 생각이에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화려한 이력 뒤 워킹맘의 고백

3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악수를 나누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 여성가족부의 존립을 반대하는 일부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걸요. 제가 군대 갔다 온 분들 예우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서(웃음). (조 장관은 3월 11일 취임 간담회에서 “군복무자들의 군대 경력을 인정하거나, 그만큼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보상 제도를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를 사회나 학교, 직장에서 경쟁하는 여성만을 위한 부서로 국한하기보다 모든 남성의 어머니, 아내, 여동생, 딸을 위한 부서라고 생각해주세요. 안티가 많아서 걱정도 했지만 임기 마칠 땐 ‘아, 여성가족부가 꼭 필요했구나’라는 말이 나오게 노력하려고요.”
▼ 인생에서 실패한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온 조 장관은 제33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1994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사법연수원 출신 첫 여성 변호사가 됐다. 2002년 한나라당 선대위 공동대변인을 맡으면서 첫 정당 여성 대변인 타이틀도 꿰찼다. 한국씨티은행 부행장과 제18대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다).
“오히려 성공했다는 순간이 없는 것 같아요(웃음). 일생이라는 게 강물처럼 늘 흐르니까요. 찰리 채플린에게 자기 영화 중 최고가 뭐냐고 물었더니 ‘다음 영화’라고 했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남들과 나를 비교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 같아요. 유일하게 비교할 대상이 있다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죠.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얼마나 나아져 있을까, 오늘보다 내일은 또 얼마나 나을까 생각하면 행복하지 않겠어요. 대륙 횡단을 하다가 호주에서 조난을 당한 사람이 호주 원주민에 관한 책을 쓴 걸 읽었는데, 거기서 ‘생일이 언제냐’라고 물었더니 ‘그게 뭐냐’고 되묻더래요. ‘태어난 날이 생일이고, 우리는 매해 생일을 축하한다’고 했더니 원주민들이 깜짝 놀라더라는 겁니다. ‘우리는 요리하는 사람, 잠자리 만드는 사람, 사냥하는 사람처럼 역할이 나뉘어 있는데,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누가 발전을 이루면 그걸 축하해준다’면서 ‘그게 생일과 비슷한 거 아니냐’고 했다더라고요. 그동안 우리는 그저 생일을 축하하며 살아왔는데,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나를 비교하면서 뭔가 나아졌다면 스스로 격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게 어떤 걸까요.
“아이 둘을 봐주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그만두셔서 사람도 없고, 출근은 매일 해야 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다 보니 몸도 아프고 비상사태가 온 적이 있어요. 그때 다음 생에 태어나면 곤충이라도 좋으니 수컷으로 태어나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죠(웃음). 그게 1998년경으로 그때는 사회나 국가에서 육아를 도와주는 건 상상도 못했잖아요. 지금은 보육 서비스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부족하죠. 광물 자원 없는 나라가 괄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건 인재 덕인데, 그간 여성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요. 이들을 잘 활용하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일과 가정이 양립해야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외국은 여성 인력이 활발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어요. 복지가 단순히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해서 사람들이 뭔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복지여야 선순환이 되는 거죠. 일자리도 만들고, 경제 성장도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가 필요하다고 봐요.”
▼ 스스로 몇 점짜리 엄마라고 생각하나요.
“경우에 따라 다른데…, 딸이 둘인데 커가면서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같이 다니면서도 어릴 때 꼭 붙어서 아이들을 격려해주는 걸 못해줘서 늘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한 번은 아이들 중간고사, 기말고사 준비를 도와주려고 저녁 약속 안 하고 집에 일찍 간 적이 있는데 그걸 몇 번 했더니 아이들이 ‘그냥 엄마 저녁 먹고 10시쯤 들어오면 안 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는 ‘외할머니가 너희들 돌봐주듯이 나도 너희가 아이 낳으면 어린이집처럼 돌봐줄게’라고 말해요. 딸들에게 커서 아이 많이 낳으라고 해요(웃음).”
▼ 자녀 교육에서 특별히 중점 두는 부분이 있나요.
“모든 사람이 다 하는 선행학습을 따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네가 좋아하는 걸 해야 잘하고, 잘해야 인정을 받으니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늘 살펴라’라고 말해줘요. 어떤 일을 한다면 지금이 인생 전체에서 어느 지점이고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라고도 말해주죠. 어느 날은 큰딸이 진로를 상의하다가 ‘엄마랑 아빠는 법대에 들어가 사법고시를 보고 기존에 있던 직업인 변호사를 하는 20세기적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앞으로는 직업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경험과 공부한 걸 바탕으로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질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따로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아이가 어떻게 알았을까 기특한 마음이 들었어요. 작은 일부터 본인이 결정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 인생에 멘토가 있나요.
“많아요. 주변 사람이나 후배나 동료가 다 멘토예요. 사람에겐 각자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죠. 단점을 보기 시작하면 배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장점을 보면 어느 순간 그 장점이 내게 전수되는 게 느껴져요. ‘저 사람은 이런 걸 참 잘하는구나, 이런 건 좀 부족하구나’ 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누구나 멘토가 되죠.”
▼ 남편(박성엽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은 업계 동료인데 부부가 같은 일을 하는 장점은 뭔가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많은 도움을 줘요. 제 논평을 사무실에서 온라인으로 읽어보고 조금 생경하거나 과격한 단어가 있으면 고쳐주기도 해요. 이런 부분이 어려운데 어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할까 고민할 때면 답을 잘 해줘서 든든하죠. ‘딱딱 집어주는 유능한 변호사가 곁에 있으니 참 편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웃음).”

옷은 소통의 수단, 신뢰감 주는 스타일 선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화려한 이력 뒤 워킹맘의 고백


이날 조 장관은 녹색 재킷에 검은 블라우스를 매치했다. 그간 조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주로 빨강, 파랑, 분홍색, 하늘색 등 화사한 원색 재킷을 입었다. 검은 재킷을 입을 때는 밝은 블라우스로 대비를 줬다. 패션 철학이 궁금해졌다. 그는 “옷은 소통의 수단이라 중요하다”고 했다.
“사람이 신뢰감을 얻는 게 참 중요한데 어투나 말하는 콘텐츠에서도 있지만 의상이나 꾸밈에서 받는 인상도 대단히 커요. 젊은 나이에 변호사가 되다 보니 옷을 입으며 ‘어떻게 신뢰감을 줄까’에 가장 중점을 뒀어요. 장신구를 하면 시선이 분산되고, 보석 전문가들 말로는 보석을 착용하면 한가해 보이거나 실력이 떨어져 보일 수 있대요. 그래서 커리어우먼에게는 유색 보석을 권하지 않고, 장신구를 하고 싶다면 진주를 권한다고 하더라고요. 변호사 시절에는 무채색이나 검은 정장에 장신구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활동적인 일을 하고 사람들에게 인식돼야 하다 보니 눈에 띄는 원색 옷을 찾게 되더라고요.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워낙 눈에 띄지 않는 옷을 입으셔서 저도 ‘여자 경호원이 하나 더 왔나’ 할 정도로 어두운 옷을 입었지만요.”
“활동하기에 좋은 편한 옷이 좋다”는 조 장관은 “주말에는 주중에 입는 정장이 너무 지겨워서 캐주얼하게 입는다”며 웃었다.
밖에선 장관으로, 안에선 엄마와 아내 노릇까지 하려면 정신없을 법도 한데 그는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묻자 “낙천적이라 스트레스는 별로 없다”고 했다.
“술 한잔 하며 가까운 사람들이랑 수다 떨면서 풀죠. 와인을 마시기도 하지만 맥주나 폭탄주도 가리지 않아요. 안주가 있는 음식점에 가면 막걸리를 마시기도 해요.”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그는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하면서 강조한 네 가지를 여성가족부에서 성공해야 박근혜 정부가 성공한다”고 말했다.
“첫째로 모든 행정을 부처가 아닌 국민 입장에서 시작하라. 국민의 생애 주기별로 보고 국가가 챙겨야 할 부분을 챙기라는 거죠. 둘째로는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팀워크를 해라. 국무 회의 때 우리 부서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 아닌, 다른 별을 빛내줄 칠흑 같은 밤하늘이 되겠다고 했거든요. 셋째로 정부가 모든 걸 다 할 수 없으니, 어려운 사람을 돕고 같이 나아갈 수 있도록 민간 차원에서도 문제를 풀어갈 것. 마지막으로 정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성과를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등이죠. 여성가족부가 규모가 작은 대신 혁신이 쉬운 부서이기에, 이곳에서 실패하면 다른 곳에서도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조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온 뒤 더는 여성이 하지 못하는 일이나 오르지 못할 자리가 없어졌다”며 “여성들이 남성들과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성동아 2013년 4월 5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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