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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의 거울, 대입 논술 문제

글 | 이수진 중국 통신원 사진제공 | REX

입력 2012.05.08 11:08:00

중국 사회의 거울, 대입 논술 문제


한국에 ‘수능 한파’가 있다면 중국에는 ‘입시 더위’가 있다. 중국의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매년 6월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가오카오에 앞서 치러지는 주요 대학의 특별자율전형인 쯔주자오성(自主招生)이 시작되면서 중국은 이미 본격적인 입시철로 접어들었다. 통상 1차 필기 고사와 2차 면접 및 구술 고사로 치러지는 쯔주자오성의 면접 시험에 등장한 구술 주제는 가오카오의 논술 주제와 함께 매년 화젯거리다. 올해는 ‘옥황상제와 여래불 가운데 누가 더 높은가’(푸단대학)라는 문제가 논란을 일으켰다. 유치하다는 비판이 나온 반면 신선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답이 딱 하나뿐인 문제의 정답을 찾는 데 길들여진 수험생들 사이에서 특출한 인재를 고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이전에도 ‘노자와 공자가 싸운다면 누구를 돕겠는가’ ‘카이신 농장의 채소 도둑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 허를 찌르는 질문들이 있었다. 필자 역시 관련 뉴스를 보다가 사무실 동료에게 “카이신 농장에서 누가 채소를 훔친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다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카이신 농장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인터넷 게임이었다. 농장에서 채소를 키우는 한편 남의 농장에서 채소를 훔칠 수도 있는데 한때 직장인들이 업무 시간 중에도 이 게임에 매달리는 것이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화제였다고 한다.

중국 사회의 거울, 대입 논술 문제

1 교사가 학생의 논술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2 중국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



‘무엇을 아느냐’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로 출제 경향 바뀌어
어쨌거나 논술 시험이나 구술 면접의 주제가 한 사회의 오늘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같은 이유에서 한한(중국의 대표적인 신세대 소설가이자 파워블로거), 팡저우즈(사이비 과학을 비롯해 학력 위조 및 논문 표절 등의 폭로에 앞장서는 과학 저술가), 첸쉐썬(중국 로켓의 아버지라 불리는 저명한 과학자로 최근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개봉됨) 등 시사 인물을 알아야 답할 수 있는 질문도 제법 있었다. 푸단대학의 구술 시험에서는 ‘한한과 팡저우즈의 논쟁을 어떻게 보는가’ ‘첸쉐썬의 집을 설계한다면 어떻게 설계하겠는가’ 등의 문제가 제시됐다.
과거 질문이 겨냥하는 바가 ‘무엇을 아는가’였다면 갈수록 ‘어떻게 생각하느냐’로 옮아가고 있다. 또 추상적이고 문학적인 가오카오 논술 문제에 비해 면접 구술 문제는 구체적이고 시사적인 주제를 통해 수험생의 순발력과 논리력 및 사고력을 확인하는 질문이 대종을 이룬다. 베이징대학은 ‘2012년부터 TV 드라마 중간 광고를 금지키로 했다. 당신이 드라마 제작사 및 광고 회사 관계자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중국 식품 안전 기준이 국내 및 외국에서 각각 다르게 적용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등의 문제를 출제했다.
칭화대학은 ‘학교에서 개교 80주년 축하 행사를 맡게 된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는가’ ‘만약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왕조로 가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중국 입시에서 점차 면접과 구술 시험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1차 필기 시험을 통과한 응시생들은 기뻐할 겨를도 없이 구술 시험 준비에 바쁘다. 일단 인터넷을 뒤져 이전 기출 문제를 살펴보고 최근 시사 이슈를 정리한다. 일부는 전문 학원을 찾아 ‘모의 면접’을 치르기도 한다. 예상 문제를 맞히기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지만 실전 상황과 유사한 환경 속에서 시험을 치러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훈련이 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중국의 고3 수험생들은 꽃이 만발한 봄을 느낄 새도 없이 뜨거운 시험의 계절을 통과하고 있다.

이수진 씨는…
문화일보에서 14년 동안 기자로 일하다 2010년부터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로서 인민화보 한글판 월간지 ‘중국’의 한글 책임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중1, 초등6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여성동아 2012년 5월 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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