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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가족 귀국 첫 인터뷰

“정말 정말 힘들었던 8년, 고국 무대 설렌다”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김형우 기자

입력 2011.12.16 10:21:00

야구선수 이승엽이 8년간의 일본 프로야구 생활을 마감하고 얼마 전 영구 귀국했다.
떠날 때는 그와 아내, 단둘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두 아들이 더해졌다. 시원섭섭한 표정으로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이승엽 부부에게 힘겨웠던 타국 생활, 고국으로 돌아온 소감을 들었다.
이승엽 가족 귀국 첫 인터뷰


김포공항 게이트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일곱 살배기 첫째 아들 은혁군었다. 아직 키가 작아 짐 싣는 카트 손잡이가 얼굴을 가렸지만 아이는 씩씩하게 자신의 짐을 밀고 나왔다. 그 뒤로 아내 이송정씨(29)가 생후 7개월 된 둘째 아들을 안고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마지막으로 이승엽(35) 선수가 환한 표정을 지으며 귀국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지난 2003년 한국을 떠난 이승엽 가족은 이렇게 8년 만에 다시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승엽은 일본 생활을 더 이어갈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1년간 연봉 1억5천만 엔을 받고 오릭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당초 발표와 달리 계약 기간이 2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보장된 연봉을 포기하고 한국행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만큼 타국 생활은 힘겨웠고, 한국에 대한 그리움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었다. 그동안 이승엽은 성적 부진으로 2군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을 뿐 아니라 손가락·어깨·무릎 부상을 당해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오릭스 구단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왜 가려고 하느냐.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계속 함께 해보자”며 그를 붙잡았다고 한다.
이송정은 두 아이를 둔 엄마임에도 여전히 소녀처럼 앳된 모습이었다. 긴 생머리에 스키니진 차림의 수수한 모습이었는데 모델 출신다운 남다른 포스가 느껴졌다. 그에게 먼저 한국에 돌아온 소감을 물었다.
“남편은 일본에 있으면서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늘 한국을 그리워했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또 언젠가부터 남편이 많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죠. 남편의 뜻대로 다시 한국에 오게 돼 기쁘고, 후련해요.”
이승엽은 이날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자 가장 먼저 ‘아,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후련함이 밀려왔다고 한다. 그동안 성적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는 일본생활을 접고 돌아온 것에 대해 “아쉬움보다 시원함이 크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그만큼 정말, 정말 힘들었거든요(웃음). 만족스러운 성적을 남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긴 여행을 마쳤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요. 이제는 국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야하고, 설레면서도 조금 걱정도 돼요.”
그동안 남편 뒷바라지에 육아까지 도맡아 한 아내의 고생도 컸을 법하지만, 이송정은 “나보다 운동하는 남편이 훨씬 힘들었기 때문에 그저 힘내라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지난 8년 동안 타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다 아내의 내조 덕분이라고 말했다.
“고맙다라는 말로는 표현이 다 안 되죠. 지난 5월 둘째 아들이 태어나서 한 달 동안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 가 있었는데, 혼자 지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어요. 만약 가족이 없었다면 그 긴 시간을 못 견뎠을 것 같아요. 이제 한국에 돌아왔으니까 그동안 신경 써주지 못했던 거, 다 해주고 싶어요. 고베에 있을 때는 그 지역을 잘 몰라서 외식도 거의 안 하고 여행도 다니지 못해 아내가 많이 답답했을 거예요. 이제는 시간 날 때마다 가족을 위한 서비스를 할 생각입니다(웃음).”
실제로 이승엽은 귀국 후 열흘쯤 됐을 때 농구장에서 큰아들과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승엽은 경기 내내 아들의 손을 잡고 웃고 옷을 챙겨주는 등 다정한 아빠의 모습을 보였다.

이승엽 가족 귀국 첫 인터뷰

두 아이의 엄마임에도 소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이송정씨.



이제는 다정한 남편·아빠 모습 보여줄 터
이승엽 가족은 고베에서 같은 오릭스 소속인 박찬호 선수 가족과 아래윗집에 살면서 가깝게 지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박찬호 선수 부인 리혜 언니와 친하게 지냈어요. 수시로 언니네 집에 올라가서 요리도 같이 만들고, 와인도 마시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죠.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까 섭섭해하면서도 ‘우리도 곧 따라갈 테니 걱정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가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이승엽의 부모는 처음에는 반대를 했다고 한다. 특히 아버지는 아무리 힘들어도 계약 기간은 마치고 오는 게 낫지 않느냐며 그를 설득했다는 것. 하지만 그가 끝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자 나중에는 환영을 표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일본 대지진 후 방사능 유출 공포가 커지면서 손자들을 걱정하는 마음 때문에 내심 아들 내외의 귀국을 반겼다고. 하지만 이는 그가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와는 전혀 무관하다.
“고베는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안전해요. 일본에 있으면서 불안감을 느꼈던 적은 거의 없어요. 오직 이유는 하나,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서요. 일본에 있을 때도 TV로 한국 야구를 거의 다 봤어요. 라이브로 못 볼 때는 나중에 하이라이트만이라도 보려 했고요. 제가 한국을 떠날 때와 비교해보면 그동안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량이 참 많이 향상됐어요. 하루빨리 거취가 정해져서 많은 투수들을 상대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승엽 부부는 조만간 삼성 구단과 복귀 협상을 끝낸 뒤에는 가족과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라고 한다. 원조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의 새로운 리그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여성동아 2011년 12월 5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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