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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GREEN COOKING

정직한 농사꾼 부부의 소박한 밥상

농사 짓는 남편 김석봉, 요리하는 아내 정노숙

기획 | 한여진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입력 2012.01.17 14:46:00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오래된 농가에서 하늘과 바람, 흙과 물에 의지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아내가 만든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남편과 “요리 비결은 남편이 땀 흘려 농사 지은 재료”라는 아내의 건강한 요리 이야기.
정직한 농사꾼 부부의 소박한 밥상


지리산 둘레길 3코스 끝자락에 위치해 마을 뒤로는 등구재가, 앞으로는 천왕봉이 펼쳐지는 창원마을은 둘레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논 가을걷이를 끝내고 밭에서 채소와 곡식을 수확하는 귀농 5년 차 농부 정노숙(53), 김석봉(57) 부부를 만났다. 부부는 시골 생활은 일 년 내내 행복하고 감사할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말한다. 봄에는 새싹 돋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여름에는 무럭무럭 자라는 작물을 보며 행복하다. 시골 생활의 백미는 그동안 정성껏 키운 곡식과 채소, 과일 등을 수확하는 가을이다. 속이 꽉 찬 배추로 김장을 해 장독에 가득 채워두고, 무청으로 시래기를 만들어 냉장고에 가득 채우고 나면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겨울에도 할 일이 태산이에요. 곶감도 만들어야 하고 수확한 곡식들 정리도 해야 하고요. 귀농한 지 4년 만에 깨달은 것은 부지런을 떤 만큼 살림이 넉넉해진다는 거예요.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일 년 내내 부지런히 가꾼 밭에서 나는 수확물과 쉬엄쉬엄 가꾼 밭에서 나는 수확물은 확연히 차이가 나죠. 좁은 텃밭이라도 놀리지 않고 채소를 심어 키워 먹으면 밥상이 푸짐해져요.”

정직한 농사꾼 부부의 소박한 밥상


부부는 배추, 고구마, 양파, 무 등 모든 농작물을 유기농으로 키운다. 농약을 뿌려 농사를 지으면 농부야 손이 덜 가지만, 그것을 먹는 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무엇보다 땅과 나무, 환경이 해를 입는다. 유기농으로 키운 것과 아닌 것은 맛도 확연히 다르다. 유기농 채소나 과일이 더욱 싱싱하고 달콤하다. 과일은 아삭할 뿐만 아니라 껍질째 먹을 수 있어 영양면에서도 훌륭하다. 부부의 이런 생각은 20년간 환경운동을 하고 있고 현재 환경운동연합 대표로 있는 남편 김석봉씨의 가치관과도 연결돼 있다. 남편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아내는 남편이 키운 곡식과 채소로 요리를 한다. 남편은 아내가 만든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아내 바보’다. 붉은감자로 만든 피클, 상큼한 두릅장아찌, 맛깔 나는 명이나물장아찌, 가지를 꼬들하게 말려 만든 가지약지, 가을 냉이로 만든 냉이김치, 바삭바삭한 김부각, 버섯과 두부 송송 썰어 끓인 된장국 등 반찬뿐 아니라 가을무를 썰어 넣고 만든 시루떡, 채소로 만든 초밥, 과일로 만든 과일한과, 찹쌀·곶감·대추·생강으로 만든 과하주 등 별미 요리까지 김씨가 좋아하는 아내표 요리 리스트는 끝없다. 아내의 요리 솜씨는 궁중음식연구원과 요리 명인들에게 꾸준히 배우고 노력한 결과다.
“남편은 제 요리가 최고라고 칭찬하지만 사실 남편이 농사 지은 재료가 맛있어서 특별한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맛이 나요. 화학조미료나 첨가제 대신 감칠맛은 멸치나 버섯·채소를 끓여 만든 국물로 내고, 단맛을 낼 때는 매실이나 오디, 오미자청을 사용해요. 설탕을 꼭 넣어야 할 때는 유기농 설탕을 사용하고요.”
오래된 농가를 쓸고 닦아 살고 있는 부부의 집 입구에는 ‘산 벚꽃이 하얀 길을 보며 내 꿈은 자랐다/ 언젠가는 저 길을 걸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가지리라’로 시작하는 신경림 시인의 ‘그 길은 아름답다’ 시구가 적혀 있다.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며 정직하게 농사 짓는 남편과 남편이 땀 흘려 농사 지은 재료로 정성껏 요리하는 아내, 부부의 모습이 시구만큼이나 따뜻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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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농사꾼 부부의 소박한 밥상


1 오래된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부부. 웃는 모습이 지리산의 아침처럼 해맑다.
2 집 마당에서 서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 중 왼쪽에서 세번째가 천왕봉이다.
3 돌담과 항아리, 감나무가 어우러진 마당 풍경이 정답다.

산 벚꽃이 하얀 길을 보며 내 꿈은 자랐다
언젠가는 저 길을 걸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가지리라
-신경림 시인의 ‘그 길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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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농사꾼 부부의 소박한 밥상


1 신경림 시인의 시 ‘그 길은 아름답다’를 읽다보면 마음이 뜨거워진다. 이 집을 찾은 모든 이들이 시처럼 넓은 세상에서 뜨거운 마음과 열정으로 살기 바라는 부부의 마음이 담겨 있다.
2 부부의 집은 지리산 둘레실 3코스 끝자락, 창원마을에 위치해 있다.
3 고추장, 된장, 장아찌 가득한 장독은 아내의 보물 창고다.

냉이김치
“봄 냉이는 꽃대가 올라오면 질겨 국을 끓여 먹지만, 가을 냉이는 연해서 김치를 담그면 맛있어요. 지난 가을 배추 사이사이 자란 냉이를 캐다가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어 김치를 담갔어요. 단감을 썰어 넣었더니 단맛이 더해져 맛깔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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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냉이 1kg, 쪽파 100g, 단감 1개, 양념(새우젓·다진 마늘 2큰술씩, 멸치액젓·조청·고춧가루 ½컵씩, 찹쌀풀 ⅓컵, 청각 10g, 생강 1쪽, 소금 약간)
만들기
1 냉이는 4등분으로 잘라 쪽파와 함께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2 단감은 껍질을 벗겨 8등분으로 자른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은 양념에 냉이와 쪽파를 버무린 뒤 감을 넣는다.




가지약지
“서리를 맞은 작고 부드러운 가지로 김치를 담그면 맛있어요. 가지는 길이로 열십자 칼집을 낸 뒤 쪄서 3~4시간 돌로 눌러 물기를 뺀 다음 하루 정도 햇빛에 꾸덕하게 말려요. 말린 가지에 갓, 밤, 과일, 김치양념을 넣어 버무리면 입맛 살리는 가지약지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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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가지 20개, 밤 5개, 쪽파 100g, 양파·배 ½개씩, 무 50g, 양념(고춧가루·조청 1컵씩, 찹쌀풀·멸치액젓·새우젓·다진 마늘 ½컵씩, 생강 ½큰술, 통깨 2큰술), 잣 ½컵
만들기
1 가지는 길이로 4등분해 찐 뒤 보자기에 싸고 3~4시간 돌로 눌러 물기를 뺀다. 하루 정도 햇볕에 꾸덕하게 말린다.
2 밤은 편으로 썰고, 쪽파는 7cm 길이로 자른다.
3 양파와 무, 배는 갈아 즙을 낸다.
4 양념 재료에 ②와 ③을 넣고 섞은 후 가지를 넣어 버무리다가 잣을 넣는다.


두릅·오이·제피장아찌
“저희 집 식탁에 사시사철 올라오는 반찬이 장아찌예요. 봄에는 두릅·참나물, 여름에는 오이·매실·참외, 가을에는 버섯·가죽나물·동아 등 산과 밭에 장아찌 재료가 무궁무진해 시간 여유가 있을 때마다 장아찌를 담가둬요. 지난여름에 담근 두릅과 오이·제피장아찌는 남편이 특히 좋아하는 메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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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제피잎, 고추장, 오이, 두릅, 간장, 매실엑기스, 설탕, 식초
만들기
1 봄에 제피 어린잎을 따서 고추장에 버무려 바로 먹는다.
2 오이와 두릅은 각각 간장, 매실엑기스, 설탕, 식초를 2:2:1:1 비율로 섞은 물을 끓여 식힌 뒤 붓는다. 오이는 바로, 두릅은 한 달 후에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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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채소샐러드
“텃밭에서 키운 갓, 부추, 양파, 어린잎채소와 오디, 표고버섯부각에 오디발효액드레싱을 뿌리면 상큼한 샐러드를 뚝딱 만들 수 있어요. 붉은 오디와 초록빛이 싱그러운 채소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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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붉은갓 1개, 부추 4대, 어린잎채소·말린 표고버섯 약간씩, 적양파 ¼개, 드레싱(오디발효액·현미식초 3큰술씩, 소금 약간), 오디절임 10개
만들기
1 붉은갓과 부추, 어린잎채소는 뿌리를 자르고 잎과 줄기는 짧게 자른다.
2 적양파는 가늘게 채썰어 ①의 채소와 함께 차가운 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4 채소와 오디절임, 표고버섯을 담고 드레싱을 뿌린다.

표고버섯부각
“뒷마당에서 키운 표고버섯으로 만든 부각이에요. 표고버섯을 도톰하게 저며 썬 뒤 햇빛에 말려서 기름에 튀겨 만들어요. 바삭해서 간식으로도 그만이고, 유기농 설탕과 소금을 뿌려 반찬으로 먹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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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표고버섯 5개, 현미유 적당량, 유기농 설탕·소금 약간씩
만들기
1 표고버섯은 꼭지를 떼고 가늘게 채썰어 채반에 널어 햇볕에 바싹 말린다.
2 현미유를 두른 팬에 말린 표고버섯을 튀겨 설탕과 소금을 뿌린다.






붉은감자피클
“붉은감자는 피클을 만들면 아삭한 맛이 일품이에요. 감자를 저며썰어 매실과 함께 매실엑기스, 유기농 설탕, 볶은 천일염, 식초를 넣고 만들어요. 식초는 현미식초나 감식초를 넣어야 감칠맛이 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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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붉은감자 4개, 매실장아찌 10알, 매실엑기스 ½컵, 현미식초·유기농설탕 2큰술씩, 소금 1큰술
만들기
1 감자는 가늘게 슬라이스해 찬물에 한 번 헹군다.
2 매실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3 감자와 매실, 매실엑기스, 현미식초, 설탕, 소금을 섞어 30분 후 먹는다.




단감피클
“모양이 예쁜 감은 곶감을 만들고 멍이 들거나 알이 작은 감은 피클을 담갔어요. 식초와 유기농 설탕에 조선간장을 약간 넣고 끓인 뒤 한두시간 식혀 단감에 부어 먹으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달콤한 단감피클이 완성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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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단감 2개, 알타리무 1개, 풋고추 3개, 단촛물(피클링스파이스·소금 1큰술씩, 설탕 ½컵. 식초 ⅓컵, 물 2컵)
만들기
1 단감은 껍질을 벗긴 후 6등분한다.
2 알타리무는 1.5cm 두께로 자르고 풋고추는 어슷썬다.
3 단촛물 재료를 냄비에 넣고 끓인다.
4 소독한 밀폐용기에 단감과 무, 풋고추를 담고 단촛물을 부어 하루 지난 후 먹는다.

여성동아 2012년 1월 5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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