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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With specialist | 곽정은의 베드 토크

내 소중한 친구를 소개합니다

일러스트·이영

입력 2013.03.05 15:47:00

내 침대 머리맡 서랍장에는 조금 비밀스런 물건이 하나 있다.
때론 애인보다 더 큰 만족감을 주는 그것.
일단 한번 써보라는 말밖에는….
내 소중한 친구를 소개합니다


미드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가장 조신한 캐릭터를 맡았던 샬롯. ‘섹스 토이’나 ‘자위’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나타내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 친구인 미란다는 이상하다는 듯 샬롯에게 묻는다. “딜도가 없다고? 난 침대 옆 서랍에 오래전부터 놔두고 있는데”라고 말이다. 그 후 호기심에 달아오른 샬롯은 토끼 모양으로 생긴 ‘래빗 바이브레이터’와 함께 잠수를 타버릴 정도로 이른바 ‘솔로 섹스’에 푹 빠져든다. 며칠 후 턱까지 내려온 다크서클과 함께 나타난 그. 바이브레이터의 효능에 대해 칭찬 세례를 퍼붓는 모습이 어찌나 유쾌 발랄하던지.
미국 드라마(물론 이 에피소드는 19금으로 방영되긴 했지만)에서 섹스 토이를 대놓고 다룰 정도로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바이브레이터는 ‘토이’가 아닌 ‘음란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단지 규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더 그렇다.
얼마 전 월간 ‘코스모폴리탄’에서 미국과 한국 남성을 대상으로 섹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중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결과가 바로 바이브레이터에 대한 생각이었다. 미국 남자들은 바이브레이터를 두 사람의 섹스를 더 유쾌하게 도와주는 장난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 이 때문에 섹스 중 토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거의 없는 반면, 한국 남자의 80% 정도는 바이브레이터를 일종의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페니스여야지, 기계 따위가 둘 사이에 끼어드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다. 결국 한국 남자들에게 섹스란 남녀 간의 유희라기 보다 ‘힘과 테크닉 과시’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섹스 토이, 경쟁 상대가 아닌 조력자로 인정해야
이처럼 남자가 섹스 토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면 실제로 사용자인 여자 역시 당당하게 바이브레이터 사용을 제안하기 힘들다. 국내 섹스 토이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주요 고객이라 해봤자 일부 싱글 여성일 테니까.
하지만 나는 여성들에게 한 번만 용기를 내보라고 말하고 싶다. 바이브레이터 하나로 섹스 라이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체험하기를 권한다. 일단 자위할 때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해보라. 내 몸 어디가 특별히 민감한지, G스폿은 어떤 식으로 자극해줘야 쾌감을 느낄 수 있는지, 극도로 흥분했을 때 클리토리스가 어떤 식으로 자극받아야 가장 기분이 좋은지 등 자신의 몸을 가지고 일종의 섹스 지도를 그려내는 것이 좀 더 수월해진다.
파트너와 함께하는 섹스에서는 상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자신의 쾌감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혼자 하는 섹스는 자신의 쾌락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에 내 몸의 반응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다음 단계로 파트너와 함께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해보자. 내 경험에 비춰보면 혼자 할 때보다 훨씬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바이브레이터로 자위하는 장면을 상대에게 보여준다거나, 남성이 바이브레이터를 가지고 여성을 자극하는 행위, 혹은 피스톤 운동과 바이브레이터 사용을 번갈아 하는 행위 등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를 새로운 섹스 유희다. 과거 내 파트너는 내가 바이브레이터의 힘을 빌려 강렬한 쾌감을 느낄 찰나, “이 녀석은 질투나게 지치지도 않는군!” 하며 위트 있게 말한 적이 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섹시하던지…. 바이브레이터를 경쟁자가 아닌, 자신과 합세해 상대를 더 크게 만족시켜주는 수단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쿨’하게 다가왔다.
이제 당신의 침대를 뜨겁게 달궈줄 바이브레이터를 구입할 마음이 들었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길 바란다.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은 바로 소재. 저급한 실리콘이나 고무로 만든 제품은 완벽한 세척이 힘들어 위생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반드시 100% 메디컬 그레이드의 실리콘으로 제작된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할 것. 가격은 20만~30만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코 아깝단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섹스 라이프는 소중하니까!

섹스 칼럼니스트 곽정은은 …
결혼은 선택, 연애는 필수라고 믿는 ‘한국의 캐리 브래드쇼’. 한국 사회의 갑갑한 유리천장을 섹슈얼 담론을 통해 조금씩 깨나가는 것이 꿈이다.

여성동아 2013년 3월 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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