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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사랑 덕분에 젊어졌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팬텀’ 브래드 리틀

글 | 권이지 기자 사진 | 지호영 이기욱 기자, 설앤컴퍼니 제공

입력 2012.11.15 18:12:00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에비타’ 공연을 갓 마친 브래드 리틀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서울. 12월 막을 올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2005년 이후 다시 한 번 팬텀 역으로 한국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공연을 앞둔 그는 먼저 팬들에게 신고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팬들 사랑 덕분에 젊어졌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48)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내한 공연을 홍보하러 한국을 찾았다. 10월 중순 서울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팬텀의 카리스마 대신 둥글둥글 순박한 아저씨 미소를 날렸다. 하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열풍의 일등 공신이다.
제작사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12월과 1월 공연까지 티켓을 오픈했는데 1월까지 예매율이 80%를 넘었으니 공연 전에 90% 정도 판매될 것 같다”며 최근의 예매 열기를 전했다. 그는 “1월 중순까지 오픈한 티켓도 동이 날 정도여서 2월 공연 티켓 판매도 미리 오픈할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한국 팬들을 움직인 것은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작품의 힘도 있지만 브래드 리틀이라는 배우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최장기 공연, 최고 매출, 최다 관객 등 모든 기록을 석권하며 ‘오늘도 자신의 기록을 깨는’ 뮤지컬이다. 1986년 영국 웨스트엔드 허마제스티 극장에서, 1988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을 펼친 이래 25년간 27개국 1백45개 도시에서 6만5천 번 이상 공연했다. 공연을 본 관객 수만 해도 1억3천 만 명이 넘는다.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가 1910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9세기 프랑스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흉측한 얼굴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팬텀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뮤지컬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대작 뮤지컬의 넘버를 작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오페레타(작은 오페라) 형식의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보고 자극받아 연출가 캐머런 매킨토시에게 뮤지컬로 만들자고 제안하며 시작됐다. 웨버는 “로맨스가 가미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는데, 그때 이 작품이 다가왔다”고 작곡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2011년 10월 1일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이라 칭해지는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이 영국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렸고, 이를 시작으로 세계 투어가 진행 중이다. 이번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2005년 월드 투어 이후 7년 만이다. 주인공 팬텀 역에는 2천2백여 회 팬텀을 연기한 브래드 리틀, 크리스틴 역에는 클레어 라이언, 라울 역에는 앤서니 다우닝이 캐스팅돼 3개월간 한국 팬들을 19세기 프랑스의 한 오페라하우스로 이끌 예정이다.

“팬들 사랑 덕분에 젊어졌다”

1 브래드 리틀과 ‘오페라의 유령’팀을 환영하는 한국 팬들이 팬미팅 현장에서 미리 준비한 카드섹션을 보여주고 있다. 2 자신의 애창곡인 ‘뮤직 오브 더 나이트’를 열창하는 브래드 리틀. 3 한국 팬들이 준비한 25주년 기념 케이크의 초를 끄는 ‘오페라의 유령’주역 3인방. 왼쪽부터 라울 역의 앤서니 다우닝,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 팬텀 역의 브래드 리틀.



2천 번 넘게 팬텀 맡은 ‘빵아저씨’ 브래드 리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이름을 따 ‘작은 빵’ 혹은 ‘빵아저씨’라 불리는 브래드 리틀은 내한 공연을 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배우들 중에서 가장 팬이 많은 배우다. 그는 고음과 저음을 자연스레 넘나드는 풍부한 음역과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2005년 오리지널 내한 공연 당시 ‘팬텀 신드롬’을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 한국에 첫 방문한 그는 이후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천국의 눈물’ 등으로 한국을 다시 찾았을 뿐 아니라, 2011년에는 한국 팬만을 위한 갈라 콘서트 ‘뮤직 오브 더 나이트’를 열기도 했다. 2천 회 이상 팬텀 역을 맡은 배우는 전 세계에 4명뿐으로 브래드 리틀도 그중 한 명이다. 오랫동안 공연한 만큼 에피소드도 다양하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밝혔다.
“너무 많아서 셀 수 없을 정도예요(웃음).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인데, 팬텀의 망토가 어딘가에 걸려 내려가지 못하게 됐어요. 스태프들이 칼 가져와 ‘서걱서걱’ 하고 잘라냈죠. 의상팀은 그 광경을 보고 무대 뒤에서 ‘안 돼!! ’(이 부분에서 그는 정확한 한국어로 말했다) 하고 소리를 질렀죠. 저는 내려가려고 중심을 앞에 둔 상태였는데 갑자기 망토를 잘라버리는 바람에 결국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옷이 두껍고, 가면도 써서 다치진 않았지만 모습이 우스웠죠.”
마지막으로 그는 12월 막을 올릴 ‘오페라의 유령’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인생 최고의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첫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 이 작품에 반할까요? 그 이유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10, 15년 전에 브로드웨이에서 버스를 탔는데 ‘오페라의 유령’ 광고에 ‘첫 순간이 기억나십니까?’라는 문구가 있었어요. ‘당신이 팬텀을 봤던 그 첫 순간이 기억나십니까? 꼭 다시 와서 보십시오’라는 의미의 광고였죠. ‘오페라의 유령’은 25년간 노래나 장면이 추가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볼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죠. 이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남자 브래드 리틀의 에피소드 5 in 한국

5명의 팬, 긴 줄이 되다 “2005년 첫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 앞에 5~10명 정도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지막 날 떠날 때가 되니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런 ‘파워’가 가능한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 같습니다.”
팬들의 사랑 덕분에 젊음 유지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이유는 팬들 때문입니다. 제가 특히 한국 팬들에게 감사드리는 건, 여러분의 강압과 요구에 의해 젊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죠(웃음). 저는 언제나 팬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생각합니다.”
별명은 ‘빵아저씨’ “여러분 질문이 있는데요. 앤서니는 잘생겼다고 하면서 왜 저는 브레드, 빵인가요?”(브래드) “잘생긴 것보다 먹고사는 게 더 중요하죠.”(송용진)
“좋은 지적이네요(웃음).”(브래드)
-팬미팅 당시 사회자로 나선 뮤지컬 배우 송용진과의 대화 중에서
클레어, 앤서니 ‘녹색 병 조심해’ “한국에는 녹색 병이 있는데 굉장히 위험합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그냥 물이라고 하면서 ‘드셔보세요’라 권하면 사양하세요. 물은 절대로 녹색 병에 담겨 있지 않습니다.”
흥행하면 팬텀 복장으로 ‘강남스타일’ 춤을! “저희 25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강남스타일’ 춤을 만날 수 없습니다. 흥행하면 팬들을 위해 팬텀 복장으로 출 의향은 있습니다(웃음). 이제는 사진 찍을 때 보통 파이팅 포즈를 하는데, 다음에는 ‘강남스타일’ 말춤 포즈를 하고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여성동아 2012년 11월 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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