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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정리해고 하는 미국

글·사진 | 김승운 미국 통신원

입력 2012.10.02 16:22:00

교사도 정리해고 하는 미국


4~5년 차 교사 시절 겪은 개인적인 경험이다. 어느 날 교장이 갑자기 교실로 들어오더니 수업을 참관했다. 그날따라 결석생이 많아서 신경 쓰였지만, 미국에서는 가끔 교장이나 교감이 수업 중에 들이닥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크게 동요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했다. 교장은 20분쯤 수업을 지켜보다가 나갔다. 다음 날, 출근을 하니 교장실로 오라는 전갈이 와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교장실로 갔더니 비서가 한 장의 서류를 건네주며 “축하한다”고 했다. 전날 수행평가에서 합격해 종신재직권(tenure)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제야 교장이 종신재직권 심사를 위해 수업에 들어왔던 것임을 알게 됐다.
미국 공립학교 교사들은 3~7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 종신재직권 심사를 받는다. 이 심사를 통과하면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학교에서 해고되지 않는다. 특별한 문제란 학생과의 성적 접촉, 폭행과 폭언, 수업 평가에서 낙제하는 것 등이다. 반면 종신재직권 심사에 2년 연속 실패하면 교직을 떠나야 한다. 이는 유치원 교사부터 대학교수까지 모든 교사에게 적용되는 공통된 원칙이다. 한국인들은 이 종신재직권을 ‘철밥통 인수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교사도 정리해고 하는 미국

1 시청 앞에서 교육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뉴욕 시 교사들. 2 교사의 종신재직권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수업 평가로, 학생들과의 교감을 중요시한다.



교육 예산 줄이고 경쟁력은 높여라!
과거 종신재직권 심사는 대학교수를 제외한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에게는 거의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뉴욕 시의 경우 2011~2012학년도 테뉴어 심사를 통과한 교사가 전체 대상자의 55%에 불과하다고 한다. 불과 5년 전 합격률이 97%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놀랄 만큼 낮은 수치다.
교사 종신직 심사가 엄격해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최근 미국에서는 공교육 시스템이 갈수록 취약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7월 24일자 뉴욕타임스는 미국 교육부 자료를 인용해 ‘2005~2009년 공립학교 학생이 평균 5%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공교육과 교사에 대한 신뢰가 점점 추락하는 것이 그 원인이다.
종신직 심사 통과가 어려워진 또 다른 이유는 경기 부진으로 교육 예산도 긴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연방 정부는 최근 교사의 질을 보장하는 주에만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도입했으며 일부 주에서는 아예 종신재직권 자체를 없애거나 교사의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추세다. 아이다호 주에서는 지난해 신규 임용 교사들에게 이듬해 계약 갱신을 해주지 않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켜 사실상 종신직을 없애버렸다. 플로리다 주에서도 새로 임용된 교사들은 전년도의 성과를 바탕으로 매년 계약 갱신을 하도록 했고, 뉴저지 주에서도 종신재직권을 받은 교사라도 성과가 부진하면 해고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런 엄격함이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실 교직에 대한 엄격한 자격 심사가 도입되고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교사들이 교직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약해지고, 능력 있는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 다른 분야로 전직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경기가 좋아져 민간 분야의 고용이 늘어나면 젊은 교사들이 한꺼번에 교단을 떠나는 공동 현상이 발생할 염려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 교육 개혁은 능력 있는 교사의 확보와 교직 사회의 철밥통 깨뜨리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김숭운 씨는…
뉴욕 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이자 Pace University 겸임교수. 원래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전직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와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여성동아 2012년 10월 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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