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쌍둥이 엄마된 탤런트 박은혜 ‘뷰티의 여왕’으로 돌아오다

“한꺼번에 찾아온 두 배의 행복, 연기보다 조금 쉬운 육아”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2012. 04. 18

2년 전 드라마 ‘분홍립스틱’을 마치고 휴식기에 들어간 박은혜가 지난해 소리 소문도 없이 쌍둥이 엄마가 됐다. 앞서 한 차례 유산 경험이 있기에 그는 아이를 낳을 때까지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야 마음 편히 털어놓는 출산, 결혼 이야기.

쌍둥이 엄마된 탤런트 박은혜 ‘뷰티의 여왕’으로 돌아오다


지난해 8월 쌍둥이를 출산하고 잠시 브라운관을 떠났던 박은혜(34)가 새로운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그동안 연기에만 매진해온 것과 달리 KBS드라마채널 ‘뷰티의 여왕’ MC를 맡은 것. 기존의 순종적이고 지루한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선뜻 MC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서울 상암동 ‘뷰티의 여왕’ 녹화 현장에서 만난 그는 화사한 핑크빛 원피스 차림에 세련된 헤어 메이크업 등 외모에서부터 색다른 변화가 느껴졌다.
“아기를 낳고 처음 대중 앞에 설 때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던 차에 ‘뷰티의 여왕’ MC 제안을 받았고 바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예전에 서경석, 김제동 씨와 같이 진행을 해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서 부담감이 적었는데 이번에는 제가 중심이 돼 방송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처음부터 어깨가 무겁더라고요. 특히 드라마는 대본만 열심히 외우면 되지만 예능은 순발력과 애드리브가 중요하잖아요. 아직 미숙하지만 앞으로 점점 나아질 거라 믿어요(웃음).”
최근 비슷한 포맷의 뷰티 전문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부담감이 더욱 클 법한데, 박은혜는 자신만의 강점으로 ‘서민적인 친근감’을 꼽았다. 뷰티 코치로서 자질은 없지만 시청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평범한 여성들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를 대변할 생각이다. 그는 “외모가 예쁜 연예인이 진행하는 뷰티쇼가 아니라 함께 수다 떨 수 있는 친구가 진행하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뷰티 프로그램과 비교해 또 다른 차별점은 남자의 시각이 많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내 남자의 Yes or No’ 코너가 대표적인데 여자가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남자가 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는 전제하에 다양한 설문 형식으로 꾸며진다.
“‘뷰티의 여왕’을 하면서 새로운 정보들을 많이 얻고 있어요. 쌍둥이를 낳은 뒤 세수 후 스킨로션 바르는 것도 종종 깜빡하는데, 방송에서 처음 들어보는 뷰티 제품도 많고,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피부 관리법이 많더라고요. ‘뷰티의 여왕’을 하면서 더 예뻐질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겨요(웃음).”

“서로 다른 지인에게 두 번 소개받은 남편, 인연이었던 듯”
방송 복귀를 앞두고 남편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당신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라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뷰티의 여왕’ 2회분 녹화가 있는 토요일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쌍둥이를 돌보는 것은 남편 몫이 됐다.
“친정엄마가 와주시지만 남편의 도움 없이는 아이들을 돌보는 게 불가능해요. 임신했을 때부터 남편이 옆에서 많이 챙겨줬어요. 쌍둥이라 입덧도 두 배로 했는데 화장실로 뛰어가다 구토를 해버리면 뒷수습은 늘 남편 몫이었죠. 임신 초반에는 물에서도 비린내가 나서 물도 못 먹을 만큼 입덧이 심했거든요.”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남편은 B형의 꼼꼼함과 경상도 사나이의 화끈함을 동시에 지녔다고 한다. 부산 출신이라 무뚝뚝할 것 같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한 덕분인지 한국 남자의 가부장적인 면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인터넷에서 “박은혜 남편이 세 번 결혼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지만 이는 헛소문으로, 얼마 전 박은혜는 SBS ‘강심장’에서 남편을 둘러싼 루머의 진상을 밝히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07년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고 한다.
“친한 언니가 소개팅을 주선하기로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남자 쪽에서 연락이 없었어요. ‘내가 마음에 안 드나보다’ 하고 넘겼는데, 몇 달 뒤 다른 언니가 또 똑같은 조건의 남자와 소개팅을 하라고 하는 거예요. 왠지 같은 사람인 것 같아 전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더니 그럴 리 없다며 딱 30분만 만나고 오라고 해서 별 기대 안 하고 나갔는데, 제가 첫눈에 반했어요(웃음). 남편도 처음에는 제가 연예인이라서 싫었지만 막상 만나보니 연예인 같지 않아서 좋았대요. 서로 두 번이나 같은 사람을 소개받았다는 것부터 저희는 결혼할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1년 열애 끝에 박은혜는 사극 ‘이산’에 출연 중이던 2008년 4월 행복한 신부가 됐다. 하지만 얼마 뒤 큰 아픔을 겪어야 했다. 허니문 베이비로 생긴 아이가 유산된 것. 그렇기에 두 사람은 쌍둥이 임신 소식을 듣고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박은혜는 쌍둥이를 갖기까지 많은 공을 들였다. 유산 후 한동안 방송 일을 쉬었던 것도 같은 아픔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빨리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유산 후 쉽게 아이가 생기지 않았어요. 임신하려고 일까지 쉬었는데, 결국 작품은 작품대로 놓치고 아이도 생기지 않자 마음이 많이 복잡했죠. 주위 분들은 그렇게 조바심 내지 말고 연기 하면서 편안하게 아이를 기다리라고 했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제 맘도 모르고 너무 편하게 얘기하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까지 들더라고요.”

유산의 아픔, 쌍둥이 아들이 두 배로 갚아줘

쌍둥이 엄마된 탤런트 박은혜 ‘뷰티의 여왕’으로 돌아오다




결국 그는 2010년 드라마 ‘분홍립스틱’을 끝낸 뒤 임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섣불리 사람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을 때 자랑하려 했지만 “쌍둥이라 안정권이 없다”는 병원 측 얘기에 출산 때까지 비밀을 고수했다. 더욱이 임신을 준비할 때부터 아이를 갖는 것뿐만 아니라 유산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그는 임신 내내 외출도 삼가고 몸조심을 했다.
“초반에는 입덧 때문에 힘들었고 배가 부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쌍둥이라 몸이 많이 무거워서 외출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더욱이 외부에 알리지 않은 상태라 되도록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했죠. 임신 중 지인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게 가장 미안해요. 오래전부터 결혼하면 꼭 가겠다고 약속했던 친구의 결혼식도 못 갔고, 주영훈·이윤미 씨 아기 돌잔치에도 못 갔어요. 그럴 때 기분이 좀 우울하더라고요. 한 번은 저희 시누이가 남편한테 그랬대요. ‘은혜도 임신해서 많은 사람들한테 축하받고 싶을 텐데 그러지 못하니 네가 더 잘해줘야 한다’고요. 그 덕분에 임신 중 남편한테 공주 대접을 받았어요(웃음).”
처음 쌍둥이들과 만난 날, 박은혜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고 한다. 여전히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지만, 방긋 웃는 아이들을 볼 때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뿌듯함과 행복이 밀려온다고. 박은혜는 “얼마 전 백화점에 갔다가 20대로 보이는 아들과 팔짱을 끼고 쇼핑을 하는 중년 여성을 봤는데, 참 보기 좋더라고요. 나중에 나도 두 아들과 팔짱을 끼고 데이트할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레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육아에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루 종일 아이를 안고 생활하다보니 팔꿈치며 무릎 등 관절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육아가 적성에 맞는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살림보다는 어렵지만, 연기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고백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친정엄마는 ‘아이 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러냐’고 나무라세요(웃음). 그런데 솔직히 저희 엄마는 촬영을 안 해봤고 저는 둘 다 해봤잖아요. 아이 보는 게 물론 힘들지만, 적어도 추운 곳에서 하루 종일 떨면서 서 있진 않으니까 아이 보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촬영하다 보면 정말 딱 한 번만 바닥에 등을 대고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웃음). 또 밖에서는 대본 등 하루 종일 뭔가를 외워야 하고 사람들과 마주치면 웃어야 하고, 몸도 마음도 다 긴장되거든요.”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일에 흥미를 잃을 무렵 결혼을 하게 됐고 이참에 연예 활동을 접기로 마음먹기도 했다. 마침 남편이 “결혼 후 일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해서 못 이기는 척 연기를 그만둘 작정이었단다. 하지만 활동을 중단한 지 2년이 넘자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보면 촬영장에서 인터뷰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걸 보면 촬영장이 그립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갈증보다 연기자, 스태프와 장난도 치면서 왁자지껄한 촬영장의 분위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느 날 함께 TV를 보던 남편이 ‘다시 연기하고 싶지?’ 하고 묻더니 원하면 그렇게 하라고 해서 그 길로 은퇴 계획이 무산됐어요(웃음).”

‘해품달’ 한가인이 안쓰러웠던 이유

쌍둥이 엄마된 탤런트 박은혜 ‘뷰티의 여왕’으로 돌아오다


그는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드라마 ‘해를 품은 달’ 김수현과 한가인의 나이 차가 논란이 되는 걸 보면서, 같은 유부녀 연기자로서 많이 속상했다고 한다. 보통 작품 속에서 남녀 배우의 나이 차는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님에도, 한가인의 경우 유부녀라는 이유 때문에 불필요한 비난까지 감내해야 했던 것 같다는 얘기였다.
“사람들의 의식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유부녀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였어요. 앞으로 어린 남자 배우와는 일하기 힘들겠구나 싶기도 했고요. 만약 저한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무척 속상할 거예요.”
데뷔 초 왕조현을 닮은 외모로 화제를 모은 박은혜는 2003년 사극 ‘대장금’에서 연생이 역을 맡아 ‘늦깎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후 ‘대장금’이 한류 열풍을 몰고 오면서 그 역시 중화권에서 한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0년 그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대만 드라마 ‘심정밀마’는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최근 박은혜는 서울에서 6백여 명의 중국 팬들과 팬미팅도 가졌다.
“아기 낳고 처음 가진 팬미팅이었는데 여전히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저도 길에서 중국 관광객들을 만나면 먼저 가서 말을 걸고 싶을 정도로 중국 팬들에 대한 마음이 남달라요. 올해도 중국에서 작품 하나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지금껏 단아하고 차분한 이미지의 배역을 주로 맡아온 박은혜는 정형화된 캐릭터에 큰 불만은 없다고 한다. 한때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중에게 편한 인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으로 여기게 됐다.
“아이 엄마가 돼서 그런지 시크한 매력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비치면 좋겠어요. 박은혜라는 사람을 떠올리면 마음이 훈훈해질 수 있는.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부터 노력할게요(웃음).”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