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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인생 사용설명서 아홉 번째 | 죽기 전에 꼭 한 번

“운동이 주는 성취감에 중독돼보세요”

철인 3종 경기 출전자 ‘아이언맨’ 김동욱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조영철 기자

입력 2012.07.17 14:32:00

운동은 체력뿐 아니라 정신까지 건강하게 해주는, 인간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행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쁘다, 귀찮다는 핑계로 운동을 외면한다.
김동욱 씨 역시 오랫동안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낸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하지만 5년 전 수영을 처음 접한 뒤 그는 철인 3종 경기를 취미 삼는‘아이언맨’으로 변신했다.
“운동이 주는 성취감에 중독돼보세요”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달리기 42.2km. 이것이 바로 철인 3종 경기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아이언맨’ 코스다. 일반인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숨 막히는 과정이다. 실제로 운동깨나 한다는 사람들도 충분한 준비 없이는 섣불리 도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토록 치열한 경기를 매달 참가하는 이가 있다. 4년 전 철인 3종 경기에 발을 내딛은 델코리아 김동욱(46) 이사가 그 주인공.
철인 3종 경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닌 만큼 이를 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희열감이 상당하다. 김 이사가 첫 출전한 경기는 2008년 7월 경기도 이천에서 실시된 ‘이천설봉철인3종경기’. 긴장감과 설렘, 그리고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때였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도 당시의 기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완주했을 때 기쁨은 말도 못하죠. 내가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성취감과 희열감에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하지만 경기 내내 극심한 두려움에 떨기도 했어요. 특히 수영이 난코스예요. 저뿐 아니라 다른 출전자들도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게 수영이죠. 평소 연습할 때는 바닥이 훤히 보이는 수영장에서 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는데, 철인 3종 경기에서는 밑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는 강이나 호수, 바다에서 하니까 공포가 밀려와요. 또 수온이 갑자기 바뀌기도 해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영을 마친 뒤에는 자전거와 마라톤이 기다리고 있는데, 특히 그날은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서 ‘자전거가 미끄러져 다치지는 않을까’ ‘뛰다가 심장마비가 오지는 않을까’ 하는 온갖 걱정들이 머릿속에 꽉 차 있었죠(웃음). 하지만 그럴 때마다 경기를 마친 뒤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하며(이미지 트레이닝의 일종) 17시간을 버틸 수 있었어요.”
첫 스타트를 성공적으로 끊은 김 이사는 그때 이후로 겨울을 뺀 5월부터 10월까지 매달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일 새벽 6시에 수영을 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자전거와 마라톤을 연습한다. 주말에는 철인 3종 경기 도전자들과 함께 시뮬레이션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거의 운동이 생활화된 삶이라 볼 수 있다. 7월 8일 열리는 ‘2012 제주국제철인 3종경기’에도 출전할 예정.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철인 3종 경기를 목표로 두고 운동을 시작한 건 아니다. 심지어 그는 5년 전만 해도 운동과는 거리가 먼 보통의 중년 남성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체력장에서 오래달리기를 못해 점수를 제대로 받지 못했을 정도로 운동 능력이 떨어졌다. 대학 졸업 후 IT 관련업에 종사하면서 점점 ‘아저씨 몸매’로 변해갔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운동에 눈을 뜨게 된 건 일종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2007년 1월 5일, 해마다 그렇듯이 이날도 신년 계획을 무엇으로 정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때가 40대 초반으로, 막연하게나마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 외국계 IT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출근 시간이 상대적으로 늦다 보니 매일 늦잠을 자서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번뜩 지난해 아이들과 수영장에 갔을 때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가족과 수영장에 갔는데 그쪽 부부는 아이들을 두고 자기들끼리 수영하러 가더라고요. 반면 저희는 아내 혼자 수영하러 가고 수영을 못하는 저만 하루 종일 아이들 노는 수영장에서 발만 담그고 있었어요. 그때 느꼈던 창피함이 불현듯 떠오르면서 ‘새해 계획은 수영으로 정하자’ 하고 다짐했죠(웃음).”
그날로 수영을 시작한 그는 눈이 내리는 혹한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침마다 잠과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했지만 그는 ‘어떻게든 3개월만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신기하게도 정말 3개월이 지나니까 아침에 일어나는 게 한결 쉬워지더라고요. 드디어 수영에 재미가 붙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온라인 동호회에도 가입하고 대회에도 출전했죠. 아마추어 수영대회였는데 비록 꼴찌를 했지만 처음 느껴보는 성취감에 기분이 무척 좋더라고요. 취미로 할 때와 달리 경기에 출전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훨씬 크다는 걸 아니까 점점 더 운동에 빠져들게 됐어요.”

수영에서 시작해 마라톤, 사이클로 번진 운동 욕심

“운동이 주는 성취감에 중독돼보세요”

안장통, 근육통 등 잦은 부상을 이겨내고 ‘아이언맨’이라는 성취감을 얻어낸 김동욱 이사.



어느 정도 수영에 자신이 붙었을 무렵 그는 아침마다 함께 수영을 하는 지인을 통해 마라톤을 접하게 됐다. 지인은 그보다 수영 실력이 월등했는데, 어느 날 웬일인지 평소와 달리 쉽게 지쳐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김 이사는 속으로 ‘내 실력이 이렇게 발전했나?’하고 좋아했는데 그때 지인의 한마디 “어제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더니 힘드네”. 순간 경쟁심이 발동해 그 자리에서 당장 마라톤은 어떻게 하는 건지 물었다. 결국 지인을 따라 마라톤 훈련을 하는 아마추어 마라톤 클럽을 방문하게 됐다. 하지만 워낙 달리기에 자신이 없어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훈련에 동참했다.
“처음엔 코치가 무리하게 뛰지 말고 힘들면 걸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힘들어서 중간에 많이 걸었는데, 나중에 코치가 오늘 훈련한 거리가 22km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나도 마라톤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죠.”
이후 그는 주말마다 마라톤 클럽에 나가 훈련을 했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3개월 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난생처음 10km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완주했다. 환희의 기쁨을 만끽한 그는 2008년 3월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해 마라톤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4시간 28분의 기록으로 42.195km를 완주했다. 이로써 수영과 마라톤을 섭렵한 김 이사는 하나만 더 하면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할 것 없이 사이클에도 도전했다. 처음에는 안장통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만 그 또한 극복해야 하는 과정인 만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장비를 바꿔가며 자신과 꼭 맞는 방법을 찾아냈다. 안장통 외에도 운동으로 인한 몇 가지 고통이 더 있었다. 눈길을 달리다 심한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고, 자잘한 부상도 많았다. 하지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어려움이 바로 가족의 불만. 가장이 주말에도 혼자 운동만 하니 가족들의 원성이 자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주말에 아내,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으로 가족의 화목을 되찾았다.
“중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경기도 분당 집에서 한강까지 왕복 50km를 자전거로 다녀와요. 한때 운동에 너무 깊이 몰입해 스스로 제어가 힘들다고 느낀 적도 있지만 이제는 운동을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평생 함께 갈 동반자로 여겨요.”
지난해 10년 넘게 몸담아온 IBM을 떠나 델코리아로 옮긴 온 김 이사는 사내에 마라톤 동호회를 개설했다. 동호회 고문을 맡고 있다는 그는 “이번 주에도 마라톤 대회에 직원들과 함께 출전한다. 운동이라는 공통분모로 평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교류할 수 있어 좋다”며 흐뭇해했다.
“운동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에요. 몸치였던 저도 이렇게 해내지 않았습니까(웃음).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꾸준히 하다 보면 누구나 인생에 있어 특별한 순간을 맛보는 날이 올 거예요.”

여성동아 2012년 7월 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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