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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우리 시대 결혼에 관한 10문10답

‘사랑과 전쟁’ 김태은 김효은 작가

글 | 김명희 기자 사진 | 조영철 기자, REX 제공

입력 2012.03.22 12:04:00

매주 금요일 밤 안방극장에는 전쟁 같은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KBS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2’,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쉽게 파국으로 치닫는 커플의 모습은 요즘 부부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극을 집필하는 김태은 김효은 작가로부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우리 시대 부부들의 결혼 이야기를 들었다.
전쟁 같은 우리 시대 결혼에 관한 10문10답


부부 10쌍 중 4쌍이 갈라선다는 말이 나올 만큼 우리 주위에서 이혼은 흔한 이야기가 됐다. 이혼에 이르지 않더라도 불화를 겪는 부부도 많다. 하지만 부부 사이의 일은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털어놓기 쉽지 않다. KBS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2’는 이처럼 말 못할 부부 사이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주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주부들 사이에서는 ‘사랑과 전쟁’이 방영될 때는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방영된 시즌1에 이어, 구성을 재정비해 지난해 11월부터 시즌2를 시작한 것도 이런 인기의 방증이다.
김태은(41)·김효은(40) 작가는 시즌1 때부터 ‘사랑과 전쟁’을 집필했다. MBC 코미디 작가 공채 출신인 김태은 작가는 ‘오늘은 좋은 날’ ‘코미디하우스’ ‘테마게임’ 등을 거쳤고, 김효은 작가는 직장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작가로 전업해 ‘사랑과 전쟁1’으로 데뷔했다.
‘사랑과 전쟁2’는 PD 한 명과 작가 한 명이 짝을 이뤄, 3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만든다. 제작진이 드라마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요즘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즌1이 주로 남편의 외도나 불륜, 고부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2에서는 대리부, 오피스와이프, 워킹맘, 아내의 성형 등 소재가 다양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각각의 소재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결혼해서 두 아이를 두고 있는 김태은 작가는 시청자들이 보내오는 사연에 주변에서 접하는 이야기들을 살을 붙여 드라마를 집필한다. 미혼인 김효은 작가는 아이돌에게 빠진 주부, 대리부 같은 사회적인 이슈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Q1 시즌1까지 포함하면 5백 회가 넘는다. 그만큼 부부 갈등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이야기일 텐데, 그 많은 소재를 어디서 다 구하나.
김효은 신문 사회면에 보도됐던 사건도 있고, 시청자가 게시판에 올려준 사건을 재구성한 것도 있다. 현재 시즌2 소재 공모 코너에는 2백50여 건의 사연이 올라와 있다. 실제 이혼 사례를 참고하기도 한다.

김태은 내가 아이를 키우는 주부다 보니, 다른 학부모들과 접하면서 듣는 이야기가 많다. 동네 주부들 사이에서는 ‘사랑과 전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서 내가 작가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제보도 많이 해준다. ‘어느 집 시어머니가 어떻다더라, 며느리가 어떻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을 유심히 들었다가 에피소드로 활용한다.

Q2 부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배우자의 외도일 것 같은데, 시청자들이 보내온 사연을 보면 어떤가.
김효은 그렇다. 불륜이 가장 많지만 그 사연을 들여다보면 집집마다 다 다르다. 아내가 직장 동료와 바람이 난 경우, 남편이 처가와 갈등을 빚다가 화풀이로 외도를 한 경우처럼 좀 더 복잡하고 근본적인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전쟁 같은 우리 시대 결혼에 관한 10문10답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집필하고 있는 김효은(왼쪽), 김태은 작가.



Q3 외도의 주체는 주로 남자들인가.
김태은 시즌1 때 제작진 앞으로 우편물이 하나 왔다. 어떤 주부가 남편의 외도 현장을 찍은 사진과 함께 편지를 보낸 것이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 답답하고 속이 상한데 하소연할 데가 없다”며 “외도 사진을 방송에 내보내 남편을 혼쭐내달라”고 했다. 물론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분처럼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는 주부들이 많았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주부들로 인해 가정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면 맞바람을 피우기도 하고, 탈선의 방법도 다양해졌다. 가족 관계에서도 자신이 손해 본다고 생각되면 잘 안 참는다.

김효은 가정 내 역학관계가 바뀌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집에서 남편보다 아내가 우위에 있지 않나. 경제권도 아내가 쥐고 있는 경우가 많고. 고부 갈등도 예전에는 시어머니가 가해자였다면, 요즘은 며느리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방영된 ‘위장 이혼’ 편도 고부 갈등 때문에 힘들어 하던 부부가 위장 이혼을 하고 시어머니를 속인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부부들 사이에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김태은 예전에는 어른들이 집안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는데, 요즘은 돈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누구 시어머니가 호랑이처럼 무섭다더라’ 하면 ‘그 시어머니 돈 좀 있나 보네’ 그런다. 실제로도 그런 부모님들은 대부분 집 있고, 상가도 있는 재력가들이더라. 그러고 보면 경제력 없는 어른들은 참 초라해졌다. 자식 집에 찾아가는 것, 안부전화 하라고 말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 젊은 주부들이 가끔 경제력 없는 시부모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조용히 사시지 왜 자꾸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하는 것을 듣는다. 며칠에 한 번씩 안부전화 하고, 한 달에 한 번정도 찾아뵙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나. 젊은 부부들이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고 씁쓸하다. 우리 드라마를 통해 그런 풍토에 대한 경각심도 불러일으키고 싶다.

Q4 ‘사랑과 전쟁’이 배우자들이 잘 모르는 부분을 다룸으로써 불화를 부추긴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태은 드라마를 보다가 남자가 외도나 거짓말을 하는 장면이 나오면 남편에게 ‘당신도 저래?’라고 물어본다. 얼마 전에는 안마방에 관한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그곳에 가면 안마도 받고 여성과 잠도 잘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작진이 몇 번 다녀왔는데 침실과 욕실이 유리 칸막이로 나누어져 있고, 음식도 시켜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 남자들은 자신들만의 은밀한 세계가 드러나 뜨끔할 수도 있겠지만, 아내들이 그걸 알면 남편들은 발길을 끊거나 긴장할 것 같다.

김효은 반대로 남편들은 외도하는 아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친구를 만나면 탈선을 하게 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갈등을 예방하고, 부부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다가는 어떤 파국을 맞게 되는지 알려주니까 우리 프로그램은 오히려 이혼 예방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

Q5 취재 과정에서 안마방처럼 배우자 모르게 바람을 피우는 특별한 공간이나 활동을 접한 게 있나.
김태은 남편들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기 때문에 아내들의 사생활을 의외로 잘 모른다. 주변 주부들을 보면 ‘미간 보톡스’ 같은 ‘쁘띠 성형’을 많이 하고, 이를 위해서 비자금을 모으기도 한다. 남편들은 이번 연말정산에서 의료비 항목 가운데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아내의 쁘띠 성형을 의심해봄직하다(웃음).

전쟁 같은 우리 시대 결혼에 관한 10문10답

김효은



Q6 드라마를 쓰면서 힘든 부분이 있다면.
김효은 내가 쓰는 내용이 요즘 부부들의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인지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 신문에 보도되거나, 시청자가 제보한 사연이라고 해도 특수한 상황일 수 있고, 그럼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보는 사람들이 ‘저건 내 이야기야’라고 느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 역시 힘들다. 시즌2 첫 회에 방영된 ‘결혼의 목적’ 편은 불임으로 갈등을 빚던 부부가 대리부를 통해 아이를 얻는 내용이었는데, 방영 후 얼마되지 않아 대리부가 성행한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김태은 야한 장면을 그리는 게 가장 힘들다. 부부는 심리적 유대감 못지않게 육체적 유대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장면을 묘사하는 건 작가로서도 힘들다(웃음).

Q7 최근 접했던 사건이나 사회 현상 가운데 드라마로 다뤄보고 싶은 것이 있나.
김태은 요즘은 아이들을 하도 애지중지 키우니까 마마보이와 마마걸이 결혼하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그려보고 싶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는데 정말 볼만하더라.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부였는데, 이웃에 사는 친정엄마가 매일 드나들면서 살림을 해준다. 하루는 그 집에 놀러 갔는데 아이 엄마가 반신욕을 하고 나서는 욕조 물도 안 빼고 나오더라. 친정엄마가 나중에 뒤처리를 하면서도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했다. 엄마는 금지옥엽 키운 딸이 반신욕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뿌듯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관계가 엄마와 딸 사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은 성인이지만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에 나오고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는 것이다.

김효은 가족 내에서의 소외감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 가족이 해체되면서 젊은 부부들은 부모를 아예 가족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 또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묶여 있어도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들을 그려 보고싶다.

Q8 드라마를 보다 보면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겠다 싶은 부부도 많다.
김효은 왜 저러면서 살까 하는데 결혼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간단치 않은 것 같더라. 부모님 생각도 해야 하고 자식도 있고. 그래서 아이가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혼시키고 이혼하는 황혼 이혼이 많은 것이다. 남남이 만나서 부부가 되지만 결혼하면 그만큼 책임도 커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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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김태은 우리 사회가 점점 이혼을 부추기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TV에서 자주 나오는 ‘돌싱’이라는 단어만 해도 그렇다. 어디에서 어디로 돌아왔단 말인가? 갑갑한 결혼 생활을 끝내고 자유로운 세상으로 돌아왔다는 말인가. 굉장한 경제력이 있거나, 어떤 어려움이라도 헤쳐나갈 각오가 돼 있지 않다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이혼녀로 살아가기 쉽지 않다. 이혼을 고려 중인 부부가 있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위기를 극복할 노력을 해봤는지 물어보고 싶다. 폭력 같은 특수한 경우는 예외지만 순간에 욱하는 감정으로, 또는 화려한 돌싱을 꿈꾸고 이혼한다면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Q9 ‘사랑과 전쟁’ 작가라고 하면 주변에서 부부 생활에 관한 상담도 많이 해올 것 같다.
김효은 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홀가분해질 때가 있지 않나. 조언은 중립적인 시각에서 해준다. 우리 프로그램에서도 각 분야 전문가들이 부부 문제의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그걸 보면 어떤 문제든 어느 한쪽만의 잘못인 경우는 드물다.

김태은 우리 동네 50대 부부는 항상 팔짱을 끼고 다닌다. 모두들 ‘저 부부는 어쩌면 저렇게 금실이 좋을까’ 부러워하는데, 나는 그 아내가 평소 얼마나 자기관리를 하고, 남편에게 살갑게 굴지 짐작이 된다. 사실 남편은 아내 하기 나름이다. 살림하면서 아이 키우는 주부가 매일 자신을 예쁘게 꾸미기는 힘들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쯤은 남편에게 나도 여자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랑도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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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0 매회 극단적인 설정 때문에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김태은 예전에도 막장이라는 걸 일부 인정했다. 그런데 요즘은 일일드라마나 미니시리즈도 우리 드라마를 길게 늘여놨을 뿐 소재는 별반 차이가 없다. 모든 드라마가 ‘사랑과 전쟁’화된 것 같다. 가족 시간대에 방영되는 그런 드라마들에 비하면 ‘사랑과 전쟁’은 양반이란 생각이 든다.

김효은 현실은 이보다 더 독하지 않나. 부부 싸움 끝에 자살을 하기도 하고. 실제 이혼 사례를 보면 드라마로 만들지 못할 정도로 독한 사건도 많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이 많은데, 이런 삶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김태은 프로그램 말미에 솔루션 파트를 맡고 있는 전무송 선생님이 ‘지금 당신의 가정은 행복하십니까’라고 묻는 부분이 있다. 그게 우리 드라마의 존재 이유 같다. 막장이라고 해도 좋다. 부부들이 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지금 당신의 가정은 건강한지, 옆에 있는 사람은 괜찮은지 살피고 점검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작은 갈등으로 아파하는 시청자들이 ‘우리 정도는 행복한 거야, 건강한 거야’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

여성동아 2012년 3월 5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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