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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30대가 된 전지현에게 듣는 일과 사랑

도발적인 새색시

글 | 최은영 이데일리 스타in 기자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2. 08. 14

‘새색시’ 전지현이 최동훈 감독의 신작 ‘도둑들’을 통해 도발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엽기적인 그녀’가 도둑들의 세계에 발을 디뎌 30대가 되면 이런 모습일까.

30대가 된 전지현에게 듣는 일과 사랑


“‘도둑들’의 미모 담당입니다.”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며 전지현(32)이 건넨 첫인사다. 대선배 김혜수를 지척에 두고도 위축되지 않았다. ‘도둑들’ 언론시사회에선 김혜수의 육감적인 몸매를 공개적으로 탐내는 대담함도 보였다. 당시 화제가 된 발언은 “김혜수 선배와는 가슴 크기부터 비교가 안 된다”였다.
영화에선 변신의 간극이 더욱 크다.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쳐 한탕 하겠다는 도둑 10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은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 남다른 성깔에 미모에 대한 자부심, 돈 욕심이 대단한 여자다. “이렇게 태어나기가 쉬운 줄 알아?” 정색하며 따진다. 기습 키스를 당하고도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입술에 힘 좀 빼!”라며 김수현에게 충고한다. “어마어마한 쌍년”을 비롯해 입만 열면 ‘육두문자’를 쏟아낸다. 게다가 니코틴 중독으로 줄담배를 피워대는 전지현이라니…. ‘도둑들’ 이전과 이후가 딴판이다. 그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새 둥지에서 여자, 배우로 새 출발
전지현은 1997년 잡지모델로 데뷔해 드라마 ‘해피투게더’ 등을 거쳐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최고의 스타가 됐다. 혹자는 ‘엽기적인 그녀’와 ‘도둑들’ 사이 10년의 필모그래피를 두고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본인은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엽기적인 그녀’의 그림자를 벗지 못한 채 CF에 박제된 삶을 살았던 것을 떠올리면 마냥 부정하기도 어렵다.
‘도둑들’은 전지현이 30대에 선택한 첫 작품. 그를 둘러싼 굵직굵직한 변화는 모두 이 영화 전후로 터져나왔다. 가장 큰 변화는 ‘둥지’. 2010년 데뷔 초부터 함께해온 소속사 싸이더스HQ(현 iHQ)에서 독립해 1인 기획사 제이앤코(J·Co.)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전지현은 첫 작품으로 ‘도둑들’을 택했다. 촬영 말미에는 어릴 적 동갑내기 친구와 핑크빛 소문도 불거졌다. 전지현은 쿨하게 열애를 인정했고, 4개월 뒤 결혼했다. 소속사의 관리가 철저했던 시절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그 시절 전지현은 매사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싸이더스 시절과 많이 다르다”고 하자 전지현은 “어렸을 때요?”라며 질문을 바로잡았다. 그런 이유로 당시 소속사 대표가 연관됐던 휴대전화 복제 및 불법 도청 사건, ‘도둑들’ 캐스팅 직후 불거진 계좌 도용 사건 등은 입 밖에 내기 어려웠다. “당시에는 스스로 벽이 있었다”는 사실만 인정했다.
“그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잘 모르니까. 지금은 데뷔 15년 차인 걸요. 어렸을 때처럼 말도 않고 조심스러워하면 우습죠. 이게 제 본모습이에요. 솔직하고 밝은 편이죠. 사람이 어떻게 한 번에 변하겠어요. 보일 기회가 많지 않아 오해가 생긴 부분도 있을 거예요. 앞으로는 달라져야죠.”
결혼도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다. 그는 “에이,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요”라며 “여유는 확실히 생겼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모두가 언니·오빠·동생이었던 ‘도둑들’ 팀의 각별한 동료애가 자신을 더욱 편안하고 기분 좋게 했다고 강조했다.
“(김)윤석 선배도 말했지만 ‘도둑들’ 촬영장에 스타는 없고 배우만 있었죠.”
작품은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으로 불릴 정도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그러나 촬영이 끝나면 이들도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홍콩 촬영 중에는 숙소에서 회식하는 날이 잦았다. 김윤석이 마트에서 수육을 사오면 김혜수가 채소를 맡았고, 전지현은 설거지 당번이었다.

30대가 된 전지현에게 듣는 일과 사랑

1‘도둑들’에서 줄타기 전문가 예니콜을 연기한 전지현. 2 영화 ‘베를린’ 촬영차 독일로 출국하는 전지현. 3 전지현은 4월 13일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의 외손자 최준혁 씨와 결혼했다.



‘도둑들’ 최대 수혜자 “느낌 왔죠”
그에게는 10인의 도둑들 중 어느 한 사람 소중하지 않은 인연이 없다. 2009년 전지현이 ‘블러드’에 출연했을 때 ‘거북이 달린다’로 흥행에 쓴맛을 안긴 김윤석과는 촬영 내내 가장 가깝게 붙어 다니며 우정을 쌓았다. 이정재와는 ‘시월애’ 이후 12년 만에 재회하는 기쁨을 맛봤지만 함께하는 촬영신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대세’ 김수현과의 키스신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연하 배우와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국내에선 키스신도 처음 찍어봤고요. 그 상대가 김수현이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수현이는 첫 키스가 아니라고 해서 살짝 손해 보는 기분도 들었지만요.”
인터뷰 내내 밝은 기운이 감돌았다. 영화에는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김수현 등 쟁쟁한 배우가 출연했지만 그중에서도 전지현은 특히 빛났다. 맛깔스러운 대사는 대부분 그에게서 나왔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것도 전지현이다. 전지현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느낌이 왔다”고 했다.
“최동훈 감독이 친한 언니(안수현 프로듀서)의 남편이에요. ‘4인용 식탁’에서 만난 언니를 통해 ‘도둑들’이란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았고 자연스럽게 출연하게 됐죠. 여배우가 쉽게 만나기 어려운 센 캐릭터, 여기에 최고의 흥행 감독이 연출하는 작품이라는 말에 ‘무조건 같이 하자’가 됐죠.”



30대가 된 전지현에게 듣는 일과 사랑


위험천만한 액션에 평소 쓰지 않는 거친 욕설, 몸이 괴로웠던 줄담배는 문제될 게 없었다. 액션과 담배는 ‘블러드(2009년)’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년)’에서 이미 경험했고, 더 센 욕도 할 수 있었지만 감독의 만류로 참았다고.
“저는 제가 정말 잘할 줄 알았거든요. ‘나, 액션 배우다. 걱정하지 마시라’ 하고 감독한테 큰소리도 뻥뻥 치고요. 알고 보니 자신감만 넘쳤던 거예요. 무모한 자신감 하나로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르죠(웃음).”
국내 대표적인 흥행 감독인 최동훈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으로 전국 2백50만 관객을 모았고, ‘타짜’로는 관객 6백84만 명을 동원했다. 세 번째 작품 ‘전우치’도 6백20만 관객을 모으며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그와 전지현의 인연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 있다. 처음 마주친 건 6년 전 미국 뉴욕의 한 의류 매장에서다. 최 감독의 아내(그때는 여자친구였다) 안수현 프로듀서가 먼저 전지현을 알아봤다. 최 감독은 “(전지현이) 너무 예뻐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다”고 짧지만 강렬했던 그날의 만남을 회상했다. 최 감독은 당시 여행에서 안 프로듀서에게 프러포즈하고 얼마 후 결혼했다. 한 번의 여행으로 평생의 반려자, 매력적인 여배우와 인연을 맺은 것이다.
6년이 지나 상황이 반전됐다. 전지현은 최 감독과 작업하며 잘생긴 남편과 ‘도둑들’이라는 또 한 편의 대표작을 갖게 된 것. 최 감독은 “전지현이 촬영장에서 종종 누군가와 오랜 시간 통화를 하곤 했다”며 “막연히 ‘남자친구가 있나 보다’ 했는데 이렇게 빨리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결과적으로 최 감독과 전지현은 인생에 소중한 두 가지를 주고받은 셈이다.
최 감독은 전지현을 보면서 마릴린 먼로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감독 의도와 다르게 매번 자신만의 연기를 하는데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 혼란스러웠다는 것. 즐거운 에너지가 넘치는 여자이자 본능적으로 연기를 즐기는 배우. 최 감독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이다. 전지현은 홍콩, 마카오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 왔을 때 예니콜의 기운이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을 받고서 배우로 크나큰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그때의 좋은 느낌이 현재 촬영 중인 영화 ‘베를린’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두 편의 영화를 잇달아 촬영하며 신혼여행까지 미룬 그다. 전지현은 “배우는 하면 할수록 잘하게 되는 직업”이라며 “재미를 붙이느냐 아니냐가 중요한데 ‘도둑들’과 ‘베를린’ 모두 놓치기 아까운 영화였다”며 일 욕심을 냈다. 그러면서 “내 목표는 연기를 잘하겠다가 아니라 재미있게 오래 하는 거다. 길게 보고 있다”고 연기철학을 설명했다.

일보다 사랑, 인생 최고의 선택은 결혼

30대가 된 전지현에게 듣는 일과 사랑


그는 “요즘 점점 연기가 재미있어진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연기가 사람, 사랑보다 우선일 순 없다고 못 박았다. 남들에겐 갑작스러웠던 그의 결혼이 스스로에겐 자연스러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저는 사람이 좋아요. 일에서 행복을 찾는 건 어리석은 일이죠. 일이 좋은 건 바빠서. 바쁘게 사는 게 좋은 건, 안 바쁜 것보다는 나으니까. 드라마 ‘해피투게더’를 찍을 때였어요. 한국 드라마 제작 현실이 그렇듯 숨 돌릴 틈조차 없이 바쁘게 몰아쳤어요. 그러다 기적적으로 딱 하루 휴가를 얻었는데 혼자 뭘 따로 해본 적이 없으니 불안해서 못 쉬겠더라고요. 인기가 갑자기 떨어질 것 같고 말이죠. 그때 다짐했어요. 연기 말고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자고요.”
그의 남편 최준혁은 미국계 은행에 다니는 금융인으로 전지현과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이였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의 외손자이자 디자이너 이정우의 차남. 둘은 2년여의 교제 끝에 4월 결혼에 골인했다.
이들의 결혼은 올 상반기 연예가 최고의 화제였다. 그의 사랑 이야기, 결혼식에서 입은 두 벌의 드레스, 부모 앞에서 흘린 눈물, 초호화 하객, 1백10평 규모의 신혼집 등 결혼과 관련된 모든 것이 매스컴을 탔다.
그간 베일에 가려져 궁금증을 자아냈던 ‘새댁 전지현’의 생활도 거리낌 없이 공개했다. 어떤 아내인지 묻자 귀엽게도 단번에 “양처(良妻)죠”란다. 내친김에 2세 계획을 물어봤다. 전지현은 “지금 당장 계획은 없다”면서도 “현모(賢母) 역시 자신 있다”는 말로 또 다른 면모를 기대하게 했다. 아직 신혼인데 싸우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물론이죠”였다. 그는 “동갑내기여서 한 번 싸우면 장난이 아니다”라며 한술 더 떴다.
“저는 싸우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결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과 그 집안이 하나가 되는 거잖아요. 싸운다고 이상할 건 없는데 겪어보니 남는 게 없어요. 그래서 요즘은 최대한 안 싸우려고 노력합니다. 꾸욱~ 참는 게 남는 거다 싶던데요(웃음)?”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선택으로도 주저 없이 ‘결혼’을 꼽았다.
“결혼생활, 직접 해보니 좋아요. 좋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연애하는 기분이기도 하고요. 남자친구랑 한 집에서 사는 느낌? 결혼하고 보니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사람을 진심으로 아낀다는 게 어떤 건지도 알게 됐고요. 연애할 때와는 또 다르던데요?”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는 엽기적이지만 오직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그런 점에서 전지현은 달라지지 않았다. 빼어난 외모에 연기력까지.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는 그도 훔치고 싶은 것이 있을까. 그는 ‘사랑’이라고 말했다.
“제 신랑, 생각과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허튼소리는 절대 안하죠. 그 점에 끌렸는데 제가 좀 우유부단한 면이 있거든요. 만약 제가 예니콜이 돼 무언가를 훔쳐야 한다면 그 사람의 확고한 소신이 탐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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