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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우종완은 왜 친구들 곁을 떠났나

죽기 전날까지 밝은 모습 보여줬던 ‘디렉터 우’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2. 10. 15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방송인 우종완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송에서 쾌활한 모습이던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와 빈소 찾은 톱스타들과의 숨은 인연.

우종완은 왜 친구들 곁을 떠났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방송인 우종완(46)이 세상을 떠났다. 경찰에 따르면 9월 15일 오후 7시 40분경 자택에서 목을 맨 그를 누나가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우씨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어 그의 사망을 자살로 결론지었다. 우씨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유가족과 경찰 모두 입을 다물고 있어 추측만이 무성하다.
그동안 우씨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함으로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기업과 디자이너 사이를 조율해 그 결과물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직업이다. 디자인을 비롯해 인테리어, 광고, 홍보, 마케팅 등을 총괄한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고 트렌드의 첨단에서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스물한 살 되던 해 이화여대 앞에 작은 옷가게를 내며 사업을 시작한 그는 유학 자금 5천만원을 모아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이후 패션스쿨 에스모드와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7년간 디자인과 마케팅을 공부했다. 공부를 위해 시장조사를 하던 중 ‘패션을 창조하기보다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재창조하는 것이 적성’이라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와 클럽모나코, 다반, 쏘베이직, 닉스 등의 패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닉스가 청바지를 론칭할 당시 그가 히트시킨 ‘고소영진’은 스타 마케팅의 효시로 불린다.

우종완은 왜 친구들 곁을 떠났나

2010년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심사위원을 맡은 우종완.



유명세를 바탕으로 방송에도 진출했다. 2009년 케이블TV 스토리온 ‘토크 · 시티3’를 시작으로 온스타일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MBC ‘무한도전’ 프로젝트 런어웨이 편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활약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강남 학여울역 사거리에서 뺑소니 사고를 낸 그는 올해 3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차량)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방송에서 하차해 자숙의 시간을 가져왔다.
생전 우씨는 뺑소니 사건으로 말미암은 악성 댓글과 사업 실패 등의 여파로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야심차게 연 여성 의류 쇼핑몰 ‘디렉터우닷컴’도 판매 부진으로 4월경 사실상 문을 닫았다. 쇼핑몰 관계자는 OBS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쇼핑몰 실적 부진으로 인한 생활고로 우씨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자세한 건 개인 신상 문제라 밝힐 수 없지만 (자살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계기가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뺑소니 사건 이후 악재 겹쳐 스트레스
평소 우씨와 각별한 사이였던 방송인 홍석천은 트위터에 “금요일 밤에도 종완이 형과 술 마시고 같이 놀았는데, 밝게 농담하고 즐거웠는데 믿기지 않아서 큰일이다”라고 썼다. 가수 정재형, 디자이너 이상봉, 개그맨 정준하, 소설가 이외수 등 많은 유명인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가 살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아파트 주민은 “며칠 전에도 외출하는 모습을 봤는데 활발해 보이던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우씨의 죽음으로 유가족 역시 충격에 휩싸였다. 고인의 형과 누나들은 8남매 중 막내의 죽음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 206호에는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이 통제됐고, 2층 계단에는 보안요원이 배치됐다. 유가족 측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고인의 죽음에 대한 추측을 자제해달라”고 했을 뿐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 장례식장 알림판에서도 고인의 이름을 볼 수 없었다. 빈소에서 만난 우씨의 친구는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친구도 만나러 다니고 활발했다”고 말하며 우씨가 두문불출해왔다는 이야기를 반박했다. 또 다른 지인은 “감상적이고 예민한 성격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마음고생을 하는 줄은 몰랐다”라며 애통해했다.
빈소에는 배우 정우성, 김희선, 김선아, 신민아, 가수 백지영, 사진작가 오중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베이직하우스 우종완 대표 등이 보내온 근조 화환이 놓여 있었다. 생전 출연해 큰 사랑을 받은 ‘토크 · 시티’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무한도전’ 팀의 근조 화환도 눈에 띄었다.
연예인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우씨와 절친한 사이였던 배우 이정재, 정우성을 비롯해 개그우먼 김효진, 방송인 강수정, 홍석천, 이혜영, 가수 정재형, 모델 장윤주,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패션 디자이너 하윤수,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등이 장례식장을 찾아 애도를 표했다.
9월 18일 오전 5시경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눈물 속에 발인 예배를 마친 유족과 지인 40여 명은 오전 7시 50분경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고인의 화장을 마치고 강원도 홍천 M파크수목장에 유골을 안치했다. 한적한 곳에서 우씨가 편안해지길 바라는 유족의 마음이었다.



우종완은 왜 친구들 곁을 떠났나

1 9월 18일 오전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우종완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2 발인을 지켜보는 이정재, 정우성, 홍석천.



[ZOOM IN] 눈물로 고인 마지막 길 지킨 인연
이정재, 정우성, 이혜영

생전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며 톱스타부터 패션계 인사까지 화려한 인맥을 자랑했던 고 우종완. 지난해 발행한 에세이집 ‘빠담 빠담 빠담’에서는 각별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1천여 개의 전화번호 가운데 ‘언제라도 통화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인연을 일부 소개한다.

20년 지기이자 든든한 동생 이정재
우종완은 왜 친구들 곁을 떠났나
우종완은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이정재의 스타일링을 맡아 정우성과 대립각을 이루는 워너비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그는 “사람들로부터 이정재 씨와 정말 친하다고 들었는데 언제, 어떻게 친해지게 됐나?”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정재는 방송 활동을 시작한 우씨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줬다. “이날은 메이크업이 뜬 것 같다” “입고 나간 옷이 별로다, 다른 걸 입어보라”는 등 직설적인 모니터를 주로 해줬다고. 우씨가 금전적으로 힘든 시기 “형, 그 돈은 갚지 않아도 괜찮아”라며 선뜻 1천만원을 내주기도 했다.

세심하고 친절한 젠틀맨 정우성
우종완은 왜 친구들 곁을 떠났나
정우성은 우씨에게 동생이면서 형 같은 존재. 함께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가면 정우성은 ‘잘 들어가고 있어? 오늘 즐거운 시간 생큐!’ ‘형, 조심히 들어가. 오늘 정말 즐거웠어. 내일 꼭 해장하고’ 등 남자 사이에선 주고받기 쉽지 않은 친절한 문자를 보낸다고. 우씨는 카메라 앞에 설 기회가 오면 깍듯한 포즈의 이정재 스타일보다 친절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정우성의 포즈를 벤치마킹한다고 했다.

방송 입문 도와준 프리티 우먼 이혜영
우종완은 왜 친구들 곁을 떠났나
스토리온 ‘토크 & 시티’ 진행자 이혜영은 우씨를 방송계에 진출시킨 당사자. 우씨는 에세이집에서 “‘오빠, 일단 나와봐!’라는 이혜영의 말이 방송계에 발을 딛게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술회했다. 이혜영은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패션 전문가 역할로는 그만한 사람이 없다며 우씨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그는 “혜영이의 깜찍한 제안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일주일에 방송 스케줄을 4개나 소화하는 잘나가는 ‘디렉터 우’가 되었겠나”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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