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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With specialist | 곽정은의 베드 토크

영화 속 침묵의 섹스는 거짓이다

일러스트·차원

2013. 01. 03

섹스는 곧 커뮤니케이션이다. 갈수록 시들해지는 섹스가 아니라,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섹스의 비밀은 바로 ‘베드 토크’에 달려 있다.

영화 속 침묵의 섹스는 거짓이다


섹스 칼럼을 쓰기 시작했던 몇 년 전, 간접 체험을 위해서라도 야동, 그러니까 포르노를 봐야만 했던 시기가 있었다. 침을 꼴깍꼴깍 삼켜가며 다양한 영상들을 섭렵해야 했던 때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렇게 숱한 영상들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저렇게 저 남녀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환상적인 섹스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말이다.
섹스는 두 사람의 가장 친밀한 결합이자, 복잡한 현실을 잊는 탈출구이자, 또 어떤 이에게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스포츠 같은 것이기도 할 터다. 하지만 그 상황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섹스에 대해 어떤 정의를 갖고 있든, 섹스는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가장 격정적이고 깊숙한 대화라고 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황홀해 보이는 섹스를 하는데 두 사람이 단 한마디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그게 가능하다고? 결국, 포르노 필름이 철저히 계산되고 가공된 영상물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야 이 의문이 해소된 기억이 난다. 말하자면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둘이 말 따위는 섞지 않아도 얼마든지 짜릿한 척하는 섹스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침대에서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말 한마디
그런데 섹스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되는 통로가 이런저런 ‘야동’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침대 위에서 말하는 것이 어쩐지 불편해서인지, 꽤나 많은 남녀들이 침대 위에서 꼭 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분명한 것은 남자든 여자든, 섹스라는 둘만의 은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생동감 넘치고 격정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적절한 베드 토크가 필요하다.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상태에서 민망하게 무슨 이야기를 하냐고? 일단 서로의 몸이나 체취에 대한 노골적인 찬사부터 해보라. “당신 어쩐지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네.” “난 이렇게 누워서 자기 살냄새 맡으면 몸이 확 달아올라.” 이렇게 서로 말해주는 커플이라면, 둘 사이의 온도가 식을 새가 있을까?
두 번째로 필요한 건 서로의 취향에 대한 질문이다. “여기 이렇게 입으로 해주면 좋아?” “어떻게 만져줄 때 제일 짜릿해?” 구체적일수록 좋다. 등을 긁어달라고 부탁할 때 “응 거기, 아니 아니 조금 더 아래, 응 거기 좀 더 세게!”라며 원하는 바를 정확히 설명하지 않나. 그런데 등 긁는 것보다 중요한 잠자리 문제만큼은 원하는 것을 묻지도 스스로 설명하지도 않고 침묵의 섹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바로 탄성이다. 서로 애무할 때나 한창 피스톤 운동을 하고 있을 때라면 자연스럽게 탄성이 나오지만, 애프터 섹스 단계에서의 탄성 역시 중요하다. 오르가슴 직후 두 사람 모두 몸의 격정 지수는 분명 하강 곡선을 그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아주는 둥 마는 둥 하고 잠을 청하거나 샤워하러 가버리는 행동은 정말로 피해야 한다. 섹스 도중 어떤 점이 좋았는지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부의 침실이야말로 에로스의 극치다.

●섹스칼럼니스트 곽정은은 …
결혼은 선택, 연애는 필수라고 믿는 ‘한국의 캐리 브래드쇼’. 한국 사회의 갑갑한 유리천장을 섹슈얼 담론을 통해 조금씩 깨나가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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