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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성은

싸이·빅뱅 ‘얼굴’ 디자인한 YG 숨은 실력자

글·권이지 기자 | 사진·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입력 2013.01.15 11:51:00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싸이 6집 ‘싸이 6甲’이 히트하자 함께 주목받은 이가 있다.
YG엔터테인먼트 디자인센터 실장이자 13년 차 음반 디자이너인 장성은 씨다.
싸이의 코믹한 앨범과 빅뱅의 개성 강한 앨범, 소속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빚어낸 그의 이야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성은


여성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워너비 브랜드 ‘스와로브스키’ 전이 열리고 있는 12월의 대림미술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진행 중인 ‘크리에이터스 톡’강연의 아홉 번째 주인공은 빅뱅과 싸이 등의 앨범 레이블 디자인과 콘셉트 이미지를 담당하는 13년 차 음반 디자이너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디자인센터 실장 장성은(36) 씨다. 그는 2012년 10월 예술의전당과 중앙일보가 선정한 ‘한국 디자인의 오늘과 내일을 보여줄 대표 인물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성은 씨가 하는 일은 CD 플레이어에 들어가는 손바닥만 한 동그란 플라스틱에 스토리를 입히고 생명을 불어넣는 디자인 작업이다. 반구형 투명 케이스와 숫자 6 모양으로 꼬리가 말린 싸이 얼굴을 한 인어 캐릭터가 인상적인 싸이 6집 ‘싸이 6甲’, 빅뱅의 미니 5집 앨범 ‘얼라이브(ALIVE)’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빅뱅의 앨범은 힘겨운 시간을 보낸 빅뱅 멤버들의 공백기를 산산조각 내버릴 재기 앨범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제작했다. 콘셉트에 맞춰 앨범 디자인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콘서트 오프닝 등의 이미지까지 통일했다. 이 밖에도 그는 YG의 각 분야 디렉터들과 소통하며 소속 가수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
장성은 씨는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유학 한 번 다녀오지 않았지만 실무 경력을 인정받아 YG 디자인센터의 수장이 됐다. 그를 만나보니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20대 후반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안이었다. 조그만한 얼굴에 커다란 눈, 보랏빛으로 물들인 짧은 보브 커트 헤어스타일까지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 외모다.
강연 시작 전 “아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죠?” 하며 부끄러워하던 그는 막상 마이크를 잡자 속사포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털어놨다. 강연이 끝나고 자리를 옮긴 인터뷰 장소에서도 기자가 묻기 전에 먼저 많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장성은 씨는 ‘핫’한 것이 미덕이 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하지만 TV나 핫이슈와는 친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 일에만 푹 빠져 살아온 순수한 워커홀릭이다.

청소부터 시작한 지방대 출신 디자이너 지망생
장씨는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에서 시각디자인과 자동차디자인(미술사, 공학사)을 전공했다. 한동대는 기독교계 사립 대학으로 1학년 때는 공통 수업을 받다가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한다. 어릴 때 음악을 좋아해 피아노를 친 그는 평생 음악을 할 줄 알았는데 대학 2학년 때 ‘산업디자인개론’ 수업을 들으며 디자인의 세계에 눈을 떴다. 그전까지 드로잉이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던 그는 뭔가 만들어내는 재미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제가 다닌 대학은 포항에, 게다가 산 위에 건물 하나 딱 있는 고립된 시골 학교죠. 하지만 그곳에서 처음으로 크리에이티브하게 사고하는 방법과 디자인 방법론을 배웠어요.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디자인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의상 디자인이 떠올라 ‘스톰’이라는 브랜드에 인턴십을 하러 갔는데, 알고 보니 제게 패브릭 알레르기가 있더라고요(웃음).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싶어 다른 분야를 찾았죠.”
어떤 일을 할까 고민만 많던 4학년. 디자인 담당 교수가 ‘안경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서울에 있는 회사를 방문해 이것저것 배우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찾아간 곳이 그가 10년간 일하게 된 국내 첫 음반 레이블 전문 디자인 회사 GIGIC(이하 지직)이었다. 지직은 이승환, 박효신, 세븐, 빅뱅의 데뷔 앨범 등을 맡은 회사로, 제품 패키지, 잡지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고 있어 실무를 익히기에 제격이었다. 주력이 음반 디자인이어서 이후 장씨는 많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일을 하게 됐는데, YG도 그중 하나였다.
YG는 자체적으로 음반 디자인을 했지만 2006년 발매된 세븐의 3집 앨범 디자인은 지직에 맡겼다. 그때 이 일을 장성은 씨가 맡았다. 이후 YG는 자주 디자인을 요청했고, 장씨는 아예 YG를 전담했다. 그런데 함께 일을 하면 할수록 YG는 다른 회사와 달랐다. 보통 클라이언트와 일하면 실장급이 업무 협의를 하지만, YG는 양현석 사장이 직접 꼼꼼히 챙기고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했다.
“양현석 사장님은 새벽 2시가 됐든 4시가 됐든 뭔가 생각나면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이 아이디어는 어떠냐 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하셨죠. 저는 주로 밤에 작업을 하니까 언제나 전화를 받았고요. 매번 반복되다 보니 양 사장님은 제가 성실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양현석의 삼고초려로 YG에 둥지를 틀다
YG와 미팅할 때마다 양 사장은 그에게 “우리 회사에서 일해볼래요?” 하고 여러 차례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하지만 장씨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연예인이 우선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서 이를 거절했다. 지직에서 숨 쉴 틈 없이 달려오며 10년을 딱 채운 그는 잠시 디자인 일을 접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바쁘게 산 터라 쉬면서 가치 있는 일을 찾고, 여행도 다닐 생각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러시아의 한 회사에 지원했다.
“러시아가 참 가기 힘든 나라더라고요. 비자뿐 아니라 초청장도 받아야 했어요. 거기 가기까지 기다리는 기간이 길어 틈틈이 프리랜서로 일했는데 마침 YG에서 2NE1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양 사장님이 도와달라고 하시기에 ‘저 컴퓨터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거절했더니 자기 회사에 컴퓨터를 아예 다 세팅해놨다고 나와서 일하라고 하더라고요. 재능 있는 소년 지드래곤에게 작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처럼 제게도 기회를 주신 거죠.”
그러던 중 러시아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는데 하필 국적이 ‘북한’으로 표기돼 있었다. 그길로 러시아에 가려는 마음이 싹 사라졌다. ‘아, 이게 가지 말라는 뜻이구나’라고 생각해 YG 일을 마무리하는 데 신경 썼다. 그때가 2009년. 장씨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 신사옥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다가 2010년 정식으로 YG 디자인실 팀장으로 입사했다.
“YG가 음악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려고 하는 것처럼 디자인팀도 그렇게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합류하게 됐어요.”
음반 시장이 불황을 면치 못하고, 앨범 대신 음원 구매가 활발해지면서 앨범 디자인도 달라졌다. 타깃은 일반인에서 마니아로 바뀌고,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앨범 제작이 고급화하고 부클릿(안내 책자) 분량이 늘어나 최대 40쪽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장씨는 요즘 같은 음원 시대에 앨범은 ‘팬들을 위한 선물’로 자리 잡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앨범 디자인도 더욱더 소장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죠. 팬들은 아티스트의 얼굴을 소장하고 싶어 하고, 저희는 그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해요.”
2010년 7월 빅뱅 멤버 태양의 솔로 앨범 ‘SOLAR’의 딜럭스 에디션이 발매됐다. ‘태양’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디자인한 앨범 패키지의 가격은 9만6천원. 시리얼 넘버가 앨범마다 붙어 있는 ‘한정판’이라는 장점과, 패키지 속 버튼을 누르면 내부에 있는 CD가 돌면서 빛을 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포함됐다. 이 앨범은 판매 개시 직후 불티나게 팔렸는데, 음악 그 이상의 것을 원하는 ‘팬심’이 드러난 셈이다.
이쯤 되면 앨범 단가도 꽤 올라갈 법한데 장씨는 예술성을 살린답시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단가를 책정해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예산 내에서 합리적으로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리자로서 가격이나 기한에 맞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둘 다 충족시키려면 발품을 팔며 저렴한 재료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해야죠. 때로는 가격은 맞는데 시간이 촉박한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제가 미리 잡아둔 앨범 콘셉트를 밀어붙여요. 제작 업체와 미리 이야기를 해두고 스탠바이를 한 다음 회사에 결과물을 보여주며 상대를 설득하죠.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상대도 쉽게 인정할 수 있다고 봐요.”
앨범 디자인의 유행을 이끌고 있지만 그는 오히려 요즘 대세에 둔감한 편이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감각을 믿는 쪽이다.
장씨가 합류한 후 YG에서 나오는 앨범들은 미니멀리즘에 충실하다. 그는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개성 중 해당 앨범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본질을 돋보이게 하는 작업을 해왔다. 목적에 충실하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다. 이것이 장씨가 이끈 YG 앨범들이 겉모습은 단순해 보이지만 디자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핵심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의 필수 조건은 ‘마이너스’와 ‘목적이 이끄는 디자인’이다. 콘셉트를 확실히 정하고 이를 위한 목적을 확고히 세우면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콘셉트가 확정되면 그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주변을 유심히 살핀다. 장씨에게 세상은 디자인에 대한 영감 그 자체라 어디서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장성은이 본 닮은꼴 싸이와 양현석

장성은 씨는 YG 양현석 사장과 싸이의 첫인상이 비슷했다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디자인을 좋아하고, 경영자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것.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과 애착이 많다는 점에서도 닮음꼴이라고 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성은
양현석
“지직에 있을 때 빅뱅의 콘셉트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빅뱅이 잘 되니 사장님이 칭찬하면서 ‘원하는 걸 말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제안은 처음이라 ‘괜찮다’고 했는데 그 당시 가장 성능 좋고 큰 아이맥(애플 사의 올인원 데스크톱 컴퓨터)을 회사로 보내주셨어요. ‘디자인을 제대로 인정하는 사장님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양 사장님은 직원들에게 참 잘해주세요. 회사에서 월급이 100이라고 하면 150 정도는 더 받아간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요. 사옥 꼭대기 층에는 피트니스 센터가 있는데 소속 연예인들이 받는 트레이닝을 그대로 받을 수 있고, 특히 구내식당이 최고예요. 아침, 점심, 저녁에 무려 새벽 메뉴도 있어요. 밤새면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배려한 거죠. 메뉴요? 7첩 반상이 펼쳐지는데다가 맛까지 있어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성은
싸이
“싸이 씨와는 5집부터 작업을 함께 했어요. 6집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제 방에 오셨죠. 앨범이 마음에 쏙 든다며 갖고 싶은 것을 말해보래요. 그래서 ‘뭘 그런 걸 해주나’ 하곤 ‘회사에서 세팅된 형태 그대로 집에서도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바로 며칠 뒤에 집에 다 세팅이 돼 있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말춤 안무가는 차 한 대를 선물 받았다고 해요. 싸이 씨는 공을 혼자 독식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한 사람들도 신경 써주더라고요. ‘아버지가 사업가니까 그런 면을 보고 배운 게 아닐까. 남보다 넓은 시야로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라고 생각했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성은


한국 나이로 서른일곱 살. 적잖은 나이지만 그는 아직 짝이 없다. 지직에 있던 10년간 일에 파묻혀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고. 그는 외롭다고 느낄 새도 없다며 멋쩍게 웃는다.
“집에서야 물론 걱정하시죠. ‘지금까지는 혼자가 좋겠지만, 나중에는 외로울 거다. 좋은 사람 만나라’고 하시거든요. 하지만 주변에도 혼자인 친구들이 많아요. 이 친구들과 함께 늙어가면 외롭진 않겠죠, 하하. 이제 먼저 결혼하는 변절자만 안 생기면 돼요(웃음).”
공연, 앨범, MD 제작 등을 총괄하느라 하루 24시간을 오롯이 쏟아도 모자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그는 틈틈이 공연이나 전시를 보며 영감을 얻는다. 최근에는 뮤지컬 ‘위키드’를 봤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팀 버튼 전’도 볼 예정이라고. 바쁜 와중에 이런 걸 언제 챙기느냐고 물었더니 “퇴근하면 저녁 7시가 넘으니 일단 낮 시간을 쪼개고, 3시간 정도 자리를 비웠다면 원래 퇴근 시간보다 3시간 더 일하는 식으로 업무 시간을 조절한다”라고 답한다. YG로 옮길 때 양현석 사장에게 요구한 것 중 하나가 개인 시간을 즐길 수 있게 자유를 달라는 것이었는데 워낙 바빠서 영감의 원천이 필요할 때나 사용한다고. 디자인 실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후배 디자이너의 작업까지 꼼꼼히 챙기다 보면 퇴근 시간이 늦어지기 마련이지만 워낙 일이 즐거워 감내할 수 있단다. 디자이너는 영감을 충분히 얻을수록 아이디어가 샘솟는데 그가 앨범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얻는 장소로 꼽은 곳은 다름 아닌 방산시장이다.
“방산시장 가보셨어요?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대표님이 가보라기에 ‘벽지 있고 장판만 있는 곳인데 왜 가라고 하냐’고 했어요. 하지만 몇 바퀴 돌아보니 이곳에 있는 재료들이 다 앨범 디자인의 재료가 되고,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더라고요. 제가 작업했던 앨범 중에는 방산시장에서 파는 벽지를 사용한 디자인도 있어요.”

주변의 모든 것이 영감의 재료
일을 즐긴다고 하지만 그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앨범 발매 스케줄이 수시로 바뀌는 터라 제대로 된 휴가를 써본 적도 없고,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여행을 갈 수 없다는 것. 10년 넘게 제대로 쉰 적이 없어 사실 휴일에 뭘 하며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그 밖에는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꾸는 유학을 가보지 못한 것을 조금은 후회한다고. 지금은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해서 이 자리에 오르게 됐는데 지금이라도 더 큰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자 아쉬움이다.
“인턴으로 오는 대학생들에게 유학은 돈이 많이 드니까 꼭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해요. 타이틀 때문이 아니라 경험을 얻고 눈높이를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장성은 씨는 자기가 듣는 노래의 아티스트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분명 몇 주 전 본 공연이지만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어 한다. 어떤 아티스트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이름이 기억 안 나요”라며 배시시 웃고 만다. 심지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하면서 연예인을 모르고, TV는 고등학교 때 이후로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작업에도 관심 없으며 특별히 좋아하는 디자이너나 작가를 꼽기에는 작품만 눈앞에서 떠오른단다.
그는 ‘있는 그대로’를 즐긴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들에 대해, 그 느낌에 관심을 둔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영감을 얻는다.
“창조는 이미 다 돼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것을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재구성해 내놓을 뿐인 거죠.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고요. 얼마 전에 그 기사 보셨어요? 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재래시장이나 작은 골목길 있는 동네라는 내용의 기사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은 한국의 개성을 인정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뜻 아니겠어요? 저도 딱히 세계를 대상으로 디자인하고 있지는 않아요. 단지 개성을 살리도록 도와줄 뿐이죠.”
한옥의 개성 강한 외형은 그대로 두고 내부는 현대에 맞게 고치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기자에게 되묻는 그. 빅뱅이나 싸이, 2NE1이 세계에서 사랑받게 된 것도 이들이 개성을 지닌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단다.
쉴 새 없이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知者, 즉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라는 공자 말씀이 떠올랐다.

장성은이 이끈 인기 만점 YG 앨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성은
태양 솔로 앨범 ‘SOLAR’ 2010년 발매된 앨범으로 장씨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드는 결과물로 꼽았다. 그가 특히 공을 들인 딜럭스 에디션에는 특별한 장치가 있다. CD를 돌릴 수 있도록 마련된 버튼을 누르면 CD가 돌아간다. 재킷에는 정교한 구멍이 뚫려 있고 이를 통해 재킷의 해 모양 그래픽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CD의 비슷한 이미지가 겹쳐지며 또 다른 효과를 선사한 셈이다. 이 앨범의 콘셉트는 바로 태양 그 자체. 앨범 제목도 ‘SOLAR’라 둥근 태양을 상징화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성은
빅뱅 미니 5집 ‘ALIVE’ 2012년 2월 발매됐다. 총 여섯 가지 버전(빅뱅, 지드래곤, 탑, 태양, 대성, 승리)으로 구성된 이 앨범은 빅뱅의 복귀작이다. 앨범 케이스는 무광 느낌의 스틸 소재로 제작,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녹이 슬 수 있도록 했다. 케이스 후면은 버전마다 모두 다르며 포토 부클릿 이미지 또한 차별화를 뒀다. 멤버 이미지 중심으로 구성된 부클릿은 30쪽 이상 사진을 제공한다. 얼음 속에서 갓 깨어나거나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는 등의 촬영 콘셉트를 잡았다. 다시 재기에 성공하겠다는 이미지를 담은 것이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앨범 로고에는 각 멤버들의 이름이 들어 있고 중앙에 빅뱅의 로고가 위치해 있다. 로고 위에는 앨범 제목인 ‘ALIVE’가, 아래에는 멤버의 영어 이름이 형태에 맞춰 이미지화됐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성은
싸이 ‘싸이 6甲’ 2012년 7월 중순 발매된 화제의 앨범. 타이틀곡은 누구나 아는 ‘강남스타일’. 싸이의 B급 이미지를 활용해 장난감처럼 만들었다. 둥근 원통형 케이스에 반구형 뚜껑을 씌웠다. 인어의 몸통에 코믹한 싸이의 얼굴을 캐릭터화했다. 6자로 말린 꼬리는 ‘6집’을 상징한다. 말려있는 꼬리 속 작은 캐릭터는 양현석 사장이다. 앨범 안에는 여섯 가지 수록곡을 상징하는 여섯 장의 일러스트 카드가 들어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성은
이하이 ‘1.2.3.4’ ‘K팝 스타’를 통해 데뷔한 이하이. 2012년 10월 말 발매된‘레트로 솔’ 풍의 미니 앨범 ‘1.2.3.4’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 앨범과 이하이의 스타일링 및 무대 콘셉트에는 ‘아티스트’로서의 롱런을 위한 치밀한 준비가 바탕이 됐다. 단순히 어린아이가 아이돌 가수처럼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닌, 앞으로가 더 기대되게끔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준비했다는 것. 앙현석 역시 이하이에게 작곡과 작사에 참여해보라며 적극 지원을 하고 있다고.


장소협조·대림미술관

여성동아 2013년 1월 5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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