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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무한도전’ 김태호 PD 눈시울 붉히며 들려준 결방 4개월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2012. 06. 15

매주 토요일 저녁 시간을 즐겁게 해주던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파업으로 결방한 지 16주가 넘었다. 깨알 같은 편집과 자막으로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해온 ‘무도’ 제8의 멤버 김태호 PD가 마이크를 잡았다.

벌써 재방송만 넉 달째다. 16주 연속 결방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김태호 PD(37)가 MBC 노동조합의 총파업에 참여함에 따라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무한도전’ 재방송이 나온다. 김 PD가 5월 19일 마이크임팩트가 주최한 ‘청춘 페스티벌’에 연사로 참가했다. 강연 장소인 서울 여의도 물빛 무대에 오렌지색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그는 패셔니스타답게 하얀 셔츠에 넥타이, 독특한 무늬의 양말과 파란 바지에 운동화를 매칭했다. “청춘 하면 파란색이 떠올라서 입어봤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특강이 열린 시간은 오후 6시 25분. 원래대로라면 ‘무한도전’이 방영될 시간이다. 시청자와 넉 달째 만나지 못한 그의 심정은 어떨까. “아마 가까이에서 보면 제 눈시울이 붉어진 게 보이실 텐데…. 정말 괴롭다”로 운을 떼면서 “끝까지 기다려주시면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라고 다짐했다.
‘무한도전’은 벌써 8년째 인기를 구가하는 MBC의 효자 프로그램이다. 김 PD는 멤버를 구성할 때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그래프를 그려놓고 캐릭터를 분석하기도 하고 경험이 많은 유재석, 박명수에게 조언을 구하고 사람을 만나본다”고 답했다. 분명한 것은 처음부터 완성돼서 들어온 캐릭터는 없었다는 점이다. 방송이 끝나면 특정 멤버가 주목받아 검색어 상위권을 휩쓸기도 하고, 때로는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한다.

“결정은 PD가 하지만 판단은 시청자 몫”

‘무한도전’ 김태호 PD 눈시울 붉히며 들려준  결방 4개월


“사실 방송이 나간 후 연기자가 비판을 받는 건 전적으로 PD 책임이죠. 제가 ‘괜찮을 거다’라고 판단하고 내보냈는데 캐릭터를 제대로 못 살린 것이니 자기 반성이 크고 자극도 되죠. 언론에서 ‘위기다’라고 하면 저희는 위기인지 모르면서도 고민해요. 하지만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대개 의견이 반반 나뉘거든요. 결정은 책임자인 제가 하니,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겠죠. 판단이 틀렸다고 해서 붙잡고 아쉬워하면 다른 일을 못해요. 매주 새로운 작품을 해야 하니까 감정에 휩쓸리면 영향이 있죠. 확실한 건 시청자와 같이 고민한다는 거예요. 판단은 시청자가 하니까요.”
멤버들은 ‘무한도전’ 촬영이 없는 요즘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묻자 “40대들이 주말마다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라며 “목요일 저녁에는 멤버들과 얼굴도 보고 밥도 같이 먹는다”고 했다. 이날 그의 강연 뒤에 리쌍의 멤버 길과 개리가 무대에 서기로 돼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김 PD는 “재미없겠는데…”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그는 방송이 나갈 때 희열을 느끼는 타고난 ‘방송쟁이’지만 정작 방송이 나가는 순간에는 부끄러워서 잘 못 본다고.
“과정은 항상 고되잖아요. 방송 나가고 반응이 좋으면 힘들었던 과정은 기억도 안 나요. 결과의 단맛을 보면 마약처럼 고통은 사라지죠. 시청률로 뿌듯해한 적은 별로 없었지만, 촬영이 잘 마무리돼서 120~130% 좋은 반응을 얻으면 희열을 느끼죠.”
출연자를 포함한 1백여 명의 스태프들을 선봉에서 진두지휘하는 김 PD의 리더십이 궁금했다.
“저는 목소리가 엄청 작거든요. 현장에서 누굴 불러도 상대가 듣지 못해 전화로 다시 부르고(웃음). 직언도 못하고 돌려서 말하는 스타일인데 ‘무한도전’를 이끄는 건 제 리더십만은 아니에요. 8년 동안 함께하면서 방송 시스템을 많이 바꿨고, 그런 기적을 체험한 식구들이거든요. 제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아도 같은 비전을 보고 있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손발이 착착 맞죠. 유재석 씨 같은 분들이 워낙 책임감도 강하고 순간순간 어떻게 해야 좋은 그림이 나갈지 잘 판단해요.”
무형식이 형식이라고 할 정도로 자유로운 포맷은 ‘무한도전’의 자랑. 그러다 보면 종종 방송에서 대놓고 심드렁한 모습이나 성질을 부리는 모습이 노출되는 멤버도 있다. 그는 “그럴 때는 제가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모습이 방송에 나가서 시청자들의 욕을 먹는 게…”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그거만큼 따끔한 게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프로그램 아이디어는 뜻밖에 소박한 곳에서 얻는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는 영화 ‘놈놈놈’의 포스터를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우리도 멤버들 가운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다 있는데 한 번 해볼까” 해서 한 기획이라고. 지구 온난화에 대해 다룬 ‘녹색특집-나비효과’ 편은 김 PD가 아내에게 혼나고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여름에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세게 틀었더니 아내가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 덥지 않겠느냐”며 나무랐다는 것. 그는 “실생활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만든 기획이 상을 받을 때가 많은데 그러면 민망하더라”라고 했다.
“그동안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소재는 없었어요.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가 중시하는 건 소재가 아니라 이야기, 내러티브죠. 현장에 A부터 Z까지 준비하고 나가도 일곱 멤버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가 없잖아요. 순간순간 전혀 생각지 못한 게 나올 때도 있고, 더 새로운 게 있으면 따라가보기도 하고요.”
대부분 예능 프로그램은 일정 궤도에 오르면 인기를 유지하고 안주하려 한다. 식상한 패턴이 반복되면 결국에는 외면당하게 마련이고, 예능 프로그램 대부분이 그렇게 끝났다. 그는 “그런 점이 싫었다”고 했다.
“태양까지 가서 타 죽는다고 해도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마음이었죠. 한 주 한 주 방송할 때마다 안주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어요. 종종 준비가 부족해 한번 보여 드린 것과 흡사한 걸 보여드리면 마음이 불편했죠. 더 조사하고 준비해서 조금이라도 새로운 걸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 부족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새로운 화두 던지는 프로그램으로



‘무한도전’ 김태호 PD 눈시울 붉히며 들려준  결방 4개월


‘무한도전’이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바는 무엇일까. 그는 “원래 2% 부족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어느 순간 시청자의 사랑 덕에 부족함이 채워지고 정상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 이후부터는 원없이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릴까를 고민했죠. 달력, 사진전, 장학재단 등이 그런 ‘나눔’의 일환이었어요. 특정한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화두를 많이 던지려고 해요.”
어릴 때 TV 보는 걸 좋아해서 TV를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방송사에 들어가고 싶었다는 김 PD. 그는 ‘무한도전’과 함께 하며 8년째 행복한 상태다.
“요즘 ‘무한도전’을 못하는 게 얼마나 슬픈지 온몸으로 겪고 있어요. 지난 8년간 매주 행복했어요. 하고 싶은 걸 원없이 해봤고 앞으로 원없이 할 거예요. ‘형, 우리는 즐거우니까 이 일을 하지’라는 노홍철의 말이 맞아요. 예전에 인터뷰에서 ‘저희끼리 즐겁게 MT 갔다 왔는데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느낌’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은 다하고 있어요. ‘하하 VS 홍철’ 결과요? 저도 궁금하네요. 찍은 지 오래돼서…. 최선을 다해 마무리해서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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