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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Inside Out

글 | 권이지 객원기자 사진 | 현일수 기자

입력 2012.10.04 14:39:00

기아자동차 K시리즈, 소울 등을 디자인한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 그가 내면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화가로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Inside Out


올 블랙 슈트를 차려입은 피터 슈라이어(59·기아자동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의 얼굴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미소가 가득했다. 자신의 첫 전시회를 기다리는 마음이 묻어난 것. 피터 슈라이어는 독일 출신으로 자동차 업체 아우디에 재직할 당시 단점으로 지적됐던 투박한 디자인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들으며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랐다. 2006년부터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된 그는 기아자동차 패밀리룩의 기본이 되는 ‘슈라이어 라인(호랑이의 눈, 코, 입을 형상화한 자동차 앞부분의 엔진후드)’을 완성했고,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은 소울, K5, 스포티지를 디자인했다. 그의 합류 이후 기아차는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는 패셔너블한 자동차 브랜드가 됐다.
피터 슈라이어는 이번에 잠시 ‘외도’를 할 예정이다. 디자이너로서가 아닌 신인 화가 피터 슈라이어로서 본인 내면을 그린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 서울 강남구 갤러리현대에서 11월 2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제목은 ‘Inside Out’. “사람들은 내가 디자이너로서 하고 있는 작업들을 볼 때 그 제품 뒤에 있는 디자이너에 대한 이면을 잘 알지 못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내면을 꺼내 대중에게 피터 슈라이어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려고 한다”라는 의도에서 붙여진 제목이다.
9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설레는 목소리로 자신의 작품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 작품도 있고, 가족, 친구와의 추억을 간직한 작품, 팝아트적인 느낌을 선보이는 작품,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와 콘셉트가 어우러져 있다. 그는 딸의 일기를 콜라주한 작품, 아내의 웨딩드레스 패턴을 재구성한 작품 등도 선보였다.
자신의 디자인적 영감은 모두 화가인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고 고백한 피터 슈라이어. 그는 할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그 작업실에서 모형을 구상하고 직접 실물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방법을 배웠다. 1952년 그의 할아버지가 만든 작품 ‘My Zoo’. 할아버지는 손수 나무를 깎아 동물들을 만들고, 손자만의 작은 동물원을 만들어 선물했다. 50년이 지났는데도 정교함이 살아 있는 이 작품은 손자에게 미친 할아버지의 영향을 가늠케 했다.

유년 시절이 만들어낸 작품 선보여
그의 어린 시절 꿈은 파일럿. 집 근처에 공항이 있어 매일같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다. 실제로도 개인비행을 즐기는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자동차보다는 비행기와 파일럿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주로 선보였다. 비행에 대한 열정과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공유한 친구 울리히 람멜과의 우정도 전시를 통해 드러냈다. 친구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 ‘Uli’라는 작품으로 53세에 세상을 떠난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그는 작품을 설명하다 “유난히 요즘 들어 친구가 그립다”라 말하며 애틋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행기를 소재로 한 ‘No Gut No Glory’ 연작은 각기 다른 역사적 상황에 처한 미국 공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팝아트처럼 보이는 이 시리즈는 공군 전투기들이 군사 대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 근거리에서 포착된 상세한 세부묘사, 지상에 대기하는 모습 등 다양한 이미지를 포착했다. 그는 ‘No Gut No Glory’라는 문구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묻자 그 자체로 흥미롭고 시사하는 바가 많은 문구라 말했다.
“‘배짱이 없으면 영광도 없다’라는 말은 전쟁터에서 죽을 각오로 싸우라는 뜻이에요.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말이죠. 일하는 데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런 리스크도 선택하지 않는 것이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면 영광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도 보수적인 견해를 벗어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시도해야만 타인을 앞서갈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봅니다.”
많은 자동차 디자이너가 현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중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은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순수예술을 통해 열린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디자인과 순수예술은 굉장히 다른 사고를 요합니다. 자동차 디자인은 이성적 영역에 더 가까워요. 순수예술은 감성적이고요. 이를 통해 저는 열린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훈련합니다. 순수예술을 통해 일뿐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음악, 비행, 건축 등에 있어서도 실험적 시도를 할 수 있죠.”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Inside Out

1 NO GUT NO GLORY, 1994, Acrylic and Ink on Canvas 2 CHILL OUT, 2009, Acrylic on Mulberry Paper 3 MILES DAVIS, 2002, Acrylic on cardboard 4 ULI, 2012, Acrylic on Canvas. 네 작품 모두 피터 슈라이어 작 그의 작품은 색감이 화려하거나, ‘직선의 단순화’라는 그의 디자인 신념처럼 명쾌한 선으로 이뤄져 있다.



즉흥성, 창의적 디자인을 위한 필수요소
그는 “복잡한 기계장치에 미적 영역을 첨가하는 자동차 디자인에는 본능과 직관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즉흥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제로 젊은 시절부터 비틀스, 롤링스톤스 등 팝과 록에 빠져 있던 동년배들과 달리 틀에 박히지 않은 음악을 추구한 프랭크 자파를 좋아했다. 자파 외에도 슈라이어의 관심을 끈 또 다른 음악가는 재즈계의 신화적 인물인 마일즈 데이비스. 특정 스타일이 아니라 상황과 장소에 따라 매번 다른 변주를 보여주는 모습에 반한 피터 슈라이어가 그를 위해 만든 작품인 ‘Miles Davis’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됐다.
전시장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작품은 ‘Rest Box’다. 가로, 세로 2m의 공간에 쇠파이프를 여럿 꽂아 만든 작품으로 대나무 숲을 연상케 한다. 이는 200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초청돼 선보였던 작품. 담양의 소쇄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올해까지 7년 간 서울에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을 오가는 피터 슈라이어는 소쇄원에 방문한 뒤 그곳 풍경에 매료됐고, 동서양을 한데 아우르는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Rest Box’를 둘러싼 12개의 회화 작품은 하룻밤 만에 즉흥적으로 그린 것으로 선과 여백을 중시한 동양화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는 아크릴 물감으로 그렸다.
“한국에서 살다보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쇄원을 가보지 않았다면 ‘Rest Box’도 나오지 않았겠죠. 유럽에서 나고 자란 배경이 없으면 동서양이 접목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두 세계가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 생각해요.”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하나의 브랜드가 된 피터 슈라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60세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서 할아버지의 모습과 비행기를 바라보며 꿈을 꾼 소년 피터 슈라이어를 엿볼 수 있었다.



자료제공 | 갤러리현대(02-519-0800)

여성동아 2012년 10월 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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