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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edu talk

뇌가 건강해지는 핀란드 교육법

글·사진 | 이보영 핀란드 통신원

2012. 07. 06

뇌가 건강해지는 핀란드 교육법


“하루 수업 시간이 짧다.”
“쉬는 시간이 길다.”
“방학이 길다.”
얼마 전 한국 교육 방문단과 함께 핀란드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 학교 교장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핀란드 교육의 성공 비결을 이 세 가지로 요약했다. 강의의 요점은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놀 때는 또 잘 놀아야 학습 효과가 높다는 것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한 국제 학력조사(일명 PISA 테스트)에서 한국 교육 관계자가 “한국과 핀란드의 점수 차가 근소하다”고 핀란드 교육 관계자에게 언급하자 그는 “핀란드 학생들은 웃으면서 공부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하지 않습니까”라고 응수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사당오락(四當五落)’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는 등, 학습 효과는 투자한 시간에 비례한다는 ‘이상한’ 함수 관계를 믿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핀란드 교육계는 아이들의 뇌와 신체 발달 단계에 맞춰 공부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조절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아이들의 뇌는 하루 동안 받아들일 수 있는 지식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
뇌의 적절한 휴식 외에도 핀란드 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좌뇌와 우뇌 모두 발달시키는 양뇌융합형 교육이다. 대뇌는 좌우 2개의 반구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각 기능 분담을 한다. 사물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는 등 창조력을 발휘할 때 사용하는 것이 우뇌다. 이에 비해 좌뇌는 읽고, 쓰고, 말하는 등의 언어 활동 및 계산 등의 논리적 사고를 담당한다.

뇌가 건강해지는 핀란드 교육법

1 2 핀란드에서는 놀이도 학습만큼 중요하다. 또한 예체능 및 실기 수업이 국·영·수처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적절한 휴식과 자극이 뇌의 보약
한국에서는 국·영·수 학습량이 다른 과목에 비해 훨씬 많다. 그러나 핀란드 학교에서는 덜 중요한 과목이란 애초부터 없다. 예체능 과목을 국·영·수보다 소홀히 하지도 않을뿐더러 수업 시간도 절대 적지 않다. 좌뇌를 키워주는 이론 수업만큼 손을 사용해 우뇌를 자극해주는 예체능 수업 비중이 높다는 것이 핀란드 교육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핀란드의 유명한 뇌신경학자이자 헬싱키대 교수인 민나 후오틸라이넨 박사는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작업을 하는 것이 뇌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신체의 근육도 반복 훈련을 통해 강화되듯이 우리의 뇌 근육도 뜨개질, 재봉 등 손으로 하는 반복 작업을 통해 강화된다고 한다.
그는 어린 아이일수록 손으로 다양한 물질을 만져볼 것을 권한다. 모래, 눈, 진흙, 신문, 짐승의 털 등 여러 소재를 접하고 만져볼수록 아이들의 뇌는 긍정적 자극을 받아 더 발달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요즘은 예전에 비해 아이들이 접하고 만지는 소재가 제한돼 있다. 아이들이 컴퓨터, 종이 등 제한된 소재만 계속 만지고 접하면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고 위축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단, 어린이들이 손으로 하는 작업은 너무 어려운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오히려 뇌 발달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수준에 맞는 손작업은 뇌를 집중시키는 동시에 이완시켜 쉬게도 만들어주는 ‘뇌의 보약’이다.

이보영 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교육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9년부터 핀란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핀란드 교육법을 소개한 책 ‘핀란드 부모혁명’ 중 ‘핀란드 가정통신’의 필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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