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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reen life

바느질처럼 한땀한땀 이어가는 인연

삼척 산골 아낙네가 보내온 편지

기획 | 한여진 기자 글·요리·제작 | 김희진 사진 | 박정용

2012. 09. 06

바느질처럼 한땀한땀 이어가는 인연

1 지난 전시회에 출품했던 조각보 작품. 2 삼척 농업기술센터 규방공예회원 심미화 씨의 조각보.



참으로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비 소식 한 번 없이 계속되는 무더위에 밭 작물만큼이나 농부의 맘도 타들어갔습니다. 몇 년 만의 무더위라는 둥, 어느 지역이 가장 더웠다는 둥, 전력이 부족하다는 둥 연일 기록을 갱신하며 더위는 쉬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물놀이 하는 조카들만 신이 났죠. 더위에 바느질하는 제 손길은 더디기만 하고 9월 초로 예정돼 있는 회원 전시회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네요. 부족하지만 삼척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규방공예 수업을 몇 년째 맡고 있는데, 연세 많으신 분들이 꽤 있습니다. ‘눈이 침침하다’ ‘어깨가 아프다’라고 말씀하시지만 비뚤비뚤 꿰맨 바느질에는 정성이 묻어납니다. 바느질이 성글더라도 올해에는 전시회를 한 번 하자고 약속하고, 이 찌는 듯한 무더위에 다들 각자의 작품을 완성해 와 저를 감동시킵니다.

바느질처럼 한땀한땀 이어가는 인연

3 규방공예 회원 차인자 씨는 컬러풀한 쿠션을 만들었다.



어쩌면 전시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일지 모르지만 대단한 작품만 감동을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늘그막에 우리 이렇게 모여 바느질하면서 웃고 떠들고 행복했다고 회상하게 될 거예요. 고마워요”라며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 회원들의 모습에 제 마음까지 환해졌죠. 바느질하면서 느꼈을 행복감.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 저희 집에 놀러온 지인의 딸이 제게 “아줌마는 우리 엄마 아빠 어떻게 만났어요?”라고 묻더라고요. 그 아이 아빠가 “살다 보면 너도 학교에서만 친구를 만나는 게 아니야. 이러저러한 만남들이 있어”라고 합니다. 저도 한마디 거듭니다. “어떻게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만남을 이어가느냐가 중요하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 아이가 제게 또 묻습니다. “나중에 저 결혼할 때 오실 거죠?” “물론.”
시골에 와서 만난 이런 작은 인연이 소중한 인연으로 남을 수 있게 가을걷이 하는 마음으로 빌어봅니다.

콩잎물김치



바느질처럼 한땀한땀 이어가는 인연


“도대체 무슨 맛이야?’ 콩잎물김치를 처음 먹는 사람은 그럴지도 모릅니다. 약간 질기면서 쿰쿰한 향이 나는 콩잎을 왜 먹나 하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종종 생각나지요. 강원도에는 콩을 많이 심지만 콩잎을 먹지 않아 콩잎을 볼 때마다 안타깝더라고요. 밀가루풀 대신 시원하라고 감자풀 쑤어 콩잎물김치를 담갔더니 김칫국물이 입맛을 확 살려주네요. 콩잎을 된장국에 살짝 담갔다 꺼내 따뜻한 밥을 싸먹는 것도 별미랍니다.”
준비재료
콩잎 400g, 물 3L, 감자가루·소금 3큰술씩, 청·홍고추·양파 1개씩, 마늘 12쪽
만들기
1 콩잎은 씻어 물기를 뺀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이다 감자가루를 풀어 풀을 쑨다.
3 고추, 양파, 마늘은 채썬다.
4 풀 쑨 물에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
5 김치통에 콩잎을 넣고 ④를 부은 뒤 고추, 양파, 마늘을 넣고 3~4일 있다 먹는다.
바느질처럼 한땀한땀 이어가는 인연


조각보 스탠드

바느질처럼 한땀한땀 이어가는 인연


“천연염색한 천으로 조명을 만들면 천 사이로 따뜻한 빛이 은은히 뿜어나와 마음까지 따뜻해져요. 작은 조각을 이어 작은 등을 만들어보았어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 선물용으로 제격일 듯하네요.”
준비재료 되(혹은 나무상자), 투명 아크릴 판, 조각천(옥사), 한지, 전구, 전선, 글루건
만들기
1 되에 전구를 달고 전선을 연결한다. 조각천은 되 앞면 크기보다 1cm 크게 재단해 앞면은 자수나 아플리케로 꾸민다. 조각천을 이어 만들 때는 시접을 가름솔로 하지 말고 외솔로 넘긴다.
2 아크릴 판은 되 앞면 크기로 자른다.
3 한지는 아크릴 판보다 1cm 크게 잘라 아크릴 판에 풀로 붙이고 시접은 뒤로 넘겨 풀로 붙인다.
4 ①의 조각천을 한지 위에 풀로 붙이고 시접은 뒤로 넘겨 풀로 붙인다.
5 한지를 아크릴 판보다 0.1cm 작게 잘라 아크릴 뒷면에 붙인다.
6 되에 아크릴 판이 밀리지 않게 아크릴 두께만큼 들어간 위치에 글루건으로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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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처럼 한땀한땀 이어가는 인연


김희진(41) 씨는…
강원도 삼척 산골로 귀농해 남편은 천연염색을 하고,그는 규방공예를 하며 살고 있다. 초보 시골 생활의 즐거움과 규방공예의 아름다움을 블로그(http://blog.naver.com/meokmul)를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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