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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약, 모르면 독! 카페인의 진실

글·최영철 신동아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REX 제공

입력 2013.01.31 15:12:00

올해부터 카페인 함량이 0.15mg/ml 이상인 음료는 카페인 함량과 함께 ‘어린이, 임신부, 카페인 민감자는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는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고카페인 음료가 에너지 드링크라는 이름으로 청소년과 수험생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심하게 받아들였던 카페인 오남용, 과연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알면 약, 모르면 독! 카페인의 진실


‘카페인(Caffeine)’은 커피(Coffee)에서 유래했다. 카페인은 화학적으로 합성된 물질이 아니라 커피의 열매, 찻잎, 카카오와 콜라의 열매, 마테 차나무와 과리나 나무 등에서 추출된 순수 천연물이다. 매운맛을 내는 첨가물인 캡사이신을 고추에서 추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Coffee’의 어원은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아랍어로 ‘힘’을 뜻하는 ‘Caffa’다. 카페인과 커피가 ‘에너지 음료’란 말도 거기에서 나온 듯 하다. 하지만 카페인이 실제로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힘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각성 작용과 신경계 흥분 작용, ‘에너지’라는 말이 만들어낸 플라시보 효과일 뿐이다.

카페인의 각성 작용, 에너지와 거리 멀어
인간은 석기시대부터 식물의 씨앗과 나무껍질, 잎 등을 물에 우려먹거나 말리고 볶은 것을 가루를 내 식품에 첨가해 먹는 방식으로 카페인을 섭취해왔다. 커피 열매, 녹차 잎, 콜라 열매, 카카오 열매 등이 그것으로 고대 기록을 보면 ‘먹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들뜨는 효과가 있다’고 쓰여 있다. 다만, 그런 현상이 카페인이라는 물질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콜라 열매는 일찌감치 감기약으로 사랑을 받았고, 고대 멕시코 원주민들은 최근까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를 소화제로 사용했다. 녹차 또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의약제로 쓰였다.
학계의 조사에 따르면 커피 열매 한 알에는 카페인이 0.8~1.75%, 찻잎 한 장에는 2~5%, 카카오 열매 한 알은 0.3%, 콜라 열매에는 1.5~2%, 마테차에는 0.2~2.0%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청의 카페인 하루 권장 섭취량은 성인 400mg 이하, 임신부 300mg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은 체중(kg)당 2.5mg 이하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가 마시는 음료에는 카페인이 얼마나 함유돼 있을까.
식약청이 2012년 10월 에너지 음료, 액상 커피(캔 커피), 커피 전문점 커피, 조제 커피 등 77개 2백43개 제품의 카페인 함량을 조사한 결과, 1ml(1회 제공량)당 카페인 평균 함량은 에너지 음료 0.43mg(99mg), 캔 커피 0.59mg(84mg), 커피전문점 커피 0.42mg(123mg), 커피믹스 등 조제 커피 8.13mg(가루 형태라 높게 나옴, 액체에 섞은 1회 제공량 기준은 48㎎)으로 나타났다. 1ml당 카페인 평균 함량은 에너지 음료와 커피 전문점 커피가 거의 비슷하고, 캔 커피가 제일 높았다. 1회 제공되는 양, 즉 캔 1개나 1컵에 든 평균 카페인 함량은 커피 전문점 커피가 에너지 음료보다 훨씬 높았고, 캔 커피는 그 뒤를 이었다.
몸무게가 20kg인 어린이의 카페인 하루 권장량은 50mg, 50kg인 청소년의 경우는 125mg으로, 어린이는 에너지 음료 1병, 커피 1잔을 마셔도 하루 권장량이 훌쩍 넘어간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콜라, 초콜릿에도 카페인이 적지 않게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아이들의 카페인 과잉 섭취는 개연성이 크다.

술과 에너지 음료 혼합은 치명적 유혹

알면 약, 모르면 독! 카페인의 진실




지금껏 밝혀진 카페인의 약리 작용은 크게 세 가지다. 각성 작용과 강심 작용, 이뇨 작용이다. 우선 카페인은 대뇌피질의 감각중추신경을 흥분시켜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며 기억력과 판단력, 지구력을 증강한다. 또한 관상동맥을 확장해 혈액순환을 돕고 스트레스로 인해 위축된 심장 기능을 강화하며, 신장의 혈관을 확장시켜 배뇨 작용을 도와 노폐물이나 유독 성분의 배출을 촉진한다. 이외에도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에 도움을 주며 알코올과 니코틴, 지방을 분해하는 작용도 한다.
또 일시적으로 지구력과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운동선수들이 즐겨 복용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신경계를 흥분시킨다는 이유로 카페인을 금지약물로 지정했지만 최근 제외했다. 카페인은 실제 조산된 신생아의 수면 중 무호흡증과 불규칙적인 심장 박동을 치료하는 용도로 활용되며 편두통이나 심장병 치료에도 쓰인다. 카페인의 각종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단점을 가진다. 1시간 이내에 나타났다 3~4시간 안에 사라진다. 반감기(카페인이 혈액 중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가 3~4시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페인과 술이 만나면 이런 좋은 효과는 독으로 돌변한다. 요즘 20~30대 젊은이들에게 유행인 일명 ‘카페인밤(Caffeine Bomb)’이 바로 그것이다. 카페인밤은 에너지 음료에 소주나 위스키를 탄 카페인 폭탄주를 가리키는데 에너지 음료가 소주와 섞이면서 알코올 도수를 낮춰줘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알코올과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흥분시키고 혈관을 확장하는 공통점이 있다. 더군다나 알코올은 카페인의 체내 흡수율을 높인다. 이 두 가지를 섞어 마시면 심장은 폭풍처럼 뛰게 되고 혈관은 터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가 된다.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시쳇말로 ‘훅’ 갈 수도 있다.
카페인의 부작용은 다량을 장시간 복용하거나 민감도가 심한 사람,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할 수 있다. 중독성이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선 학자들 간에 논란이 많다.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 또는 감수성이 사람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 등에서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사망한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인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카페인에 대해 권장량만 정해놓고 허용치(상한선)를 정해놓지 않고 있다. 지금껏 개별적으로 보고된 부작용으로는 하루 권장량 이상의 카페인을 먹을 경우 별다른 외부 요인이나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도 짜증스럽고 불안해하는 등의 신경과민 증상과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과잉 반사 작용 등이 있다.
위산과다 증상이나 위궤양, 위염이 있는 사람이 카페인을 다량 섭취하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며 신장과 방광 질환 환자도 커피를 과용하면 질환이 심해진다.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도 위험하다.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이 카페인을 권장량 이상 먹으면 불면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따라서 심장이나 위, 대장, 신장에 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불면증 등 정신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카페인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어린이가 과다 섭취하면 성장 발육 방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카페인 과잉 섭취는 불면증과 신경과민을 유발해 성장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 성장 호르몬은 주로 수면 중에, 그중에도 밤 11시부터 새벽 2까지 집중적으로 분비되므로 불면증이 있는 아이는 키가 크기 어렵다. 과도한 위산 분비로 속이 메스꺼워질 수 있는데, 이는 평소 편식을 하거나 소식하는 아이의 경우 발육에도 지장을 가져온다. 아이가 갑자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조울증 증상을 보인다면 카페인 과다 섭취를 의심해야 한다.
임신부도 카페인에 취약하다. 하루 권장량인 300mg 이상을 섭취하면 태아의 성장 부진, 저체중아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임신 기간 동안은 카페인을 끊는 게 좋다. 도저히 끊는 게 힘들다면 에너지 음료는 하루 1~2캔(국산 기준), 커피 전문점 커피도 1~2잔으로 먹는 양을 제한해야 한다.
식약청은 올해 1월 1일부터 고카페인 음료에 대해 고카페인 함유 제품임을 명시함과 동시에 총 카페인 함량(mg) 표시를 의무화했다. 또한 어린이나 임신부 등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섭취를 자제토록 하는 문구도 써야 한다. 식약청이 정한 고카페인 음료의 기준이 1ml당 카페인 함유량 0.15mg 이상이므로 에너지 음료든 커피 전문점 커피든 캔 커피든, 커피믹스든 모두 고카페인 음료인 셈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번 식약청 고시에서 커피 전문점 커피가 제외됐다는 점이다. 에너지 음료와 캔 커피만 해당되는 것. 실질적으로 가장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에 대해선 면죄부를 준 셈이다. 2012년 10월 한국소비자원은 우리나라 초·중학생의 50.9%가 커피를 마시고 있고, 이들 중 6.6%는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며,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응답한 어린이(커피 섭취 어린이)는 31.3%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고생이 커피 전문점에서 떳떳하게 커피를 사 먹는 시대에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닌지 걱정된다.

여성동아 2013년 2월 5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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