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동아 로고

Celeb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가 답하다

‘청담동 앨리스’에는 없는 진짜 청담동 스타일이란?

글·권이지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SBS 제공

입력 2013.02.19 10:38:00

최상층의 삶을 가리키는 ‘청담동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진짜 ‘명품 인생’이란 무엇인가.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가 들려주는 진정한 럭셔리의 의미.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가 답하다


‘서울지명사전’에 따르면 청담동의 이름은 본래 청숫골. 마을 앞 한강 물이 맑고 잔잔해 못과 같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과거의 부촌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종로구 평창동, 성북구 성북동이었다면, 강남의 압구정동과 청담동 등은 1980년대 말부터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압구정동의 랜드마크인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을 시작으로 청담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부채꼴 모양의 길(압구정로)인 ‘청담동 명품거리’가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까르띠에, 루이뷔통, 구찌 등 전 세계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10 꼬르소꼬모, 분더숍 등 세계적 디자이너의 편집숍이 저만의 자태를 뽐낸다. 골목 안쪽에는 고급 빌라와 저마다 다른 색깔의 레스토랑이 숨은 듯 자리하고 있다.
청담동의 경계 밖에서 그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질투, 때로는 선망이 어린다. 인터넷에서 ‘청담동’을 검색하면 ‘청담동 며느리 되는 법’이나 ‘청담동 스타일 따라잡기’ 등이 연관 검색어로 따라 나온다. 다른 곳에 비해 지역성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이다. JTBC의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나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처럼 이 지역을 다룬 드라마도 등장했다. 특히 ‘청담동 앨리스’는 우리 사회의 욕망과 동경 등 ‘청담동’과 ‘상류사회’에 대한 속내를 한 겹씩 들춰내 보였다.
1월 말 종영 예정인 ‘청담동 앨리스’. 드라마는 기획 단계부터 우리나라 대표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39) 씨의 글과 강연에 영감을 받아 진행됐다. 그는 8회 ‘아르테미스’의 VVIP 아트토크 장면에서 ‘패션, 미술의 옷을 벗기다’라는 주제로 실제 강연을 펼친 바 있다. ‘청담동 앨리스’를 관통하는 ‘청담동 스타일’이란 주제와 진정한 럭셔리에 대해 듣기 위해 1월 중순 청담사거리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패션 큐레이터는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을 한다. 그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미술과 패션 전문 블로그 ‘김홍기의 패션의 제국(blog.daum.net/film-art)’을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이자 ‘하하 미술관’ ‘샤넬, 미술관에 가다’ 등 미술 관련 교양서를 펴낸 작가다. 또 드라마, 미술, 영화에서 본 패션 강의를 하고 있다.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했지만 미술·패션·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이제는 본업보다 부업으로 더 유명해졌다. 이 밖에도 스토리스페이스라는 공연·전시 기획, 영화 제작 회사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청담동 앨리스’ 방영 이후 무수히 쏟아지는 관심에 놀라워했다.
“(박)시후 씨에게 고마워요. 제 이름을 많이 이야기해줘서요. 지난 연말에 어머니댁에 갔더니 어머니가 인터넷에서 제 이름을 검색해보시곤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책 냈을 때보다 기사가 더 많이 나왔다고요. 미디어의 힘을 새삼 느꼈죠.”

드라마 제작 특강에서 직접 출연까지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가 답하다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는 선망의 대상이던 청담동이라는 공간을 패션과 욕망 그리고 사랑으로 버무려 표현했다. 또한 스타일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설명하는 계기도 마련해줬다.



김홍기 씨가 ‘청담동 앨리스’ 제작팀과 인연을 맺고, 출연하게 된 계기는 강연이었다. 2012년 초 방송작가협회에서 패션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특강했는데 ‘청담동 앨리스’를 준비하던 김지운, 김진희 작가가 강의를 듣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연락을 해왔다. 두 사람은 그의 블로그와 책을 참고해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했다. 패션이 다양하게 이용되기를 바랐던 김씨는 이를 반겼다. 그 후 ‘청담동 앨리스’의 VVIP ‘아트토크’ 장면에 직접 강연자로 출연해달라는 부탁에 방송 출연까지 감행했다. 강연 장면은 약 30초 정도 방송됐지만, 실제로 그는 ‘그리스적 엘레강스의 의미’와 ‘콜래보레이션의 철학’에 대한 강의를 했다.
김홍기 씨는 “‘청담동 앨리스’란 드라마가 ‘청담동 스타일’로 표현되는 특정한 스타일의 본질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룩(look)의 미학을 한번쯤 진중하게 건드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블로그에 밝힌 바 있다.
우리는 흔히 ‘청담동 스타일’에 대해 엘레강스하고 클래식한 룩이라 정의 내린다. 하지만 ‘청담동 앨리스’에서는 이 고정관념을 깨는 장면이 나온다. 소이현이 문근영에게 청담동 스타일로 옷을 입고 오라고 주문하자 문근영은 샤넬 클래식 백, 트위드 재킷에 펌프스로 치장하고 나타난다.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청담동 스타일’이다. 그러나 소이현은 고개를 저으며 “네가 입은 옷은 청담동 스타일이 아니야”라고 딱 잘라 말한다.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가 답하다


“누가 봐도 알 만한 게 아니라 누가 봐도 ‘어머! 그거 어디 거야?’ 하고 궁금해할 만한 가방을 들어. 명품? 아니어도 돼. 비싼 거? 아니어도 돼. 옷하고 잘 어울리고 흔하지 않고. 단 소재는 무조건 좋은 걸로. 구두도 마찬가지야. 명품인지 아닌지 안 중요해. 좋은 소재를 기본으로 해서 포인트는 새것처럼 보이는 거. (중략) 네가 걸치는 것에서 네 생활 수준이 나온다는 거지. 중요한 건 마인드야. 뭘 입고 드는지보다 왜 그걸 입고, 그걸 드는지 상류층 사람들의 마인드를 알아야 해. 그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타고난 안목이라는 거니까.”
김홍기 씨는 패션만 놓고 본다면 “엘레강스하고 클래식한 룩이라고 뭉뚱그려 칭하기보다 소재가 뛰어나고 다소 파격적인 커트가 있는 옷”이라고 설명했다. 강연 때 만나는 청담동 사람들 대부분이 소재와 커트에 신경 쓴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위해 ‘청담동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을 선택했다고 했다. 어깨에 가죽으로 포인트를 주고, 칼라에 독특한 커트감이 가미된 블랙 모직 재킷,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블랙 컬러 롱부츠를 매치했다. 올 블랙인 의상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그레이 머플러를 둘렀고, 가방은 화려한 색상을 선택했다. 재킷이 고급스러워 보여 어느 브랜드의 옷일까 궁금했는데 그는 동대문의 디자이너가 만든 것이라 설명했다. 그의 코디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니 굳이 명품이 아니더라도 좋은 소재를 기본으로 한, 독특하고 내 몸을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소이현의 드라마 속 대사가 와 닿았다.

소비에 문화를 더하다
청담동 스타일은 패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타일은 삶을 대변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에세이집 ‘남자들에게’에서 그리스의 바람둥이가 쓴 책을 인용하며 스타일에 대해 “스타일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깊이 있는 인격이 나도 모르게 배어나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어느새 주위 사람의 관심을 모은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청담동 스타일은 언제부터 우리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일까. 그는 압구정 문화가 시간이 흘러 청담동으로 넘어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중반, 문화비평가들은 ‘압구정동을 사유하자’며 그곳에 큰 관심을 보였어요. 오렌지족 등 그들만의 문화를 바라본 거죠. 그에 대한 관심이 2000년대 들어서 청담동으로 옮겨온 것일 뿐입니다. 붙어 있는 두 지역 간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요.”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걸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때문에 나에 대한 파악을 하기 전에 내가 갈 곳만 보려고 하죠”라 했다. 우리는 이들을 부유하기만 한 사람으로 정의 내리고 또 그것만을 보는 것은 아닐까.
“청담동 빌라 중에는 주민의 동의를 어느 정도 이상 얻어야 살 수 있는 곳도 있어요. 돈이 많다고 해서 그곳에 편입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들의 프로필을 보면 학력, 직업 등도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아요. 부에 덧붙여 이들은 문화를 향유하는 집단이에요. 미적 감수성도 풍부해요.”
2000년대 들어 청담동에 갤러리가 늘어난 이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은 유명 작가 혹은 곧 유명해질 것 같은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컬렉션에 추가한다. 기존의 압구정동이 ‘소비’의 상징이라면 청담동은 ‘소비’에 ‘문화’를 더한다. 실제로 드라마 속 명품 브랜드 ‘아르테미스’가 아트토크를 열듯 유명 명품 브랜드도 VVIP 고객들을 위한 강연회를 연다. 김홍기 씨도 종종 겔랑 같은 명품 브랜드로부터 패션과 미술, 럭셔리 소비 등에 대한 강연 요청을 받는다. 직원 교육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는데, 구입하는 고객의 수준이 올라가면 판매하는 이도 자연스럽게 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가 답하다

블로그와 강연을 통해 패션과 예술에 대해 소통하고자 하는 김홍기 씨. 그는 앞으로 한국의 전통 패션을 재조명할 전시를 준비 중이다.



문화에는 계층이 있다. 하위문화가 상위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극히 미미하며, 위에서 아래로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상위문화가 하위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탁월하다고 정평이 난 문화를 모방하려는 습성은 현대뿐 아니라 과거부터 늘 있어왔던 현상이다. 이들이 향유하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보통 사람들의 삶에 흘러온다. 우리는 청담동을 바라보고, 가까이에 있기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가 꽃필 무렵 상류층의 소비 행태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1890년대 유한계급론이 대두될 때 뉴욕에는 퍼스트클래스 문화가 꽃피었죠. 상류사회, 즉 하이 소사이어티 문화가 자리 잡았어요. 상류층의 스타일은 순식간에 전파됐죠. 이들을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
폭포 아래 사람들은 그 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됐다. 하늘에 닿기 위해 바벨탑을 지은 사람들처럼.

김홍기가 바라는 한세경의 모습과 드라마 엔딩
세경은 청담동 며느리가 되려고 고군분투한다. ‘88만원 세대’라 통칭되는 세경에게 결혼이란 계층을 손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럭셔리한 삶은 명품을 온몸에 휘감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김홍기 씨는 럭셔리는 고가의 명품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럭셔리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룩스(lux) 즉, 빛입니다. 그 빛의 어원에서 럭셔리라는 단어가 생겨났고, 이는 곧 내면의 빛을 찾아 죽음과 맞서는 인간의 삶이죠. 명품만을 칭하기에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가 커요.”
누구나 아는 명품으로 치장하는 것이 아닌 내면을 가꾸고 이를 자신의 스타일로 외형에 드러내는 것, 그것이 진짜 럭셔리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럭셔리를 넘어선 메타 럭셔리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메타는 초월이라는 의미를 지닌 말. 이는 누구나 살 수 있는 공산품화된 명품 브랜드의 제품이 아닌 세계적으로 기술을 인정받은 장인이 만든 제품을 말한다. 모로코의 가죽 염색 기술 장인, 향수를 뿌릴 수 있는 안감을 만든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장갑 장인, 나무를 알맞은 정도로 절여 명품 악기를 만드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공방 등이 그것들이다. 이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정서와 감성을 갖게 돼야 진정한 럭셔리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명품 브랜드 제품 구입에 혈안이 되기보다 명품을 이루는 원론적인 것에 대한 관심, 그리고 내 수준에 맞는 나만의 럭셔리를 찾는 것이 ‘청담동 앨리스’속 세경과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가 원하는 ‘청담동 앨리스’의 엔딩은 단순히 ‘승조와 세경이 결혼해서 잘살았습니다’라는 평면적인 내용이 아니에요. 세경이 변화하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다뤄주길 원하죠.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승조 없이도 우뚝 서는 디자이너가 된다거나, 그림을 수집하고 자신의 가치를 고양시키기 위해 강의를 듣는 등 상류층 문화를 온전히 향유하게 된다는 내용이 녹아들었으면 해요.”
김홍기 씨는 김태희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패션 자문을 맡았다.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기존에 알려진 장희빈으로서의 삶이 아닌 조선시대 패션 디자이너 노릇을 한 침선나인 장옥정의 삶을 다룬다고 한다. ‘청담동 앨리스’가 상류계층의 패션과 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 ‘장옥정’은 조선의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문화를 재조명하는 셈이다.
앞서 인용한 시오노 나나미의 책에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그런 줄 아는 것이 스타일이다”란 문장이 있다. 스타일리시함은 엘레강스, 시크 등 온갖 영어 단어를 붙인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 그 삶이 묻어나올 수 있도록 내면을 가꾸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스타일리시한 여자로 사는 방법이다.

장소협찬·더페이지 청담점(02-546-7293)

여성동아 2013년 2월 590호
Celeb 목록보기 좋아요

Print Edition

How to be a woman

생각하는 여자가 읽는 매거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번호목차이번 호 구입하기

독자알림

더보기

Follow up on SNS

여성동아 에디터가 핫뉴스, 최신 트렌드와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전해 드립니다.

  • 여성동아 페이스북
  • 여성동아 인스타그램
  • 여성동아 유튜브
  • 여성동아 네이버포스트
  • 여성동아 네이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