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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인생 사용설명서 네 번째 |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유럽 문화와 음식에 빠진 이민희

“치즈가 찾아준 진짜배기 삶”

글 | 권이지 객원기자 사진 | 박해윤 기자

입력 2012.02.15 16:06:00

유럽 여행길에서 우연히 맛본 카망베르 치즈.
그 풍부한 맛에 반해 스물여섯 이민희씨에게 목표가 생겼다.
그 후 준비 기간만 4년을 거쳐 드디어 서른이 되던 날 아침, 회사에 사표를 내고 진짜배기 치즈의 풍미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유럽 문화와 음식에 빠진 이민희


책상 위에 달랑 편지 한 장 써놓고 무일푼으로 혼자 캐나다로 떠난 스물여섯 여학생은 꿈을 찾고 있었다. 4남매 중 막내. 가냘픈 외모 뒤에는 당찬 구석이 있다. 그는 캐나다에서 다섯 달 동안 일을 해 돈을 모으고, 유럽으로 건너가 한 달 동안 여행을 했다. 그리고 유럽 골목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치즈 가게들을 돌아보며 문득 ‘치즈를 테마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민희,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의 작가 이민희씨(36) 이야기다.
“스무 살 이후부터 끊임없이 꿈을 찾고 있었죠. 그러다 우연히 치즈와 만난 순간 치즈와 여행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됐어요. 여행을 떠나기 위해 4년 동안 돈을 모으고 사진을 배웠죠.”
그렇게 만 4년이 지나고 서른 살이 되던 날 아침, 회사에 사표를 냈다. 그길로 유럽으로 떠났다. 2006년 1월 시작된 유럽 치즈 여행. 먼저 석 달 동안 파리에 머물며 주인들이 귀찮아 할 만큼 치즈 가게들을 찾아다녔다. 선배 집에 머물며 베이비시터로 일하면서 프랑스어 학원도 다녔다. 자신감이 생기자 본격적으로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차와 버스로 이동하려 했지만, 치즈 농장들이 대부분 시골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자동차가 아니면 방문할 수 없었다. 예정에 없던 자동차 캠핑 여행을 시작했다.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치즈를 만나 그 맛에 호되게 당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다가 공장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장인을 만나고 치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서러움을 달랬다. 여행 중 혼자라는 외로움과 향수병에 울고, 고단함에 울었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할수록 치즈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과 마주하며 다시금 힘을 낼 수 있었다. 매일 밤 하루 중 좋았던 일, 힘들었던 일, 괴로웠던 일을 적어나갔다.

치즈에 이어 파스타로 작가 타이틀 얻어
다섯 달의 여행을 마친 그는 한국에 돌아와 치즈 향 가득 나는 일기와 사진을 엮은 여행기를 세상에 선보였다. 그렇게 꿈을 이룬 순간, 그는 또다시 새로운 꿈에 도전했다. 파스타를 주제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었다. 처음보다 더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서 2008년 75일간 여행을 다녀와 2009년 두 번째 여행기를 펴냈다. 독특한 주제의 여행기여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으며, 문화센터나 대학에 강의를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고 싶진 않았다.
“파스타 책을 쓴 뒤로는 갑자기 모든 것이 무기력해졌어요. 기운이 빠진 거죠. 게다가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지만 수입이 전무하다시피 했어요.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다시 회사 생활을 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마침 그때 모든 식재료들이 모이는 주방이 눈앞에 아른거리더라고요.”
그는 무작정 서울 청담동 이탤리언 레스토랑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에 찾아가 주방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포크 닦기부터 바닥 청소까지 막내들이 하는 일로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주방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했다. 그러다 지인의 도움으로 강남 파크 하얏트 호텔 양식당 ‘코너스톤’의 주방을 출입할 수 있는 허가를 얻었다. 애초 기한은 열흘이었지만 그는 특유의 끈기로 넉 달 동안 돈 한 푼 받지 않고 일하면서 주방 일을 배웠다. 고된 일에 몸무게가 4kg이나 줄었다.
“열흘만 있었다면 아마 수박 겉 핥기식으로 주방을 경험했겠죠. 그 이상 머문 것은 제겐 다시없는 좋은 기회였어요.”
그러나 호텔 주방에서 전쟁을 치른 뒤 너무 기진맥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렇게 1년을 놀았다. 그러던 중 살바토레 쿠오모에 있을 때부터 함께 일을 하자고 제안한 매일유업에서 또다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대기업이라서 마다했어요. 큰 회사에서 일해본 적도 없고, 더더욱 사무실에서 하는 일은 해본 적이 없어 제가 바보가 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사람에게는 인생의 흐름이 있다죠? 결국 몇 년을 머뭇거리다 치즈로 돌아갔어요. 2011년 7월부터 매일유업 F/S신사업팀에서 일하게 됐죠. 지금은 사내에서 치즈 강의와 새롭게 들여올 식재료를 점검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 밖에도 그는 사내 교육과 판매원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그의 교육법은 조금 독특하다. 사람들을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강의실 한쪽에서 우유를 끓여 우유 냄새로 가득 채운 뒤 시작한다.
“파워포인트 자료를 보여주며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제가 직접 치즈 농장을 찾아다니며 보고 느꼈던 경험을 이야기해드려요.”
이제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일까, 아니면 색다른 도전일까?
“다음은 소시지예요. 독일, 헝가리, 스페인 등 유럽 각지에는 다양한 소시지들이 존재하니까요. 조만간 또 여행을 가게 될 것 같아요. 그 다음 유럽의 문화와 음식을 함께 소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제 가장 큰 꿈이에요.”

유럽 문화와 음식에 빠진 이민희

프랑스 치즈 공장에서. 이렇게 한 곳씩 방문 목록이 늘어날수록 치즈에 대한 사랑도 깊어졌다.



장소협찬 | 폴 바셋 신문로점(02-723-1991)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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