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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남매 글로벌 리더로 키운 전혜성 박사 귀에 쏙 들어오는 자녀 교육 바이블

“재능만으로 성공한 사람은 없다. 능력에 걸맞은 사람됨이 글로벌 인재가 되는 열쇠”

글·김명희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3.01.15 16:25:00

전혜성 박사는 엄마 노릇의 교과서 같은 인물이다.
고경주 미국 보건복지부 차관보, 고홍주 전 미국 법무부 법률 고문, 고경은 예일대 교수 등 6남매를 모두 세계가 인정하는 엘리트로 키워냈다.
사람들은 그의 자녀 교육 노하우를 궁금해한다.
그와 두 시간만 마주 앉아 있으면 절로 그 비결을 깨닫게 된다.
6남매 글로벌 리더로 키운 전혜성 박사 귀에 쏙 들어오는 자녀 교육 바이블


미국 아이비리그의 명문 예일대에서는 졸업식 날 강연을 할 교수를 학생들이 투표로 결정하는 전통이 있다. 전혜성(84) 동암문화연구소 이사장이 하루는 예일대 졸업식에 갔다가 한 교수로부터 이런 푸념 아닌 푸념을 들었다고 한다.
“제가 이 학교에 4년 있었는데 2년은 전 박사님 아들이 졸업 연설을, 2년은 딸이 연설을 해서 4년 동안 전 박사님 집안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그 교수가 언급한 아들은 최근까지 오바마 정부 법률 고문으로 있다가 1월부터 예일대로 복귀한 고홍주 박사, 딸은 예일대 법대 고경은 교수다. 전혜성 박사는 미국 공사를 지낸 고 고광림 박사와의 사이에 6남매를 두었는데 넷째 고경은 교수와 다섯째 고홍주 박사 외에도, 첫째 고경신 중앙대 명예교수, 둘째 고경주 미국 보건복지부 차관보, 셋째 고동주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 여섯째 일러스트레이터 고정주 씨 등 자녀들을 모두 글로벌 인재로 키워냈다. 6남매 모두 예일대와 하버드대를 졸업했으며 부모와 자녀들의 박사 학위를 모두 합하면 11개나 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이사장 집안의 교육법은 미국 교육부에 의해 동양계 미국인 가정교육의 성공 사례로 연구 대상에 선정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역시 열아홉 살에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디킨슨대를 거쳐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예일대, 예일대 로스쿨 강단에 선 파워우먼이다. 전 이사장 자신은 한 번도 아이들을 위해 전적으로 희생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희생한 어머니가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삶의 주체로 우뚝 서기 위해 항상 공부하고 봉사하는 어머니가 역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생의 목적을 아는 아이가 큰사람으로 자란다’(센추리원)는 책을 펴냈다.
사실 그를 만나기에 앞서 아무리 자녀 교육의 대가라 해도, 80대 중반인 그가 인터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화사한 빨간색 재킷 차림의 그는 우문에는 현답으로, 빈약한 질문에는 에피소드까지 곁들여가며 열정적으로 인터뷰를 주도해갔다. 그의 인터뷰 중 핵심 내용을 간추렸다.

1. 생의 목적을 아는 아이가 큰사람이 된다
생의 목적을 안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어떤 아이는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생의 목적을 알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뭘 해야 할지 모르기도 한다. 이 나이가 돼서 돌아보니 목적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 만들어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노인이 돼도 자꾸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웃음). 생의 목적은 아무 바탕도 없는 상태에서 자기 혼자 찾는 것이 아니다. 남이 자기에게 기대하는 것과 자기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 더해져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어른들이 ‘혜성이 너는 말을 잘하니까 커서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신 게 아직도 귀에 남아 있다. 또 처음 미국에 갈 때 아버지가 미국에서 무엇을 할지 계획서를 쓰라고 하셨다. 그래서 ‘공부해서 한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썼는데, 일생 ‘내가 이렇게 하면 아버지와 약속한 것을 지키는 건가’라고 돌아보게 됐다. 이처럼 어른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이야기는 혹은 약속이 아이가 삶을 꾸려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모티프나 거울이 된다.

2. 아이를 수시로 살피고 둘만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라
아이가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 부모가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똑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부모는 자녀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남과 다른 게 뭔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야 한다. 싸이 ‘강남스타일’은 남과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아이가 생의 목적을 알게 하려면 부모가 수시로 대화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늘 아침을 같이 먹고 금요일엔 거실에 모여 TV를 보고, 일요일엔 함께 교회에 갔다.
그렇게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도 여섯 아이가 떠들면 누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정신이 없기 때문에 낌새가 조금 이상해 보이는 아이가 있으면 머리를 깎아주거나 함께 쇼핑을 가거나 설거지를 도우라고 해서 둘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 형제들이 있을 때는 못했던, ‘우리 반에 예쁜 여학생이 전학 왔는데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둥, ‘요즘 어떤 친구 때문에 괴롭다’는 둥,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한다. 그런 식으로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대화하다 보면 아이가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는지, 무슨 재능이 있는지 알게 된다. 특히나 아이들이 어릴 때는 밥 잘 먹이고 건강하게 키우는 게 중요하지만 10대에 접어들수록 다른 사람에게 말 못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아이의 성장에 맞춰 부모 노릇도 달라지는 것이다.
아이들의 적성과 재능은 어릴 때부터 아주 다른 모습으로 발현된다. 아이 스스로 이를 자각하고 발현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땐 부모가 적절한 자극을 줘 아이가 좋은 길을 선택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

3. 질문은 아이 생각의 폭을 넓힌다
재주 많은 아이를 지도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둘째 아들은 대학에 진학할 때 6개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의사를 하겠다’ ‘신학 대학에 가겠다’ ‘미술을 하겠다’ 등등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곁에서 조언을 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더라. 그렇지만 한 번도 아이에게 이거 하라, 저거 하라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이걸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 텐데, 그건 어떻게 해결하겠느냐’는 질문을 해서 아이가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면 더 책임감을 느낀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그 분야를 파고들기 시작하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아이도 어느 순간 저절로 깨닫게 된다.

6남매 글로벌 리더로 키운 전혜성 박사 귀에 쏙 들어오는 자녀 교육 바이블

1 전혜성 이사장의 팔순 잔치에 모인 가족들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앞줄 왼쪽부터 넷째 고경은(예일 로스쿨 교수), 셋째 동주(매사추세츠 의대 교수), 장녀 경신(중앙대 명예교수), 전 이사장, 둘째 경주(미 보건부 차관보), 다섯째 홍주(전 미 국무부 법률 고문), 여섯째 정주 씨(미술가). 2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한 고경주, 고홍주 형제. 3 고홍주 씨의 국무부 법률 고문 인증 청문회를 지켜보는 전혜성 이사장.



4. 아이가 공부하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공부해라



6남매 글로벌 리더로 키운 전혜성 박사 귀에 쏙 들어오는 자녀 교육 바이블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 이사장은 자녀 교육 못지 않게 부모 자신의 노후 대비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공부는 아이 스스로 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남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집안 살림은 책상이었다. 여섯 아이가 각자 침실에 책상 하나씩을 갖고 있었고, 지하에 꾸며놓은 널찍한 방에도 도서관처럼 책상을 늘어놓았다. 거기에 친구들이 와도 쓸 수 있도록 책상을 두 개 더 들이고, 식탁이나 티 테이블도 가끔 책상 용도로 썼기 때문에 우리 집엔 책상이 20개나 됐던 셈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를 하고 지하로 내려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한 뒤 놀았다.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을 때 친구들이 놀러 오면 그들도 꼼짝없이 앉아서 책을 읽어야 했기 때문에 우리 집은 어느 순간 동네 도서관이 돼 있었다.
그리고 부모가 TV를 보거나 놀러 다니면서 아이가 공부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에게 어떤 일을 시킬 때 말로 하면 30% 정도 효과가 있지만 행동으로 모범을 보일 때는 그것의 3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늘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였다.

5. 교육의 전제 조건은 가정의 행복
교육은 부모가 함께 해도 어려운 것이다. 엄마 아빠의 역할을 나눌 필요는 없지만 둘 중 한 사람은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다른 한 사람은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말하자면 탱고를 추는 것처럼 박자가 척척 맞아야 한다. 또 부부가 서로 존중해야 아이들도 부모를 존중한다.

6. 재주가 덕을 이겨서는 안 된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물질에 대해서는 별로 강조하지 않았다. 남편과 고학생으로 공부하며 아이를 낳아 키우는 9년 동안 새 옷 한 번 사 입지 않고, 아이들 머리도 직접 다 깎아주고 옷도 만들어 입혔지만 한 번도 가난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경제적 현실과 상관없이 남편도 나도 열심히 사니, 언젠가는 잘될 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키웠는데 큰 아들이 한 번은 큰 프로젝트를 맡아 돈을 많이 번 후 ‘철이 들어서 생각하니 우리 자랄 때 넉넉지 않았는데 부모님이 돈 많이 벌라는 이야기는 한 번도 안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하고 싶은 걸 했더니 큰 연구비가 나왔다. 친구들 중 돈돈 하는 녀석들은 막상 돈과는 점점 멀어지더라. 부모님이 우리를 잘 키워주신 것 같다’고 하더라. 돈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지, 처음부터 돈을 많이 벌 목적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또 잘되면 잘될수록 겸손해야 한다. 내가 어릴 때 ‘학교에서 백점 받았다’고 자랑하면 어머니는 ‘혜성아, 2등 한 친구는 얼마나 속상하겠니? 다른 친구들 서운하지 않게 겸손해라. 덕이 재주를 이겨야지(德勝才), 재주가 덕을 이겨서는(才勝德) 안 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게 기억에 남아서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에게 덕승재를 강조했더니 어느 날 한 아이가 ‘어머니, 그게 공자님 말씀이에요? 맹자님 말씀이에요?’ 하고 묻더라. 그래서 ‘모르겠다. 너희 외할머니가 한 말씀이다’라고 답하며 웃은 기억이 있다. 어쨌든 그 덕분에 여섯 아이들은 물론 손자들도 바르게 잘 자라준 것 같다. 큰손자 스티븐은 법률 회사에서 에이즈 환자들의 유언장 만드는 일을 돕기도 했고, 외손녀 다이앤과 셋째 손자 윌리엄은 해비타트 기금 마련을 위해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는가 하면 집을 짓는 데 직접 일손을 보태기도 했다.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우리 아이들이 세계를 이끌 리더가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재주가 뛰어날수록 더 큰 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자기 아이만 잘 키워서도 안 되고 남의 아이도 잘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좀 아쉬운 점이 있지 않나 싶다. 유대인들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토라(유대 경전), 가족, 기부다. 그래서 12월이 되면 좋든 싫든 채러티북을 펴놓고 기부할 곳을 고른다. 그래서 유대인 남편과 결혼한 한국 사람은 약 올라서라도 한국 단체에 기부하는 경우가 있다(웃음).

7. 자녀 교육에 쓰는 돈을 조금씩 아껴 노후에 대비하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노령화가 진행되는데도 그에 대한 대비는 전혀 안 돼 있는 것 같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한 푼도 안 보태줬는데, 한국에서는 결혼할 때까지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니 그런 문화가 지속된다면 노인들은 어떡해야 하나. 자녀 교육이건 노후 문제건 일생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오늘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이런 결정을 했을 때 우리 자식이나 손자들 세대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해야 한다.
한국 부모들에게 교육비에서 일정 부분을 덜어내 적금이나 연금을 들 것을 권한다. 나는 지금 미국 실버센터에 살고 있는데, 30년 넘게 준비해서 4년 전에 이곳에 들어왔다. 마지막에 결정했으면 돈이 없어서 못 들어갔을 것이다. 그곳에서 지내면서 나는 또 다른 인생을 배우고 있다. 일흔 넘은 할머니가 빈 병을 주워 팔아 직원들을 위한 감사 펀드에 기부를 한다. 알고 보니 유명한 대학의 교수를 지낸 분이었다. 어떤 할머니들은 신생아들이 입을 옷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뜨개질을 해서 기부하기도 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이 스토리북을 만들어 가난한 사람을 돕는 재단을 설립할 목표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생의 목적을 갖고 있는 한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나는 이곳에서도 배우고 있다.

여성동아 2013년 1월 5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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