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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육아 스토리 첫 공개

‘별이’와 함께 제주도에서 누리는 행복한 나날들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입력 2012.01.16 16:52:00

방송인 허수경은 1주일의 절반은 서울에서 그리고 절반은 제주도에서 산다. 서울 토박이인 그를 제주도민으로 만든 이는 바로 그의 딸 별이.
‘별이’라는 태명으로 더욱 친숙한 별이는 허수경이 인생에 있어 가장 힘겨웠던 순간 기적처럼 찾아온, 그의 생명과도 같은 존재다. 제주도에서 누구도 부럽지 않은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별이 모녀’ 이야기.
허수경 육아 스토리 첫 공개


자연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산들거리는 바람,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 넘실대는 바다와 초록의 숲….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자연은 없다.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또한 숲 속의 요정처럼 해맑고 사랑스럽다. 이런 자연이 주는 묘약을 알기에 방송인 허수경(45)은 벌써 7년째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산다. 2008년 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아예 제주로 이사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지으며 노년을 보내는 부모 덕분에 쉽게 이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가을 MBC FM라디오 ‘허수경의 음악동네’로 2년 만에 다시 DJ를 맡으면서 1주일의 반은 서울에서, 반은 제주에서 보내고 있다. 처음 DJ 제안을 받았을 때는 잠시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라디오는 아이만큼이나 특별한 존재다. 그가 두 번째 이혼 후 인생의 최악을 경험하고 있을 때도, 싱글맘의 길을 선택하고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울 때도 라디오 청취자는 늘 그의 편이 돼줬다. 마이크 앞에 앉아 청취자들의 이런저런 사연을 전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시간은 그에게 또 다른 에너지원이 된다고 한다. 1989년 MBC MC 1기로 데뷔한 허수경은 차분한 목소리와 논리 정연한 말솜씨로 방송가에 정평이 나 있다. 현재 그는 라디오 진행 외에도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진행을 맡고 있다.

▼ 라디오에서 차분한 허수경씨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돼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청취자들과 만나게 된 소감이 궁금해요.
“청취자들은 제게 특별해요. 그냥 DJ와 청취자 사이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구 같은 존재죠. 지금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방송 데뷔하고 얼마 안 됐을 때 MBC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방송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요즘 ‘음악동네’를 들으면서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그사이 저도 많은 인생을 경험했기에 청취자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와 닿고, 저 역시 진심에서 우러나는 얘기를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제주도에서의 생활은 상상만 해도 낭만적일 것 같아요. 그래도 매주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생활이 쉽지 않죠?
“솔직히 제주도 생활을 포기하면 시간적으로는 매우 여유로울 거예요. 하지만 절대로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제주도가 좋아요. 살아보지 않은 분들은 모르실 거예요. 저도 잠깐 서울에서 아이를 놀이학교에 보내봤는데, 몇 시간 숲에서 놀고 오는 것과 하루 종일 자연 속에서 사는 건 비교가 안 되더라고요. 아이 교육과 관련된 모든 커리큘럼이 자연 속에 있거든요. 별이가 제게 보여주는 반응들만 봐도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껴요. 가장 대표적인 게 아이가 구사하는 말이에요. 물론 또래 아이들이 다 비슷하겠지만, 별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詩) 같아요(웃음). 어느 날 아이가 차를 타고 가다가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니까 ‘엄마, 바람이 나를 만져. 손도 발도 없는데 어떻게 나를 만지지?’ 하고 묻는 거예요. 그 말이 너무 예뻐서 ‘그러게 바람이 어떻게 별이를 만질까?’ 하고 물었더니 잠시 생각 끝에 ‘응. 마음으로 만져’ 하고 대답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잠시 후 책을 읽으면서는 ‘바람아 고마워. 내 책장을 넘겨줘서’ 하더군요. 아이가 그런 예쁜 말을 할 때마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메모를 해둬요. 또 별이는 늘 자연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모든 표현이 시각적이에요. ‘엄마 저 초록색 대문을 열고 나가서 예쁘고 새콤한 주황색 귤을 따먹자’라는 식으로요(웃음).”

자연에서 자란 꼬마 시인

허수경 육아 스토리 첫 공개




▼ 아이와 시간을 보낼 때는 주로 뭘 하나요?
“눈만 뜨면 아이와 어디로 놀러 갈까 고민해요. 아이도 아침이면 날씨를 물어요. 날씨가 좋아야 놀러 나갈 수 있으니까요. 늘 저와 별이, 친정엄마 셋이 차를 타고 다니는데 중간에 소와 말이 보이면 그대로 차를 세우고 목장 구경을 가요. 어느 날은 별이가 소 울타리 밖에 가만히 앉았는데, 천천히 소들이 별이에게 다가오더니 나중에는 목장의 모든 소들이 별이 앞으로 모였더라고요. 천천히 소들과 눈을 맞추고 있던 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니까 갑자기 소들이 놀라서 움찔하는 거예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럽던지. 또 여름이면 하루 종일 바닷가에서 살아요. 주로 파도에 쓸려온 조개껍데기, 돌멩이, 해초 등을 주워서 모래놀이를 하는데, 아이한테 그거 주워다 주느라 저도 뒷목이 새까맣게 타요(웃음). 신기한 건 아이도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안다는 거예요. 어느 날은 아이가 차 뒷자리에서 보조석 헤드 시트를 잡고 얼굴을 앞쪽으로 쭉 빼고 있기에 왜 힘들게 그러고 있냐고 했더니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라고 하더군요.”
▼ 섬 생활이 외롭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전혀요. 워낙 많은 분들이 제주도로 놀러 오시고, 저 역시 이곳에서의 생활이 즐거워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요. 또 저희보다 10년 먼저 제주도에 정착한 친한 언니네 부부가 있는데 조만간 그 집 근처로 이사할 예정이에요. 서귀포를 떠나 조천 부근으로 가는데, 인근에 오름이 9개나 되고, 자연휴양림을 비롯해 명소가 많아요. 특히 별이가 언니네 부부를 큰엄마, 큰아빠로 부를 만큼 잘 따라서 좋은 분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것에 감사하죠. 새집은 2층인데, 원래 1층짜리 단독주택을 2층으로 개조했어요. 2층을 게스트 룸으로 만들었고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에요(웃음).”
▼ 요즘도 가끔 힘들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나요? (허수경은 이미 알려진 대로 두 번의 이혼, 두 번의 자궁 외 임신 끝에 시험관 시술로 별이를 낳았다.)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존재할지 의문이에요. 그야말로 아이는 저를 살게 해준 생명의 은인이에요. 아이가 생기자 그 어떤 것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해요. 일도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싱글맘들 중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적어도 저는 그 부분에서만큼은 자유로우니까요. 그토록 바라던 아이가 생긴 것,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는 상황, 아름다운 제주에서의 생활, 이 모든 것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 같아요.”

허수경 육아 스토리 첫 공개


아이를 통해 알게 된 인생의 아름다움
허수경은 아이를 키우며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아이가 생긴 그 순간부터 그의 모든 일상은 행복이었다.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마음이 즐거웠기에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요즘도 그는 간혹 이런 생각을 한다. ‘다른 여자들처럼 평범한 결혼생활에서 쉽게 아이를 가졌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아이를 귀하게 대했을까’하고. 또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 속에서 아이가 태어났다면 아이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안겨줄 수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마음속 대답은 둘 다 ‘아니요’다. 허수경은 자신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비추어보면 아이에게도 결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한다.

▼ 아픈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얘기군요.
“많은 인생 경험도 했고, 마흔한 살 늦은 나이에 아이를 얻어서인지, 다른 엄마들과 아이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조금은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임신했을 때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인지 아이도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는 것 같아요. 별이는 단 한 번도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을 본적이 없고, 어떤 불안 요소도 경험해보지 않았어요. 그것이 주는 영향력은 아이가 훗날 성장했을 때 비로소 나타날 거라 생각해요. 어느 정도 인생을 경험한 뒤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그만큼 적지 않을까 싶어요.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젊은 엄마들에 비해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 하지만 그것도 열심히 운동해서 격차를 줄여야죠(웃음).”
▼ 아이를 낳고 키워봐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허수경씨도 아이를 키우면서 더욱 성숙해졌을 것 같아요.
“엄마라는 이름이 저를 바뀌게 했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긍정적인 단어들을 사용하니까 삶도 긍정적으로 바뀌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집에서 키우는 시추 강아지 두 마리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이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한다, 고맙다, 행복하다, 즐겁다 온갖 아름다운 말들을 늘어놓아요. 마음이 즐거우니까 얼굴 표정도 달라지더라고요. 보톡스도, 비타민도 필요 없어요. 실제로 영양제도 안 먹어요. 그래도 크게 피곤한 걸 모르겠어요. 아이로부터 얻는 긍정 에너지로도 충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누구보다 간절하게 아이를 기다렸던 엄마, 그 엄마로부터 넘치는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이. 이 모녀의 제주도 생활은 털실과 바늘로 한 코 한 코 정성 들여 떠가는 뜨개질처럼 포근하다. 남편이나 아빠의 부재 또한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듯 보였다. 허수경은 “다른 모든 싱글맘, 싱글대디도 혼자여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나간 페이지는 그대로 덮어두고 다시는 들춰보지 말자는 얘기였다. 그는 “엄마 혹은 아빠가 느끼는 부족함은 아이에게도 전이되기 마련”이라며 싱글맘, 싱글대디가 어떤 마음 자세를 갖느냐에 따라 아이의 정서도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더 자라면 ‘걱정나무’ 이야기도 해줄 생각이다. 걱정나무는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두 개씩 갖게 되는 모든 종류의 걱정 봉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나무. 그중에서 자신이 가장 잘 극복해낼 수 있는 걱정거리를 하나씩 받아와야 하는데, 별이에게 주어진 걱정은 ‘아빠의 부재’라고. 하지만 이 역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걱정이라고 아이에게 설명해줄 생각이다.

▼ 별이도 아빠의 부재를 이해하고 있나요?
“어른들이 아는 것처럼 아주 구체적인 전후 상황을 알진 못하지만, 그래도 뭔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어요. 아이의 출산 과정을 KBS ‘인간극장’에 공개했는데, 촬영에 응한 이유는 오직 하나예요. 나중에 아이에게 보여주려고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상황을 아이가 영상 속 엄마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이해할 수 있길 바라거든요. 실제로 별이가 두 돌이 됐을 때 녹화된 방송을 한 번 보여줬는데, 5부작이 다 끝날 때까지 아이는 어떤 미동도 없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더라고요. 뭔가 이해하는 것 같았어요. 엄마가 울면서 얘기하는 모습이나, 갓난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 등을 보면서 엄마가 자신 때문에 얼마나 행복한지를 이해하지 않았나 싶어요. 별이와 저는 가끔 아기 낳는 놀이도 해요. 별이가 제 옷 속으로 들어왔다가 나오면서 ‘응애’하는 거죠(웃음). ‘인간극장’ 촬영 때문에 산후 조리를 제대로 못했지만, 그래도 출연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 아이가 아빠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나요?
“별이는 제 자식이어서가 아니라 조금 걱정이 될 정도로 속이 깊어요. 아빠 얘기도 제가 불편해할 거라 생각해서인지 일부러 묻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아빠라는 단어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아빠라는 말을 입에 올려요. 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 남동생 가족과 함께 살았는데, 조카가 ‘아빠, 아빠’ 하니까 별이도 삼촌을 보고 아빠라고 불렀어요. 물론 나중에 “별이야, 오빠한테는 아빠지만 별이한테는 삼촌이야” 하고 설명해줬고, 아이도 이해했어요. 저 역시 별이가 아빠에 대해 언급하면 외면하지 않아요. 오히려 다른 방법으로 별이에게 아빠의 존재를 알려주려고 해요. 아이에게 ‘아빠 대신 큰아빠는 어떨까?’ 하고, 앞서 설명한 친한 언니네 부부를 큰아빠, 큰엄마로 만들어줬어요. 나중에는 대부도 만들어줄 생각이에요. 아이에게 훌륭한 롤 모델이 될 수 있고, 아빠처럼 부를 수 있는 사람으로요.“

허수경 육아 스토리 첫 공개

별이 백일 때 사진(왼쪽). 아침에 눈만 뜨면 밖에 나가 마음껏 자연에서 뛰노는 별이.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할 경험이다.



▼ 아이에게 아빠가 없는 것이 인생의 절대적인 핸디캡이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려주려는 의도인 것 같아요.
“그건 아주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제주도에 있으면 친정엄마와 저, 별이가 거의 매일 도장 찍듯이 자주 가는 목욕탕이 있는데, 하루는 한 아이가 목욕탕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우리 아이 앞에서 ‘나는 세상에서 우리 아빠가 제일 좋아. 너무너무 사랑해’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별이가 저한테 오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한테 ‘별이는 엄마를 제일 사랑하지? 그럼 별이도 나는 우리 엄마를 제일 사랑해 하고 왜 말하지 않았어?’ 했더니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그러면 너무 시끄럽잖아’ 하더라고요(웃음). 사람이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건, 상처 자체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만들어버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만이 겪은 아픔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로 받아들이는 거죠.”
▼ 별이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올 텐데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됐을 때가 가장 걱정이에요. 한창 아이들이 직설법을 사용할 때잖아요. 별이가 누구 딸이고 어떤 사연이 있는지를 자기 부모를 통해 알고 별이를 혹여나 공격하지 않을까, 그때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죠. 아마 그때도 별이가 어려서부터 봐온 ‘인간극장’ 화면들이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별이가 컸을 때는 시대가 많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요. 그다음 사춘기 때가 문제인데 이 또한 잘 극복할 거라 믿어요.”
▼ 아직 먼 얘기이긴 하지만, 별이가 결혼할 때를 상상해보나요?
“솔직히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어떤 놈한테 줘야 하나’ 이 걱정을 했어요(웃음). 아이가 시집갈 나이가 됐을 때… 가끔 생각하죠. 하지만 데릴사위 들이면 되지 않을까요(웃음)? 아이가 어른이 되더라도 아이를 향한 제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이를 속박하겠다는 게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말이에요. 저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우주의 반밖에 모르고 살았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깨달은 건, 저라는 사람은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해질 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온 힘을 다해 사랑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다른 누구도 아닌 딸이라는 게 정말 행복해요. 무조건적인 사랑은 때론 오히려 상대방을 힘들게 하고, 사랑하는 마음마저 없어지게 만들기도 해요. 또 상대의 사랑이 변했다고 느껴지면 그동안 상대에게 쏟아부은 사랑이 아깝게 느껴지고 배신감도 들죠. 하지만이 이 세상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게 바로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인 것 같아요.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사랑이기에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 허수경씨도 어머니에게 그런 귀한 존재일 텐데요. 아이를 키워보니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나요?
“제가 별이를 생각하는 마음에 빗대 ‘엄마한테 나는 어떤 존재일까’란 생각을 자주 해요. 그러면 죄송한 마음부터 들죠. 제가 평소 엄마한테 잔소리를 많이 하거든요. 그럴 때면 엄마는 ‘나중에 네 딸이 너한테 그렇게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니. 아무리 엄마 위해서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어도 듣기 싫을 거다’라고 하세요. 그러면 저는 ‘별이는 절대로 안 그럴 거야’ 하고는 얼른 별이를 불러와서 ‘별아, 그래도 엄마가 할머니한테 큰소리 내는 건 아주 잘못한 일이야. 너는 그러면 안 돼’ 하고 당부하죠. 그럼에도 엄마와 저는 베스트 프렌드예요. 둘 사이에는 한 치의 비밀도 없죠. 나중에 별이와 저도 그런 사이가 되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밖에 답이 없는 것 같아요. 부모 자식 간에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훗날 아이에게 “내 엄마여서 고맙다”는 말 듣고 싶어

허수경은 앞으로 아이를 위해 여행을 많이 다닐 계획이라고 한다. 아이가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때가 되면 세계 지도에 표시를 해가며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싶다고. 아이에게 세상이 얼마나 넓고, 재미있는 곳인지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부자는 여행 가고 싶을 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딸과 함께 지구 곳곳을 누비며 최대한 많은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딸에게 어떤 엄마이고 싶은가요?

허수경 육아 스토리 첫 공개


“우선, 아이를 배신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제 선택으로 아이를 낳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가 저를 믿고 선택한 거라고 봐요. 그런 아이의 믿음을 저버리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요. 제가 눈을 감는 순간 우리 별이가 ‘엄마가 내 엄마여서 행복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도 ‘네가 내 딸이어서 고맙다’라고 얘기하겠죠. 저는 요즘도 가끔 제 얼굴을 꼬집어봐요. 이 기분은 어쩌면 보통 분들은 이해하기 힘든 것일 수도 있어요. 제가 아이를 위해 뭔가 열심히 하는 게 있다면, 그것에 대해 아이가 제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섭섭하지 않아요. 오로지 저의 기쁨으로 한 일이었으니까요. 고생도 결코 고생이 아니에요.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제가 누린, 그리고 앞으로 누릴 행복이 크기 때문에 그것으로 아이의 효도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허수경은 “제주도를 떠나지 않는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아이를 위해 그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제주도에서의 생활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써나갈 별이의 또 다른 성장 스토리가 벌서부터 기대된다.

여성동아 2012년 1월 5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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