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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With specialist | 김선영의 TV 읽기

내 딸 서영이

‘너를 알고 싶다’는 사랑보다 뜨거운 고백

글·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 사진제공·KBS

입력 2013.03.05 15:53:00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 감우성과 손예진 주연의 드라마 ‘연애시대’는 카피부터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KBS2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이보영과 이상윤의 이혼 뒤 멜로가 바로 이‘연애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내 딸 서영이

이서영과 강우재에게 이별은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성장의 계기가 된다.



2006년 방영된 감우성과 손예진 주연의 드라마 ‘연애시대’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진 부부의 이별 뒤 성숙해지는 사랑을 그린 작품이었다. 이 드라마는 이혼을 새로운 관점에서 그려낸 ‘어른들의 성장 멜로’로 사랑을 받았다. 최근 최고 시청률 45%를 넘기며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KBS2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이혼한 서영(이보영)과 우재(이상윤)의 멜로를 보며 ‘연애시대’가 떠올랐다.
‘내 딸 서영이’는 남녀 주인공이 연애에서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갈등을 다루는 전반부와 결혼 뒤 시댁 갈등이 주가 되는 후반부로 흔히 나뉘는 가족극의 관습을 따르지 않는다. 전체 50부작의 장편에서 서영과 우재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이야기는 초반부 10회 즈음에 완료된다. 결혼 전 계급 차로 인해 벌어지게 마련인 집안 갈등이나 고부 갈등도 거의 없다. 시아버지는 회사를 물려받겠다는 장남의 한마디에 결혼을 허락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우리 서영이”라 부르며 아낀다.
서영과 우재에게 위기가 찾아오는 건 결혼의 행복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다. 발단은 서영의 비밀이었다. 결혼 전 그는 가정을 해체로 몰아넣고 어머니의 쓸쓸한 죽음까지 방조한 아버지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 받았고,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부녀의 연을 끊었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우재였고, 철들고 처음으로 타인한테 받아본 따듯한 느낌에 마음의 문을 연다. 자신을 고아라고 속인 서영의 거짓말은 심정적으로 완전히 고아였던 당시 상황에 대한 진심 어린 고백이기도 했다.
우재에게도 비밀이 생긴다. 그는 우연히 자신을 구해준 사내가 아내 서영의 친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과 배신감에 서영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다정다감하던 남편의 행동이 급변하자 서영은 이유를 몰라 고통스러워한다. 우재 역시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괴로워한다. 결국 비밀은 타인에 의해 폭로되고 두 사람은 이혼하고 만다. 하지만 둘에게 이혼은 사랑의 파국이 아니라 ‘연애시대’의 그것처럼 비로소 서로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둘은 깨닫는다. 그들의 진정한 위기는 비밀이나 거짓말 때문이 아니라 서로를 너무 몰랐던 데서 비롯됐음을. 이혼 뒤 서영에게 건넨 우재의 진솔한 대사는 그것을 잘 말해준다. “우린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결혼했잖아. 난 너를 이런 틀에 가둬놓고 봤고, 넌 네 실수 때문에 스스로 틀에 갇혀서 살았고. 그래서 진짜 네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잖아.”

무조건 이해를 강요하기보다 타인임을 인정하는 용기가 먼저
이러한 고백이 더 의미 있는 이유는 그 깨달음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서영은 그동안 한순간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었기에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르고 지내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우재 역시 누구한테 지금 기분이 어떤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의하면서 자라지 못했기에 자신이 독선적인 사람이 됐음을 깨닫는다. 이렇게 이별은 둘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성장의 계기로 작용한다.
서영과 우재의 이혼 뒤 멜로는 두 사람의 성장일 뿐만 아니라 작품의 주제와도 연결된다. 이 드라마는 제목처럼 한 인간을 ‘딸’ 혹은 ‘아내’ ‘남편’ ‘어머니’ ‘아버지’ 등의 틀에 가둬놓는 결혼과 가족 제도의 구속성을 지적한다. 그리고 구속을 탈피하려면 인간을 존재 자체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서영과 우재의 이혼은 바로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 모두는 근본적으로 타인이다. 따라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해를 강요하기보다 타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서로에게 다가가야 한다. “난 그냥 너를 알고 싶어. 이서영, 너는 그냥 네 모습으로, 네가 살고 싶었던 모습으로 살아. 난 강우재로 살면서 널 지켜볼 테니까”라는 우재의 고백은 그래서 사랑보다 뜨겁다.

내 딸 서영이


김선영은…
텐아시아, 경향신문, 한겨레21 등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 하고 있으며, MBC, KBS, SBS 미디어 비평프로그램에서 드라마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여성동아 2013년 3월 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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