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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딸 김서현 데뷔기

열 살 때 작곡, 기타·보컬 독학한 천생 뮤지션

글·김유림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13.03.25 14:59:00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의 딸 김서현이 싱글 앨범을 내고 음악인의 길로 들어섰다.
유년 시절의 아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점, 음악으로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빠와 쏙 빼닮았다.
과연 김태원 딸이란 말이 저절로 나온다.
김태원 딸 김서현 데뷔기


김태원(47)은 2011년 11월 자신이 쓴 책 ‘우연에서 기적으로’의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조만간 천재 음악가가 한 명 탄생할지도 모른다”며 너스레를 떤 적이 있다. 음악에 빠져 있는 자신의 딸 서현(16)이를 두고 한 말이다. 당시에는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는 딸이 자랑스러워서 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그의 말이 진짜 현실이 됐다. 김서현이 디지털 싱글 앨범 ‘인투 더 스카이즈(Into The Skies)’를 선보이며 가수로 데뷔한 것. 앞서 김서현은 지난 2011년 아빠와 함께 한 정유회사 CF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이번 앨범에는 김서현이 작사 작곡한 두 곡이 수록돼 있다. 모던 록 발라드곡인 ‘인투 더 스카이즈’와 컨트리풍 ‘굿바이’의 한국·영어·연주곡 버전까지 총 6곡. 놀라운 건 작사·작곡은 물론 기타 연주, 노래까지 모두 혼자 해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원장으로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트레이닝’ 음반 녹음실에서 만난 김서현은 사진 촬영을 위해 메이크업으로 곱게 단장한 모습이었지만, 해맑은 웃음과 솔직한 말투에서는 사춘기 소녀의 순수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에게 “평소 아버지가 딸 자랑을 많이 하셨다”고 하자 “그 말을 그대로 믿으시면 안돼요. 베토벤은 천재지만 저는 아니예요. 아빠를 닮아서 남들보다 아주 조금 표현을 잘 할 뿐이에요”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김서현은 크리스 리오네(Kris-Leone)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이다. 이는 ‘예술의 무기’를 뜻하는 말레이 민족의 고유한 단검 크리스와 ‘사자의 용기’를 뜻하는 리오네를 합친 말이다. 즉 사자의 용기와 예술을 무기 삼아 세상에 희망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다.
김서현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와 동생 우현(13) 군과 함께 필리핀으로 이주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자폐증을 앓고 있는 동생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때부터 김태원은 서울에 홀로 남아 ‘기러기 아빠’ 생활을 시작했고, 다른 가족들도 타국에서 쉽지만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김서현에게는 음악이라는 더 없이 좋은 친구가 있었다.
“지독한 사춘기를 겪었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어릴 때는 동생 때문에 엄마 아빠가 저를 잘 챙겨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서운하고, 반항도 많이 했죠. 물론 지금은 다 이해해요(웃음). 저는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도 늘 조용한 아이였어요. 그런 제가 유일하게 잘 하는 게 음악이었어요. 곡을 쓰고, 악기를 다루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고, 무엇보다 음악을 하면 행복해져요.”

김태원 딸 김서현 데뷔기

김서현이 2011년 아빠 김태원과 함께 CF에 출연할 당시 모습.



아빠 권유로 한국행 결심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무런 악기 없이 처음 작곡을 했다. 그리고 6학년 때 인터넷으로 통기타를 독학했고, 8학년(중학교 2학년) 때 일렉트릭 기타를 잡았다. 이날 김서현은 사진 촬영을 위해 잠깐 기타 연주를 선보였는데 계속 더 듣고 싶은 연주였다. 그림 실력도 남달라서 이번 앨범 표지 작업을 직접 했다. 현재 김서현은 고등학교 1학년 휴학 중이다. 당초 미국에서 음악 활동을 하려 했으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국에서 첫 앨범을 내게 됐다.
“사실 저는 ‘누구의 딸’이란 타이틀 없이 혼자 미국에 가서 밴드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길거리 연주도 하면서 혼자 천천히 모든 것을 쌓아가고 싶었죠. 하지만 부모님은 제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서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웃음). 결국 아빠의 보호 아래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부모님 말씀을 따르기로 했어요.”
앨범 작업은 홍대 녹음실에서 진행됐다. 아버지가 이끄는 밴드 ‘부활’ 멤버들은 조카의 첫 앨범을 위해 기꺼이 세션으로 참여해줬다.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아빠의 음악에 대해, 부활의 음악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편곡과 연주 외 모든 작업은 스스로 결정해서 진행했다. 김태원은 딸의 음악에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서현은 “제 음악은 당연히 제가 하는 건데, 가끔 어떤 분들은 아빠가 다 도와줬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삐쭉 입을 내밀기도 했다.
“그 대신 아빠는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웃음), 여전히 제가 사춘기여서 주변 사람들에게 툴툴댈 때가 있거든요. 또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한국어가 서툴고 제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 특히 답답함을 많이 느껴요. 그럴 때마다 아빠가 상대방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저 스스로도 많이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웃음).”
그가 일찌감치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터. 딸은 어느 정도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전적으로 아버지 때문에 음악을 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음악 예술은 자신의 과거와 느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와 나는 각자 다른 과거가 있고, 그걸 동일시 할 수는 없죠”라고 당차게 말했다.

김태원 딸 김서현 데뷔기

그림에도 소질이 있는 김서현은 이번 첫 앨범 표지에 자신의 그림을 넣었다.





김서현은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가 만든 곡은 모두 그의 어두웠던 과거를 배경으로 한다. 특히 열세 살 때 쓴 곡 ‘굿바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혼자 떠나야 했던 당시의 심경을 담았다. 엄마가 동생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그는 새로운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아빠는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셨고, 엄마는 동생을 돌봐야 했기 때문에 저를 맡아줄 사람이 없었어요. 결국 혼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났고, 처음 만난 분 집에서 하숙생활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저 혼자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많이 속상했지만 음악을 만들면서 훗날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의 아픔에도 다 아름다운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폐증 동생과 음악으로 소통
자폐증을 앓고 있는 동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동생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뭐든 자기 뜻대로 하려 하고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는 동생이 밉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동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그림에 푹 빠져 있는 동생은 누나와 마찬가지로 음악도 좋아해 록그룹 뮤직비디오 보는 걸 무척 좋아한다고.
“그때는 저도 어렸으니까 동생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동생은 동생만의 세상이 있고, 그 안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됐어요. 저는 동생과 놀아주고 싶지만 저를 거부하기 때문에 그건 힘들어요(웃음). 그래도 가끔 자다가 저를 부를 때가 있는데 그러면 가서 동생을 꼭 안아줘요.”
사실 김서현이 동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빠와 똑 닮아 있다. 김태원 역시 과거 인터뷰 중 이와 같은 얘기를 자주 하곤 했다. 그 역시 아들이 남들과 다른 인생을 타고 났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덧붙여 “그 전에는 그야말로 불행의 극치였다. 하지만 아이를 부모에게 맞추려 하지 않고 우리가 아이에게 맞춰가기로 마음먹은 뒤 서서히 행복이 찾아왔다. 그나마 우리는 밥 먹고 살 정도는 되지 않나. 자식이 어떤 인생을 타고 났든 간에 부모든 자식이든 분명히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서현은 엄마에 대해 “참 강한 분”이라고 말했다. 가족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지 늘 지지해주고, 꿋꿋하게 모두를 보살펴 주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예전에 비해 엄마를 많이 이해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인간이 누군가에게 100% 이해받기란 사실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며 다소 철학적인 얘기를 했다. 그 모습이 김태원과 또 닮은 것 같아 순간 웃음이 났다.
앞으로 그는 연예인이 아닌 뮤지션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그늘이 부담스럽지는 않으냐고 묻자 “아빠 인생은 아빠 인생이고, 내 인생은 또 다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며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아빠나 저나 음악으로 세상을 치유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1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생활하며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고 깨달은 게 많아요. 적어도 저는 그런 불행한 환경에 놓여 있지는 않잖아요. 돈을 벌기 위해, 유명해지기 위해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단 몇 명이라도 제 음악을 듣고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아요.”
음악이란 무기로 세상을 구원하겠노라 선포하는 ‘크리스 리오네’. 그에게서 당차고 슬기로운 어린 여전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여성동아 2013년 3월 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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