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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이미숙이 말한다 내 인생의 배드신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올’리브 제공

입력 2011.11.16 14:38:00

이미숙은 장미다. 주변 사람의 존재감을 안개꽃처럼 만들어버리는
꽃다발 속의 붉은 장미 같은 그가 생애 처음으로 토크쇼 진행을 맡았다. 토크쇼 이름도 강렬하다.
‘이미숙의 배드신’. 오해하지 마시라. 베드(bed)가 아닌 배드(bad)다. 매주 토요일 밤 톱스타와 함께
인생 최악의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의 인생에서의 배드신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여배우 이미숙이 말한다 내 인생의 배드신


“누구나 살아오면서 터닝 포인트가 있게 마련이죠.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기분 좋은 추억일 수도 있지만, 아쉬운 순간일 수도 있어요. 그런 순간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토크쇼 MC, 이미숙(51)과는 뭔가 안 어울릴 것만 같은 자리다. 배우로서 그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진행자의 카리스마에 게스트가 압도될 것 같은 느낌이 먼저 든달까. 그는 “많은 세월을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살았기 때문에 몰입도나 이야기를 꾸며 나가는 방식이 독특하지 않을까요?”라며 토크쇼 첫 진행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가 궁금한 게 먼저예요. 게스트에게도 제가 궁금한 거 먼저 물어볼 거예요. 절대 대본에 쓰인 대로 안 할 거라니까!”
그는 강남 압구정동의 ‘시네 드 쉐프’에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며 톱스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벌써 장혁, 이정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배드신’을 찍었다. 배우 윤희석이 이미숙을 도와 토크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시청자들이 (이미숙이) ‘이 사람들 앞에서 나긋나긋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할 것 같아요. 제가 연기 인생 한길만 걸어왔잖아요. 전문 MC도 아니고, 어떤 틀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갖춰져 있지 않은 사람인데 어쩌면 그 점이 진행자로서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이 들었으니 이런 역”이란 말이 가장 힘들어

여배우 이미숙이 말한다 내 인생의 배드신


푸드라이프스타일 채널 올’리브의 ‘배드신’은 스타가 자신의 안 좋은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SBS ‘힐링캠프’가 연상되는 것이 사실. 그는 “치유를 목적으로 한 토크쇼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인생을 살면서 어떠한 고비는 분명히 있지요. 그걸 대중에게 예로 들어가며 용기와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저렇게 전화위복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그 사람의 아픈 기억을 치유해줄 수는 없지만, 제 나름의 힘든 부분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자리? 그렇게 심플하게 생각하고 싶었거든요. 따뜻한 느낌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서로의 매력이 사그라지지 않는 진행을 하고 싶어요.”
이미숙은 자신의 인생에서의 배드신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고등학생 때 데뷔해 지금까지 흘러왔어요. 보통은 배우에게 무명 시절이 아픈 기억이잖아요. 저는 무명 시절도 없이 승승장구했는데, 굳이 얘기하자면 정점에서 물러나야 하는 위기를 맞았을 때가 가장 아팠어요. 어떻게 극복했느냐고요?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배우로 늙을 거라는 꿈을 접지 않았죠. 제게 맞는 일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일을 안 했어요. 10년 정도 공백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니 뜻을 굽히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중년이어도 나름의 자기 색만 확실하면 끝까지 연기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은데, 80년대 후반에만 해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나이가 들고 결혼했으니까 이제는 이런 역을 해야 합니다’라는 제의가 들어왔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이미숙은 성격상 먼저 다가가서 친근하게 구는 것은 잘 못한다며 “동료에게 속내를 털어놓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자신을 ‘혼자 놀기의 달인’이라고 소개했다.
“후배들이 ‘선배님,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물으면 ‘별다른 소식 없으면 늘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거다’라고 응수하죠. 저는 혼자 놀기를 정말 좋아해요. 일 외의 시간은 모두 저 개인에게 투자하기 때문에 공유하는 상대는 없고요.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같이 설악산 가서 단풍 구경하고, 맛집에서 퍼질러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는 중년도 꿈꾸지만, 그러기보다는 도전적이고 활기찬 중년을 맞이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를 묻자 고민하던 그는 “젊은 남자면 다 좋을 것 같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27세 연하인 빅뱅의 탑과 연인 콘셉트 화보를 찍어도 어색하지 않고, 20대 배우 유아인이 이상형으로 꼽으며 “멜로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매력적인 그의 토크쇼가 기대되는 이유다.
“저는 딱히 착하지도 않지만 못되지도 않아요. 자랑할 수 있는 건 거짓말 안 하고 느낀 대로 이야기한다는 거죠. 그 때문에 손해도 보지만 그게 제가 살아온 인생인걸요. 뭔가를 꾸며댈 만한 능력도 없고, 그렇게 살아온 사람도 아니고. 솔직담백함 자체가 뜯어고칠 수 없겠더라고요. 그걸 장점으로 봐주세요. 저는 두렵지 않아요. 사는 게 두렵지 않고 도전이 두렵지 않습니다. 유아인씨와도 영화든 뭐든 하면서 남녀 간 사랑의 정서를 뒤집어보고 싶어요. 제 안에 아마 독립투사의 전투적인 피가 흐르는 게 아닐까요?”

여성동아 2011년 11월 5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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