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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오디션 신데렐라에서 뮤지션으로 돌아온 존박

글 | 권이지 객원기자 사진제공 |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라네즈

2012. 04. 18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데뷔 앨범 ‘Knock’가 좋은 평가를 얻자 존 박의 스케줄 표에는 여백이 사라졌다. 그 빡빡한 스케줄을 비집고 들어가 대화를 나눌수록 ‘음악밖에 모르는 바보’와 마주하고 있는 느낌. 이 남자 우리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오디션 신데렐라에서 뮤지션으로 돌아온 존박


서울 여의도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존 박(24)을 만나자마자 “축하한다”는 덕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스턴트식품처럼 유통기간이 짧아진 음반시장에서 데뷔 앨범 판매가 한 달 만에 2만장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10만 장, 아니 1백만 장은 넘어야 톱 가수의 체면치레를 했지만 요즘엔 5만 장도 넘기기 어려운 터라 존 박의 데뷔는 꽤 성공적이다. 게다가 음반 판매량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벌써 스테디셀러라는 말까지 나온다. 축하 인사를 받자 존 박은 예의 그 수줍은 미소로 나지막하게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그 순간 출중한 외모, 뛰어난 노래 실력과는 반대로 순진한 표정과 어눌한 말투로 오히려 여심을 사로잡았던 2010년 ‘슈퍼스타K 2’ 시즌이 떠올랐다. 정말 오랜 기다림 끝에 존 박이 돌아왔다.
존 박(한국 명 박성규)은 미국 이민 1.5세대로 성장기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살았다. 폭스TV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 출연해 주목을 받긴 했지만, 그의 인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달려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10년 엠넷의 ‘슈퍼스타K 2’였다. 최종 결승까지 올라갔으나 탁월한 가창력의 소유자 허각에게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매력적인 중저음, 훈훈한 외모, 좋은 학벌, 세련된 매너까지 완벽한 세트여서 늘 인기투표 1위를 달렸다. 사람들은 ‘슈퍼스타K 2’가 끝나기 전부터 ‘존 박’이라는 대어를 과연 어떤 기획사가 낚아챌지 궁금해 했다. 온갖 ‘설’들이 난무했지만 그는 오디션이 끝나자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2011년 4월 이적과 김동률이 소속된 뮤직팜 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해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사이 ‘슈퍼스타K 3’는 울랄라세션, 버스커버스커 등 새로운 스타를 배출하며 또 한 해를 넘겼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릿해질 무렵인 2012년 2월 그는 타이틀 곡 ‘Falling’을 포함, 총 다섯 곡을 수록한 미니 앨범 ‘Knock’로 조심스레 가요계 문을 두드렸다.

# Falling in John Park 순수 청년, 지금 홀로서기 중

오디션 신데렐라에서 뮤지션으로 돌아온 존박


‘슈퍼스타K 2’ 당시 존 박은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정작 그 자신은 실감하지 못했다. 오디션 기간 동안 인터넷을 포함해 외부와의 접촉이 철저히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승전이 끝나고 나서야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알았다. 가족과 음악, 공부밖에 모르던 평범한 스물두 살 청년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돼 있었다. 촘촘한 방송과 공연 스케줄에 끌려다니며 분명히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데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그는 텅 빈 자신을 돌아봤다.
“프로그램을 마치자마자 혼란스러웠고 뭔가 제 맘에 들지 않았어요.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무섭다는 것을 알았죠. 당시에는 제가 누리는 인기와 성공이 진짜라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조건 잘 나가는 것이 성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네가 원하는 것이 이렇게 노래하는 거니?’ 하고 스스로 물었어요. 답은 ‘아니다’였죠.”
음악이 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할 때는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 순간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가장 괴롭고 힘들었을 때 나를 웃게 해주고, 견디게 해주는 것이 음악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어요.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죠. 그럴 때 음악이 많은 위로가 돼줬어요. 부모님도 친구들도 있었지만 혼자 시간을 보낼 때는 좋은 노랫말을 들으며 마음을 보듬었죠. 울기도 했고요(웃음). 그렇게 제게 음악이 들어왔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때 아카펠라 그룹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에 다가섰다. 공부를 해야 할 아들이 음악에 빠지자 부모님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대학에 가기 전에 몰래 대학교 오디션을 봤어요. 저희 학교(미국 노스웨스턴대)에는 보컬과 경제학을 복수전공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거기에 합격하고 나서야 부모님이 100% 지원을 해주셨죠. ‘우리 아들이 재능도 있고, 신중하게 음악에 접근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하셨대요.”
그러나 곧 경제학과 음악을 함께 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다면 하나에 전념하자’고 결심하고 음악을 포기했다. 당연히 그 결정을 환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부모님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을 쉽게 포기할 거냐’고 하시더군요. 오히려 부모님께서 용기를 주신 거죠. 그 덕에 우연히 ‘아메리칸 아이돌’ 오디션을 보게 됐고, 연이어 ‘슈퍼스타K’ 예선에 도전해 여기까지 왔어요.”
어린 나이에 이민을 간 이들 중에는 외로움으로 방황하거나 부모와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존 박은 예외인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묻어났다.
“부모님께는 착한 아들이죠(웃음). 오히려 이제야 사춘기가 온 것 같아요. 품 안을 벗어나려고 얼마나 애쓰는데요. 부모님과는 대학교 때까지 애정 표현도 자주 하고 대화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제 일을 시작하고 어쩔 수 없이 따로 살게 되니까 더 홀로 서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는 것도 싫고요.”



# Falling in Music 직접 작사한 ‘Falling’에 음악에 대한 진솔한 마음 담아
존 박의 홀로 서기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났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타인의 노래를 각색해 불렀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자신의 노래를 부른다. 프로듀싱과 작사에도 직접 참여해 뮤지션으로서의 재능도 드러냈다.
“제 노래를 가진다는 것이 이렇게 큰 의미일 줄 몰랐어요. 타이틀곡을 작사하게 된 것도 좋아요. 작업하면서 보람이 정말 커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작곡과 작사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좀 더 진지하게 음악과 마주하게 됐어요.”
‘하얗게 번지는 머릿속에다 그대를 새겨놓고 저 멀리 날아가 모든 게 보이는 두 눈을 감고서 시간을 되돌려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로 시작하는 타이틀곡 ‘Falling’. 가사가 시적이라고 했더니 의미가 많이 담겨 있다고 했다. 단순한 사랑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음악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라고.

오디션 신데렐라에서 뮤지션으로 돌아온 존박


“‘하얗게 번지는’이라는 구절로 ‘슈퍼스타K’를 마친 뒤의 혼란스러웠던 마음과 ‘멍한 느낌’을 표현했어요. 곡이 지닌 몽환적인 느낌과 어울리기도 했고요.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고 마비된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모든 게 보이는 두 눈을 감고서’란 부분은 이제 제가 뭘 하고 싶은지 깨달았음을 표현했어요. 외로우면서 힘든 시간이 있었기에 스스로 달라졌고 성숙해진 것 같지만,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서 열심히 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노래에 담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슈퍼스타K’가 그의 삶에 전환점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달콤하기만 한 추억은 아닌 듯했다.
“매주 생방송 무대를 준비하면서 가사 외우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팝송을 제외하곤 처음 듣는 곡들뿐이었죠. 2~3일 만에 곡을 소화하고, 거기다 무대 구성까지 신경 써야 하니 정신이 없었어요. 그때는 ‘깡’으로 버틴 거지 음악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것은 아니었죠. 나중에 결승전이 끝난 뒤에야 제가 나온 무대를 모니터링했어요. 제가 어떤 무대에 섰는지도 잘 모르고 준우승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디션이 끝나고 한참의 고민 끝에 이적과 김동률이 소속된 뮤직팜 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이 자신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자 심적으로 많이 안정되고 자신감도 얻었다.
“무엇이 힘들고 외로운지, 음악에 대한 내 생각이 무엇인지,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적이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할 기회가 됐어요. 그래서 앨범 작업이 예상 밖으로 늦어졌죠.”
앨범 작업은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 이번 앨범의 다섯 곡 중 세 곡은 김동률의 곡. 곡의 스타일이나 창법에서 김동률의 향기가 강하게 난다고 하자 목소리에 그 느낌을 많이 담았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따라한 것은 아니고요.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면서 가사를 다루고 표현하는 데 선배의 감성을 물려받았어요. 느낌이 비슷할 수는 있겠지만 곡 자체의 분위기 때문에 그런 것 같고요. 제가 쓴 자작곡이 나오면 다른 분위기를 내겠죠. ‘Falling’과 ‘Good Day’는 다른 세 곡과 전혀 느낌이 다르니까요.”
선배로서, 스승으로서 배울 점이 많은 이적과 김동률에 대한 그의 시선은 어떨까.
“두 분의 스타일이 많이 달라요.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김동률은 완벽주의자고 이적은 록 스타예요. 적이 형은 자신이 느끼는 대로 표현해서 자유롭죠. 동률이 형은 편곡할 때도 모두 다 계산을 해요. 다음에는 적이 형과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동률 형이 너무 많이 도와줘서 여쭤보기도 죄송하거든요(웃음). 두 분 이외에는 정원영 교수님(KBS 밴드 서바이벌 톱밴드1 코치)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요즘은 교수님 노래를 듣고 있거든요.”
존 박과 함께 ‘슈퍼스타K 2’ 톱3까지 올랐던 강승윤이 시트콤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과 관련해서 음악 이외의 활동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고 하자 고개를 저었다.
“연기는 제가 잘 하는 분야가 아니라 생각해요. 신인가수니까 이름을 알리기 위해 방송에 자주 나가야 하지만, MC 등의 자질은 없어요. 아, 라디오는 관심이 있어요. 물론 지금은 아니고요. 아주 나중에, 저만의 음악을 하면요.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앨범처럼 다음 작품에도 사랑 이야기가 가득할까? 그는 사랑 이야기를 쓰기야 하겠지만, 아프거나 외로울 때 힘이 될 수 있는 곡을 쓰고 싶다고 했다.
“좀 더 영혼을 담은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빠른 비트의 음악도 하고 싶고요. 장르가 많이 달라질 것 같아요. 앞으로는 자작곡이 많아질 테니 제 색깔이 훨씬 뚜렷하게 드러나겠죠.”

# Falling in Love 프러포즈로 노래는 No! “그녀 위해 작업한 곡 앨범에 담고 싶어”

오디션 신데렐라에서 뮤지션으로 돌아온 존박

존박은 배우 송혜교와 3월 8일 듀엣 곡 ‘switch’를 공개했다. 이 곡은 항상 곁에 있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그의 사랑관도 그처럼 뚜렷할까, 얼마 전 송혜교와 함께 달콤한 듀엣 곡을 불렀던지라 스물넷 청년이 부르는 자신의 사랑 노래가 궁금했다.
“웃을 때 예쁜 여자가 이상형이에요. 눈웃음에 끌려요. 외적인 면은 첫인상 때문에 중요시 여겨요. 그 다음이 성격. 성격이 중요해요. 완전 까다로워요(웃음). 이해심 많고, 무게감 있는 여자요. 제가 존중할 수 있고 항상 배울게 많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연상 취향이 아니냐고 하니까 “마음이 연상인 여자”고 나이는 따지지 않는다고 했다. 연애할 때도 음악처럼 많이 빠져드는 편이라고.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지만 연애를 할 때는 열심히 한다고 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마다 열정을 가지고 만났어요. 가볍게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늘 신중하죠.”
부드러운 거품이 가득한 카푸치노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면 여자친구가 좋아할 것 같은데 정작 그건 쑥스러워서 못하겠단다. 곡을 써서 앨범에 담아 선물할 수는 있겠지만, 직접 만나서 세레나데를 부르는 건 못하겠다고 말하는 표정에서 언뜻 멋쩍음이 묻어났다. 그렇게 많은 인기와 사랑을 받고도 때 묻지 않은 소년의 얼굴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왕자님 같던 존 박에 대한 첫 인상은 대화를 나눌수록 음악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뮤지션으로 바뀌었다. ‘음악밖에 모르는 바보’랄까.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음악적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 남자가 들려줄 노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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