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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Education Special | 부모와 함께하는 新자기주도학습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 찾은 노하우

‘엄친아’ 부모 5인 솔직 공개

글 | 허운주 자유기고가 사진 | 홍중식 기자

입력 2012.10.30 16:20:00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체중의 3분의 1에 달하는 무게의 가방을 메고 학원을 누지지만 그들에게서 밝은 표정을 찾기 힘들다.
생각의 차이가 변화를 이끌어낸다. 학부모 5인이 털어놓은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법.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 찾은 노하우

아이들을 잘 키우는 비결은 뭘까. 엄친아 부모들은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눌 것, 그리고 스펙이나 성적보다는 아이의 특별한 재능을 격려해 주라고 말한다.



아이의 목표 향해 함께 달려가라
남덕순(전업주부)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 찾은 노하우

예린이 엄마 남덕순 씨.



‘10세 아주대 영재, 13세 전교 회장, 14세 청심중 입학, 19세 과학고 졸업, 20세 하버드대 입학….’
목표를 가진 아이의 추진력은 굉장히 무섭다. 그것도 부모가 권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정했을 때 더욱 그렇다. 청심중을 목표로 했을 때 이예린(14·청심국제중2) 양이 그랬다. 예린이는 10세, 12세에 40대까지 인생 설계를 했다. 두 번 모두 빠지지 않은 것이 청심중-과학고-하버드대였다.
“예린이 6학년 때까지 제가 일을 했어요. 할머니가 아이를 봐주셨고, 청심 이야기는 지나가는 말로만 들었지 저는 몰랐어요.”
아이가 굉장히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동안 엄마 남덕순 씨는 일에 빠져 지냈다. 예린이는 인터넷을 통해 청심국제중에 대한 정보와 커리큘럼 등을 스스로 알아냈다. 과학을 좋아했던 예린이는 이 학교의 프로젝트와 토론 수업이 마음에 들었다. 하버드대에 진학하려면 영어도 잘해야 하니까 반드시 국제중에 진학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정말 매일매일 청심국제중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더라고요. 아이가 떨어져서 실망하면 어떡하나 고민했는데 합격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5학년 말까지도 아이의 꿈이 확고하자, 이번에는 엄마가 나섰다. 준비해야 할 시험과 서류를 챙기기 시작한 것. 쉽지는 않았다. 내로라하는 아이들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학교 아닌가.
“자기소개서에 예린이가 자신의 꿈과 10세와 12세에 세운 인생 설계에 대해 자세히 쓰고 면접에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고 해요. 특별한 스펙이 없던 예린이가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가 주도적으로 계획했던 목표가 인상적이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하고 있어요.”
남씨는 외동딸 예린이가 동네 중학교에 진학해 함께 살았으면 했다. 하지만 딸의 목표와 꿈을 이뤄주기 위해 포기했다. 예린이의 꿈 중에는 국제중 전교 1등과 전교회장도 포함돼 있다. 잘 지켜지고 있을까.
“초등학교 때 별명이 ‘올백공주’였던 예린이도 좌절하기 시작했어요. 정말 잘하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특히 과목별 최상위가 모두 달라요. 못하지는 않았지만 선행을 안 한 예린이는 학과 수업을 따라가기 급급했어요.”
처음에 예린이는 엄마에게 왜 자기도 남들처럼 선행을 시켜주지 않았냐며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한 학기, 1년이 지나면서 예린이는 점점 성장했다. 무엇이든 잘하고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을 경쟁 상대로만 여기면 학교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어느 날 예린이가 ‘넘사벽’이 무슨 말인지 아느냐고 물었어요. 무슨 뜻인지 아세요? 호호호.”
넘사벽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줄임말이다. 정말 극도로 잘하는 아이를 넘어설 수 없을 때 쓰는 말. 예린이는 넘사벽을 인정했다. 그러자 마음도 편해졌다. 자신의 목표는 국제중에서 영어를 배우고 프로젝트와 토론 수업을 통해 과학을 재미있게 배우기 위한 것 아니었는가. 딸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이번에 아주대 과학영재로 뽑혔어요.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학교와 학교 도서관, 기숙사를 오가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한 결과죠.”
부럽고, 감사한 일이다. 우리 부모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과 목표를 아이에게 짊어지게 하지 말고 부디 아이가 꿈과 목표를 설정하게 돕자. 그리고 꿈을 향해 무섭게 돌진하는 아이에게 격려를 아끼지 말자.

성실과 책임감으로 무장하라
고선형(전 KBS 아나운서·대학 강사)
첫째 딸 서울대 언론학부 졸업, 둘째 이화여대 무용과 졸업, 셋째 딸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공대(어바나 샴페인) 재학 중, 막내아들 서울 대원외고 불어과 2학년 재학 중. 자식 농사 하나만큼은 정말 잘지은 엄마 고선형 씨. 가지 많은 집 바람 잘 날 없고, 늦게 본 막둥이 아들 문제아 되기 십상이라는데 그는 어떻게 아들을 키웠을까.
방송 일을 하는 고씨는 늘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살았고, 아이들에게는 부족한 엄마였다. 두 딸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가장 늦게까지 노는 아이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에게만 매달릴 수도 없는 상황. 대신 엄마의 빈자리는 아이들에게 독립심을 키워주었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 찾은 노하우

준호 엄마 고선형 씨.



“다행히 아이들이 약속한 듯이 잘 자라줬어요. 특별한 것은 없지만 아이들이 필요한 때 말고는 학원 보내기보다 놀리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독립적으로 자라게 한 효과를 본 것이죠.”
문제는 막내아들 오준호(17·대원외고2) 군이었다. 큰 딸과 열두 살이나 터울이 났다. 아들의 특징을 살폈다. 일단 성실하고 묵묵했다. 책임감은 기본, 거기에 원칙을 설정하면 무섭게 달려들었다.
“누나들 따라 해외 어학연수를 2년 다녀왔어요. 잘 놀다 6학년 때 돌아왔는데 영어 빼고 다른 과목은 엉망이었죠. 그런데 학원 보내달라는 소리를 안 하더라고요. 돈 들여 배우고 왔으니 이제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면서 말이죠.”
언북중에 입학한 아들은 금세 학교 유명 인사가 됐다. 전교 1등이었다. 공부는 아니고 등교 시간이. 누구보다 일찍 학교에 가서 공부를 했다. 엄마가 밥을 차려주든 아니든 상관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갔다. 무서운 성실함이다.
“전교 1등은 아니지만 운 좋게 영어 성적만으로 대원외고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서울에 집이 있는 아이들은 보통 통학하는데 아이가 기숙사에 들어가겠다는 거예요.”
오군은 통학시간을 계산하면 3년에 1천 시간인데 그 시간을 아껴 공부하겠다고 부모를 설득했다. 학원을 가지 않겠다는 전제이기도 했다. 오군이 아낀 것은 통학 시간뿐만 아니다. 점심시간도 예외 없다. 오전 11시 10분부터 12시까지 50분 점심시간. 모처럼 아이들이 여유를 가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준호는 20분 만에 먹고 기숙사로 간대요. 거기서 30분 동안 공부하고 오후 수업에 들어가는 것이죠.”
무엇이 오군을 분초를 다투어 공부하게 만든 것일까.
“대원외고에 진학해보니 모두 중학교에서 전교 1등 한 학생들이더라고요. 한 반에 전교 1등 못 한 학생이 7, 8명인데 우리 준호도 포함되죠. 그럼 상식적으로 33명 중 잘해야 25등인 거죠. 물론 선행학습을 전혀 하지 않은 우리 아이는 더욱 힘들 거고요.”
불안해진 고씨는 아들에게 학원에 가보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아들은 단호히 거부했다. 대신 그때부터 자신만의 공부 필살기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성실, 책임감, 과목 후벼파기 등이다. 그런데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모두 다 성실하고 똑똑한 학생들이기 때문. 게다가 학원에서 익힌 문제 푸는 요령과 시험에 대한 감은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부모도 선생님도 답답했지만 오군은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공부했다. 이번 중간고사에서 오군의 영어 점수는 99점. 높은 점수지만 상대평가에서는 4등급.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 그래서 물었다. 왜 학원에 보내 좀 더 성적을 올릴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믿어주고 싶었어요. 아이가 학원에 가지 않아도 혼자 할 수 있다는 말을 믿었죠. 남들보다 비록 조금 더뎠지만 아이에겐 결과적으로 더 큰 득이 됐던 것 같아요.”
자식에 대한 엄마의 무한 신뢰와 사랑에 잠깐 가슴이 먹먹해졌다. 오군이 12세 때도 그랬다. 캐나다에서 돌아와 학기가 맞지 않아 잠시 쉬어야 할 때 부모를 졸라 혼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주변에서는 모두 만류했다. 보내면 진짜 계모라고도 했다. 그때도 아들이 원하니, 아들을 믿고 보냈다. 14일을 혼자 유럽 곳곳을 둘러보고 온 아들은 꼼꼼한 기록을 여행기로 써 ‘세상에 날개를 달다’(지니북스)라는 책까지 냈다. 이 책이 최근 한 대안학교 교재로 채택됐다고 한다. 아들을 무한 신뢰하는 낙천적인 엄마와 자신의 말에 책임지기 위해 무서운 성실함을 보여주는 아들.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의 모범답을 보여주는 모자다.

아이의 실패 함께 이겨내라
우안숙(아이앤북스 출판사 편집장)
아이의 실패와 좌절을 지켜본 적이 있는가. 대신해줄 수 없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돌아보면 그 실패와 좌절이 부모 탓인 것처럼 책망도 한다. 하지만 왜 대신해주려고만 하는가. 함께해보라. 아이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부모도 부족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송희가 중학교 2학년이 됐을 때 학교에 불려갔어요. 담임선생님이 참다 참다 못해 부모를 부른 것이죠.저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가 학교 ‘짱’이 돼 있더라고요.”
선생님으로부터 일명 문제아로 찍힌 딸 조송희(16·경기 남양주 동화고1) 양의 학교생활을 가감 없이 듣고 난 우안숙 씨는 교문을 나서는데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물이 났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책을 만들겠다고 십수 년을 노력했는데 정작 내 딸은 방치했구나 하는 후회와 죄책감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딸은 귀가하지 않았다. 늦은 밤 돌아온 딸의 모습을 천천히, 자세히 살폈다. 화장을 했다. 뽀얀 피부에 붉은 입술, 초미니스커트가 된 교복 치마. 그러려니 했다. 10대 소녀들의 예뻐지고 싶은 욕구의 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하려고 기다렸건만 솟구치는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 결국 대화를 나눈다는 게 싸움으로 끝이 났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 찾은 노하우

송희 엄마 우안숙 씨.



우씨는 그후 며칠 동안 먹을 수도 잘 수도 없었다. 오로지 드는 생각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는 것뿐. 말만 하면 대드는 딸의 행동을 지켜보기가 힘들었다. 눈만 마주치면 싸웠다. 차라리 외국으로 보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이는 보란 듯이 학원가를 돌며 더 늦게 들어오고 할 수 있는 나쁜 일은 다 경험하는 듯 보였다.
고민 끝에 출판사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10년 이상 몸담은 곳. 제2의 집과 같은 곳을 딸 때문에 떠나야 하다니 그것도 슬펐다. 회사에선 사직 대신 매일 오후 3시 조기 퇴근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다. 해가 떠 있는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낯설었다. 15년 동안 가져보지 못한 둘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두렵기도 했다. 우씨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딸이 다니던 학원을 끊었다. 어차피 학원은 성적과는 무관한 곳이었다. 딸이 친구를 만나기 위한 장소였으니까.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니까 요리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 10대 소녀들, 무엇이나 맛있을 때가 아닌가. 딸과 함께 떡볶이, 샌드위치, 김밥부터 스파게티까지 만들 수 있는 것은 다 만들었다.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도 딸과 요리를 하는 게 즐거워지는 거예요. 뭐랄까 말할 수 없는 행복함 같은 것….”
요리를 하면서 딸은 학교, 친구, 성적에 대한 고민을 하나둘 풀어냈다. 오래오래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 것. 주책스럽게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우씨도 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렇게 엄마와 딸은 조금씩 간격을 좁혀갔다.
“딸이 공부를 해보겠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공부가 될 턱이 없죠. 동네 대학생 언니를 과외 선생님으로 붙였어요. 아이는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았어요. 결심이 서니 정말 성실하게 공부하더군요. 중학교 3학년 때 또 담임선생님의 호출이 왔어요. 이번에는 전교 1백 등 밖이던 딸이 전교 19등을 했다는 거예요.”
우씨는 중학교 공부는 아직 고등학교만큼 방대하지 않아서 송희처럼 사춘기를 격하게 겪는 아이들도 마음을 잡는 순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후 송희는 반에서 5등 이내에 들어야 지원할 수 있는 고교에 지원서를 냈다. 결과는 합격.
“입학 첫 배치고사 결과가 전교생 5백50명 중 5백 등 밖이었어요. 아이가 좌절하더군요. 대학을 생각하면 내신이 잘 나오는 학교에 보내야 하지만 저는 송희처럼 성장통을 겪은 아이는 이 시기를 우수하고 매사에 열정적인 좋은 친구들과 함께 보냈으면 했는데 욕심이었나 싶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아이를 격려하며 말했어요. ‘여기가 바닥이니 이제 올라갈 일밖에 없다. 차근차근 올라가면 된다’고요. 그랬는데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1백80등을 했어요.”
중학교 때도 그러더니만 딸의 성적 널뛰기는 고교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사실 부모와 소통을 시작한 딸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송희는 사랑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부를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자기주도학습으로 성공의 열매를 따고 싶은 부모들은 아이를 책상으로 몰기 전에 일단 대화부터 나눠라. 소통을 시작한 순간 자기주도학습도 이미 시작된 것임을 기억하라.

끊임없이 대화 나눠라
길향숙(전업주부)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 찾은 노하우

준형이 엄마 길향숙 씨.



엄마 길향숙 씨는 성실하고 차분한 아들 박준형(12·인천 계산초5) 군이 시험을 치면 긴장해 한두 문제씩 틀리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고 한다. 하지만 시험 성적을 놓고 화를 내거나 초조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부부는 아이를 낳고 성적이나 석차보다 생각이 많은 아이로 키우자고 결심했기 때문. 길씨는 그 비법으로 ‘대화’를 꼽았다.
“저희는 아침저녁 식사 시간에 대화를 나눠요. 아침에는 오늘 할 일, 저녁에는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죠. 학교 일부터 뉴스에 나온 일 등 주제는 매우 다양하고요.”
대화는 준형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엄마는 친구와의 일은 물론이고 수업시간에 배운 것에 대한 대화도 나눈다.
“저는 주로 모른다고 해요. 그럼 아이가 신이 나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모든 과목을 다 이야기해주죠. 복습이 이뤄지는 거예요.”
준형이는 학원에 가는 대신 엄마와 약속해 짠 하루 계획을 실천한다. 물론 이 실천 내용은 저녁 식사 시간에 오르는 단골 메뉴다. 그래도 초등학생인데 방과 후에 그렇게 해야 할 공부가 많을까. 준형이는 방과 후 친구들과 1시간 정도 축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발산할 무엇인가가 필요한 법. 운동을 한 뒤 학교에서 배운 모든 교과목을 복습한다. 그리고 매일 수학 문제집을 푼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학원을 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매일 복습하니 시험 때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월요일에 시험이 있어도 체험하러 가고, 산으로 들로 놀러가요. 아이가 학원에 가지 않으니까 아빠는 학원비를 체험학습비로 쓰자고 했어요. 몸으로 익힌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준형이는 박물관, 과학관을 많이도 갔다. 자꾸 가고 부모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다 보니 어느새 역사 박사가 돼 있었다.
“아이의 꿈이 역사학자예요. 꿈을 정하고 나더니 역사책을 정말 많이 읽더라고요. 같은 책을 수없이 반복해서 읽기도 하고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에 몰입하기도 하고 정말 신기했어요. 물론 그에 대한 이야기는 아침저녁 식사시간에 계속 이어졌고요.”

아이 이야기만 나오면 길씨의 눈이 반짝인다. 길씨 모자는 동네 도서관에서 유명하다. 온갖 책을 다 빌려보는 책벌레 모자이기 때문.
“매일 1권씩 책을 읽게 하고 독서록은 꼭 써요. 별다른 글쓰기 수업을 받지 않았는데 아이가 계양구 전체에서 논술상을 받았을 때는 깜짝 놀랐어요.”
슬슬 아이 자랑이 시작됐다. 매일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매일 계획을 꾸준히 실천한 결과니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까. 준형이는 4학년 때까지 계획표를 엄마와 함께 세웠다. 하지만 5학년이 되자 시험 공부 계획도 월간 계획도 스스로 짜기 시작했다.
“학교에 수학 영재반이 있어요. 준형이의 성실함을 좋게 보신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셔서 영재반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평범하다고, 말할 게 없다고 시작한 준형이네 자기주도학습 비법. 풀기 시작한 실타래는 끝없이 이어진다. 엄마가 봤을 때 평범한 아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초등학생이 매일 수년간 꾸준히 책을 한 권씩 읽고, 예습과 복습을 했을까. 그런 자기주도적인 노력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대화의 힘’이다.

스펙보다 아이의 특별함 사랑하라
황태선(CHA의대 교수)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 찾은 노하우

서연이 아빠 황태선 씨.



만 세 살 때부터 혼자 영어 동화책을 읽기 시작한 황서연 양(13·경기 성남 내정중1)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판타지 영어책 ‘Heartmane’s Quest’를 출간한 데 이어 6학년 때는 소설책‘Lion Pride’를 펴냈다. 하지만 서연 양은 보통 영어 영재로 불리는 아이들과는 다른 길을 갔다. 게다가 영어를 배운 것이 아니라 거의 스스로 터득한 수준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어요. 수십 번 반복은 기본이죠. 책이 너덜너덜해지고 외워질 때까지 저희는 읽어주고 아이도 읽었던 것이죠.”
황태선 교수는 딸이 영어책을 듣고 읽기를 반복하면서 공부에 대한 몰입도가 점점 깊어졌다고 말한다. 대신 서연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해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보다 훨씬 수준 높은 책 속 여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
“아이가 쓴 책을 내게 된 것은 스펙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라고 책을 학교에 가져가지 못하게 했더니 그때부터 무언가 쓰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노트북을 사주고 써보라고 한 것이죠.”
아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끊임없이 여행만 할 뿐 결말이 없다. 황 교수는 딸의 소설이 어떤 결말에 도달하게 하려고 책을 내주었다. 사실 황 양과 같은 이력이면 여러 가지 다양한 스펙을 만들어 국제중-외고 같은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 코스를 밟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부모는 인증시험이나 대회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저와 아내는 의학을 전공했지만 한자나 역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이를 낳으면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즐거워지고 싶었죠.”
수백 권의 영어책을 읽겠다며 사달라는 딸과 그 책을 사주고 함께 이야기하며 부녀는 즐겁고 행복했다고. 서연이는 영어를 잘했지만 학교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시험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다그쳤지만 공부하는 시늉만 할 뿐, 성적은 늘 제자리였다.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이 된 서연이. 사춘기가 찾아왔다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좋은 것 싫어하는 것에 대한 구분이 더욱 심해졌을까. 늘 다정한 부녀처럼 보였는데 쌩하게 돌아섰을까.
“좋은 방향으로 변했어요. 호불호가 너무 분명해서 싫은 것은 절대 안 하려고만 했어요. 서연이가 유치원을 다니지 못한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이에요. 하지만 책을 많이 읽은 덕분인지 사춘기에 접어들자 서서히 싫어하는 것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싫으면 절대 안 했는데, 이제는 싫어도 해요. 하지만 싫어하는 과목은 공부해도 결과는 별로더군요.”
황 교수가 자주 하는 말은 “아이 인생에 도움이 될까봐”다. 그가 서연이에게 책을 읽어준 것도, 책을 사준 것도, 책을 만들어준 것도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특별한 쪽은 아빠다. 딸의 특별한 재능을 눈여겨본 아빠는 그렇게 말은 안 했지만 일반적인 스펙을 쌓거나 국제중, 특목고를 향해 아이를 몰아넣지 않았다. 아이가 책과 영어를 즐기고 행복하도록 내버려뒀다. 아빠는 특별한 딸을 특별한 방법으로 존중하며 키웠다.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둘째 딸 서린이는 초등학생인데 그냥 평범해요. 하지만 학교 성적은 늘 서연이보다 좋습니다.”
황 교수는 웃으며 말했지만 아이의 재능을 사랑할 줄 아는 부모의 유쾌함이 묻어났다. 자기주도학습의 힘을 스펙으로 몰아가다 보면 아이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지, 스펙을 쌓기 위한 것인지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다. 그때 생각하자. 부디 아이가 행복하게 재능을 살리게 도와주자고.

여성동아 2012년 11월 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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