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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With specialist | 이혜은의 좌충우돌 육아 일기

아이가 즐거워하는 교육이 진짜 교육!

입력 2013.01.09 10:59:00

결혼 6년 만에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선물 현서. 서른넷, 적지 않은 나이에 첫아이를 낳은 나는 현서를 만난 순간부터 특별할 것 없었던 일상이 날마다 기쁨과 행복으로 채워지는 소중한 시간임을 깨닫게 됐다. 물론 초보 엄마들이 느끼는 좌절과 절망감도 무수하게 느끼며 살고 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B형 남자 최현서’와 ‘만만치 않은 AB형 엄마’ 이혜은의 좌충우돌 육아 일기를 시작해볼까!
아이가 즐거워하는 교육이 진짜 교육!

1 날마다 도복을 챙겨 입고 신나게 태권도를 하는 현서. 2 악력이 약해 그림 그리기를 거부했던 현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미술 수업 참여 후 미술에 푹 빠져 있다. 사진 속 작품은 ‘현서가 타고 있는 비행기’. 3 지난해 결혼 10주년을 맞아 촬영한 가족사진. 4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는 현서.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두 가지를 어떻게 조율할까이다. 현서(6)가 세 돌 됐을 무렵, 어린이집에서는 엄마들 사이에 영어 조기교육 그룹이 형성됐다. 선생님이 영어로만 진행하는 수업이었는데, 혹시 우리 아이만 뒤처지지 않을까 조바심이 났던 나는 현서를 덜컥 그 수업에 참여시켰다. 하지만 수업이 시작되고 한 달이 넘도록 현서는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꾸 그룹을 이탈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서가 내게 와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엄마, 영어 선생님이 날 괴롭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은 “엄마, 제발 나를 여기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하는 외침과도 같았다. 순간 ‘내가 지금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하는 죄책감에 사로잡혔고 곧바로 영어 수업을 접었다. 그 일을 계기로 아이를 엄마 뜻대로 조정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악력 약해 그리기 거부하던 현서, 미술 수업으로 자신감 충족
요즘 현서는 태권도, 쓰기, 만들기에 푹 빠져 있다. 태권도 도장에 가지 않는 날에도 도복을 챙겨 입고 혼자 음악을 틀고는 30분 이상 연습을 한다. 현서는 우연히 집 근처를 운행하던 도장 셔틀버스를 보고 태권도에 빠졌다. 처음에는 자동차를 좋아해서 그러려니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아이가 저렇게 좋아하는 거면 직접 접하게 하면 좋겠다 싶어서 현서에게 물었다. 태권도를 꼭 배우고 싶은지,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어서 아이 스스로 태권도에 대한 열망을 키워나가게 했고, 며칠 뒤 드디어 아이 손을 잡고 태권도장을 찾았다. 처음 태권도장을 보여줬을 때 현서의 얼굴에 떠오른 경이로운 표정이란~!
요즘 부쩍 남자다움을 과시하며 몸도 마음도 씩씩해진 현서를 보면서 과거 영어 수업을 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아이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아이 스스로 즐거운 에너지를 키워나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반면 미술 수업은 현서가 ‘싫어하는 것’이란 점에서 출발했다. 요즘 아이들은 만 세 살만 되면 펜을 잡고 나름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현서는 그림에 영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 거부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최근 행동발달검사를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됐다. 현서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악력이 약해 숟가락도 색연필도 잡기 힘들어 했던 거였다. 결국 미술 수업은 아이의 악력을 키우는 데 일차적 목표를 두고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가 점점 미술 수업에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 현서 또래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미술 놀이터에서 시작한 만들기 작업은 아이가 즉흥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을 정하고, 여러 재료를 이용해 작품을 완성해가는 것으로 진행된다. 나 역시 아이의 그림 솜씨나 만들기 솜씨가 좋아지기를 기대하고 보낸 게 아니었기에 아이가 만들어온 작품을 보며 한껏 기뻐해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랬더니 아이도 자신감을 얻었는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수업을 시작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현서는 쓰기와 그리기, 만들기 등을 무척 좋아하게 됐다. 물론 악력도 좋아졌고 손끝도 여물어졌다. 역시 아이에게는 엄마의 욕심이 투영된 교육이 아닌, 아이 스스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접하게 해줘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래야 효과도 배가된다는 것도.
2012년은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10주년 되는 해였다. 그 기념으로 현서 돌 사진을 촬영한 스튜디오를 다시 방문해 오랜만에 가족 사진을 찍었다. 5년 전 가족 사진과 비교해보니, 그사이 현서가 정말 많이 컸다. “요즘 들어 슬슬 반항기를 보이는 최현서! 올 한 해도 우리 잘 해보자! 사랑해!”

아이가 즐거워하는 교육이 진짜 교육!


탤런트 이혜은은…
1996년 영화 ‘코르셋’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뒤 잔잔한 생활형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결혼 6년 만에 얻은 귀한 아들 현서가 씩씩하고 줏대 있는 아이로 커가기를 바라는 보통 엄마. 현재 EBS ‘부모’ 고정 패널로 활약 중이다.

여성동아 2013년 1월 5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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